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왕 마검의 주인-187화 (187/307)

# 187

& 오후 속에서 여행을 떠난다. (1)

엄폐물 사이에서 불쑥불쑥 머리를 드러낸 것은 고블린들이었다.

고블린들이지만 몸집이 균일한 것은 아니다.

난쟁이도 있었고, 홀쭉이가 있는 반면 거대한 몸집을 가진 뚱뚱이도 보인다.

그들은 긴 귀를 가지고 있었으며 탐욕스럽게 눈알을 굴렸다.

문제는 이들이 왜 굳이 모습을 드러냈느냐 하는 것이다.

고블린들의 위치를 보면 위쪽이었고 기습하기 딱 좋은 위치였다.

그런데 얼굴을 보인 쪽은 고블린들이다.

레드는 방패를 세운 채 고블린들에게 다가갔다.

이들이 모습을 먼저 드러낸 이유는 그도 짐작 가는 바가 있긴 했다.

그들은 죽어버린 시체를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머리가 큰 고블린이 레드에게 다가오더니 두꺼운 입술을 열었다.

“안녕. 나는 두꺼비 입술이라고 해. 나는 고블린이니까 고블린 집단에 속해 있는데,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집단일 거야.”

“계속해 봐.”

레드가 차가운 소리로 대답하자 고블린은 검지를 흔들었다.

“그렇게 뻣뻣하게 나올 때가 아냐. 넌 강하겠지? 방패를 든 자세가 그런데? 하지만 보시다시피 우리는 무리 지어 돌아다녀. 그리고 뒤에도 숨겨진 동료들이 있어. 네 동료는 싸움을 잘하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없어. 우리는 합리적이고. 거칠지 않아. 그래서 이렇게 거래를 제안하는 거야.”

멜라니와 유미리는 뒤로 물러섰다.

멜라니도 싸울 줄 알지만, 대단한 실력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도망치자니 이놈들을 다 따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난 내 이름을 밝혔어. 네 이름은 뭐지?”

“레드.”

“그래 레드. 우리 거래는 간단한 거야. 우린 살아있는 여자를 원해. 하지만.”

레드가 이를 드러내 보이자, 고블린은 두 손바닥을 보였다.

진정하라는 뜻이었다.

“둘 다가 아냐. 한 명만을 원해.”

합리적인 고블린들은 살아있는 여자를 원한다.

전투가 벌어지면 여자들이 다칠 수 있었다.

물론 이대로 전투가 벌어져도 그들이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죽는 고블린이 꼭 나올 것이었다.

그들의 힘은 집단성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러므로 구성원이 죽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보통 몬스터와는 달라. 이유 없이 너희들을 해치지 않아. 지금만 봐도 합리적인 거래를 제시하고 있잖아? 한 명이야. 여자 한 명만 주면 깨끗이 물러날게. 게다가 고르는 것도 네 선택이야. 이 정도면 진짜 친절하지 않아?”

그러면서 고블린은 웃어 보였다.

뻐드렁니가 다 드러나도록 말이다.

고블린들의 뒤에는 여러 개의 언덕이 있었다.

이게 첫 번째 언덕이다.

두 번째 언덕에서 그들은 다시 마주칠 것이다.

그리고 레드를 협박해 나머지 여자도 빼앗을 셈이었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었다.

일단 의지가 한번 무너지면,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 나머지 여자를 포기하는데 생각이 미칠 것이다.

두 명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을 아는 고블린들이었다.

“한가지 물어보지. 왜 내가 그 협박에 응할 거라고 생각해?”

“이건 협박이 아니야. 인간 산적들보다 훨씬 합리적인 제안이지. 그들이라면 너희들의 모든 걸 빼앗았을 거야. 하지만 우린 몬스터라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을 신사적으로 대하고 있어. 그걸 모르겠어?”

그러자 레드가 웃었다.

“인간 산적? 그런 사람들이 있어? 너희들이 다 죽인 게 아니고?”

“답답하군! 네 고집 때문에 모두를 죽일 셈이야? 너 하나만 죽으면 모르겠지만, 내 동료도 죽고. 네가 지키려는 사람들도 죽는 거지. 너는 산수도 못 해? 또 죽어 나갈 말은 무슨 죄지? 왜 이렇게 비이성적인 거야!”

호통을 치고 있는 두꺼비 입술은 괴짜 전사의 손에서 살아난 적이 있었다.

그 전사는 평소 상냥한 사람이었는데, 고블린 마을을 토벌했다.

