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왕 마검의 주인-155화 (155/307)

# 155

& 누구와 춤을 출까.

축제 당일 브레멘의 거리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유리 돔 안은 매우 따듯했다.

햇빛이 모아지는 장치는 결국 온실을 유지하는 데만 쓰기로 했다.

온실 안에는 식물들이 풍성하게 자라나 있었는데, 세계수 지역 정도는 가야 볼 수 있는 종도 많았다.

사람들은 남녀노소 신발을 벗고 맨발로 잔디 위를 걸어 다녔다.

꽃이 만발한 가운데 보이는 풍경은 싱그러운 초록색이었고 공기는 아주 따뜻했다.

그리고 넓은 공간 한구석에는 여지없이 신전이 있었다.

“여하튼 신전 너무 좋아해.”

한 드워프가 그렇게 투덜거렸다.

세워 달라고 해서 세워주긴 했지만, 전체적인 조경을 망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말을 다른 드워프가 받았다.

“인간들처럼 신을 믿는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더 보란 듯이 세우는 거 아냐?”

“그렇다고 생각하기엔 너무 밀어주잖아? 벌써 신전이 몇 개야. 이 정도면 왠지 나도 믿어야 할 거 같잖아. 이런 강요는 보기 좋지 않아.”

드워프들은 나무 밑에 모여 불판을 피워 놓고 있었다.

그늘에 술과 고기면 천국이 바로 이곳이었다.

사실 송아지 고기를 먹고 싶었는데, 더 클 수 있는 송아지를 잡는다는 것이 농부들에게는 엽기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드워프들은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내가 만든 신전만 몇 개냐고. 신부가 많은 것도 아니면서 왜 저렇게 신전을 밝히나 몰라.”

“이봐, 입조심해. 아무리 안 보이는 곳에선 신도 씹는다지만, 여기 한복판에서 우리가 떠드는 걸 누가 듣기라도 해봐. 어떤 후폭풍이 닥칠지 상상만 해도 소름 끼치잖아.”

“뭐야. 지금까지 같이 욕해놓고선.”

어쨌든 드워프들은 자신들이 만든 작품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들이 만든 유리 돔을 바탕으로, 여러 형식의 돔을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건설적인 창조란 건 참 멋진 거야. 저기 저 사람들이나 우리는 언젠가 죽겠지. 하지만 이 건물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남아, 누군가를 이롭게 하고 감탄하게 하며 따뜻하게 할 거야. 이런 게 바로 생명에 대한 기부며 올바른 재능이지. 누군가의 머리를 도끼로 박살 내는 게 아니라 말이야.”

그렇게 말한 드워프는 반쯤 풀린 눈으로 건배를 제안했다.

그러자 다른 드워프들이 일어나 잔을 부딪쳐 왔다.

그들은 일광욕을 즐기느라 웃통을 벗고 있었다.

대낮부터 그런 상태로 술판을 벌이는 모습이 참으로 불건전해 보였다.

어떤 드워프는 껄껄껄 하고 크게 웃다가, 벌러덩 뒤로 넘어져서 코를 골았다.

마시다 마시다 그만 술에 지친 것이다.

이런 드워프들의 꼴을 보면 솔직히 울프 크릭이 엘프들 가지고 뭐라 욕할 건 아니었다.

돔은 비를 막을 수 있었지만,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 아니었으므로 새들의 방문을 허락했다.

따듯한 기운을 느끼고 몰려든 새들이 울어대며 나무속으로 들어와 술래잡기를 벌였다.

노점상들이 미는 수레가 곳곳에 가득 차고 행인의 잡담과 웃음소리가 만발했다.

낮에는 이렇게 한가로운 시간이었고, 밤이 되면 글리터의 코어 지역을 제외한 모든 곳이 떠들썩한 곳으로 변했다.

거리가 꼬치 같은 것을 굽는 냄새로 가득할 때, 브레멘의 거리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연주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낮에는 미처 몰랐는데 유리 돔 안은 야광석들이 뿜는 노란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노란 빛은 검은 예복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찬란한 황금빛으로 어울려졌다.

