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
& 헌터 타워 (1)
“거리에 나가서 걸어봤어. 괜찮더군.”
“예. 그렇게 봐주셔서 다행입니다.”
아비게일은 칭찬을 받고 있었다.
지금은 그의 이름을 딴 거리도 생긴 마당이었는데, 세인이 그를 믿어주며 인정까지 해주자 더 큰 기쁨이었다.
하지만 지금 아비게일은 문서 내용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글리터는 천문학적인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눈앞의 세인은 너무 점잖은 거 같다.
자신이라면 놀라서 펄쩍 뛰고 수십 번은 까무러쳤을 텐데 말이다.
설마 이미 그런 건가?
한편 세인은 아비게일이 문서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시선을 주었다.
“그게 그렇게 신경 쓰여?”
“네? 아 네! 당연히….”
“생각해봐. 여긴 아주 오랫동안 인간의 손길이 제대로 닿지 못한 곳이었어. 누가 여기 지맥을 조사했겠어? 그런데 몬스터들이 거의 사라지니 대부분 주인 없는 땅이 된 거야. 그리고 드워프들은 땅의 보물을 찾는 명수들이지.”
“….”
“이것 가지고 뭘 놀라는 거지? 세계수 지역은 여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장량이 엄청날 거야. 물론 거기는 하도 풍요로워서 굳이 광산에 집착할 필요는 없겠지만. 자네는 지금 예상되는 이익에 놀라야 하는 게 아니라, 학자로서 몬스터들 때문에 이런 자원이 인간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안타까워해야지.”
“그렇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앞으로 이런 게 더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세인은 입맛을 다셨다.
아비게일은 앞으로 생길 수입에 놀라고 있었지만, 그것도 인간들이 온전하고 상업행위를 제대로 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드워프들은 이런 광산들을 이용해 그들만의 왕국을 다시 세우려는 모양이야.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건설해야지. 단 우리의 세계는 그들의 세계와 다를 거야. 아비게일. 나는 자네와 그걸 이야기하기 위해 여기 있는 거야. 전체적인 밑그림 말이야.”
아비게일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돈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세인은 돈 이상의 힘을 지닌 남자였다.
그는 아비게일이 보기에 무적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생각해보면, 그는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돈 위에 군림할 수 있었다.
절대적인 힘이 있으니까.
분명히 아비게일이 보고 감탄하는 세상과 세인이 느끼는 세상은 다를 것이다.
아비게일에게 있어서 세인은 초월자처럼 느껴졌다.
“세인님. 이번 기회가 아니면 도저히 물어볼 수 없는 것 같아서 그러는데, 제가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아비게일의 용기에 세인은 ‘그래.’라고 대답했다.
“왜 하필 저입니까?”
세인은 그 말을 듣고 2초 만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차렸다.
왜 아비게일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기용하느냐는 말이다.
하긴 본인이 가장 궁금했을 것이다.
지금만 해도 엄청난 정보를 알려주며 독대를 하고 있지 않은가?
“아비게일”
“예.”
“자네는 마법사야. 학자잖아. 그러니 머리가 좋지. 내 주위에 자네보다 믿을 만한 사람은 많아. 물론 나는 되도록 누구도 완전히 믿지 않으려고 하지만 말이야. 그중에서 굳이 서열을 매기자면 자네 위치는 아주 아래쪽이야.”
아비게일은 세인의 말에 마음 상해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그건 당연한 말이었다.
아비게일은 무기를 들고 세인의 곁에서 싸우지 않았다.
목숨을 거는 상황에서 함께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따져봤자 한 번의 정찰 정도가 고작이었었다.
“나와 전장에서 함께한 사람들을 당신보다 많이 믿지만, 그들의 특기는 전투야. 당신은 학자이고. 그리고 자네는 각성자지. 당신에게 청탁할 사람들이 줄어드는 이유지. 그리고 혈연이 아니라면, 청탁을 거절하기도 쉬울 거야.”
