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
& 리턴 라메아 (5)
계단을 통해 다시 사무소를 빠져나오는데 쓰러진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현관을 나서니 잔뜩 몰려든 용병들이 보였다.
무장한 용병들이었다.
도시의 치안대는 용병들이 대규모로 들고일어나자, 굳이 개입하려 들지 않았다.
이 도시는 무력에 있어서는 아슬아슬한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치안대나 용병들이 서로 소가 닭 보듯 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충돌이 일어났을 것이다.
주변국들에서 파견된 치안대는 정말 최소한의 의무만 다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었고, 용병단들은 활개를 치며 돌아다니면서도 일정한 선을 지키려고 했다.
오늘은 그 하나의 선이 깨진 날이다.
세인이 모습을 드러내자, 용병들의 선두에 서 있던 거인도 앞으로 세 걸음 걸어 나왔다.
그는 우렁찬 목소리로 다 들으라는 듯 외쳤다.
“넌 누구냐? 누구의 사주를 받고 움직이는 거지? 요즘 들어 불순한 무리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소리가 있던데, 그중 하나냐? 설마 마족일 줄이야. 이봐. 여긴 글리터가 아니야. 우리 앞마당이라고.”
세인은 얼굴에 문신한 거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리고 딴소리를 내뱉었다.
“스톤헤드 용병단과 관계된 자들이 있나?”
딴소리이긴 한데 효과가 있는 딴소리였다.
앞서 나온 거인은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에 미간을 좁혔다.
“갑자기 그들은 왜 언급하는데?”
“스톤헤드 용병단이 마을 하나를 몰살시켰다.”
이어서 말하려는 세인의 말꼬리를 거인이 잘랐다.
히죽 웃으면서 말이다.
“거짓말. 그 친구들은 내가 알아. 미친 짓을 잘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야.”
그러자 뒤의 용병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스톤헤드 용병단이 마을을 습격한 이유는 간단하다.
갑자기 어느 날 그러고 싶어서였다.
그냥 하고 싶어서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은 가해자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작 가해자는 아무 생각 없이 한 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작 이유를 파헤쳐 봐야 ‘순간 충동이 일어났다.’ 정도였다.
그걸 용병들이 하는 언어로 다시 가공하자면 ‘꼴려서 그랬다.’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 폭력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운명적인 뭔가를 가져다 붙이고 싶어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너무 의미가 없어 보이고 원통하기 때문이다.
지금 용병들이 스톤헤드 용병단은 그럴 놈들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도 간단했다.
호크아이의 말처럼 스톤헤드 용병단은 평소에도 충분히 마을 하나를 박살 낼 수 있는 놈들이었다.
그걸 지금 모인 용병들도 안다.
하지만 스톤헤드 용병단은 자신들과 같은 용병이었다.
오늘날의 용병들은 헌터들에게 밀려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자기들끼리 뭉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건 집단적이고 맹목적인 이기심을 만들어 냈다.
용병들 사이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고, 숱한 고함이 세인을 향했다.
그들이 당장 달려들지 않은 이유는 딱 두 개였다.
첫째는 세인이 마족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세인의 뒤에서, 그의 동료들이 모습을 드러내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었다.
급한 연락을 받고 뛰어온 그들은 설마 혼자서 사무소를 박살 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일행이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세인은 혼자였고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보다 못한 거인이 세인을 향해 중지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흔들고서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댔다.
그가 그 중지를 핥자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제 분위기는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다.
거인은 자신의 무기를 들고 세인을 공격하려 했다.
그런데 그걸 방해하는 용병이 있었다.
어깨가 떡 벌어진 용병이 거인의 팔을 잡았다.
거인은 잠시 짜증 나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얼굴을 풀었다.
그리고 팔을 잡은 용병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사각 턱을 가진 용명해 보이는 남자가 세인을 향해 소리쳤다.
“사라라는 여자를 아나?”
그의 울분에 찬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세인은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볼 뿐이다.
