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왕 마검의 주인-216화 (216/307)

# 216

& 달라진 하늘 아래 (5)

골치가 아픈지 손바닥을 이마에 가져다 댄 관리가 앓는 소리를 냈다.

세상이 법대로만 굴러가지 않는다는 건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그의 주인인 영주마저도 그걸 알고 있었다.

엄청난 파워를 가진 중앙 집권 세력의 전투 부대 단장.

오베론의 총애를 받는 성기사 단장이 가진 힘은 얼마나 될까?

그의 심기를 거스르고도 과연 ‘법대로 합시다!’를 주장할 수 있을까?

빈센트가 가진 권력을 떠나, 그의 부하들이 이곳 영지로 달려와서 난장판을 벌인다면 뒷수습은 누가 해야 할까?

“대… 대체 왜 이런 일에 참견하시는 겁니까?”

“자네도 알잖아.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지. 저 사람의 말이 맞다는 걸 말이야. 그런데 왜 그걸 나에게 물어보지? 이봐, 재미 정도는 누구나 볼 수 있어. 나는 귀족의 밤 취미에 대해서 관여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수작을 거절했다고 해서 처형감이라는 결정은 너무 지나쳐.”

“그게 아니라 저 자매를 보십시오. 마녀란 말입니다.”

“겉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몬스터라고 하는 거야? 나는 마족들도 본적이 있어. 자넨 마족을 본 적이 있나? 마족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몬스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냐. 이러다 토론을 벌여야 할 판인 거 같아. 그런데 여기에서 확실한 건 하나 있군.”

관리가 귀를 기울이자, 빈센트가 쐐기를 박았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시간만으로도 내 체면이 아주 심하게 구겨지고 있다는 사실. 너 따위와 이렇게 말을 섞고 있잖아.”

빈센트라고 해서 이렇게 심한 말을 할 생각까진 없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억지로라도 강하게 나가는 것이 상황을 잘 매듭짓는 방법이었다.

결국 머리를 싸맨 관리는 자매를 풀어주라 명령했다.

그로서는 영주의 후환이 무서웠지만, 당장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빈센트의 압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영주 입장에서야 처음에는 길길이 날뛰겠지만, 빈센트의 신분을 이야기하면 결국 제풀에 지치거나 포기할 것이다.

일단 빈센트라는 화재를 피하는 게 급선무였다.

레드는 아주 심각해질 뻔한 일을 잘 풀어준 빈센트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당신 동료가 말했듯이 승전 소식 아래 모두가 친구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뒷감당은 어쩔 겁니까? 분명히 추적이 따라붙을 건데? 당신의 운명은 홀로 몸을 챙기기도 쉽지 않을 텐데요.”

빈센트의 말에 단상 위로 오르던 레드가 답변했다.

“끝까지 책임져야죠. 제 동료도 이 자매를 도와줄 겁니다. 주변에 사람다운 사람이 없으니 저희라도 사람으로서 이 자매를 보살펴야죠.”

레드의 말에 빈센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기의 영주와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최소한 추적대라도 따라붙지 않도록 처리하려는 것이다.

아예 손을 안 댈 거라면 모르겠는데, 이왕 이렇게 끼어든 이상 결착을 봐야만 했다.

*  *  *

젬과 젠을 부축한 레드는 멜라니와 함께 서둘러 도시를 빠져나왔다.

마차에서 멜라니는 고문의 흔적이 역력한 자매의 입에 물병을 가져다 대며 신경질을 부렸다. 마부석의 레드를 향해서 말이다.

“아 진짜. 이게 웬 혹이야. 야! 너 이 애들 책임질 수 있어? 왜 이렇게 곤란한 일을 벌이느냐고!”

그러면서도 물수건으로 젬과 젠의 얼굴을 닦아주는 그녀였다.

물을 받아 마신 젬과 젠은 기절했다가 깨어나길 되풀이했다.

일단 도시에서 아주 멀리까지 달아난 레드는 산 주위를 살폈다.

