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왕 마검의 주인-232화 (232/307)

# 232

& 리턴 라메아 (4)

세인은 홀가분하게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주위에서 자신을 감시하는 자들이 마플을 살해한 세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어설퍼 보였기 때문이다.

‘반이 지금의 나를 지켜보고 있을까?’

벌써 이곳에 들어선 자신을 발견했을까?

알 수가 없었다.

세인은 갑자기 휘파람을 불었다.

그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에 감시자 중 한 명이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풋내기였다.

세인은 복잡한 골목길로 빠졌다.

시궁창 냄새가 무릎 위로 올라오고, 벽에는 굴뚝에서 나온 연기로 인해 검은 재들이 들러붙어 있는 지역이었다.

세인이 모퉁이를 돌아 건너편으로 사라지자, 감시자들은 행여나 그를 놓칠세라 허겁지겁 뛰어갔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자마자 습격을 받았다.

세인의 발차기가 허벅지를 때리자, 선두의 남자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옆으로 풀썩 쓰러져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런 남자의 뒤를 따라오던 사라는 다짜고짜 단검을 던졌다.

마취액을 바른 단검이었는데 크기가 작지 않았다.

죽이려는 건지 기절시키려는 건지 용도가 모호한 단검이었다.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 단검을 손가락으로 잡아낸 세인이었다.

단검은 세인의 얼굴 한 치 앞에서 힘을 이기지 못하고 파르르 떨렸다.

그걸 본 사라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그녀는 원래 감시인으로 따라붙지 않아도 되었다.

단지 호기심 때문에 세인에게 붙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호기심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세인은 단검을 낚아채자마자 다시 그것을 집어 던졌다.

사라는 날아오는 그 단검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단검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으윽.”

결국 신음과 함께 주저앉는 사라였다.

단검은 손잡이만 남기고 그녀의 몸에 박혀 버렸다.

그녀가 생각 있는 여자였다면, 상대가 누구든 마족에게 단검을 던지지 않았을 것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준 귀족 취급을 받는 마족에게 단검을 던진다는 건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유로운 용병의 인생이라는 게 다 그랬다.

생각이 너무 없었다.

피를 흘리며 주저앉는 사라를 보고 남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생각보다 잔인한 놈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곱상하게 생긴데다가 날씬한 몸집이라서 힘이 없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세인은 쓰러져 있는 남자의 앞에 다가갔다.

그리고 발로 툭툭 치면서 살벌한 소리를 내뱉었다.

“도망가면 죽일 거야. 저 여자처럼.”

사라는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벌써 시체 취급을 받고 있었다.

“거짓말을 해도 죽일 거야.”

“무… 무슨 권리로?”

“영문도 모른 채 날아오는 단검을, 얼굴로 받아낼 뻔한 행인의 권리라는 거야.”

그러면서 세인이 남자의 얼굴을 걷어찼다.

그리고 뻔한 질문을 던졌다.

보란 듯이 용병 마크가 찍힌 옷을 입고 있는 용병에게 이렇게 물어본 것이다.

“용병이냐?”

“그렇다.”

세인은 자신의 외투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 마크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보라고 했다.

남자는 겁이 많은지 술술 불었다.

사실 뭐 기밀도 아니었다.

거리에 나가 외투를 보여주면 누구라도 말해 줄 것이었다.

문제는 사라였다.

그녀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게다가 정신도 몽롱해졌다.

위험한 순간에 사라가 도움을 요청했다.

“이봐! 도와줘! 제발 도와 달라고!”

세인이 힐끗 바라보자 사라가 재차 간청했다.

“여자잖아! 좀 도와줘. 넌 귀족이고 여자를 배려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아? 좀 도와달라고!”

그때 다른 남자들이 모퉁이를 돌아왔다.

동료가 보이지 않자 궁금함에 따라붙은 것이다.

세인은 그들을 때려눕혔다.

그리고 용병 사무소가 있는 위치를 알아냈다.

이 역시 비밀도 아니었다.

사라는 급기야 울부짖었지만, 세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꾸도 하지 않았다.