그리고 모인 많은 사람을 보고, 이 정도면 되었다 싶어 앞으로 걸어갔다.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내 약혼녀였다. 그런데 네놈은 비겁하게 그녀를 암습했어! 단검으로 찔러 죽였지! 왜 그랬는지는 신만이 아시겠지! 신은 네 음심을 들여다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어서 말해 봐라! 가엾은 그녀를 죽일 필요까지 있었나?”
그러자 용병들이 화가 난 듯 발을 굴렀다.
진실은 중요치 않다.
지금 남자가 하는 말을 멀리에 있는 치안대가 듣고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진실은 세인에게도 중요치 않았다.
이 순간 그는 연극 무대 위에 선 배우였다.
리턴 라메아 같은 고급스런 연극의 주역은 아니더라도 살인극의 주인공 정도는 되었다.
피를 흘리며 죽어간 사라를 위해 당당하게 나선 남자는 세인에게 단검을 던졌다.
사라를 죽인 바로 그 단검이었다.
그걸로 세인에게 복수 하고 싶었던 것이다.
세인은 그것을 낚아채 다시 던졌다.
그러자 남자는 준비했다는 듯이 방패를 들어 올렸다.
재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세인이 던진 검이 방패를 뚫고 들어간다.
목에 단검이 박힌 남자가 옆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부들거리며 피를 흘렸다.
던지는 힘이 아무리 강해도, 나무를 덧댄 방패를 뚫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거인의 시선이 쓰러진 남자에게 쏠렸다.
아주 잠깐동안 말이다.
그리고 그가 다시 고개를 원위치로 했을 때 세인이 턱 아래에 있었다.
그로서는 언제 세인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왔는지 소스라칠 일이었다.
그러나 능숙한 전사답게 그의 도끼가 세인의 머리를 향해 날았다.
세인은 잠시 그것을 막을까 말까 고민했다.
그냥 그대로 맞아도 상관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켜보는 눈이 많으니 피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허리를 접어 도끼날을 피해낸 그는 오른손을 거인의 복부에 찔러 넣었다.
그러자 거인의 허리가 반으로 접히고 눈알이 금방이라도 빠져나올 듯이 커졌다.
그런 그의 옷깃을 잡고 잡아당기자 힘없이 쓰러지는 거인이다.
실컷 떠들 때는 언제고, 한방에 뻗어버릴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세인은 거인의 손목을 밟았다.
으드득 소리가 나고 그가 쥐고 있던 손도끼가 바닥을 굴렀다.
그것을 집어 든 세인은 도끼로 거인의 목을 내리쳤다.
튀긴 핏방울이 그의 하얀 얼굴에 붉은 얼룩을 만든다.
그것을 소매로 닦아낸 세인은 용병들을 향해 도끼날을 눕힌 채로 겨누었다.
“덤벼라.”
그 말이 효시가 되었다.
살기등등한 얼굴의 용병들이 세인에게 뛰어들었다.
그런 용병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세인의 배려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세인은 그들에게 배려를 베풀지 않기로 작정한 듯 보였다.
용병 서넛이 죽어 나가는 데 불과 수십 초도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달려드는 용병들을 쳐 죽이는 세인의 모습은 주변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이 정도면 도시에서 충분한 화젯거리가 될 것이다.
또 그게 바로, 주변 건물의 창문이 전부 활짝 열린 이유였다.
수많은 눈이 소란을 피우는 세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눈 중에서는 슈나이더의 날카로운 눈도 포함되어 있다.
당연히 슈나이더가 이 소란을 모를 리가 없었다.
용병 중 거인이 말한 ‘불순한 무리’란 슈나이더가 데리고 온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가 이 도시에 눈과 손을 푼 이유는 간단했다.
멜라니 주변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대어가 낚였다.
세인을 발견한 슈나이더는 충분히 흥분할 만했다.
그동안 세인이 안 보인 세월이 몇 년인가?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가 눈앞에 있었다.
이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말이다.
그 증거로 슈나이더의 뒤에 서 있는 부하들은 잔뜩 흥분한 기색이었다.
