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왕 마검의 주인-149화 (149/307)

# 149

& 슈나이더와 에스메랄다

드레퓨스의 주인은, 바이칼에서 그의 자식인 반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런 변화와 함께 드레퓨스의 정복 속도도 늦춰졌다.

신중해졌다며 그걸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자들도 있었지만, 정보를 통합해 볼 수 있는 자들의 의견은 정반대였다.

지금의 드레퓨스는 안정을 찾는 게 아니었다.

먹이에만 몰입하여 멀리 뛰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있는 야수와도 같았다.

그런 드레퓨스를 보고,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과격함을 가질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중에는 슈나이더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이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슈나이더는 벽계수가 흘러들어오는 동굴 안에 있었다.

벽을 타고 호수처럼 고이는 물은 아주 맑았는데, 그 속에서 송사리도 뛰어놀았다.

동굴 곳곳에는 램프가 걸려 있어서 보고서의 깨알 같은 글씨를 읽는 것에 문제가 없었다.

이곳은 그의 은신처 중 가장 은밀하고 안전한 곳이었다.

이곳에는 그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에스메랄다라는 여자와 함께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독한 추녀였지만 각성자였다.

미래를 볼 줄 아는 능력을 각성한 것이다.

그녀의 그런 능력으로 말미암아, 슈나이더는 안 그래도 굉장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것도 모자라 어깨에 날개를 단 듯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블랙 라이어드 상단이 세계를 주름잡는 상단으로 성장하는 데 에스메랄다의 도움이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드는 의문하나는, 바로 슈나이더의 딸이었다.

슈나이더가 끔찍이 아끼는 딸은 아레이즈의 영지에서 세인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렇다면 왜 에스메랄다는 그 운명을 경고하지 않았던 것일까?

미리 경고했었다면 당연히 슈나이더가 딸을 거기로 보낼 리가 없었다.

보고서를 접은 슈나이더는 그것을 내려놓고 시선을 에스메랄다에게로 돌렸다.

곱슬곱슬한 검은 머리를 가진 그녀는 바닥에 고인 못 안으로 들어가려고 옷을 벗는 중이었다.

슈나이더는 짜증을 내며 입을 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 말만 수백 번은 더 했다.

“거긴 우리의 식수야.”

하지만 결국 에스메랄다는 못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긴 그녀는 슈나이더의 말을 잘 듣는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괘씸하다며 화를 낼 수도 없는 일이다.

왜냐면 그녀는 슈나이더에게 있어 정보를 주는 예언자일 뿐만 아니라, 딸을 낳아준 아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는 각성자가 되며 그런 인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딸을 죽게 한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노에 미쳐 날뛰던 슈나이더는 에스메랄다에게 달려가 따져 물은 적이 있었다.

“왜! 대체 왜! 그 애의 죽음을 미리 내게 경고하지 않았지?”

그때 에스메랄다가 지은 처연한 표정을 아직도 슈나이더는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 대답도 말이다.

“당신 밑에 계속 있었다면 그 애는 행복하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녀가 그런 표정을 짓는다고 해서 슈나이더의 분노가 잠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거야!? 네 딸이야! 인연이 끊어졌다지만 네 딸이라고!”

그래도 슈나이더는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 당시 블랙 라이어드 상단은 엄청난 기로에 서 있었다.

수백 배로 성장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갈림길이었다.

분노에 불타던 슈나이더는 믿을 수 없게도 복수를 하러 달려가는 게 아니었다.

그의 선택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아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블랙 라이어드 상단은 엄청난 규모가 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몸집을 가졌고 정보력도 엄청났다.

아마 세상에서 세인의 측근들 외에, 세인을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슈나이더일 것이다.

그는 세인을 경시하지 않았고, 그의 고통이나 죽음을 노렸다.

하지만 그건 요원해 보인다.

“마플이란 여자가 그의 약점이 될 수 있을까? 아직 불투명해. 약점이 된다 해도 그녀를 죽인다면 작은 고통만 안겨줄 뿐이야. 그는 결국 생존하며 아픔을 삭이겠지. 그를 죽일 수 있거나. 그게 안 된다면 최소 죽음에 가까운 고통을 주어야 하는데, 그게 안 보인단 말이야.”

