소설리스트

검은 왕 마검의 주인-289화 (289/307)

# 289

& 돌아왔습니다. (3) -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북으로 이동할수록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었다.

연이어 바람을 맞는 월터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잠자는 시간은 물론이고 식사하는 시간마저 아껴가며 이동 중이었다.

이제 그가 향하는 방향은 글리터를 완전히 벗어난 지 오래였다.

이윽고 아주 멀리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모두 말에 타고 있는 그들은 월터의 곁에 따라붙으면서 눈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빠르게 월터를 호위하는 대형을 짰다.

그리고 한 명의 기사가 깃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 깃발은 가이더의 깃발이었다.

그러고 보니 말머리가 향하는 곳도 가이더의 중심지 방향이었다.

정확히 말해 월터는 가이더의 왕성이 있는 수도로 향하고 있었다.

도중에 필연적으로 거치게 되는 관문소들은, 기사들이 든 깃발을 보자 두말하지 않고 문을 열어젖히며 그들을 통과시켜 주었다.

그렇게 월터는 눈 깜빡할 시간에 먼 거리를 주파하고, 가이더에 도착했다.

말에서 내린 그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꼈지만 가능한 내색하지 않고 왕성의 내부로 들어갔다.

그사이 많은 하인이 그에게 달라붙었지만, 그는 그들을 상대할 시간이 없었다.

귀찮다는 듯 손짓으로 그들을 내쫓아 버린 월터는 옆에서 수행 중인 기사에게 기별을 넣으라고 명령했다.

“이미 연락이 갔겠지만, 제가 가서 좀 더 재촉해 보겠습니다.”

결국 월터는 환복도 하지 않은 상태로, 왕성에 도착하자마자 가이더의 섭정을 만날 수 있었다.

현재 가이더의 섭정이라면 당연히 조세핀이었다.

신하들과 모여 회의를 하던 조세핀은 월터의 도착 소식을 듣자마자 자리를 파했다.

그리고 서둘러 접견실로 들어섰다.

부랴부랴 움직이느라 왕실 기사들과 덩컨만이 그녀의 곁을 지켰다.

상석으로 가서 앉은 그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월터를 기다렸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듯 곧이어 접견실의 외부 문이 열렸다.

그리고 언제 봐도 헌앙한 조세핀의 아들, 월터가 나타났다.

자기 아들을 본 조세핀은 처음에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가 곧이어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월터의 꼴은 상거지를 연상케 했다.

“돌아오셨군요.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최근의 조세핀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과거 조세핀과 한바탕 싸우고 왕성을 떠난 월터는 그동안 한 장의 편지도 보내오지 않았었다.

그의 소식이라고 해봐야 세리스가 보내온 서신이 전부였다.

처음에는 서로 난처한 기색이었지만, 조세핀도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글리터라면 월터를 성장시키기에 나쁜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리스와 편지를 주고받을수록 그런 마음이 더욱 커져만 갔다.

월터에게도, 자신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그녀의 생각은 나쁘지 않은 것이었다.

결국 모자간의 갈등은 그녀의 바람대로 시간이 희석해 주었다.

“글리터의 군대와 함께 전쟁터에 갔다고 했을 때 꽤 놀랐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렇게 나타났으니 이제 완전히 마음을 정한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죠? 일단 앉으세요.”

그녀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며 월터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 과정에서 손짓으로 주위의 기사들을 물리쳤는데, 덩컨만은 조세핀의 심복 중 심복이라 곁을 지키는 것이 허락됐다.

“저는 글리터의 기사 신분이었습니다. 당연히 전쟁터에 나가야죠. 그리고 전쟁은 제게 많은 교훈을 주었습니다. 현실을 깨닫게 하고 여러 가지 의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잠깐 보아도 표정이 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내 자식일 뿐만이 아니라. 인간으로 완성된 월터를 보는 기분이에요. 약간 낯설기도 하군요.”

“진실한 사람들이 저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저를 가식적으로 대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왕위 계승식을 준비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어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행동을 한다면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조세핀의 말에 월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가이더를 떠났을 때만 해도 그는 왕좌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전에도 조세핀은 아주 현명하게 가이더를 운영했다.

시간이 지나자 백성들도 차츰 그것을 깨닫고 조세핀을 좋아하게 되었다.

조세핀은 백성에게 가이더의 여왕이나 마찬가지인 지지를 받았다.

조세핀의 능력은 가이더의 깊은 상처를 아물게 했고 백성들의 자존심을 되찾아 주었다.

귀족들도 결국 그녀의 수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조세핀의 개인 능력이 모자란 부분은 있어도 그 모자란 부분을 인재를 고루 등용함으로써 채웠기 때문이다.

그녀는 가문의 파벌을 가리지 않았다.

개인의 감정은 접고 능력이 있다면 무조건 공직에 앉혔다.

장기적으로 보면 모두에게 있어 공평한 판을 만든 것이다.

꾸준히 그런 모습을 보이는 조세핀의 자세는 결국 많은 귀족을 감복시켰다.

그런 상황이니 그때의 월터는 더더욱 왕위에 올라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보다는 어머니가 가이더의 최고 자리에 더욱 잘 어울렸다.

