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왕 마검의 주인-207화 (207/307)

# 207

& 나는 다시 일어선다 (4)

세인의 옆을 스쳐 지나가던 검은 절벽이 끝났다.

그 끝은 뾰족한 봉우리였다.

전체적인 모습을 생각해 보자면 길쭉한 육각형 모양의 지대가 헤아릴 수 없는 숫자로 떠 있는 것이 된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검게 가라앉아 있는 평야와 그 위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도시였다.

초록색의 물질이 가득 찬 가운데 원래의 빛이 퇴색되긴 했지만 분명 도시가 맞았다.

검고 뾰족한 건물들이 잔뜩 깔린 도시가 점점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도가 낮아졌다.

아래쪽에서 세인을 끌어당기는 힘도 더욱 강력해졌고 말이다.

귓가에 바람 소리가 들리더니, 그 소리가 점점 매서워진다.

두 팔을 활짝 벌린 자세로 세인은 옆을 바라보았다.

검은 지평선이 점점 위로 올라간다.

이대로 떨어지면 그라도 성치 못할 것이다.

엘라이저와 함께 떨어졌던 폭포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높이였다.

그때 아래쪽에서 다시 황금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세인이 떨어지는 속도가 느려졌다.

초록색이 뒤덮은 세상 속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세인을 누군가가 받아든다.

황금색의 눈동자를 가진 남자였다.

자세한 생김새는 알 수가 없었다.

뿔 같은 것이 나 있는 남자는 검은 그림자나 마찬가지였다.

성인 남자의 두 배 정도 되는 크기인 그가 두껍고 굳건한 두 팔로 세인을 안았다.

그 행동에 이상하게도 세인은 경계심보다는 포근함이 밀려왔다.

남자는 황금빛의 눈으로 세인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면서 입을 열었는데, 그의 목소리 또한 듣기 좋고 온화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늘에서 검은 새가 떨어졌군.”

그러면서 남자가 위쪽을 보는데 세인도 덩달아 위쪽을 바라보았다.

그래 봐야 초록색의 하늘이 끝도 없게 펼쳐져 있을 뿐이다.

“여긴 어디지?”

“아무 곳도 아니다.”

남자는 세인을 내려놓지 않았다.

받아든 상태 그대로 세인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가 세인을 도와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세인은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런 그의 내심을 눈치챈 것일까?

남자가 답을 해왔다.

“떨어진 새는 거두는 것이 예의다. 잡아먹힐 뻔한 것을 구해줬으니 끝까지 책임져야겠지.”

“….”

남자에게 있어 위기에 처한 새는 잠시 거두는 게 예의이고, 놓아주는 친절이 당연한 거다.

그래서 남자는 그를 안아 든 상태로 걸었다.

“넌 누구고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여긴 어디야…?”

남자는 한 번에 다 대답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 남자의 형태가 초록색의 빛 속에서 조금씩 흔들렸다.

주위를 보니 여기는 도시이긴 하지만 폐허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도시를 이룬 것은 남자처럼 검은 그림자들이었다.

위쪽에서 빛이라고 여겼던 것은 그들의 눈빛이었고 말이다.

모두가 자신과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도 대답했지만, 이곳은 아무것도 아니다. 왜냐면 장소가 아니니까.”

그리고서 세인을 어딘가로 데려간 남자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심심한 참에 지나가는 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지금 남자에게 있어 세인에게 하는 이야기는 독백과 비슷한 의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태어났다. 그리고 존재했다. 거기까진 아무 문제도 없었어. 그런데 한 존재가 어느 날 시간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의 인지로 인해 시간이 만들어졌어. 시간이 만들어지고 그 부산물로 인해 모두가 즐거웠지. 전과 다른 행복을 누렸다. 하지만 시간은 대가도 요구했어. 우리가 만든 시간으로 인해 끝이 생겨난 거야.”

남자가 이동하자 주위에서 점점 빛이 사라졌다.

그 말은 대지를 이룬 존재들이 눈을 감고 굳어진 지역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들이 의식을 잃고 돌처럼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여기라면 그의 신하들도 이야기를 듣지 못하니까.

지금 세인을 안고 걸어가는 남자는 위대한 위치에 앉아 있는 왕이었다.

그리고 그의 백성들은 소환 물질 안에서 스스로 뭉쳐 왕이 거주한 땅을 만든 것이다.

남자는 소환물질을 통해 어딘가로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를 이동 시킬 수 없다.

다른 존재와 달리, 남자는 아주 강력하며 뭐든 거부할 자격이 있기 때문이었다.

기미아도 남자의 혜택을 보다가 상처를 입는 바람에 여기에서의 유지력을 잃고 미래로 가버린 것이었다.

그 땅은 서서히 잠들고 있었다.

언젠가 깨어날 날을 기다리면서.

“알겠어? 시간으로 인해 처음과 끝이 생겨났지만, 대가를 치러야만 했어. 그 대가는 너무나도 혹독했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검은 새여. 내 말을 이해할 수 있겠어?"”

남자는 의미 모를 말을 하며 더욱 어두운 곳 깊숙이 세인을 데리고 갔다.