그런 그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못 안에서 몸을 씻고 있던 에스메랄다가 돌아앉으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탐욕은 끝이 없군요.”

그러면서 에스메랄다가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 얼굴이 거슬리는 슈나이더였지만, 그는 꾹 참았다.

하지만 정작 그를 자극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당신은 복수에 실패할 거예요.”

슈나이더는 에스메랄다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뭐?”

“실패할 거라고요. 실패하게 되어 있다고요.”

“지금 그건 예언인가?”

“네.”

슈나이더는 에스메랄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는 위협을 느끼는 듯, 못의 안쪽으로 물러섰다.

아무리 각오하고 있었다고 해도 말이다.

“나는 서두르지 않을 거야. 주도면밀하게 접근할 거야. 그리고 정확히 그자의 급소를 노릴 거야. 그런데 실패할 거라고? 그자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건 나도 인정해. 하지만 내 집념과 끈기를 알잖아? 그런데 실패할 거라고?”

“예.”

그리고 에스메랄다는 딴소리를 했다.

“미래를 보는 자들의 공통적인 소원이 뭔지 알아요? 가능한 고통 없이 죽는 거예요. 미래를 볼 수 있다 해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거든요. 그러니 가능한 고통 없이 미래를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이죠. 아무리 미래를 바꿔도 본질은 바뀌지 않아요. 본질조차 바꿀 수 있다면 엄청난 의지가 있어야만 해요.”

“에스메랄다.”

슈나이더는 두 주먹을 쥐었다.

“아무리 인연이 끊어졌어도 그 애는 너의 자식이었어. 네가 각성자로 다시 태어났어도, 과거 네 배로 낳은 자식이었다고. 그런데 너는 그 애의 죽음을 내게 알리지 않았어. 내가 알았다면 당연히 막았겠지! 모르겠어? 네가 그 애를 죽인 거야! 그리고 너는 그것도 모자라, 지금 내게 그 애의 복수가 실패할 거라고 말하고 있어!”

슈나이더는 능력과 참을성이 대단한 자였다. 하지만 그 인내가 무한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런 인간은 세상에 없다.

평소 쌓아두고 억눌러 왔던 감정이 폭발하자 슈나이더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죽어버린 딸은 그에게 있어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소중했던 존재였다.

문제는 그걸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때 에스메랄다가 그를 진정시켰다면 운명은 달라졌을까?

하지만 그녀는 딴소리만 계속했다.

“호수와도 같은 이 세상의 본질을 바꿀 수 있다면 그가 바로 진정한 왕이에요. 모두가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해야 할 자. 악의로서 세상을 탈바꿈시키는 게 아니라. 고귀한 가치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자. 불행한 검은 왕. 위대한 검은 왕. 모든 존재가 경배를 바치는 지고한 자.”

급기야 슈나이더는 못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으르렁거렸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다시 한번 정확하게 이야기해봐. 내 복수가 실패할 거라고?”

에스메랄다는 또박또박 다시 이야기했다.

“당신은 실패해요.”

이제는 복수심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자에게 그 말은 사형선고와 같았다.

분노한 슈나이더 앞에서 에스메랄다는 눈을 감았다.

미래를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는 변하지만, 방향은 한 갈래였다.

만약 그것을 바꿀 수 있다면 대단한 의지를 가진 존재이어야만 한다.

슈나이더의 차가운 손이 에스메랄다의 목을 잡았다.

그리고 올가미처럼 죄었다.

그렇게 죽는 순간까지도 에스메랄다는 슈나이더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녀의 딸이 아레이즈에서 죽지 않았다면, 딸은 희대의 악녀가 되었을 것이다.

블랙 라이어드 상단은 엄청난 힘을 가진 곳이 되어 있었다.

드레퓨스처럼 겉으로 드러난 괴물은 일반인도 경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암막 뒤에 숨어 있는 블랙 라이어드는, 양지가 아닌 곳에서 목표물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수 있는 괴물이었다.

슈나이더의 총애를 받으며 자란 딸이 대륙에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는 에스메랄다만 알고 있었다.

에스메랄다.