슈나이더의 근처라 기쁨을 대놓고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지금의 슈나이더를 지배하는 것은 흥분이 아니었다.
그는 심각한 고민이 있는 사람처럼 얼굴을 굳힌 채 팔짱을 풀지 않았다.
‘정말 동일인일까?’
슈나이더는 마법같이 나타난 세인의 모습에 의구심이 들었다.
그렇게 위치를 파악하려고 물자와 사람들을 쏟아부었는데, 찾지 못하던 놈이 별안간 여기에 나타났다고?
그것도 이렇게 기가 막힌 타이밍에?
그는 얼굴을 들어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았다.
멜라니가 묵고 있는 건물은 바로 지척이었다.
너무 공교롭다.
이건 우연이 지나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리터 쪽에서 마플의 죽음으로 인해 한번 찔러 보는 대역인가? 이를테면 미끼? 하지만… 너무 진짜 같군.”
슈나이더의 말에 대꾸하려던 부하들은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혼잣말임을 뒤늦게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머리를 굴리고 있는 지금의 슈나이더를 방해했다간 질책이 있을 것이다.
그걸 알아차린 사람들은 소리 나지 않게 더욱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뒷걸음질 쳐서 방을 나갔다.
이제 방에 홀로 남겨진 슈나이더는 계속 세인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들킬 염려는 없었다.
그는 반투명한 커튼 뒤에 서 있었다.
마법 직물로 짠 커튼이었는데, 밖에서는 절대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왜 지금이지? 너무 좋은 기회라 오히려 의심스러워. 번우드 지역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가 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라고? 그것도 신분에 맞지도 않는 용병들과 다투고 있어? 혹시 이미 마플의 소식을 들었나? 아닌가?”
슈나이더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마음에서 의혹이 구름처럼 피어났다.
그는 용병들을 거침없이 때려잡는 세인을 보다가 멜라니가 있는 여관으로 시선을 옮겼다.
멜라니가 마음이 바뀌어 글리터로 돌아가 버리면, 일이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이건 정말 절호의 기회였다.
너무나 완벽한 기회였다.
그리고 너무나 황홀한 타이밍이라서 오히려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슈나이더는 그 자리에 서서 용병들을 파리처럼 죽이는 세인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가 떠나는 모습까지 구경했다.
하지만 그가 어디로 가는지 안달할 필요가 없었다.
블랙 라이어드의 수준급에 이른 추적자들이 세인의 뒤를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용병 마크를 등에 붙이고 추적하는 멍청이들과 질적으로 다른 전문가들이다.
세인이 아무리 감이 좋아도 그들을 완전히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전문가들은 심지어 벌레마저 이용해 대상을 추적한다.
일단 한번 눈에 띈 이상, 앞으로 세인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이 절호의 기회가 너무나도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딸의 복수를 해야 해. 아내의 복수도 이뤄야 해.”
정작 아내를 죽인 것은 슈나이더 본인이었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합리화를 해버렸다.
세인이 계기가 돼서 아내를 목 졸라 죽인 것이라고 말이다.
슈나이더는 방안을 거닐며 계속 중얼거렸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말이다.
심지어 검사인데도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으려고도 했다.
그가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다가 사람을 불러 날카롭게 물었다.
“녀석은 어디에 있지?”
“치안대에 들렀다가 여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여기에서 멀지 않습니다.”
부하가 위치를 말하려는 것을 손을 들어 가로막는 슈나이더였다.
“티가 안 나도록 조치했겠지?”
“치안대를 매수한 건 절대 모를 겁니다.”
치안대 보고 도와달라고 한 게 아니라, 끼어들지 않게 하려고 블랙 라이어드에서 손을 썼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물을 치려는 자는 송사리가 끼어들어 일을 망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슈나이더는 세인을 잡아야만 했다.
꼭 그래야만 했다.
슈나이더는 답답한 마음에 밤을 지새우다가 다시 카드를 쳤다.
오버 더 카드로 점을 보았다.
“또 나비와 뱀이야?”