반구형의 공간에 만들어진 좌석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 앞에 선 연주자들은 긴장된 기색으로 악보를 펼쳤다.

이런 대규모 공연은 그들로서도 처음이었다.

갖가지 악기를 손으로 잡고 신호를 기다리던 연주자들도 연주자들이지만, 그들의 앞에 선 지휘자는 가장 마음이 심란했을 것이다.

지금 일어나는 일이 모두 꿈만 같았다.

고개를 들어 유리 천장을 올려다보는데, 유리 너머로 별들이 잔뜩 몰려와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 곡의 이름은 이어지는 노래입니다. 작곡가는 미상이지만 아름다운 곡이죠. 그리고 연주하는 인원이 많을수록 더욱 아름다워지고 웅장해져요.”

지휘자가 연단에 서서 그렇게 말하고는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수많은 눈빛이 무대를 지켜보는 가운데 연주가 시작되었다.

악기들은 나눠준 악보를 따라 현을 울리며 크고 넓게 소리를 뽑아냈다.

처연하게 흐르던 음은 폭발적으로 위로 치솟아 오르다가 철썩이며 암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다시 도도하게 흘러갔다.

마술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애상이 번졌다.

그리고 그것이 비상하다가 다른 감정으로 변할 때면,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 저마다의 생각에 젖어 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연주가 흘러갔을까?

“아아-.”

“오… 이런.”

갑자기 생겨난 이변에 관중들이 감탄사를 흘려내며 눈을 크게 떴다.

그건 연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악기를 연주하던 사람들은 일제히 지휘자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지휘자는 극도의 침착성을 발휘하며 고조되는 음을 가라앉혔다.

그의 지휘봉에 따라 연주는 낮게, 다시 낮게 몰아쳤다.

그러다가 가능한 밑으로 깔리며 잠잠해졌다.

그 빈 여백을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가 가득 메꾸었다.

유리로 된 천장에, 사방에 푸르른 빛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늘에 있는 별빛과 뒤섞인 파란 빛들이 점멸하며 울림을 토해냈다.

자세히 보면 엄청난 수의 반딧불이 몰려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들은 어디에서 나타난 것일까? 그리고 무엇에 이끌려서 출현한 것일까?

그걸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은 없었다.

곤충들이 유리벽을 기어가며 날개를 비벼댈 때.

한 마리 한 마리가 내놓은 소리는 잘게 부서졌다.

마치 우연에 의한 작은 울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수백, 수천, 수만 마리가 가뿐히 넘는 그것들은, 일제히 소리를 내며 놀랍게도 소음이 아닌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사람들은 할 말을 잊고 천장을 메우고 있는 푸른빛들을 바라보았다.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음악을 듣고 찾아왔구나.’

적어도 지휘자는 그렇게 느꼈다.

반딧불들이 낸 소리는 이어진 노래와 비슷한 곡조였다.

전반부나 후반부라고 말해도 믿어줄 수 있을 정도였다.

원래 미완성인 이 노래에 불가사의함이 덧씌워져 지금 하나로 완성되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 지휘자에게 희열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완성에 대한 사명감도 느꼈다.

지휘자가 몸을 낮추며 연주를 아래로 깔자, 반딧불들이 위에서 아래로 노래를 쏟아냈다.

그건 누가 들어도 처연하고 슬픈 노래였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로운 노래였다.

지금 노래를 부르는 주체가 인간은 아니었지만, 그 안에 인간의 정서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그 비극과 슬픔은 실컷 몰아치다가 희망을 잉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휘자는 지휘봉을 거칠게 움직이며 거기에 편승했다.

그래서 불가사의한 합주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제는 연주하는 쪽도, 지휘하는 쪽도 불가사의한 현상이 가져다주는 정열.

그리고 혼을 실어 따라가며 호응하는 음악 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들의 뇌는 음악을 듣고 있었지만, 그걸 완전히 분해하거나 이해할 수 없었다.