그리고 연약한 두꺼비 입술을 보고 그만 동정심을 품게 되었다.

동료들은 그런 감정을 엽기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전사의 생각은 단호했다.

“아직 어려. 연약한 생명체야. 온정을 베풀어야 해. 몬스터라도 은혜를 입으면 달라질 수 있어! 몬스터이기 이전에 생명체니까.”

전사는 두꺼비 입술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었다.

이 시대의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취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물론 두꺼비 입술은 성장한 후에 전사를 다시 만났다.

그의 마을을 불태우고 몰살시켰다.

동료들을 모아 강해진 두꺼비 입술은 전사가 지켜보는 앞에서 그의 가족들을 먹어치웠다.

그리고 절규하는 전사를 온갖 방법으로 고문했다.

그는 그렇게 은혜를 갚았다.

그 후로도 머리를 쓰며 집단적인 힘을 이용해 마주치는 인간들을 괴롭혔다.

오늘은 레드의 차례였다.

“네 욕심과 감정 때문에 모두를 괴롭힐 생각이야? 너 하나 때문에 많은 생명이 사라질 수도 있어. 이 악독한 놈아!”

이 개소리 앞에서 레드는 단검을 혁대에서 뽑아 들었다.

그러자 두꺼비 입술은 뒤로 물러나며 소리를 질렀다.

그 신호에 고블린들이 날카로운 물건들을 던졌다.

레드가 방패를 높이 들자 독을 바른 쇳조각들이 거기에 맞고 튕겨 나갔다.

방패를 내린 레드는 앞으로 돌진했다.

그는 첫 대상으로 두꺼비 입술을 노렸다.

하지만 민첩한 두꺼비 입술이 펄쩍펄쩍 뛰어 바위 속으로 사라지고, 다른 고블린이 레드의 단검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전투를 벌이는 소리가 주변을 뒤덮었다.

두꺼비 입술은 바위 뒤에 숨어 있었다.

하지만 두려움에 떨지는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싸움은 고블린 쪽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일 것이다.

그는 두려움에 떨기는커녕 투덜거렸다.

“이기적인 놈을 만나서 여자들이 다 죽게 생겼네. 여자들은 가능한 습격하지 말라고 이야기해놨지만, 저쪽에서 먼저 자결이라도 하면 짜증 나는데.”

그는 구시렁거리며 레드를 욕했다.

따지고 보면 지금 바위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고 있는 것도 말을 못 알아먹는 저놈 때문이었다.

합리적인 거래를 제시했는데 왜 현실을 부정하냔 말이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었다.

고블린이 투덜거리고 있을 때도 시간은 흘러갔다.

그리고 전투는 끝을 맞이했다.

이제 바위 뒤는 잠잠해져 있었다.

두꺼비 입술은 머리를 내밀기 전에 여자들이 살아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 명만이라도 건질 수 없을까.”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킬 때였다.

누군가가 위쪽에서 자신의 어깨를 잡았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위쪽을 보니 레드였다.

피에 젖은 얼굴인 그가 담담하게 두꺼비 입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두꺼비 입술 입장에서는 흥분하지 않은 그 눈빛이, 오히려 무서운 것이었다.

그가 귀를 움찔거릴 때, 주변은 이미 조용한 상태였다.

그 말은 고블린들이 몰살당했다는 소리다.

대체 이놈은 뭐지?

그런 생각으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일단 살아나는 게 급했다.

두꺼비 입술은 입을 열었고, 과거 전사에게서 그가 살아날 수 있었던 애원이 쏟아져 나왔다.

“저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그것입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저는 마족입니다. 그런데 인간들이 저를 받아주지 않으니까. 다른 고블린들의 협박에 못 이겨 앞잡이 노릇을 한 겁니다.”

그리고 그의 거짓말이 이어졌다.

살기 위해서 고블린은 애원하고 온정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티 나지 않게 레드의 안색을 살폈다.

혹시라도 극도로 지쳐 있다면 반격을 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고개를 끄덕인 레드는 단검을 두꺼비 입술에게 쑤셔 박았다.

두꺼비 입술이 울부짖는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무자비한 그의 단검이 두꺼비 입술을 누볐다.

마지막은 고블린의 목이었다.

털썩하고 쓰러지는 두꺼비 입술은 일어나지 못했다.

두꺼비 입술의 최후였다.

그때 멜라니가 수통을 들고 뛰어 왔다.

레드의 몸에 묻은 피를 닦아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레드는 손을 저어 그녀를 만류했다.

“뭐야? 왜 그러는데? 다쳤어?”