각성자는 세상과 동떨어진 존재나 다름없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잘하더군. 정말 잘하고 있어. 그래서 당신에게 선물을 주었어. 거리에 이름을 붙이게 했을 때부터, 사실 당신이 배신할 거라는 생각은 깊게 하지 않고 있어. 사실 해도 상관없는 것이, 이유는 알지?”
아비게일은 안다고 대답했다.
세인 입장에서는 검을 뽑아 내리치면 그뿐이다.
그는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존재였다.
아비게일이 타락하고 배신을 해도 세인은 검을 뽑아서 죽여 버리면 그만이다.
그의 앞을 막아선 적병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모반을 일으키기도 전에 세인 주위의 기사들에게 적발되어 죽음을 맞이할 확률이 아주 높았다.
글리터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아비게일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죽음을 같이한 전우로 여기지는 않는다.
같은 마을 사람.
대장간 소년이던 잭과는 달리, 외부인으로 시작한 아비게일은 그들에게 있어 단지 유능한 아비게일이었다.
코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세인에게 보내는 충성심은 절대적이었다.
번우드와 글리터에 사는 존재들은 세 군주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태어나서 엄청난 힘을 가지고 결집했다.
사선을 넘어온 공감대로써 하나나 마찬가지인, 유기체를 이룬 것이다.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에 찾아보면 저보다 유능한 사람들도 엄청 많을 텐데, 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세인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난 그들을 당신보다 잘 모르잖아.”
아비게일은 실없이 따라 웃었다.
지금 세인이 보여주는 옅은 미소는 상대를 따라 웃게끔 하는 미소였다.
“아비게일. 당신이 원하면 더 크고 좋은 집을 주지. 더 크고 편안한 소파와 돈을 줄게. 원한다면 금괴들을 가져. 더 원한다면 집 앞에 당신의 동상을 세워도 좋다. 내가 그걸 허락한다. 아비게일. 네가 열심히 한다면 너는 네 권리를 누릴 수 있다. 사람들의 존경을 다 가져가도 좋아.”
그리고서 세인은 난간 위로 팔을 뻗었다.
그 팔 아래에서는 음악 소리가 요란했다.
팔 끝은 그 아름다운 음악이 들려오는 곳을 가리키지 않았다.
쭉 뻗어 먼 곳을 가리켰다.
아비게일은 세인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세인의 손끝은 글리터가 아니라 더 멀리, 검게 보이는 지평선을 가리켰다.
점점이 빛이 박혀있는 검은 땅은, 멀리 별들을 머금은 하늘과 수평을 이루고 있었다.
“뭐가 보이나?”
“땅이 보입니다.”
“저기를 채워봐. 돈은 얼마든지 있어. 드워프들은 광산들을 더욱 발견해낼 거야. 그리고 늘어나는 돈처럼 사람들도 더욱 늘어날 거야. 그러니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저 지평선 너머까지 채워봐. 인간들의 불빛을 말이야. 나는 당신에게 그걸 원하고 있다.”
그리고 세인은 시간을 들여 앞날에 대해 말했다.
아비게일은 그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다가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무심코 세인을 전하라고 부르려다가 말았다.
지금 호칭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글리터는 어떤 곳입니까?”
“나에게 있어 여기는 세계수 지역으로 가는 것을 막는 문이다. 번우드의 방패가 여기야.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전쟁의 교두보다. 그게 내 몫이야.”
“….”
“하지만 넌 그런 나와는 달라. 너에게 있어 여기는 난민들의 안식처. 이민자들의 나라. 누구라도 들어와 살 수 있는 땅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세인은 바보라도 들어와 살 수 있는 곳을 만들라고 말했다.
거리에서 춤을 추고 싶으면 춤을 추게 해주고, 낮잠을 자고 싶으면 얼마든지 잘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고 했다.
그런 그의 말투에서 아비게일은 상대가 자신을 인정하고 있다는 걸 깊이 깨달았다.
물론 믿음은 인정보다 훨씬 기분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인정도 그 자체로만 보면 대단히 기분 좋은 것이었다.