마지막 카드는 뒤집어 볼 필요도 없었다.
그래도 뒤집어 보니 품 안에 있는 카드와 똑같은 카드가 나왔다.
지독한 우연이라고 중얼거린 슈나이더는 퍼뜩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카드를 쳐보았다.
오버 더 카드로 다시 세 개의 패를 뒤집어 보니 또 똑같은 패가 나왔다.
그리고 또 한 번 더 쳤다.
다시 첫 번째와 두 번째 카드가 뱀과 나비였다.
이제는 소름이 돋았다.
오버 더 카드로 다시 쳤을 때 똑같은 패가 나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 카드는 수많은 결과를 내포하고 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이렇게 연달아 계속 쳤을 때 세 개의 패가 똑같이 나올 확률은 정말 제로에 가깝다.
지금 뭔가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슈나이더는 침착한 표정으로 턱을 괴었다.
이 순간 그에게 필요한 건, 블랙 라이어드의 수장으로서 침착함과 검사로서의 의지가 아니었다.
그의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지독한 운, 미신적인 그 무엇인가가 지금 힌트를 주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신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게 문제였다.
슈나이더는 지금 엄청난 거사를 치러야만 한다.
세인은 정말 말도 안 되게 강한 존재였다.
그를 죽일 수 있다면 세상의 판도가 바뀌는 것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일 앞에서 그를 굳게 만드는 건 육감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망설일 수는 없다.
망설이기엔 타이밍이 너무나 좋았다.
언제까지고 이 절호의 기회를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생각한 건 비단 슈나이더뿐만이 아니었다.
다음날 회색 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어둑어둑해진 가운데 비가 내리며 사람의 체취와 기척을 지웠다.
은밀히 움직이기 좋은 날이다.
그때 슈나이더가 있는 건물 저편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는 홀로 큰길을 가로질러 걸어왔다.
아주 여유로운 몸짓이었다.
그는 슈나이더가 있는 건물의 앞까지 걸어왔다.
그리고 손으로 문을 두들겼다.
그 노크에 놀란 것은 안쪽의 사람들이었다.
오늘은 방문할 사람이 없는데 누군가가 찾아온 것이다.
문에 달린 작은 창문이 열렸다.
그러자 확인해 보라는 듯, 방문자가 쓰고 있던 두건을 슬쩍 들어 보였다.
작은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램프의 불빛에 자신의 얼굴을 노출 시킨 것이다.
그러자 건물 안에서는 뭔가 뒤집어지는 소리가 났다.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난 것이다.
한차례 소란 후에 현관의 문이 벌컥 열린다.
방문자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건물 안쪽에 들어갔다.
그가 들어서기 무섭게 등 뒤에서 문이 쾅 하고 닫혔다.
슈나이더는 방문자의 소식을 듣고 내려와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외투를 벗는 상대를 보며 힘없는 소리를 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찾아오시면 어떻게 합니까? 주변에서 누가 보기라도 하면….”
그러자 방문자가 웃었다.
“조심스럽게 왔다면 오히려 눈치챘을걸? 차라리 이렇게 당당히 오는 게 좋아. 대체 누가 상상하겠어? 드레퓨스의 주인인 내가 혼자서 여기로 걸어 들어오리라고 말이야. 오히려 이런 방법이 최고라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연막은 대담함이지.”
그렇다.
그는 바로 반이었다.
세인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직접 슈나이더를 찾아온 것이다.
현재 반의 눈은 아주 위험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가늘게 떨리기까지 했다.
“슈나이더. 우리의 기다림이 결실을 보았다. 세인이야. 세인이라고. 드디어 놈이 나타났다. 우리의 지척에 있어. 마치, 어서 올가미를 씌워달라는 듯이 말이다. 그의 애원이 지금 여기 서 있는 내 귓가에 들리는 듯해. 어서 죽여 달라고 비는 목소리가 말이다.”
슈나이더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반이 혀로 입가를 핥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그의 딸도 근처에 있지.”
그야말로 신이 주신 완벽한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