감정은 이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온전한 감상은 결국 청자들의 몫이었다.

낯선 영역에서 흘러들어오는 노래가 숨 막히는 순간을 연이어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제 유리 천장 위에는 파란색의 별들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성운은 유리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회전하는 푸른 빛들이 내부의 노란 빛을 감싸 안고 노래를 부르자 모든 게 아름다웠다.

모든 게 소나기와도 같은 격정으로 청중들을 관통했다.

그리고 음악이 끝났을 때, 모여든 반딧불들은 자신들의 사명을 다했다는 듯이 빛을 감추었다.

푸른 빛이 일순간 사라지고 그들이 날아가 버리자 주위는 정적에 휩싸였다.

청중들과 연주가들마저 방금 있었던 격정에서 쉽게 깨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청중 중 누군가가 일어나 손뼉을 쳤다.

그게 바로 시작이었다.

거의 모두가 일어나서 상기된 얼굴로 열렬한 갈채를 보냈다.

유일하게 손뼉을 치지 않은 사람은 앉아 있는 맥이었다.

맥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지금의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은 지나친 감동일까?

본인조차 알 수가 없었다.

갈채를 받는 연주자들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모두가 휘파람을 불고 난리가 났을 때 한 아이가 이렇게 외쳤다.

“한 곡 더!”

“….”

*  *  *

그 시각 글리터 성 앞에서는 무도회가 열리고 있었다.

중심 지역의 대부분 사람은 이곳으로 몰렸다.

무도회라곤 하지만, 비싼 옷을 입어야 입장 가능한 규칙 따윈 일절 없었다.

무대도 하얀 꽃들이 장식된 가운데 단을 세우고, 파라솔을 곳곳에 세워놓았다.

그리고 푸른 빛을 뿜어내는 램프들을 파라솔 사이에 쳐진 줄에 걸어 은은한 조명을 만들었다. 간단한 다과가 작은 원형 테이블마다 놓여 있었고, 술과 음식은 좀 떨어진 곳에 마련되었다.

몇몇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바이올린을 연주를 하는 가운데, 춤출 준비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에 세인이 예고했던 대로, 성안에 있는 마플은 세인이 선물한 드레스를 받아보았다.

화려하거나 요란하진 않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그녀의 마음에 드는 드레스였다.

거울 앞에서 드레스를 몸에 대고 몇 바퀴 돌아본 그녀는 싱글벙글하였다.

치마 밑단에 달린 레이스가 그녀의 기분에 따라 빙글빙글 기분 좋게 춤추었다.

같은 시각, 세리스도 옷을 받아보았다.

그 옷도 세인이 선물한 것이었다.

새 옷을 걸친 그녀는 거울 앞에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문을 열고 계단을 밟았다.

두 여자에게 선물을 보낸 세인은 유리잔 안에 있는 물을 마시며 누군가를 기다렸다.

주변을 채우는 바이올린 연주가 끝나고 본격적인 댄스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초록색의 조명 속, 사람들이 걸어 나와 손을 잡는 게 보였다.

그리고 계단에서 마플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의 치맛단이 계단과 부딪혀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내었다.

반대편에서는 세인이 선물한 옷을 입은 세리스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둘 중 누가 누구와 춤을 추게 될까?

세인은 의자에 앉아 계속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오래가지 않아 끝나버렸다.

상대가 숨이 턱에 찬 얼굴로 급하게 나타난 것이었다.

“부르셨습니까?”

그는 아비게일이었다.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리듬이 땅에 부딪힌 물방울처럼 터지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에 따라 손을 마주 잡은 사람들은 미소를 교환하며 춤을 추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서로 손을 마주 잡은 세리스와 마플이 있었다.

둘을 발견한 남자들이 외곽 쪽에서 박수를 쳤다.

요란하게 치는 것은 아니고 무대에 올라온 것을 환영하기 위한 낮은 박수였다.

여자들은 손에 손을 잡고 쌍쌍이 어울려 경쾌하게 스텝을 밟아 나갔다.