사라가 그런 세인의 행동을 따졌지만, 곧 죽을 사람인데 말로 이겨서 뭣 하겠는가?

세인의 시각에서는 말 섞을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는 필요한 정보를 얻어낸 후, 쓰러진 사라의 몸 위를 훌쩍 뛰어 넘어갔다.

사라가 세인에게 손을 뻗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뒤도 안 돌아보고 그 자리를 떠난 세인은 거침없이 걸었다.

용병 사무소를 향해서였다.

그는 고발과 재판이란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

지금은 싸움 한복판이었다.

세인이 생각하기에 지금은 고발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용병 사무소의 앞으로 간 세인은 경비를 서는 남자들에게 다가갔다.

창을 들고 있던 덩치들은 세인을 보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말을 곱게 할까 험하게 할까 잠시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그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다.

세인이 그들을 때려눕혔으니까.

지나가던 사람들은 세인이 용병들을 개 패듯 때리는 걸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다들 멍한 얼굴이었다.

피에 젖은 용병이 허공을 붕 날아 길바닥으로 쓰러지자, 그제야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사람들이 흩어졌다.

소리를 지르면서 말이다.

현관을 지나쳐 아래로 통하는 계단을 본 세인은 혀를 찼다.

그는 소란을 크게 일으키고 싶었다.

그래야 주목받을 수 있었다.

반이 세인의 위치를 모를 수도 있다.

그러니 그가 자신을 보고, 수작을 걸어오게 해야만 했다.

반에게는 지금이 기회였다.

글리터로 가면 물론 세인의 주변인들을 노리기도 쉬워진다.

대신 경비도 강해지는 것이다.

반이 바보가 아니라면 지금 홀로 있는 세인을 노려야만 했다.

에스를 향해 움직인다면 더욱 좋다.

까마귀가 위에서 바라보고 있으니까, 에스쪽으로 움직이는 집단이 보이면 그가 세인에게 알려줄 것이다.

하지만 세인은 반이 에스를 노릴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자신의 목도리에 쓰인 단어들 때문이었다.

계단을 걸어 내려가니 용병들이 공격을 해왔다.

세인은 그들의 무기를 피하며 때려눕혔다.

살짝 손만 봐주니, 지나간 뒤에서 일어나는 기척이 들렸다.

세인은 돌아보지도 않고 앞에 있던 용병을 번쩍 들어 뒤로 던져 버렸다.

그러자 한바탕 요란한 소리가 나고 ‘끄응.’하는 목소리와 함께 잠잠해졌다.

졸지에 습격을 받은 용병들은 황당한 표정이었다.

용병 사무소는 용병들의 지휘소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당장 여기의 경비는 형편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인은 곧 뒷감당을 해야만 할 것이다.

주변에서 용병대가 벌떼처럼 몰려들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시간을 끌며 어느 정도 막아야 하는데, 이건 상대도 안 되잖아!’

속으로 그렇게 외친 것은 수비대장이었다.

근육질의 수비대장은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황소 같은 용병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들면 세인은 어린아이를 다루듯 물리쳤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한 톨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허리춤의 검을 뽑지도 않았다.

쓰러지는 용병들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쳤다.

“무슨 원한이 있는 거지? 왜 여길 습격하는 건데?”

악을 쓰며 소리를 지르는 남자에게로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세인의 발차기에 맞은 거구의 남자는 믿을 수 없게도 뒤로 날아갔다.

그것도 일직선으로 말이다.

그리고 진열장에 몸이 부딪혀 와장창 소리를 냈다.

그의 몸 내부에서도 그런 소리가 났을 것만 같았다.

늑골이 몇 대나 부러졌을까?

보다 못한 용병들이 육중한 방패를 내세웠다.

그리고 통로에 장애물을 쌓았다.

심지어 실내에서 활을 쏘는 녀석도 있었다.

잘못 맞으면 동료가 당할 수 있는데도, 급하니까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세인의 입장에서는 하나도 긴장되지 않았다.

그는 용병들이 지껄이는 말과 욕설 그리고 의문조차도 다 무시해 버렸다.

