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8
& 나탈리 (1)
나탈리는 어느 날 밤 꿈을 꾸었다.
그건 그녀가 푸르른 차밭에서 분주히 일하고 있는 꿈이었다.
‘왜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것일까?’
아침에 깨어난 나탈리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가 꿈꾸었던 광경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조금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가 지금 있는 곳은 풍광이 좋은 고산지대였다.
주변의 모든 게 싱싱했고 뭐든 심으면 잘 자랄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탈리는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는 매우 나이 든 여자였다.
그리고 혼자였다.
그녀가 혼자인 이유는 요즘 혼자이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인들과 헤어져 산으로 올라왔다.
그게 최근의 일이다.
* * *
글리터가 속한 연합과 드레퓨스 사이에는 애매한 지역이 있었다.
경계선치고는 너무 넓게 붕 떠 있는 지역이다.
그런 곳에서는 작은 국지전 정도가 벌어지고 있었다.
항상 흔하게 있는 일이라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전투의 이유는 갖가지였다.
불법 이민자들이 얽혀 있거나 첩자들을 보내기 위한 눈속임 정도.
그리고 상대의 경계 상태를 찔러보기 위한 이유를 들 수 있었다.
그런 지역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관통하는 행렬이 있었다.
그 행렬이 내건 깃발을 본 양측은 팔짱만 끼고 구경할 뿐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았다.
보란 듯이 드레퓨스의 깃발을 내걸고 있는 일행은 글리터까지 움직였다.
글리터에 도착하고 나서도 그 속도는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최단시간에 글리터의 중심부까지 도착한 마차들에서 한 인물이 내렸다.
모습을 보인 사람은 매우 호화스러운 비단옷을 입고 있는 남자였다.
그는 아주 뚱뚱했으며 허세가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목이며 손목에는 진주 목걸이와 금줄을 둘렀다.
“이거야말로 엄청난 냉대로군.”
마차에서 내린 그는 언짢은 얼굴을 했다.
이놈의 나라는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그가 도착했는데도 별 신통한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환영 인파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마중 나온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
분명히 미리 소식을 받아보았을 텐데 말이다.
그는 드레퓨스에서 보낸 사신이었다.
바이칼이 보낸 친서를 들고 왔을 뿐만 아니라 선물까지 챙겨온 마당이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글리터의 반응은 기분 나쁠 정도로 미적지근했다.
실컷 투덜거린 그는 글리터의 성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지어진 성이었지만 드레퓨스의 호화스러운 건축 양식에 비하면 너무나도 볼품없고 투박해 보였다.
“내가 직접 들겠다.”
수행원에게서 상자를 빼앗아 든 남자는 성의 내부로 향했다.
안내인 외에 지나칠 정도로 인기척이 없는 장소들을 지나 그가 도착한 곳은 거대한 홀이었다. 그곳에는 무장을 한 기사들이 늘어서 있었다.
날카로운 기세를 뿜으며 말이다.
홀로 들어선 드레퓨스의 남자는 일단 국제 예법을 지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알맹이가 없는 흔한 인사치레를 늘어놓았다.
마지막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는데, 그때 그는 굉장히 당황했다.
‘저건 누구야?’
그는 사신 자격으로 세리스라는 여왕을 만나러 왔다.
그러나 왕좌에는 아름다운 미녀가 앉아 있어야 하는데 웬 엉뚱한 놈이 앉아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미남자였다.
뭐 솔직히 남자가 그의 취향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대리인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닌데, 당신은 누구십니까?”
왕좌에 앉아있는 세인은 사신 자격으로 온 남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그 타이밍에는 사신 자격으로 온 남자를 철저히 무시하는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손에 든 것은 뭐지?”
“예?”
“손에 든 상자는 뭐냐고?”
“드레퓨스의 태양이 글리터의 주인에게 보내는 선물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주인에게 직접 전달해야 하는데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바이칼님의 거룩한 말씀을 전하기 위해 이 먼 길을 달려온 것입니다. 온갖 수고를 감수하면서요. 그런데 대리인이라니. 이건 온당치 못합니다. 이 접견은 대체 뭐죠?”