작은 동굴을 발견한 그는 젬과 젠이 기력을 회복할 때까지 거기에 숨기로 마음먹는다.

멜라니는 투덜거리면서도 젬과 젠을 열심히 간호했다.

이마에 구슬땀을 흘리면서 말이다.

레드는 근처의 마을로 내려가 동태를 살피고 물건들을 구해왔다.

다행히 그들을 쫓아오는 추격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드문 일이군. 영주가 그 일로 자신의 체면을 잃었다며 길길이 날뛸 텐데.”

그렇게 중얼거리던 레드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 버렸다.

그러면서 면도를 하지 못해 까칠해진 턱을 매만졌다.

그날 밤 마경이 그를 찾아왔고, 레드는 세 여자가 있는 동굴에서 멀리 떨어져서 죽도록 싸웠다.

몬스터들이 대패했기 때문일까?

마경에서 나타나는 적들은 전처럼 강하지도 않았고 끈질기지도 않았다.

테러로드가 사라지니 일어나는 일이다.

깊은 악이 없어지니 몬스터의 세력이 약해지는 게 체감이 되었다.

적들을 손쉽게 재로 만들며, 레드는 어쩌면 예상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몸을 뒤덮은 악의도, 능력 있는 신부의 도움을 받는다면 꽤 진행을 늦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이노센트의 패퇴는 세상의 흐름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수혜를 악과 밀착된 크루세이더들이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고 말이다.

‘이제 드디어 사람들은 불안에 떨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것일까? 세리스. 과연 대단한 분이군. 대 전쟁을 종식 시켰어.’

레드는 세리스란 성기사에 대해 감탄하며 몸을 돌렸다.

물론 지금의 그도 그렇고, 멜라니는 꿈에도 몰랐다.

함께 했던 세인과 유미리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걸 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미리가 테러로드를 물리치고 세상을 구원했다.

세리스와 연합군이 목숨을 걸고 싸운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공로는 진실이었다.

그러나 유미리가 실패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세인과 레드, 멜라니가 그녀를 도와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레드는 별안간 자리에 멈춰서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전에 비해 맑게 개어 있었다.

그리고 점차 더 좋아질 것이다.

어쩌면 후대 사람들은 이 시대의 암울한 하늘에 대해 이야기로만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던 레드의 머리는 지하수 위에서 조각배를 탔던 기억까지 떠올렸다.

“어쩌면….”

말끝을 흐리던 레드는 조각배 위에서 세인이 설명해줬던 말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유미리가 악의 우두머리를 물리치고 세상을 구원할 거라는 이야기.

“에이. 무슨… 나도 참. 긴장이 풀어졌다고 이젠 별생각을 다 하는군.”

레드는 고개를 저으며 그답지 않게 피식 웃었다.

이제는 별생각까지 다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그런 그의 생각은 진실이었다.

하지만 이 시대의 사람들은 세리스가 직접 공표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악의 주축을 무너뜨렸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그게 기정사실화된 마당이었다.

성국도 직접 나서서 성명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몰아가는 것만 같았다.

*  *  *

터덜터덜 동굴까지 걸어온 레드는 입구에 앉아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긴장을 풀기 위해 술도 약간 했는데, 그 바람에 깜박 졸고야 만다.

꿈속의 하늘에서 눈이 펄펄 날린다.

그 하얀 눈은 순백의 색깔로 땅 위를 온통 물들였다.

레드는 자신이 꿈속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이건 말하자면 자각몽이었는데, 그가 입을 벌리자 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춥군. 이왕이면 좋은 꿈을 꿀 것이지 너무 추운 곳이야.”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레드는 앞으로 걸어갔다.

하얀 눈 위에 그의 발자국이 하나둘씩 찍혔다.

그러다가 내리는 눈에 찍혔던 발자국이 지워졌다.

그렇게 정처 없이 걷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간격을 두고 그 휘파람 소리에 화답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레드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가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가 뭔가를 발견했다.