한때 세상과의 고리가 끊어지는 듯한 기분을 받았고, 혼자 동떨어진 상태로 살던 아비게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중요한 것들이 생겨났다.
그는 남에게 인정받음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갔다.
거기에 쐐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그의 이름을 딴 거리였다.
세인은 처음부터 그를 믿지 않는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나 그를 인정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를 소중히 쓰려고 한다.
그래서 글리터의 전체적인 발전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 밑그림이 있어야 계획자는 계획의 기준을 가지게 되니까.
“나는 너에게 천년의 기틀을 닦으라고 말하지 않아. 제국의 터를 만들라고도 하지 않아. 네게 그럴 능력이 정말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그런 건 오늘을 사는 인간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거든.”
“….”
“세월이 주는 자부심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인간은 다른 곳에서 자긍심을 찾을 줄 알아. 아무리 길게 보고 길을 닦아도, 그 반의반도 가기 전에 대부분 사람은 죽을 거야. 그리고 새로 태어난 사람들은 자기만의 길을 찾겠지. 남이 정해준 길을 거부하고 말이야.”
세인은 아비게일 앞에서 오늘을 이야기했다.
“크기와 위엄에 집착해보았자, 드레퓨스처럼 굴 뿐이야. 그게 아니라면 남부의 나라들처럼 다른 이들의 불행보다, 자신의 행복에 집중할 뿐이야.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터를 만드는데 대단한 건 필요 없어. 알겠나? 아비게일?”
“예. 알겠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보인 세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여기를 방문할 사람들에게 안심하고 오늘을 살게 해줘. 내일까지 살게 해주면 좋겠지. 그 이상이 되면 더더욱 좋겠지. 아비게일. 나는 전쟁을 해야 해. 그것이 내 몫이지.”
드레퓨스가 남았고 고대의 괴물들이 나타날 것이었다.
“나는 천재도 아니고 유능한 사람도 아니야. 차라리 바보에 가깝지. 당신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나처럼 믿을 수 없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당신이 훨씬 더 남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
세인은 그것이 결코 분하지 않다고 아비게일에게 말해주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아비게일은 심란한 마음에 좀처럼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벌떡 일어난 그는 얇은 외투만을 걸친 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걸었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정처 없이 걷는 길이었다.
이상하게도 평소 익숙한 그 길과 주변 풍경이, 오늘의 아비게일에게는 전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 * *
어두운 밤 폭포 소리가 요란한 곳이 있었다.
달빛도 간신히 파고들 가시덤불 속을 지나는 그림자가 있었다.
발은 움직이는데 바닥의 가지 밟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은밀하게 움직인 그녀는 바로 엘라이저였다.
엘라이저는 어둠 속을 빠져나와 하얀 대지에 들어섰다.
달빛을 받아 하얗게 깔린 자갈 사이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그녀는 자갈밭을 가로질러 폭포 근처로 다가갔다.
검고 깊은 수면 속에서 붉은 선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 발광체는 일종의 환형동물이었다.
그리고 세계수가 만든 말초 신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수면 아래에서 해초처럼 넘실거리는 붉은 선은 다크 엘프인 엘라이저를 감지했을까?
엘라이저가 묵묵히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폭포 소리가 별안간 멎었다.
그리고 그녀의 감각에 뭔가가 잡혔다.
천천히 뒤돌아보니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하얀 사슴이 보였다.
그 하얀 사슴이 말했다.
“거기까지예요. 더 다가오지 마세요.”
엘라이저는 말없이 하얀 사슴을 바라보고 있었다.
트렌트가 살아 있을 때, 그는 엘라이저에게 세계수의 중심으로 가는 것을 금지했었다.
하지만 지금 나무의 왕은 죽고 없어진 마당이다.
그게 바로 자유로워진 그녀가 여기로 올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사슴은 코를 높이 올리며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오늘의 당신 이름은 뭐죠?”
그 말뜻을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엘라이저는 일단 대답했다.
“엘라이저.”