그 후로도 남자는 뭐라고 계속 떠들어댔는데 세인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손가락만 까닥였다.
그 신호를 알아들은 기사 한 명이 드레퓨스의 사신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사신이 ‘어어?’ 소리를 내는 와중에 상자를 빼앗아 들고 왔다.
세인은 그 상자를 받아들어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걸 천천히 열어보았다.
“그렇게 멋대로 개봉하면 큰일 나는데….”
드레퓨스의 사신이 중얼거렸지만, 세인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상자 안에 든 내용물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그런 그의 음성에 떨림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지나치게 단조로웠다.
받아본 선물에 비하면 말이다.
“바이칼이 이걸 내게 보낸 이유는?”
“어허! 말조심하십시오! 그분의 이름은 당신 따위가 함부로 부를 이름이 아닙니다!”
그리고 사신은 얼굴을 붉힌 채 한참을 떠들어댔다.
세인은 그런 사신을 귀찮다는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일체의 동요가 느껴지지 않자, 오히려 주변의 기사들이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너는 상자 안에 있는 인물이 누군지 알고 있는가?”
이번에도 세인의 질문은 생뚱맞은 타이밍에 날아왔다.
갑자기 말이 끊긴 남자는 얼굴을 잔뜩 붉혔다.
모욕을 받고 있다고 느낀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인은 질문을 던져놓고 사신의 반응을 유심히 관찰했다.
물론 상자는 아직도 그의 무릎 위에 올려져 있는 상태였다.
기사 한 명이 다가와 그걸 치우려 했으나 세인이 손을 들어 올려 거절했다.
상자 안에는 드레퓨스의 바이칼이 보낸 끔찍한 선물이 들어 있었다.
그건 바로 소금에 절인 잭의 머리였다.
고통으로 섬뜩하게 일그러진 그의 머리가, 온갖 흉터가 가득한 그 잘린 머리가… 잭의 최후가 어땠는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머리도 이 지경인데 몸은 어떻게 되었을지 뻔했다.
세인은 다시 상자 속을 살펴보았다.
잭의 머리카락은 멋대로 잘려져 있어 아주 짧게 변한 상태였다.
뭐랄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배려조차 하지 않은 모습이다.
세인의 시선이 다시 사신에게 가서 멎었을 때 사신의 대답이 들려왔다.
“저는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폴리오가 잭을 소개해준 뚱뚱한 남자가 지금의 사신이었다.
잭의 손을 자르게 하고 웃었던 살찐 남자가 바로 그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지금 앉아 있는 세인이 알 리가 없었다.
사신은 그걸 알고, 잭을 안다는 사실을 철저히 부정했다.
그리고 원래 전해야 할 말을 늘어놓았다.
물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도 적당히 섞어서 말이다.
“글리터가 평소 어떻게 돌아가는지 충분히 알겠습니다. 어떻게 먼 길을 달려온 사신에게 쉬는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이곳으로 데리고 옵니까? 그리고 드레퓨스를 조롱하는 것도 아니고 대리인이라뇨? 바이칼님께서는 너그럽게도 글리터의 주인에게 항복할 기회를 선사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수준을 보아하니 대답을 안 들어도 알만하군요!”
그는 대놓고 속을 긁어댔다.
“우리 쪽에서 기회를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고의 의미로 친히 선물까지 보낸 거고요. 그동안 글리터 쪽에서 드레퓨스에게 얼마나 무례를 범하였습니까? 갖은 도발과 메스꺼운 행동으로 국경지대에 얼마나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는지 모르십니까? 이 야비하고 더러운….”
고개를 옆으로 약간 숙이고 사신의 말을 듣고 있던 세인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래서 사신의 입은 합죽이가 되었지만, 그건 기사에게 상자를 치우라는 신호였다.