레드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멀리 보이는 물체를 향해 걸었다.

시간이 지나자 그 물체는 점점 커지며 정체를 드러낸다.

“….”

소년.

커다란 바위 위에 올라가 있는 소년이 보였다.

“세인님?”

앳되어 보이는 소년이었지만 알 거 같았다.

그 소년이 누구인지 말이다.

참으로 공교로웠다.

그와 닮은 사람도 최근에 봤고, 도움까지 받았다.

그런데 꿈속에서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말이다.

‘이런 게 인연이라는 것일까? 꿈속에서까지 이어지는군.’

희미하게 웃던 레드는 눈앞의 소년이 자신의 상상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한번 말을 걸어볼까?’

“세인님? 거기에서 뭘 하는 겁니까? 길을 잃었나요? 초록색의 바다에 빠지셨을 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현실에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하지만 소년인 세인은 귀가 얼어붙은 듯 그의 말을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보니 굉장히 지치고 힘들어 보이는군. 소년인데도 모든 걸 다 잃은 표정이야.’

레드는 천천히 바위를 타고 올라가 세인의 앞에 섰다.

그리고 잠시 망설였다.

꿈이긴 한데 이상하게 가슴이 울렁거렸다.

뭐라도 말해줘야 하는데, 위로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레드는 말해 본다.

아까보다 목소리를 더 높여서 말이다.

“세인님. 일어나셔야 할 시간입니다.”

레드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세인을 일으켜 주려다가 참았다.

실의에 빠진 세인은 그가 일으켜 세운다고 해도 인형처럼 움직일 것만 같았다.

그에게 일어나려는 마음을 북돋아 줘야만 한다.

그게 바로 해결책이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레드는 또박또박 힘을 주어 다시 말을 걸었다.

“일어나셔야 합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순간 레드는 가슴의 울렁임이 격해짐을 느꼈다.

뜨거운 뭔가가 가슴을 흔들고, 머리 위까지 올라와 그를 통째로 뒤흔드는 느낌이었다.

이것은 오늘 있었던 일이며, 앞으로 일어날 일이다.

세인은 오늘을 품고.

언젠가 그에게 다가와 같이 싸워주고, 위로해 주고.

속을 털어놓겠지.

내가 모르는 낯선 감정을 그 두 눈에 담고서.

이상한 깨달음이 레드를 격동시켰다.

그건 이성적으로는 표현할 수 없고, 또한 성립할 수 없는 묘한 설득력이었다.

시간을 초월해 이어지는 유대가 불러일으킨 각성이다.

갑자기 레드에게 격렬한 감정이 해일처럼 몰아친다.

레드는 북받쳐 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가까스로 말을 내뱉었다.

“당신은 기필코 그 좌절에서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자 앉아있는 소년의 눈가에서 화답이 일어났다.

그 증거는 바로 주르륵하고 흘러내리는 피눈물이었다.

레드는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얼마나 힘들면 저런 눈물까지 흘리는 걸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는 어느새 지금 있는 장소가 꿈이라는 것도 망각해 버렸다.

레드의 말을 의지 삼아, 지팡이 삼아, 비 오듯이 쏟아지는 눈 사이에서 세인은 몸을 일으켰다.

레드는 그리하여 허리를 꼿꼿이 세우는 세인을 본다.

그런 세인을 눈에 담았다.

그러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한 느낌이 레드를 전율시켰다.

‘안녕. 나의 세인. 나의 소중한 친구.’

어느덧 눈가가 축축해진 레드가 소리 없이 웃었다.

‘안녕. 나의 사랑하는 동생.’

그리고 레드는 잠에서 깨어났다.

*  *  *

망치로 맞은 듯 무거운 머리가 피곤을 호소했다.

아마도 제대로 누워서 잠을 청하라는 신호 같았다.

멍하니 앞을 바라보던 레드는 손을 들어 눈가를 훔쳤다.