“엘라이저 나는 당신을 존중합니다. 내 영역에 초대받지 않은 자가 오면 몸이 성하기 힘들어요. 그런 규칙 앞에서 당신은 예외입니다. 하지만 더 다가오지 마세요.”
세계수의 정중한 거절이었다.
그 앞에서 엘라이저는 이렇게 말했다.
“오래오래 살아온 당신이라면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았어.”
“뭘요?”
“내가 누구인지. 왜 내가 그를 사랑하는지.”
세계수는 이렇게 말했다.
사슴도 안타까운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말이다.
“그건 자기 자신에게 물어봐야죠. 그 대답은 자신이 구해야 하는 거예요, 엘라이저.”
“당신은 반신이나 마찬가지잖아. 당신이라면 내가 누군지 말해줄 수 있겠지.”
세계수는 원하기만 한다면 엘라이저를 멀리 이동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엘라이저를 배려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렇게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당신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거예요. 그냥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요. 사랑을 원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그걸 잡아요. 그리고 쟁취해요. 사랑 앞에서 만큼은 모든 걸 파악하고,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은 도움이 되지 않아요.”
과거를 안다고 해서, 역사를 안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었다.
엘프든 인간이든 과거를 거울삼아 잘못을 반성하고 달라지는 게 아니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세계수에 있어 과거란 족쇄 그 자체였다.
과거를 알아도 달라지는 것은 없고, 정체성에 대한 증명도 아니었다.
행동의 근거도 될 수 없다.
그녀는 경고했다.
다가오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엘라이저는 그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미래만 바라보기도 바쁜 시간.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진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 *
오늘 세인은 평소와 달리 새벽 일찍 일어났다.
세안을 하고 성 앞에서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푼 그는, 온천탕에서 목욕을 했다.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아침 식사를 하는데, 오늘따라 식단이 아주 기름졌다.
하지만 그런 식단조차 마플의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음식이 담긴 접시를 직접 내려놓던 그녀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
“먼 길을 떠나시면서 이렇게 형편없이 먹는 사람은 영주님밖에 없을 거예요. 아니 그보다 왜 직접 움직이신다는 거예요? 이제 좀 성에 눌러앉아서 여유를 만끽해도 되지 않아요?”
그러면서 쉴 새 없이 조잘조잘 몰아치는데, 그 앞에서 세인은 눈을 반개하고 포크를 움직였다.
이미 마음을 비운 것이다.
그래서 옆에 앉은 마플이 세리스에 대해 수다를 떨어도, 꼭 장기간 멀리 나가 있어야 하냐고 짜증을 내도, 결국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었다.
그를 죽이지 않는 고난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었다.
마플의 옆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던 세인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포크로 미트볼 하나를 찍고 들어 올렸다.
유난히 무색의 맛인 미트볼이었다.
섬뜩할 정도로 말이다.
양념이 이렇게 골고루 배어 있는데 무색의 맛이라니.
“대체 이건 뭐야?”
“아 그거요? 캐러멜 라이징이에요.”
“그래. 그렇군. 그런데 여기 어디에 캐러멜이 있냐고.”
그때 마플이 평소 그녀답지 않게 음흉하게 웃으며 세인의 팔을 쳤다.
이런 행동까지 하는 것을 보면, 이제 완전히 둘은 서로를 가족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원래부터 그런 구석이 있었지만.
“세리스 기사가 만든 거예요. 주방까지 들어와서 말이죠.”
그리고 말을 덧붙였다.
“세리스. 상당히 적극적.”
언제 투덜댔냐는 듯이 옆에서 실실 쪼개는 마플을 바라보며, 세인은 미트볼을 입안에 넣고 질겅질겅 씹었다.
아무리 맛을 느끼려고 해봐도 무리였다.
복합적인 맛을 내려고 넣은 양념들끼리의 완벽한 충돌이 일어나, 모든 맛을 상쇄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제로로 만들고 말았다.
이 여자.
오히려 과거보다 음식 솜씨가 퇴보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