사신의 입이 다시 열리기 전에 세인의 말이 홀을 울렸다.
“바이칼 녀석의 생각을 알 수가 없군. 이건 너무 얕은 수작질인 것 같은데.”
“수작질이라뇨! 말조심하십시오!”
그리고서 다시 이어지려는 사신의 말을 세인의 손짓이 막았다.
“이봐. 그렇게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도발할 때가 아니야. 물론 바이칼의 명령을 듣고 일부러 그러는 건 알겠어. 네 입장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지금 상식적으로 국제법이 통용되길 기대하는 건 아주 어렵다. 네가 저능아가 아니라면 자국의 돌아가는 상황 정도는 알고 있겠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외교적 관행이 적용되기 어렵다고. 이건 괴물 대 인간의 문제니까. 네가 둔한 녀석 같아서 친절하게 두 번이나 말해 주는 거야.”
그리고 다시 입이 열리려는 사신에게 세인이 경고했다.
“한마디만 더하면 책임을 져야 할 거야.”
얼음장 같은 음성에 뚱뚱한 사신의 입이 다물어졌다.
“바이칼이 일부러 이러는 것도 알겠고, 내게 어떤 반응을 기대하는지도 알겠어. 내가 노발대발하며 전쟁을 먼저 선포하기를 바라는 거겠지. 분노에 몸을 떨면서 말이야. 너와 바이칼의 수작은 알겠는데, 나는 그가 진심으로 내가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는 게 좀 이해가 안 간다.”
그러면서 세인은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두드렸다.
그리고 그때 다시 사신의 입이 열렸다.
정말 어지간히도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인간이다.
이 정도쯤 되면 천둥벌거숭이가 본성이거나, 마약을 먹고 왔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 무슨 괘씸한 모함이란 말이요! 방금 그 말은!”
그리고 기사 한 명이 사신에게 다가가 얼굴에 주먹질을 했다.
복부를 걷어차고 머리카락을 쥔 손으로 땅에 처박자 돼지 멱따는 소리가 홀에 울려 퍼졌다.
기사는 그러고서 세인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나 세인은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그래서 사신은 계속 얻어맞아야만 했다.
피가 튀고 얼굴이 단단한 바닥과 몇 번이나 만났는지 모른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사신의 수행원들은 덜덜 떨며 구경하기만 했다.
그들이 나서봐야 폭행 정도가 아니라 단칼에 죽을 수도 있었다.
국제법이 보호하는 것은 사신뿐만이었다.
물론 그 법도 지금 사신을 그리 보호하는 것으로는 보이진 않지만 말이다.
사신의 얼굴이 몇 번이나 걷어차인 후에야 세인은 그만두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는 내가 여기 앉아 있다는 것을 알 텐데. 이상한 일이군. 내가 굉장히 정열적이며 정의감에 몸을 떠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가 그런 인물로 나를 생각하고 있다고 믿게 하기 위한 포석일까? 내가 그를 깔보기를 바라는 건가?”
세인이 중얼거리는 것은 누가 듣기를 바라서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긴장을 풀고 혼자 중얼거리는 행위에 불과했다.
홀에 있는 사람 중 그가 신경 써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생각나는 대로 쉽게 지껄이는 것이다.
보이는 사람들을 청자 취급도 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으니까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물론 나는 그가 허수아비라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밑바닥까지 무시할 생각은 없어. 이봐.”
바닥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사신은 허수아비라는 단어를 들었음에도 반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는 세인의 차가운 눈과 마주치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너는 사회의 신용과 상식을 믿었겠지만, 나는 거기에 부응해 주지 못해. 왜냐하면 나는 이미 괴물과 드레퓨스가 한 몸이라 생각하거든. 나는 둘을 분리해 판단할 재주가 없어. 그러니 다 뭉뚱그려 생각할 수밖에. 그리고 네 주인부터가 상식적인 것을 원하지 않아. 그래도 이렇게 사신까지 보냈다는 것과 선물까지 안겨줬다는 뜻은 적어도 어떤 반응을 기대했다는 거야. 그러니 내가 어떻게 해야겠어?”