그러자 레드는 말없이 품 안의 십자가를 꺼내 보였다.

은 십자가는 검게 변해 있었다.

그 앞에서 멜라니는 ‘제기랄’이라고 말하더니, 말을 덧붙였다.

“안 좋은 일은 연이어 터지는구나.”

“오늘 밤. 나는 여기에서 머물 거야.”

“그래, 레드. 난 멀리 자리를 잡을게. 아주 멀리 말이야.”

“저기. 멀리를 두 번씩이나 강조할 필요는 없는데.”

하지만 멜라니는 레드의 다음 말을 듣지도 않고 등을 돌렸다.

레드의 입맛 다시는 소리를 들으며 말이다.

*  *  *

유미리와 멜라니는 언덕 위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두꺼운 침낭 속에 몸을 맡겼다.

그날 밤은 유난히도 불이 없는 밤이었다.

램프조차도 꺼내놓지 않은 것이다.

그걸 설명하기 위해 멜라니는 레드가 크루세이더라는 말을 했다.

유미리는 의외라는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능청맞은 연기를 한 것이다.

“크루세이더야? 레드가? 정말로?”

“그래.”

“크루세이더는 혼자 다니지 않아?”

멜라니가 쓴웃음을 지었다.

“크루세이더에 대해 잘 알고 있네.”

“한때 인육을 먹을 정도로 타락한 성직자들 때문에 많은 종교인이 슬퍼했어. 그리고 그런 타락을 순순히 인정한 게 성국이야.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고치려 노력했지. 외부인이 보기에 가장 성화가 높게 불타오른 시기도 그때 이후일 거야.”

유미리는 침낭 안에서 그렇게 말했다.

멜라니는 그런 유미리의 말 속에, 성국에 대한 호감이 서려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게 생각하니 유미리는 정말 이상한 여자였다.

어둠의 존재와 비슷한 상태인데 그녀와 말을 나눠보면 호감이 갔고, 친근감이 들었다.

멜라니는 유미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유미리가 크루세이더에 대해 어떻게 말할지 한번 듣고 싶었다.

“성직자들을 고발하는 증거물이 어디에 많을까? 성국에 가면 넘치도록 자료들이 있어. 놀랍지 않아? 과거 저지른 잘못을 자신들의 성지에 전시해 놓은 거야. 두고두고 그걸 보면서 과오를 반성하고 되풀이하지 말란 의미에서 말이야. 난 그걸 보고 탄식했어. 대단했어. 잘못들을 당당하게 직시하는 그 결정에 전율했어. 선대의 잘못을 후세가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야.”

“유미리. 넌 거기에 가본 적이 있구나.”

“과거의 큰 잘못을 기억하는 건 참 좋은 일이야. 반면 잘못을 망각으로 덮어 버리는 건 용서 받을 수 없는 행동이고. 그런 의미에서 성국은 존경받아 마땅해.”

암흑의 시대.

많은 종교인이 잘못을 저질렀고, 성국은 이를 바로잡고 싶어 했다.

그래서 첫 번째로 이단 심판관이 태어났다.

“나쁜 왕은 나라를 병들게 하고, 타락한 성직자는 그 나라의 영혼을 병들게 한다.”

이런 교황의 말 아래, 이단 심판관들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리하여, 종교로 매음하는 자.

종교로 권력을 대신하는 자.

종교로 힘없는 백성들을 수탈하는 자.

신부의 가면을 쓴 악인들 모두, 거꾸로 종교의 철퇴를 맞고 고문을 당했다.

그들에게 회개는 허락되지 않았다.

차라리 일반인이라면 갱생의 여지라도 있었을 것이다.

육체에 끼친 죄는 용서받을 수 있었지만, 타인의 영혼을 희롱한 죄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었다.

세상에는 다른 얼굴의 신을 섬기는 사람도 있었고, 무신론자도 함께 살아간다.

이런 다름을 인정한 것도 성국이었다.

그리고 이단 심판관 이후로 크루세이더가 태어났다.

가장 처절한 길을 걷는 자.

크루세이더가 태어난 날.

바로 그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이 황야로 나아가, 기꺼이 이삭이 되게 하리라.”

멜라니는 그렇게 말하는 유미리의 눈을 보았다.

유미리의 눈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불길한 초록빛을 본 것도 같았다.

그러나 멜라니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멜라니는 유미리에게 강렬한 호감을 느낀 것이다.

“멜라니. 레드는 오늘 당장 죽을 수도 있어. 그런데 용케도 오늘날까지 그의 곁에 붙어 따라다녔구나.”