세인은 그에게서 저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마검의 힘을 사용할 수 없는 이상, 그로서는 눈앞의 남자는커녕 아까의 기미아조차 이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를 안아 든 남자는 포용의 시선으로 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순간 세인은 신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존재가 있다면, 바로 상대일 것이라고 여겼다.

그는 남자에게서 아버지의 느낌마저 받았다.

그 느낌의 정당한 근거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분명 지금의 그에게서 부성애를 발견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입을 다물고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 속에서 우리는 소멸해야 해. 소멸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잃을 테고, 그것은 어차피 죽음과도 같아. 남자는 뭔가가 바뀌길 바라면서, 시간을 생각해 냈어. 그리하여 시간이 모습을 드러내고 도도한 강물처럼 흐르기 시작했지만, 동시에 무서운 섭리를 만들어낸 거야. 되돌릴 수 없는 섭리를 말이지. 그러니 그가 얼마나 후회했겠나?”

세인이 남자를 올려다보며 직설적으로 물었다.

“지금도 후회하고 있나?”

그 물음에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

발걸음도 멈출 정도였다.

하지만 곧이어 다시 걷기 시작한 그가 낮게 대답했다.

“그래.”

시간을 만들어낸 남자는 바로 세인을 안고 있는 남자가 분명했다.

그는 왜 시간을 만들어낸 것일까?

무엇이 부족해서?

세인이 보기에 세상에서 완전무결한 존재가 있다면 바로 그일 것만 같았다.

검은 그림자 속에서 번쩍이는 황금빛은, 숨 막히는 위엄과 정순한 힘을 담고 있었다.

세인이 시간을 만든 이유를 묻자 남자가 대답했다.

“빛의 천사인 홀리 크라운을 사랑했기 때문이야. 그때 나는 내게 결여된 자리를 느꼈어. 그래서 갈증을 품게 된 거지. 하지만 그 갈망이 무엇을 잉태할지 미리 알았다면 나는 절대 소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서 맹세한다.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하고 원하는 게 죄가 될 줄 몰랐다. 그 당시에는 그랬어.”

“지금의 내가 보는 당신은 완전해 보여. 그런데도 시간을 초월할 수 없단 말이야? 만들어낸 당신조차?”

세인의 질문에 남자가 무거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시간 속에서 예외는 없다. 앞서 말했듯이 결국 철저히 망가지는 거지. 그러다 결국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미치광이가 되겠지.”

남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곳에서 멈추어 섰다.

그리고 세인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잠시지만 내 외로움을 달래줘서 고맙다. 다시 날아가렴.”

“이봐.”

“생각 같아서는 너를 대화상대로 계속 붙잡아 두고 싶지만, 새는 자유로워야지. 그게 새의 몇 안 되는 권리니까.”

그리고서 남자는 세인을 구멍 아래로 던졌다.

세인은 아래로 추락하며 위쪽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때 남자, 루시드도 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시드는 어두운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세인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세인이 사라진 후에도 못 박힌 듯, 그 자리에 한참 서 있었었다.

“어쩌면 나는 미래의 나에게 돌팔매질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중얼거린 그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의 왕좌로 돌아갔다.

그의 백성들이 가득한 곳, 그 세계 속에서 루시드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정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가만히 있었다.

세인이 도착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그가 떠난 후에도 루시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그때까지의 루시드는 약간 타락했지만, 이성은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그 이성도 결국 시간 속에서 잘게 부서졌다.

그리고 루시드가 완전한 테러로드가 되었을 때, 그는 그 공간을 벗어났다.

왜냐면 완전한 테러로드가 된 이상, 자신이 왜 거기에 계속 머물고 있었는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  *  *

얼마나 정신을 잃고 누워 있었을까?

세인은 축축한 물방울이 얼굴을 두드리는 것을 느꼈다.

몸을 옆으로 돌린 세인은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이 들어 눈을 번쩍 떴다.

여기가 어딘가 하고 위쪽을 보니 초록색의 빛이 물결치고 있었다.

세인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 물을 만지려고 했다.

옆에서 만류하는 소리가 없었다면 말이다.

“건드리지 마.”

고개를 돌려보니 유미리가 앉아 있었다.

“간신히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야. 자극을 주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어. 우리가 떨어질 때는 균형이 무너지지 않았지만, 네가 만지는 순간 엄청난 양의 물이 아래로 쏟아진다고 생각해봐.”

그녀의 말을 들은 세인은 손을 내리며 상태를 물어보았다.

“괜찮아?”

“내가 괜찮지 않을 게 뭐가 있겠어. 가자. 여기에 영원히 머무를 수는 없잖아?”

그렇게 말한 유미리가 손짓을 해 보였다.

따라서 오라는 거다.

사실 그녀는 세인이 깨어나기 전에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순간이 영원하다면 좋을 텐데. 계속 함께 할 수 있다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부질없는 미련일 뿐이다.

유미리가 그것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유미리. 여기로 떨어지면서 도시 같은 것을 봤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무것도 없었는데.”

세인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말을 아끼기로 마음먹었다.