그러자 손끝에 축축한 기운이 묻어난다.

“뭐지? 설마 운 건가?”

레드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전방을 바라보았다.

뭔가 꿈을 꾸었나?

꿈을 꾼 거 같은데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뭔가… 눈밭에서 뭔가를 본 것도 같은데.’

그때였다.

멜라니가 뛰어와 자매의 회복 소식을 알린 것이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레드와 멜라니는 무릎을 꿇고 있는 젬과 젠을 바라보았다.

젬과 젠은 상반신이 서로 붙어 있는 인간이었다.

그러니까 하체는 하나고 상반신이 둘인 셈이다.

이런 모습 때문에 평소 사람들의 욕과 따돌림을 감수해야 했던 판이다.

그런데 영주의 눈에 띄어 부당한 일을 강요받고, 거절하자 곤욕을 치렀다.

“은혜랄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레드의 질문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젬과 젠이 입을 다물자, 보다 못한 멜라니가 나섰다.

“이봐. 우리도 상황이 좋진 않지만, 이렇게 된 거 우리와 함께할래? 내가 생각해 봐도 다시 너희들이 살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인 거 같아. 어차피 이것도 인연인데 함께 하자. 병간호 때 이야기도 나눠봤지만, 딱히 어디에 몸담을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라며?”

그렇게 먼저 다가서는 멜라니였다.

레드는 아예 행동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젬과 젠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민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런 그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젬과 젠은 자신들의 손을 내밀어 레드의 손을 잡았다.

거칠고 상처가 가득한 레드의 손은 의외로 따듯했다.

그동안 자매가 받은 설움과 고통을 한 번에 씻겨 내려가게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위안을 줄 정도는 될 온기였다.

물기에 젖은 자매의 목소리를 들으며 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운명도 버거운 그이지만, 모두가 외면한 자매를 있는 힘껏 책임져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바람은 그가 죽을 때까지 유지된다.

어느새 멜라니도 다가와 손을 포개었다.

그러면서 중얼거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아 이런 분위기 너무 싫어.”

그녀의 말에 젬과 젠이 웃었다.

울다가 웃는 둘을 보며 멜라니도 빙긋 웃었다.

그런 셋을 본 레드는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크루세이더가 이렇게 혼자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는 세인 같은 인연도 만났고, 세인의 존재 자체로 위로를 받아보았다.

고아로서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공유했던 것이다.

때론 빈센트 같은 사람의 호의를 받아보기도 했다.

곁에서 항상 투덜거리지만 그를 생각해주는 멜라니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젬과 젠이라는 자매를 알게 되었다.

새로운 인연이다.

‘남은 삶의 길이가 얼마나 짧던 상관없어.’

그런 생각을 가져보는 레드였다.

그는 이미 행복했다.

그걸 부정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 검은 기운이 목 위로 올라와 자살하게 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순간이 그의 행복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뭐야? 레드 갑자기 처웃는 거야? 기분 나쁘게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멜라니의 말소리가 동굴 안에서 울려 퍼졌다.

내용은 아까 했던 그 소리였다.

“난 정말 이런 분위기가 싫어.”

그렇게 레드와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운명 안에서 스스로의 삶을 살아갔다.

저마다 개성이 다르듯이 운명의 형태도, 삶의 길이도 다르니.

같은 순간, 같은 시간에 마지막을 공유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 해도 각자 나름대로 만족하는 죽음들이었다.

한평생 의미 있게 살았고 최선을 다해 살았다.

역사의 기록 속에는 그들이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역사 속에서 자신들을 부각하기 위해 산 것이 아니다.

역사에게 인정받기 위해 산 것도 아니었다.

그 역사를 지키기 위해 살았고 때론 역사를 만들기 위해 살았다.

또는 역사 속에서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았다.

대륙을 가득 채운 사람들은 비록 그들을 기억하지 않지만.

적어도 그들은, 자신의 곁을 채워주었던 서로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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