추녀인 에스메랄다.

그녀는 슈나이더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  *  *

가이더는 정통 후계자의 출현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재정비에 들어갔다.

새로운 후계자는 아직 나이가 어렸으므로 조세핀이 섭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출현을 달갑지 않게 여길 수도의 귀족들은 모조리 죽은 마당이다.

아무래도 그 빈자리는 전투를 위해 올라왔던 귀족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다.

진공상태가 생기면 그 빈 곳이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비록 황폐해진 나라지만 그녀의 배경에는 야만족이 있었고, 세인과 안면도 있는 사이였다.

게다가 그녀는 세인에 대한 선입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녀가 노력하고, 그녀의 자식이 가이더의 왕으로서 우뚝 선다면 앞으로 가이더의 전기는 새로 쓰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인이 이끄는 병력은 내려올 때와 다르게 천천히 북진해서 방벽 쪽으로 향했다.

마찰을 피하고자 산길로 이동했지만, 가는 도중 수도로 향하는 몇몇 영지의 병력을 볼 수가 있었다.

그들은 평소 캐시오에게 아첨을 일삼는 자들이었다.

수도의 성이 함락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꼼짝도 않던 자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조세핀에게 눈도장이라도 찍고 한자리 얻어보기 위해 부랴부랴 올라가는 중이다.

상대가 적대행위를 하지 않았으므로 세인의 병사들도 그들을 못 본 척 하며 지나쳤다.

모여드는 자들 중 옥석을 가리는 일은 이제 조세핀의 몫이었다.

방벽쪽에 도착한 세인은 오랜만에 비비안과 코다로를 만났다.

주변국의 왕들은 이미 각자의 나라로 떠난 후였고, 신하들만 남아 협정서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별이 총총히 빛나는 밤, 세인과 비비안 그리고 코다로는 자리를 마련했다.

폭이 넓은 성벽 위에서 천막과 테이블을 놓고 모인 것이다.

성벽 밑에는 곳곳에 불을 밝혀놓고 분주히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코다로는 두 손으로 패를 섞었다.

테이블의 중앙에는 뒤집어진 패가 한 장 있었는데, 세 사람이 나누어 가진 패들은 다 짝이 있었다.

뒤집어진 패의 짝을 찾거나, 가장 높은 점수를 낸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여기를 방패로 만들겠다는 뜻은 좋으나, 가이더에서 후일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을까요?”

비비안의 물음에 패를 부채꼴로 펼친 세인은 이미 다 생각을 해놓았노라고 대답했다.

“그럴 정도의 요구가 있으려면 시간이 꽤 지나야 한다고 생각은 들지만, 그런 일이 생기면 북의 허리띠 지역 채굴권으로 여길 대여하거나 사면 됩니다.”

“채굴권이 어디 있는데요.”

“이제 만들어야죠.”

“아….”

그리고 셋은 카드를 치며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다.

그 내용에는 미래에 대한 대비도 있었고, 번우드 지역의 이야기와 한가로운 취미 이야기도 들어 있었다.

성벽 위라서 양쪽만 병사들이 틀어막으면 철통 보안이 유지되었다.

덕분에 그들은 오랜만에 편히 회포를 풀 수 있었다.

그리고 카드 도중에 코다로는 울프 크릭이 없으니 살맛 난다고 중얼거렸다.

울프 크릭과 백번 정도 내기를 하면 아흔 번은 지다 보니 절로 나오는 소리였다.

옷매무새를 느슨하게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포도주 잔과 물잔 사이에서 술병과 물병이 몇 바퀴를 돌았다.

“세리스는 어떻습니까? 믿을 만 하던가요?”

비비안과 희귀 광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옆에서 치고 들어온 코다로의 질문에 세인이 잠깐 말을 멈췄다.

어떤 의도로 던지는 질문인지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의 기사에 대해 묻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녀가 배신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녀가 있고 지금처럼 다른 기사들이 글리터에 있다면, 적어도 거기에 큰일은 일어나지 않겠군요.”

세인은 그제야 코다로의 속내를 알아차렸다.

그래서 그를 보는데, 정작 코다로는 그런 말을 내뱉어 놓고 자신의 카드 패만 바라보았다.