초록색 빛에 비친 유미리의 얼굴이 우울해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그녀는 마음의 여유라고는 조금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지금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한계를 말하자면, 위에서 빛나고 있는 초록색 소환물질을 제외한 아주 낮은 공간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한참 동안 석굴 같은 곳을 기어 다녀야만 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했을까?

초록색의 물이 점점 높아지면서 유미리와 세인은 완전히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유미리가 뒤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내밀었다.

세인은 그녀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결국 그 손을 잡았다.

그들이 돌아다니는 통로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게다가 단층도 아니다.

마치 여러 개의 개미굴을 한곳에 모아다가 겹쳐놓은 것만 같다.

그 복잡한 길을 유미리는 거침없이 걸어 다녔다.

가끔 탁 트인 공간도 나타났다.

폭이 좁은 다리를 가로질러 가는데, 밑을 바라보니 천 길 낭떠러지였다.

다리 위에는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초록색의 빛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황홀할 정도로 빛나는 천장이 어두운 지하 공간을 밝혀준다.

“꼭 와봤던 사람 같네.”

“와봤어. 사전 탐사 때 머무르며 지도를 만들었었거든. 여긴 드워프들이 만든 곳이야. 그들이 내게 길도 많이 알려줬지. 그러니 나만 믿고 따라오면 돼.”

대답을 하는 유미리는 기분이 가라앉은 듯 보였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서서히 끝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그걸 느낀 세인이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그 상태로 둘은 미로 속을 거닐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세인은 방향성을 잃게 되었다.

너무 꼬아놓은 길을 계속 돌았기 때문이다.

유미리는 그런 그를 잡고 거침없이 목적지로 이끌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들이 도착한 곳은 거대한 기둥 앞이었다.

붉은빛을 띄우고 있는 기둥은 초록색 하늘이 된 소환물질을 향해 솟아 있었다.

“세계수의 팔이야.”

“이게 팔이라고?”

되묻는 세인 옆에서 유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쉴 새 없이 폭행당한 가엾은 소녀의 팔이지.”

유미리는 붉은 기둥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 작은 접촉에 놀랍게도 붉은 기둥의 전체가 부르르하고 떨었다.

그 떨림 앞에서 유미리가 말했다.

“나의 친구. 내게 길을 열어줘.”

그 대답은 손을 대고 있는 기둥이 아닌 뒤에서 들려왔다.

“바라던 바야.”

세인과 유미리가 뒤를 돌아오니 하얀 사슴이 서 있었다.

그 사슴은 슬픈 눈망울로 유미리만 직시했다.

그 앞에서 유미리가 애써 웃어 보인다.

세인은 둘 사이에 굳이 끼어들려 하지 않았다.

꽤 심각한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슴이 눈짓으로 세인을 가리켰다.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지?”

그때 유미리는 사슴의 눈을 보았다.

사슴의 눈은 오염되어 있었다.

유미리는 단번에 그걸 알아차렸다.

지금 눈앞에 있는 세계수에게 그녀의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무리도 아니다.

유미리가 어렸을 때 기억한 북쪽의 세계수는 굉장히 여리고 부드러운 존재였다.

그런 그녀가 끔찍한 폭행을 당했으니 어디까지 망가져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결국 유미리는 말을 둘러댔다.

“내 동생 유고야. 같이 왔어.”

“흐음.”

사슴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 사슴의 모습에서는 섬뜩한 분위기가 풍긴다.

마치 면도날처럼 예리한 분위기였다.

괴물들의 고문이 그녀를 망쳐놓은 것이 분명했다.

“보통 사이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동생이라고?”

“그래. 맞아.”

그러자 사슴이 의심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어본다.

“그도 같이 가는 건가?”

“같이 가지만 싸우진 않을 거야.”

“뜻대로 해, 친구. 나는 네가 성공하기를 바라니까. 너무나 간절하게 바라기 때문에 가슴이 터질 정도야. 하지만 정말로 해낼 수 있겠어? 닉스를 처지 할 수 있을까?”

“해야지. 그러기 위해 다시 일어나 먼 길을 온 거야. 그러니 친구. 마지막 길은 네가 열어줘. 나는 악에 도달해야 해.”

“고마워, 유미리. 난 오늘만을 기다려 왔어. 너무나 지독한 시간이었어. 염치없지만 엘프들의 친구인 네게 부탁할게. 나를 해방해줘.”

하얀 사슴의 호소 앞에서 유미리가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 앞에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말했다.

“기꺼이.”

그게 시작이었다.

붉은 기둥이 움직이기 시작한 게 말이다.

지진과 함께 엄청난 크기의 기둥이 아래로 움직였다.

세인이 굉음을 내며 가라앉는 기둥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러다가 다시 뒤를 바라봤을 때, 하얀 사슴은 사라지고 없었다.

붉은 기둥이 가라앉자 이제 초록색의 하늘이 폭포처럼 아래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그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면 낭패다.

하지만 유미리는 조금도 당황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녀는 잠시 떨어졌던 손을 다시 세인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눈으로 웃으며 말했다.

“가자.”

세인은 다시 그녀의 손을 잡았고, 둘은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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