그리고 솔직히 이런 생각은 아직도 유효하다.

하지만 월터는 지금 그걸 가지고 아웅다웅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어머님의 허락 없이 글리터에 투신했던 것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글리터라서 저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던 거예요. 거기라면 매우 안전한 데다가 아드님도 배울 점이 많으니까요. 다른 곳은 몰라도 레드님이나 세인님이 있는 곳은 안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 부분에서 덩컨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아주 작게 헛기침을 했다.

그는 조세핀과 전혀 다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덩컨으로서는 당연히 국가의 주인이 다른 나라의 기사로 들어가 있다는 게 쉽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월터가 정말 철없게 여겨졌다.

그런 마음이 국가에 대한 모독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조세핀 정도가 되니까 월터의 경거망동도 이해해주고 품어준 것이었다.

원래 덩컨은 조세핀보다 월터에게 충성을 바쳐야 하는 게 맞지만, 내심 가이더에는 조세핀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남에게는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이다.

발언 그 자체로 반역죄가 되니까 말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쟁통이라 강제로라도 데려와야 하나 고려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빨리 이동하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죠. 글리터가 그렇게 빨리 진격할 줄이야.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야말로 눈 깜박할 새였습니다. 그래도 결국 일이 잘 해결되었군요. 이 어미는 오늘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어머니.”

“예 말씀하세요.”

“저는 아직 글리터의 기사입니다. 마지막 임무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완수하면 그때야말로 다시 가이더의 품으로 돌아올 수가 있습니다. 저는 이번 임무를 가능한 한 빨리 끝마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한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서 월터가 정확한 사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거기에 답한 건 귀를 기울이고 있던 조세핀이 아니라 덩컨이었다.

“저는 국가 간의 신의를 존중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매우 불안한 정국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보 하나가 소중하고, 어떤 것은 황금열쇠만큼이나 중요한 가치를 가집니다. 지금 글리터와 관련된 소식이라고 하셨죠? 이렇게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물건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저는 도덕을 떠나 가이더의 입장에서 이 모든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덩컨은 월터가 든 가죽 주머니를 가리켰다.

“인장이 안 보이는군요. 그 말은 쇠줄을 잠시 풀었다가 내용만 확인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소리입니다.”

물론 필요하다면, 이쪽에서 저 물건을 중간에 가로채도 좋고 말이다.

그게 바로 덩컨이 말하는 요지였다.

월터가 들고 있는 가죽 주머니는 드레퓨스가 무너진 지금 상황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다.

어쩌면 세상을 주무를 수 있는 열쇠가 될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도덕에 얽매일 때가 아니었다.

적어도 덩컨이 생각하기로는 그랬다.

그때 조세핀이 덩컨의 얼굴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그건 월터도 마찬가지였다.

상대를 아주 무안하게 만드는 눈길을 동시에 받는 상황에서, 덩컨은 헛기침을 터트렸다.

그라고 해서 이렇게 몰상식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겠는가?

그러나 가이더에 득이 될 수 있다면 악역도 자처해야 하는 게 그의 몫이라고 믿었다.

때로는 뻔뻔해야 할 순간도 있는 법이다.

“때에 따라서는 이것을 저희가 간수하면서 얻을 이익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나라 대 나라의 일이니까요. 때론, 외교적인 관계에서 어떤 정서나 우정을 고려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큰 실익이 지금 눈앞에 놓여 있다면 그것을 탐한다고 해서….”

그때 조세핀이 한 손을 들어 올리며 덩컨을 제지했다.

이미 그녀는 덩컨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깊은 눈빛으로 월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의 아들. 그동안 좋은 경험을 했나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해보았습니다. 어머님의 배려 덕분에 저는 타인의 현실을 경험했습니다.”

“이제 당신은 문서 속의 글자와 숫자를 통해 현실과 만나야 합니다. 그게 왕성에서 평생 갇혀 살아야 하는 아드님에게 허락된 바깥입니다.”

“동의합니다.”

그렇게 대답한 월터는 자신을 허물없이 대해주었던 얼굴들을 잠시나마 떠올려 보았다.

그중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게 너무도 안타까웠다.

월터가 가이더의 왕이 된다면 결혼부터 시작해서 신하들의 관계까지, 모두 계산적으로 구성될 것이다.

물론 평생 친구도 가질 수 없었다.

말로야 실컷 친구라고 부르겠지만, 거기에는 완벽한 본심이 없었다.

앞으로 진짜 우정.

진짜 웃음.

진짜 사랑.

그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가식적인 얼굴들에 갇혀 살아야 할 월터는 자신의 그런 신세보다, 이미 벌어진 타인의 죽음이 더 슬펐다.

그간 글리터에서의 경험은 월터를 타인에게 공감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월터는 이 자리에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 말이다.

그런 월터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조세핀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서신을 훔쳐보지 않을 겁니다. 손도 대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안전하게 글리터로 운반할 겁니다. 거기에는 우리 쪽의 기사들이 아낌없이 달라붙을 것이고,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우리는 이 물건들의 원래 주인이 아닙니다.”