그때 비비안이 말을 던졌다.

“번우드에 세인님의 자리를 만들어 놓았어요. 딱히 별건 아니고 세인님의 의자에요.”

세인은 자신의 볼을 긁적거렸다.

“저희는 솔직히 세인님이 터만 닦아 놓고 번우드로 오실 줄 알았어요. 왜냐면 세인님은 쉬실 권리가 있으니까요. 글리터가 방패가 되어주고, 여기가 다시 한 겹의 방패가 되어줘서 아주 흡족합니다. 하지만 그 방패들의 가장 뒤에 있어야 할 분이 바로 당신이잖아요.”

이번에는 세인이 패를 섞고, 다시 패를 돌렸다.

그동안 세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침묵을 깬 것은 비비안이었다.

“그 마검은 정말로 세인님만 다룰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없는 건가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비비안은 안타까운 눈빛을 세인에게 던졌다.

세인은 그녀의 그런 눈빛이 고마웠고, 아까 코다로가 한 말에 담긴 의미가 고마웠다.

하지만 글리터가 자신의 자리라고 생각했다.

“기사가 그런 검을 가졌다면, 저는 어쩌면 그 기사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검은 엄청난 불행이기도 하지만 커다란 힘이기 때문이죠. 기사, 당사자에게는 행운일 수도 있잖아요. 그 기사가 극한의 힘을 추구하는 자라면 말이에요.”

하지만 세인은 평범한 기사가 아니었다.

그의 위치는 격상되어 있었다.

과거 그의 신분이 어떻든지 간에, 현재 그의 자리는 마검이라는 무서운 힘을 탐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다.

그가 탐할 것은 마검을 가진 기사면 충분하다.

검을 직접 쥐지 않아도 그는 얼마든지 따뜻한 자리에서 먹고 마시며 놀 수 있었다.

직접 검을 들고 밤하늘 아래에서 말을 타는 일은 매우 거칠고 힘든 일이다.

그걸 반길 사람은 세상에 드물 것이다.

“머독 말이에요.”

“머독요?”

갑자기 머독 이야기가 나오자 세인이 눈을 약간 크게 떴다.

“그는 엄청나게 뚱뚱해졌어요.”

“그거… 울프 크릭이 갑자기 키가 커졌다는 말만큼이나 믿어지지 않는군요.”

세인이 그렇게 대답하자, 코다로는 여기에 크릭이 있었다면 난리가 났을 거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가 여기에 없으니까 던진 농담이다.

“번우드에 오니까 안락함과 풍요로움에 젖어버린 거지요. 하지만 그는 근육이 사라졌다는 것에 그리 슬퍼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요. 오히려 여유를 즐기는 듯 보이고요. 그는 그럴 자격이 있어요.”

“예. 그걸 아니까 레인저들을 이끌고 세계수 지역으로 간다고 했을 때 말리지 않은 겁니다. 그를 말릴 수가 없었어요. 행복을 찾아가는 건 그들의 권리니까요. 제가 강요하면 그들은 당연히 남아주겠지만, 그건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거죠.”

비비안은 세인의 말에 배가 테이블에 닿도록 의자를 바싹 당겨 앉았다.

그리고 말했다.

“예. 바로 세인님에게 그럴 권리가 있다고요.”

“….”

“저는 드레퓨스도 걱정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마주치게 될 고대의 괴물들도 염려됩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쉴 권리는 있어요. 할 만큼 한 사람에게는 더더욱요. 세인님. 폭풍의 눈 속에서 뭘 생각하고 있습니까?”

비비안은 힘주어 세인을 설득하려 했다.

“저희와 함께 폭풍의 반경 바깥으로 물러나요. 그 폭풍이 모두를 괴롭히기 전까지는 유예 기간이 있고, 그 기간이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일지도 몰라요. 당신의 진짜 자리는 번우드에 마련되어 있어요. 저와 코다로님은 세인님이 부디 가까운 곳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인은 둘을 향해 웃어 보였다.

그리고 대답했다.

“저는 이미 당신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그래서 글리터에 있는 거예요. 그게 바로 당신들의 가까이에서, 당신들을 위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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