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7
& 돌아왔습니다. (1)
아주 오래전에 하나의 검이 있었다.
검의 주인은 그 검을 소중히 다루었다.
검에 어떤 대단한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물건이기에 아꼈기 때문이다.
주인이 그렇게 검에 애정을 주자, 검은 오랜 시간 동안 그걸 받아들여 자아를 가지게 되었다.
그 후로 주인과 검은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주인이 검에게 물어보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냐고 말이다.
이미 검의 마음을 꿰뚫어 본 질문이었다.
주인의 의도를 깨달은 검 한 자루는 육신을 가진 생명체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주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너를 오랜 시간 아꼈으니 너는 나의 아들이나 마찬가지구나. 그러니 살아서 내 아들답게 움직여라.”
그렇게 되어 검은 란셀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완전히 살아있는 생명체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주인의 아들이 될 수가 없었다.
그러기엔 주인이 너무나 엄청난 존재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한다 해도 결코 그의 아들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주인이자 아버지인 그를 떠받드는 동족들이 란셀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니까.
그들은 란셀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란셀은 주인이 심심풀이로 만든 에고소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걸 깨달은 어느 날, 란셀은 아버지에게 떠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는 핑계를 댔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는 여행을 허락해 주었다.
그리고 떠나는 날 그에게 이런 말도 해주었다.
그때의 아버지는 란셀의 속을 들여다본 것만 같았다.
“남에게 맞추려 하지 말고 그냥 너답게 살아라. 그걸로 족하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아주 중요한 말도 덧붙였다.
“네 마음껏 살다가, 네가 위기에 처하면 내가 너를 부르리라.”
검에서 살아있는 존재가 되어, 주인의 곁을 떠난 란셀은 그 후로 세상 구석구석을 탐험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기묘한 곳에 도착해버렸다.
“여긴 어디지?”
잘생긴 남자는 검은 얼굴들이 가득한 골짜기 안에 서 있었다.
분명 어젯밤에 안개가 낀 숲속에서 잠들었는데, 깨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나니 사방이 말도 못 하게 음산한 곳이었다.
밤새 너무나도 많은 것이 바뀌어 버렸다.
“이거 진짜인 건가?”
남자, 란셀은 손을 내밀어 벽에 붙어 있는 검은 얼굴을 쓰다듬어 보았다.
그러다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검은 얼굴이 꿈틀대며 움직였던 것이다.
아무리 모험가라지만 이런 환경은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란셀은 습관처럼 허리춤을 더듬다가 무기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한층 더 불안해졌다.
‘내가 지금 맨몸으로 이런 지옥 같은 곳에 서 있는 거야?’
어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고 중얼거린 란셀은 정처 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가끔 벽을 타고 위쪽으로 올라가 보려 했지만 허사였다.
결국 가장 높고 넓은 곳으로 가서 자신이 있는 지형을 살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한 후.
거기에서 경사가 원만한 곳을 골라 위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마음먹은 그가 한참을 걸어서 이동하자 뭔가가 눈에 띄었다.
넓은 지대의 한복판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존재.
검은 얼굴을 한 괴물.
란셀은 기묘한 분위기를 풍겨내는 괴물의 모습에 마른 침을 삼켰다.
자신은 무기도 없는 상태다.
만약 저 녀석이 다짜고짜 공격해 오면 어떻게 하지?
하지만 주변을 둘러본 남자는 더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곧 해가 지려고 하는데, 언제까지 여기를 헤매고 다닐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이 여기에 왜 오게 되었는지 궁금하고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어쩌면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물에게 다가가기로 한다.
란셀이 걸어가는 방향에 서 있는 괴물.
생각에 잠겨 있던 가미긴은 낯선 남자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가미긴은 걸어오는 남자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자 기묘한 감각이 머릿속에서 걸렸다.
분명 상대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이다.
“당신이 여기의 주인인가?”
란셀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가미긴은 당장 대답하지 않았다.
‘이 녀석은 뭐지? 누군가의 사념인가? 사로잡힌 영혼 중에서 한 놈이 구체화 된 것인가? 하지만 그들은 모조리 마경에 있을 텐데? 한꺼번에 사로잡은 수가 너무 많아서, 그중 하나가 통제를 벗어나게 된 것일지도 모르지.’
잘 관찰하니 남자는 허깨비와 비슷한 상태였고, 무엇보다도 산자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 가미긴이 걷어 올린 그물 사이로 빠져나온 피라미 한 마리가 바로 상대일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저놈이 낯이 익은 거지?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얼굴이란 말이야.’
거기까지 생각한 가미긴은 대뜸 상대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네 이름이 뭐냐?”
그러자 남자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뒤로 물러섰다.
가미긴의 소름 끼치는 목소리에 절로 반응한 것 같았다.
그러나 가미긴은 조용히 서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위협적으로 굴지 않는 가미긴을 보며, 란셀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내 이름은 가미긴이다.”
“뭐?”