그저 가로막는 것을 뭉개면서 전진했다.

마검은 당연히 뽑지도 않았다.

철문이 앞을 막아섰을 때는 맨손으로 그걸 찢어 버리는 그였다.

그걸 주변에서 바라보다 기가 질린 용병들이다.

“마족이 강하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지만 이 정도였어? 너무 상식 밖이잖아?”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뒤로하며 세인은 내부 깊숙이 들어갔다.

그렇게 호크아이와 만날 수 있었다.

호크아이는 식사 중이었는지 하얀 식탁보가 씐 테이블 앞에 있었다.

싸늘하게 식은 스테이크가, 손도 대지 않은 채 접시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본 세인이 걸어가 앉았다.

그리고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스테이크를 썰었다.

그러자 나이프가 접시에 닿아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귀족 예법을 모르는 세인이 아니니, 일부러 들으라는 식으로 소리를 내는 것이다.

시위라면 시위였다.

그런 세인을 피해 벽에 등을 댄 호크아이는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별별 생각이 다 들고 있을 것이다.

“왜 도망가지 않았지?”

별안간 날아온 질문이 그런 호크아이의 머릿속을 깔끔히 정리해 버렸다.

“비밀 통로를 신축 중이거든. 당신은 누구지? 대체 누구인데 여기까지 들어와서 행패를 부리는 거야?”

세인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고기 조각을 씹으며 맛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에 살짝 울컥한 호크아이가 다시 말을 내뱉었다.

“거기에 독을 탔어.”

“안 통해.”

와인잔을 빙글빙글 돌리던 세인이 왜 백포도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포도주는 생선과 함께 마시는 거니까 말이다.

이렇게 세인이 여유를 부리면 고마운 것은 호크아이였다.

그는 용병대들이 밖에서 집결할 시간을 벌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을 끄는 것은 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눈짓으로 맞은편에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호크아이가 주춤거리며 의자에 앉을 때 진실을 말해 주었다.

“도망가면 잡아서 죽일 거야. 네 동료도 모조리 죽이겠다. 왜 글리터 주변에 무장한 인간말종들이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군.”

그 말을 들을 호크아이는 잠깐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서 글리터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데 저런 소리를 내뱉는다니, 하지만 억울함보다도 대체 상대의 정체가 뭔지 의문이 들었다.

그에 비해 지금 상대는 자신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투다.

그 상태로 호크아이는 세인의 이어지는 말을 들었다.

“용병대가 마을 하나를 박살냈더군. 그 용병들은 도적 떼들과 다름이 없었어. 삶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생존자를 남겨 놓지 않는 일은 몬스터들이나 하는 짓이야. 용병들은 서로 돕고 살잖아. 보니까 무장도 제대로 된 용병대더군. 풀 플레이트 메일도 보였어. 그걸 걸칠 시간이 없었을 뿐이지.”

“이봐.”

그때 세인이 호크아이를 노려보았다.

그 차가운 시선에 호크아이는 움찔거릴 수밖에 없었다.

평소의 호크아이는 담력도 상당하고 한 성깔 하는 인물이다.

거친 용병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전사였다.

그러나 그것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목숨 줄을 지킬 수 있다.

세인이 거느리는 기사 중 한 명만 여기에 와도 그는 기를 펴기는커녕, 고개를 땅에 처박아야 할 것이다.

왕의 위엄이란 것을 처음 느껴보는 호크아이는 자신의 심장이 왜 이렇게 떨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정도 장비를 가진 전투단체는 결코 홀로 서지 못해. 연결된 곳이 있기 마련이야. 그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여기고, 너는 그들과 같은 용병이야. 표식도 비슷해. 혈맹 정도가 아니고서야 누가 표식을 그렇게 비슷하게 만들겠어? 나도 과거에 용병들을 거느려 본 적이 있어. 그들의 생리를 알아. 이봐. 이름이 뭐지?”

“호크아이.”

“그래 호크아이. 이제 말해봐.”

“뭘… 말하란 소리지?”

“뭐라도 좋아. 내가 만족하지 못하면.”

“못하면?”