“난 소설가니까. 난 신을 이야기하고 싶어. 잊힌 태초의 신을 추적하는 게 내 목표야.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크루세이더만큼 적합한 대상이 없지. 그들이 숭고한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 가끔 레드를 보면 회의감이 들기도 해. 저렇게 사는 게 좋은 건가? 하고 말이야. 하지만 이것만큼은 알고 있어.”

멜라니는 자신의 꿈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

어쩌면 목숨보다 더한 것을 걸었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남이 오해하기 쉬운 여자였다.

제멋대로이며, 말도 험하게 했다.

내키는 대로 행동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멜라니의 내면에는 거칠지만 순수한 열정도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이야말로 신에게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자들이야.”

*  *  *

크루세이더인 레드는 쓰러진 고블린 시체 속에 앉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크루세이더란 어둠 속에서 죽겠다 맹세한 성기사들을 가리킨다.

그들에게 영광은 없었다.

그걸 알고 기꺼이 받아들인 길이었다.

아델이나 레드 같은 젊은이들은 이 땅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절망했다.

그리고 그 절망을 타개하기 위해 기꺼이 죽음의 세례를 받았다.

‘너는 죽음의 대지 위에 홀로 설 것이다. 그리고 피에 젖은 이삭이 될 것이다. 악마들은 너를 추수하고 너의 영혼을 탐닉할 것이다. 그러니 크루세이더. 그날이 오기 전까지 빛이 되어 인간의 편에 서라.’

무릎 위에 올려진 레드의 주먹이 가늘게 떨렸다.

그라고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생명이라면 누구나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그가 선택한 사명 안에 있었다.

그리고 한순간도 그 운명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쓰러지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인간을 위해, 인간의 길을 걸어라. 너는 인간의 검이다. 너는 최후에 버려질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맹세하라. 바로 여기에서 너는, 버려지는 순간에도 인간의 편에서 인간의 검이 되겠노라고 말이다.’

아직도 자신의 머리를 짚었던 건틀렛의 감촉이 뚜렷했다.

그 녹슨 냄새.

그리고 선언자의 목소리도 말이다.

‘인간을 위해 최후까지 검을 휘둘러라. 그리고 악의 표적이 되어 비참하게 죽어라. 아무도 너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레드는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기꺼이.”

그때 주변의 고블린들이 몸을 떨며 일어났다.

살아 있을 때와 달리 잔뜩 부풀어 오른 몸을 가지고 말이다.

기형적으로 머리가 꺾여진 고블린들은 눈을 빛내며 헉헉거렸다.

가시가 입안에서 돋아나며 창처럼 솟아나자, 균형을 잡지 못하고 휘청이는 녀석도 보였다.

그 녀석들은 오늘 낮에 레드가 끝장낸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그 끝은 다른 시작을 잉태했다.

더 악랄하고 음습한 증오를 품고 말이다.

죽음이라는 끝을 물어버린 새로운 시작이 시체들을 일으켜 세웠다.

괴물들이 세상을 오염시키고 이제 악은 얼굴을 가리는 짓조차 하지 않았다.

뻔뻔스럽게 백주의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닥치는 대로 인간을 습격하고 먹이 삼는다.

크루세이더들은 그런 그들의 시선을 빼앗기 위해 어둠 속에 던져진 횃불이었다.

그 불길로 악이 몰려들면, 크루세이더는 기꺼이 싸웠다.

그들은 어둠이 서린 벌판의 가장 멀리까지 달려나가는 희생자, 죽음의 상징이었다.

“계집의 냄새가 나는군.”

두꺼비 입술의 시체를 뒤집어쓴 악이 코를 벌렁거렸다.

끔찍하게 부풀어 오른 고블린의 얼굴은 넓적인 바위를 연상케 했다.

그 안에 작고 둥근 눈이 간신히 붙어 있었다.

한 번도 깜박임을 보이지 않는 눈이 언덕 위쪽을 향했다.

그리고 레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오늘 밤 너를 포식하고 저 계집을 갖겠다.”

다른 고블린들도 동의하는 듯 커다란 덩치를 앞세우며 레드에게 몰려들었다.

그 앞에서 레드는 허리의 장검을 뽑아 들었다.

구석구석 이가 나간 장검은 매우 투박해 보였다.

대신 엄청나게 단단한 검이다.

“다들 그렇게 말했어.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살아있지.”

레드의 도발에 고블린들이 울부짖었다.

그리고 그에게 커다란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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