“내 이름은 가미긴 란셀이라고. 이제 됐어? 나는 내 이름을 밝혔다. 그보다 너 혹시 여기에서 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어? 안다면 내게 가르쳐 줄 수는 없겠나? 나중에 꼭 답례하겠다. 나, 가미긴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가미긴은 짜증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데드 페이스 중 하나의 사념이 분리돼서 떠돌아다닌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지금 가미긴의 눈앞에 있는 것은 가미긴 본인이 맞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가미긴은 데드 페이스 중 하나가 사념체로서 가시화된 것이 아니라, 가미긴 자신이 망각했던 사념인 것이다.
그는 지금 과거 속의 또 다른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걸 가미긴 자신도 몰랐을 뿐이다.
왜냐하면 기억나지 않으니까.
지금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가미긴이 한 번에 너무나 많은 데드 페이스와 동화를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그 바람에 완전히 잊고 있었던 수면 아래의 기억이 재생된 것이다.
데드 페이스와의 연결은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연결과 동시에 가미긴 자신을 개방하는 짓이다.
너무나 많은 개체에게 자신을 열어젖혔으니 탈이 나는 게 당연하다.
그 바람에 그는 보지 말아야 할 것까지 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주 까마득한 옛날, 순수했던 모험가로서의 가미긴 란셀이었다.
“나를 기만하지 마라. 다시 한번 묻겠다. 넌 누구냐?”
그리고 가미긴은 ‘여기에 어떻게 왔지?’라고 덧붙여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그의 앞에 있는 란셀의 얼굴이 무표정해졌다.
“가미긴.”
섬뜩할 정도로 돌변한 그의 얼굴이 가미긴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분의 검이다. 그걸 잊었나? 가미긴?”
그리고 란셀의 목이 날아갔다.
가미긴의 손끝이 란셀의 목을 가차 없이 베어냈기 때문이다.
또다른 정체성에게 공격을 받는 듯한 느낌은, 가미긴으로 하여금 상대를 철저히 배제하게 만들었다.
실체가 없는 환상은 가미긴이 폭력을 휘두르자.
그 자리에서 물로 씻어낸 듯이 사라져 버렸다.
“….”
란셀이라는 환상을 없애버린 가미긴은 인상을 잔뜩 썼다.
그리고 자문해 보았다.
‘가미긴 란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서서 가미긴 란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면, 가미긴은 과연 자신을 역추적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을까?
가미긴 란셀은 오랜 시간 속에서 타락해 버린 가미긴 이전의 존재였다.
까마득한 세월 전의 그는 아주 순수했으며 선했다.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의 비밀과 수수께끼를 캐고 다녔던 남자였다.
그런 그의 열정에 반한 존재와 만나 사랑을 나누고 결실을 보기도 했다.
좀 더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어쩌면 가마긴은 아득히 오래전에 망각한 그 실체를 무의식의 수면 위로 끌어 올릴 수 있었을까?
하지만 가미긴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자신이 벌려놓은 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 소리 덕에, 의혹에 가득 차 있던 가미긴의 마음은 금세 현실로 되돌아와 버린다.
짧은 사색을 마친 가미긴의 입에 호선이 그려졌다.
‘놈이 왔다.’
이런 환경 속으로 살아서 들어올 수 있는 자는 누구일까?
지금처럼 거침없이 발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너무 뻔한 질문이었다.
지금의 가미긴은 바이칼의 안부에 대해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
평소에 세인의 힘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바이칼을 해치웠냐고 묻는 게 아니었다.
“이것 참 의외야.”
가미긴이 천천히 돌아서자, 역시나 세인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난 네 얼굴이 고통과 증오로 잔뜩 일그러져 있을 줄 알았는데 덤덤한 표정이잖아?”
가미긴의 얼굴을 본 세인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금 가미긴이 눈가를 찡그린 이유는, 세인이 대답도 없이 장검을 뽑아 들었기 때문이다.
세인은 앞뒤 가리지 않고 가미긴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그게 가미긴을 자극한 것일까?
그의 얼굴이 검게 변했다.
그리고 세인에게 있어 아주 익숙한 목소리를 토해냈다.
“세인님.”
그 목소리를 들은 세인은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가미긴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지금 가미긴의 머리는 세인이 아는 사람의 형태를 닮았다.
아주 길쭉하고, 이목구비가 마치….
“더이스.”
처음으로 세인의 입술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하지만 당황한 목소리는 아니다.
“여기에 모두 함께 모여 있습니다.”
“….”
“질리언, 행크, 잭. 그리고 다른 사람들까지 함께 벌거벗은 채로 모여 있습니다. 짐승처럼 여기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잠시 말문이 막힌 세인이 대답을 못 하자, 검은 얼굴은 한껏 괴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곳은 너무 지옥 같습니다.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다려라.”
세인은 약간 피곤해 보이는 말투로 더이스의 말을 단호하게 끊어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기에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대답으로 끝맺음을 했다.
“곧 거기에서 해방시켜 주마.”