세리스와 마플도 마찬가지였다.

마플이 약간 숨이 차서 헐떡이긴 했지만, 얼굴에 홍조가 가득한 게 기분 좋아 보였다.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만 춤을 추는 방식에서, 보통 남자들의 춤이 늘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남자끼리 손을 잡고 춰야 하는 걸 꺼리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남자와 여자를 서로 마주 보게 하면서, 이성끼리 어울릴 춤을 추게 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는 경우가 있다.

같은 성별끼리 춤을 추게 하는 관습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남부에선 그렇게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노인들은 그걸 문란하다 여겨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네 남편이나 마누라가 이년 저놈과 춤추면 넌 좋겠느냐고들 말하곤 했다.

“아이고 숨차라. 숨차. 그런데 세리스님이 나오실 줄은 몰랐는데요? 기사 신분에 하녀랑 이렇게 춤을 춰도 되겠어요?”

마플은 연주가 느린 박자로 이어지자 간신이 숨을 돌렸다.

세리스는 마플과 마주 잡은 손을 느리게 잡아끌며 그녀를 배려해 주었다.

“그런 건 상관없어요. 상대 기사를 잡으려면 말이죠. 당사자보다도 먼저 그가 타고 있는 말을 노리기 마련이에요.”

세인을 공략하기 위해 먼저 당신에게 점수를 따겠다는 이야기였다.

그걸 대놓고 말하며 상대의 의중을 떠본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마플은 멍한 얼굴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말요? 여기 말이 어디 있는데요?”

“….”

세인은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고 턱짓을 하며, 아비게일더러 앞에 앉으라고 신호를 보냈다.

달려오느라 거칠어진 숨을 안정시키려 애를 쓰던 아비게일은 테이블 앞에 앉았다.

테이블에는 냅킨과 간단한 음식 그리고 아비게일이 보라고 펼쳐 놓은 문서가 놓여 있었다.

세인의 옆얼굴을 바라본 아비게일은 문서를 조심스럽게 들어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세인은 난간 아래서 천천히 춤을 추고 있는 마플과 세리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춤을 추는 다른 여자들 사이에서 둘은 피식피식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거로 보였다.

세인은 그들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곧 문서를 내려놓는 아비게일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비게일의 얼굴은 고심에 빠진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서에는 아주 중요한 것들이 쓰여 있었다.

“다이아몬드 광산요.”

“그래 드워프들은 정말 대단한 존재들이야. 12개를 발견해서 알려왔어. 계약대로 나누는 것 외에, 1개 광산을 선물로 준다고 하는군.”

덤덤하게 말하고 물잔을 잡아가는 세인을 보며, 아비게일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렇게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데, 물을 홀짝이며 마실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해 보일 따름이다.

그리고 드워프들도 평소 그렇게 안 봤는데 다들 미친 거 같았다.

광산 같은 것이 선물로 오가는 건 정상이 아니었다.

그것도 다이아몬드 광산 아닌가?

“여기 쓰여 있는 금광은 화젯거리도 아니군요. 사실 금광 한두 개가 나와도 눈이 뒤집어져야 맞는 건데. 금광…. 수십 개의 금광은… 그러니까.”

세인은 물잔을 내려놓고 깍지 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식은땀을 흘리며 품 안의 손수건 대신 냅킨으로 얼굴을 닦는 아비게일을 빤히 바라보았다.

물론 자상하게 진심 어린 충고도 건네준다.

“노파심에 말하는 거지만, 아비게일. 나는 당신과 대화하기 위해 부른 거야. 그러니 기절은 하지 마. 악감정은 없지만, 기절한다면 내가 발로 걷어차서 깨울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지?”

“예. 예.”

아비게일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세인은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글리터에서 점점 입지가 넓어진 아비게일을 그렇게 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좋아. 그럼 이제 자네를 부른 용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밑에서는 세리스와 마플이 함께하는 무도회가 한창인 가운데,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하는 아비게일을 향해 세인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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