호크아이는 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 혼자만이 벌이는 싸움이었다.

정작 세인은 느긋했다.

호크아이의 얼굴에서 구슬땀이 흘러내릴 때, 세인이 대수롭지 않은 투로 말을 이었다.

“에스라는 아이의 숙모가 불타 죽었어. 대답이 되었나?”

그 후로 호크아이는 뭔가에 홀린 듯이 최선의 대답을 내놓기 위해 떠들어 댔다.

이래서 진심은 통하는 법이었다.

호크아이가 믿든 안 믿든 세인은 그를 태워 죽일 수 있었다.

그것도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말이다.

연기가 지독한 목재까지 섬세하게 고른 화형대에 세운 후, 채찍질을 하고 불을 붙일 수 있었다.

그걸 할 수 있다는 근거는 하나도 제대로 대지 않았다.

그저 강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호크아이는 진짜로 믿었다.

세인이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최선을 다해, 스톤헤드와 자기 용병단이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것을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

용병단의 체계, 그리고 요즘의 활동 추세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세인은 오늘날의 용병단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지금 상황과 상관없어 보이는 질문도 툭툭 던졌다.

“멜라니라는 소녀에 대해 말해봐.”

“네가 생각하는 글리터는 어떤 곳이지?”

“이 도시가 생긴 이유는?”

호크아이는 아는 것이 많았다.

세인은 그를 통해 궁금증을 실컷 풀었다.

한 개인의 지식과 의견이라고 해도 안 듣는 것보다는 나았다.

시간을 때우기도 좋고 말이다.

세인의 질문 공세에 시달리고 난 후, 호크아이는 진이 빠진 모습이었다.

이만하면 되었다 싶어서 고개를 끄덕이는 세인이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호크아이가 질문을 던져 왔다.

“난 협조적으로 나왔어. 이제 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러자 몸을 돌리려던 세인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호크아이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보니 쓸 만한 놈이었다.

자신의 영역이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을 먼저 내세우는 게 아니라 눈치를 보고, 상황 파악을 할 줄 알았다.

타인을 파악하는 기량도 있는 자였다.

그러면서도 호크아이는 영악하게도 시간을 벌었다.

지상의 용병이 집결하는 시간을 말이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꽤 괜찮다.

세인이 직접 쓰진 않더라도, 사회 어디선가의 구성원으로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지도자가 바라보는 호크아이였다.

“네가 성심성의껏 응해주었으니 나도 솔직히 말하겠어.”

세인의 말에 호크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멍청한 놈 같았으면 이런 순간에도 성질대로 바락바락 대들다가 맞아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호크아이는 말이 통하는 사내였다.

물론 그게 지금에 와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마을 하나가 사라졌다.

그 책임은 가볍지 않았다.

용병들이 약에 취해서 그랬건, 어떤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었건 책임이 따라붙었다.

또 예방적인 차원에서라도 취해져야 하는 조치가 있다.

세인은 솔직히 자기 생각을 말해 주었다.

“가능한 한 멀리 도망가 호크아이. 가족이 있다면 가족을 데리고 가는 것도 좋아. 물론 추격대가 따라붙겠지. 그리고 기어코 너를 잡아낼 거야. 네 설명을 들으니 이 도시의 성격을 알겠어. 하지만 여긴 엄밀히 말해 글리터의 영토야. 또 설령 글리터의 땅이 아니라도 그래. 뭐든 면제될 수 있다면 애초에 책임이 성립될 수가 없어. 그래도 자살할 수는 없으니 도망가라고. 도망가 호크아이.”

잡혀서 비참한 죽임을 당할 때까지.

세인은 얼어붙어 있는 호크아이를 지나쳤다.

사라진 마을에 대한 책임을 여러 사람에게 물을 것이다.

세인은 그런 책임 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위에는 더 무서운 천벌이란 것도 있겠지.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그는 수많은 생명을 학살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한편 호크아이는 다리가 풀리는 것을 느끼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유리컵에 담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 후에 잔을 내려놓는데, 거짓말처럼 목은 계속 마르고 물맛은 쓰디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