그리고 세인의 검이 공기 속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그 끝이 자신에게로 달려오기 전에, 가미긴의 몸이 뒤로 훌쩍 물러났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시기적절하게 물러났기 때문에 검은 가미긴에게 조금도 닿지 못했다.
가미긴이 있던 자리를 벤 세인의 검 놀림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가미긴은 그것을 알아차렸다.
세인은 부하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데도 부동심을 유지한 것이었다.
심기가 흔들리기는커녕,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기도 했으니 역시나 보통 놈이 아니다.
가미긴의 머리에 붙어 있던 데드 페이스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고통 속에서 더이스는 다시 뭔가 말하려는 듯이 입을 뻐끔거리더니, 이내 보이지 않는 손에게 반죽을 당하듯 얼굴이 뭉개져 버렸다.
그 후에 나타난 것은 가미긴의 얼굴이다.
아는 사람의 얼굴을 보여줘서 세인을 흔들어 보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가미긴으로선 굉장히 의외인 게, 그는 세인이 죄책감으로 얼룩진 얼굴을 하고 있을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한꺼번에 죽어 버렸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세인에게 있었다. 그가 총사령관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지금의 세인은 정신을 못 차려야 정상이었다.
그게 바로 세인을 파악한 보고서와도 일치한다.
그런데 지금 차분한 모습으로 검을 휘두르는 세인을 보니 진짜 의외였다.
“성격이 꽤 급하구나. 통성명할 시간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지적인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거야?”
말을 끝맺은 가미긴의 몸이 미끄러지듯 뒤로 이동했다.
세인의 검이 다시 그가 있던 자리를 관통했기 때문이다.
가미긴이야 대화를 하고 싶을지 모르지만, 세인은 전혀 아니었다.
정답게 얼굴 마주 보면서 환담을 할 사이도 아니었고, 가미긴이 이곳에 홀로 서 있는 것을 보아.
그가 이 모든 일을 계획한 흉수라는 것도 짐작했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괴물과 말을 섞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이다.
여기에서 유일한 의미를 찾고 싶다면 해치워버리는 게 답이었다.
“이봐. 세인. 난 네가 여기로 올 줄 알았다. 네 부하가 모조리 매장된 곳인데 오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잖아. 그렇지? 너 때문에 죽은 놈들을 보기 위해서라도 꼭 와야겠지. 죄책감을 만끽하기 위해서 말이야. 네가 이놈들을 버렸고, 죽여 버린 거잖아.”
가미긴은 매우 아쉬웠다.
이런 곳에서 마주쳤다면 하다못해 서로 악에 받친 대화라도 나누던가.
지금 국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이라도 하고 싶었다.
지금이 딱 그러기 좋은 장소와 분위기가 아닌가 이 말이다.
하지만 모든 걸 생략하고 달려드는 세인 때문에 말을 섞기는커녕, 준비한 것을 빨리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곳은 한 번만 쓰고 버리는 함정으로는 좀 아깝지. 한번 저질렀다면 왜 두 번을 못 하겠어. 보시다시피 지금 발정 난 개처럼 달려드는 너에게 효과적이잖아.”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 전체에 일렁임이 일어났다.
수다스러운 가미긴에게 성큼성큼 다가서던 세인의 신형이 흔들린 것도 바로 그때였다.
출렁이는 주변의 움직임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가라앉기는커녕 점점 강도를 높여갔고, 사방에서 데드 페이스가 울부짖었다.
그들의 얼굴은 압력으로 인해 눈코입이 모이며 깊고 많은 주름을 만들어 냈다.
검을 아래로 내린 세인은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절벽의 한 귀퉁이가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터져 나온 검은 물질이 마주 선 벽면을 때렸다.
거기에 닿은 데드 페이스들이 차례대로 터져나갔다.
그러면서 회색의 운무 같은 것을 피워 올렸다.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회색 물질은 세인과 가미긴이 있는 곳까지 순식간에 도달했다.
달려오는 그 빠르기가 알면서도 피할 수 없을 만큼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가미긴과 세인을 덮친 물질은 거기에 닿는 모든 것을 둔화시키는 성질이 있었다.
또 그게 아니더라도, 지진 때문에 가뜩이나 중심을 잡기도 힘든 판에 이곳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등에 날개가 달리지 않은 이상 탈출은 불가능한 일이다.
절벽이 붕괴될 때, 두 팔을 벌린 채로 기습의 완성을 음미하던 가미긴이 말했다.
“세인. 뭐 하나만 물어보자. 백성을 통해 사는 것이 왕이라면, 너는 왜 아직도 숨을 붙이고 있는 거냐? 네 백성은 거의 다 여기에 파묻혀 있는데?”
“….”
“너 하나 때문에 죽은 놈들에게 너무 미안해하지 마라. 그들을 사지에 몰아넣은 대가로, 너도 곧 곤욕을 치르게 될 테니까.”
위로처럼 포장한 조롱 위로 검은 흙들이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