그때 덩컨이 나서려다가 조세핀에 의해 다시 저지당했다.

그 순간 조세핀의 눈빛은 절대 끼어들지 말라는 강한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또한 이 물건을 안전하게 전달해주는 길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선물을 준 글리터에 대한 예의니까요. 그곳은 제 아들에게 인간다운 얼굴을 주었습니다. 저는 향후 가이더에게 있어 그런 얼굴을 한 군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덩컨은 조세핀의 결론에 깊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그리고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가이더의 기사들이 왕성을 떠났다.

그들의 숫자는 밤에도 피어오르는 먼지구름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저 정도라면 글리터는 세인의 메시지를 꼭 받아볼 수 있을 것이었다.

*  *  *

격자 창문 밖으로 기사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월터는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씻으실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씻겠어. 지금 씻어도 그곳을 다녀오고 나면 분명 더러워질 테니까.”

그리고 월터는 어딘가로 향했다.

크고 둥근 기둥을 낀 계단을 돌고 돌아, 그의 몸은 점점 성의 아래로 이동하고 있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월터는 두꺼운 철문 앞에 서게 되었다.

그의 머리 위에서 작은 창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리더니, 철문이 무겁게 바닥을 끌며 활짝 열렸다.

작은 창문은 내부에서 바깥에 선 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문을 활짝 연 간수들이 주위에 늘어서고, 허리를 깊이 숙여 보였다.

고개를 끄덕인 월터는 서슴없이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들어간 그곳은 오랜 시간 동안 월터를 시달리게 했던 악몽의 근원지였다.

더욱 깊숙한 지하로 내려가는 월터를 막아서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연이어 철문들이 열리고, 그 끝에 캐시오가 나타났다.

초라한 백발의 노인.

반쯤 넋이 나가 있는 불쌍한 노인이 있는 곳은 아주 좁고 썰렁한 방이었다.

그건 언제나 변하지 않는다.

캐시오는 쭈그리고 앉아 벽을 보며 찬송가를 흥얼거리던 중이었다.

월터의 발소리를 들은 캐시오의 몸이 흠칫 떨렸다.

그리고 월터의 그림자가 캐시오의 얼굴에 드리워졌을 때, 무엇을 예감했는지 캐시오의 눈이 질끈 감겼다.

“제발. 제발! 이제 뉘우쳤습니다. 저는 이제 새 사람입니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캐시오는 월터에게 애원했다.

어쩌면 그는 정말로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오랜 시간 동안의 고문이었으면 더 이상 죗값을 묻기도 모호했다.

월터가 말없이 바라보자 캐시오는 연거푸 간청했다.

그는 몇 년 전, 왕성을 떠날 때 월터가 가지고 있던 순수한 눈망울을 기억했다.

월터는 언제나 순수하고 착한 청년이었다.

대놓고 캐시오에게 말을 걸지는 못하지만, 가끔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볼 때도 있었다.

떠나갔던 월터는 이제 더욱 성숙한 사람으로 돌아왔으리라.

배포가 큰 왕으로 말이다.

죄인이 죗값을 치르고 회개했다면 왕으로서 인정해주고 용서해주는 것도 필요한 법이었다.

전보다 더욱 크게 바뀌어 돌아온 월터는 포용력도 남다를 터.

그는 분명 남을 용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속죄하고 속죄했습니다. 진정으로 뉘우치고 있습니다. 저는 세상과 저를 용서했습니다. 고통도 받을 만큼 받았습니다. 이제 세상이 저를 용서해줄 차례입니다.”

그리고 전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인 노인은 무릎을 꿇어 월터의 발등에 입을 맞추었다.

월터는 잠시 캐시오의 구부정한 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해 주었다.

“저는 당신을 용서합니다.”

그 말을 듣고 약간 안도한 캐시오의 한숨을, 월터는 자신의 두 귀로 담았다.

월터는 엎드린 캐시오를 부축하려는 듯 몸을 숙였다.

캐시오는 자신의 몸 위로 기울어지는 그림자를 보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왕의 용서 어린 손길에 거부하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월터는 검으로 캐시오의 등을 찔렀다.

푹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깊게 찔렀다.

그리고 검날을 캐시오의 몸속에서 빼내어 한 번 더 찔렀다.

감방 안에 캐시오의 비명이 들리는데도 밖에서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거야 당연한 일이었다.

누구의 행사인데 감히 여기로 뛰어들겠는가.

말리는 사람도 없으니 월터는 계속 캐시오를 찔렀다.

그 과정에서 캐시오의 손이 월터의 얼굴을 잡고 말리려 했지만, 그는 그런 캐시오의 손을 쳐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캐시오의 눈을 보며 목에 검을 찔러 넣었다.

다시 월터가 일어섰을 땐 사방이 피바다였다.

그가 검을 집어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가 감옥을 울렸다.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

그리고 등을 돌린 월터가 감옥을 떠났다.

한참 후에야 간수들이 들어와 캐시오의 시체를 수습했다.

더러운 거적때기를 통해 감옥 밖으로 이동한 캐시오의 시체는 묘지에 묻히지도 못했다.

소각장 속에 쓰레기처럼 버려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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