분명 물음을 던졌는데 사신의 대답을 들어보고 싶은 얼굴이 아니었다.
쓰러져 있는 사신의 얼굴과 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의 입장에서야 실컷 찔러봐도 외교관이나 사신을 섣불리 해하지 않는 상식을 믿고 함부로 행동한 것이었다.
그런데 세인이 저렇게 담담히 속내를 이야기한다면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너를 조각조각 자르겠다. 그래서 바이칼에게 보내주겠어. 네게 어떤 악감정은 없어. 하지만 내가 화를 내고 있다는 척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리고 거짓으로 친서도 써주겠다. 내게 이런 도발을 한 바이칼에게 몹시 분노하고 있으며….”
그리고 잠시 생각하느라 뜸을 들인 세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내가 침공한다고 선포하면 좋겠군. 어느 장소에서 초전을 치르겠다고 말이야. 단어 하나하나에 격노를 실어서 네 시체와 함께 보내겠다. 네 얼굴만 빼놓고 몹시 훼손된 몸과 함께 말이야. 이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네 머리는 내가 가지마.”
물론 정말로 그런 전투를 먼저 시작할 속셈은 아니었다.
지금 세인이 말한 행위는 인간사회에서는 말도 안 되는 짓이다.
전쟁이란 게 이렇게 마구잡이, 찔러보기 식으로 선포하고 그러는 게 아니었다.
정말 그런 짓을 했다간 사회에서 매장당하기 딱 좋았다.
하지만 세인은 상대를 인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괴물들과의 전투다.
그렇다면 그동안 해왔던 대로 상대할 작정이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차가운 분노를 투사한다.
그리고 상대를 증오로 침몰시킨다.
“잠깐! 잠깐만요! 제 말을 들어 보십시오!”
그러나 세인은 사신의 외침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는 상대가 뭐라고 외치든 상관하지 않고 그를 고문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다.
‘첩자들이 드레퓨스의 지형 같은 것은 미리 다 조사해 놨을 텐데. 굳이 고문까지 해야 할까?’
드레퓨스가 글리터에 했듯이, 그리고 잭이 드레퓨스에 했듯이 첩보전은 양쪽 모두가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저놈을 고문해봤자 쓸만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괜한 시간 낭비 같긴 했다.
그래도 안 하느니, 뭐라도 하는 게 생산적인 일이겠지.
“착각입니다! 그건 착각이에요!”
사신이 부르짖을 때 세인이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착각이라도 내가 손해 볼 건 없잖아. 네놈이 죽고 거짓 서신을 보낸들 내가 잃는 것이 없어. 본전이 걸려있지 않으니까. 뭐라도 하는 게 좋은 거야. 저놈을 고문자에게 보내라. 그리고 가능한 고통을 주어서 정보를 불게 해.”
그러면서 세인은 무책임하게도 무슨 정보를 원하는지는 이야기 해주지도 않았다.
결국 권력자의 기분에 따라서 질질 끌려나가는 사신이었다.
사신이 그렇게 되었으니 그를 수행하던 사람들의 운명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지하실에서 넝마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다가 최후에 극도의 고통을 당하며 죽는 게 그들의 운명이었다.
핏줄기를 바닥에 남기며 질질 끌려가는 사신을 보던 세인은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가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뭔가 생각하듯 눈을 깜박인 그는 상자를 들고 있는 기사에게 신호를 보냈다.
“다시 가져와 봐라.”
기사가 상자를 들고 오자 그는 다시 잭의 머리를 살폈다.
유심히 잭의 머리를 살펴보고, 손으로 더듬던 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상자를 치우게 했다.
그 후로 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러니 뭘 생각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세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평안한 신색을 유지했다.
천천히 걸어 홀을 빠져나온 그는 드워프인 울프크릭에게 만나 달라는 서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