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
& 죄인의 길 (1)
전쟁도 인간이 하는 일인지라 종종 어이없게 끝나는 경우도 있었다.
역사책을 찾아보면 분쟁의 원인이었던 일이 실은 오해로 빚어진 경우도 있었다.
시비를 가리기 위해 벌어졌던 일이 진상을 밝혀내면 허무해지고야 마는 것이다.
또는 기사의 분발로 자칫 커다란 싸움으로 확대될 수 있던 것을, 비교적 좋게 마무리한 사례도 찾아볼 수가 있었다.
이번에 벌어진 일은 전자였다.
전자 중에서도 최악에 속했다.
일단 왕좌에 앉은 자가 신하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비밀통로를 통해 내뺐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내성 귀족의 대다수는 지하에 통로가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는 점에서 분개했다.
병사들은 지원군만 기다렸고, 지원군이 오기만 하면 전투가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바깥쪽에서 캐시오가 꽁꽁 묶인 채로 나타나니 어이가 없었다.
처음에는 닮은 인물을 내세운 게 아니냐는 말도 나돌 정도였다.
짧은 시간에 벌어진 극심한 혼란을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었다.
어쨌든 가이더의 우두머리가 잡혔으니 승패는 완전히 기울었다고 봐도 좋았다.
내성에 남아 수비를 단단히 하고 구원군이 올 때까지 전투를 이끌려던 친위대는, 몇 차례 바깥으로 나와 캐시오를 구하려고 애썼다.
그 눈물겨운 장면이 세인을 감격하게 했는지, 그는 세리스를 보내 그들을 모조리 죽이도록 명령했다.
그가 보기에 친위대는 애국자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신하들이 조언을 할 때 주군의 귀를 막는 방패 정도는 되어줬을 것이다.
그런 놈들을 살리기보다는, 내성 귀족들의 기세를 완전히 꺾기 위해 모조리 저세상으로 보내 버렸다.
결국,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내성은 정복되고야 만다.
수비만 하다가 허무하게 뒤통수를 맞은 귀족들은 억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운이 나쁜 것인가?
그러나 세인의 생각은 달랐다.
“자격도 없으며 모자란 자가 자리에 앉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죽음의 상인들은 전쟁이 터지면 중간에서 물자를 돌리며 손익을 계산한다.
군주는 전쟁이 터지면 죽음을 계산한다.
누구를 살릴지, 누구를 사신에게 팔지를 선택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져야만 했다.
그건 엄청난 부담을 이겨내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군주의 절대 목표는 승리를 사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모든 기량을 퍼붓는다.
승리를 살 수 없다면 최소한 가치 있는 패배라도 만들어 내야만 했다.
만약 자신의 목숨을 팔아서 최적의 결과를 살 수 있다면, 그런 계산이라도 기꺼이 치루는 게 군주의 몫이었다.
그런데 캐시오는 전투 앞에서 자신을 생각했다.
본인을 잊고 가이더 왕좌에서 계산을 한 게 아니라, 오히려 가이더를 망각해 버렸다.
그는 죽음과의 거래 앞에서 비겁하게 도피해 버렸다.
여기에서 도피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그의 도주가 작전상의 후퇴도 아닌, 그의 보신을 위해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구원군을 불러들이는 일이라면 본인이 직접 갈 필요도 없었다.
그 당시 캐시오에게 요구되었던 것은 죽음을 감수하고서라도 자리에 끝까지 앉아 중심이 되어주는 일이었다.
내성으로 걸어 들어간 세인은 모든 귀족을 포박하게 했다.
그리고 지하감옥으로 몰아넣었다.
아주 넓은 감옥이었지만, 자리가 부족했기에 통로에도 사람들이 들어찼을 정도다.
내성으로 들어간 세인은 전 가이더의 국왕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왕좌가 있는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커다란 홀의 상석에 앉아 캐시오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평소 내성 쪽 사람들이 잘 구경하라고 말뚝에 묶여 높이 올려졌던 캐시오는 이번이 세인과의 첫 만남이나 다름없었다.
끌려 나온 캐시오는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꽁꽁 묶여 있었다.
그리고 자진을 염려해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다.
딱딱한 의자에 앉혀진 캐시오는 뒤룩뒤룩 눈만 굴렸다.
세인은 그 앞에서 캐시오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러면서도 재갈을 풀어준다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깍지 낀 손을 한쪽 무릎에 올려놓고 화초를 감상하듯이 바라보는 세인이 부담되었는지, 어쨌는지 캐시오는 도리질을 치며 뭔가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세인은 그의 말을 듣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때 홀의 커다란 문이 열리고 맥이 걸어왔다.
넓은 홀이었으므로 쟁반을 받쳐 든 그가 세인의 앞까지 걸어오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쟁반 위에 놓인 것은 꿩 요리와 독한 술이었다.
꿩이야 돌아다니는 녀석을 잡아 글리터의 사람이 직접 요리한 것이었지만, 술은 지하의 창고에서 꺼내왔다.
그래서 독이 들어 있는지 보려고 맥이 미리 한 모금 맛보았다.
세인은 맥에게서 술잔을 받아들었다.
하지만 입가로 가져갈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캐시오만 바라보았다.
맥은 그런 세인의 옆에 서서 같이 캐시오를 봤다.
사기 문제 때문에 캐시오를 매달았지만, 맥이나 다른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약간은 고민이었다.
쳐죽일 놈이지만 일국의 최고 자리에 앉아 있던 자다.
함부로 대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 기준이 되는 것은 세인의 태도였다.
세인은 캐시오를 물건처럼 취급했고, 그제야 다른 사람들은 캐시오를 존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세인은 캐시오와 대화를 하기보다는 그의 서재를 털어 찾아낸 문서들을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드레퓨스의 사신과 접촉한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확실한 증거라고 내세우기에는 모호했지만, 그걸 보면 정황상 모든 게 맞아 떨어진다.
“재갈을 풀고 말이라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읍읍! 으으읍!”
맥의 말에 캐시오가 반색을 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 캐시오에게 다가간 맥이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내리눌렀고 말이다.
세인은 고개를 가로 저였다.
“혼돈을 틈타 자격 없는 자가 자리에 앉고 말았다. 그 혼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귀족의 책임이다. 그냥 벌레 같은 놈이 내키는 대로 왕홀을 휘두른 결과에 모두가 놀아났군.”
세인의 말 속에는 마땅히 깃들어야 할 경멸조차도 없었다.
그럴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보라도 빼내야 하지 않을까요? 지원군의 위치 정도는 알고 있을 겁니다.”
“뭐하러? 거기 가서 매복이라도 하게?”
세인의 말에 맥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 수도를 위해 뒤늦게 달려오는 지원군은 가이더 최후의 군사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쳐서 없앨 수 있다 해도, 그건 가이더를 위한 일이 아니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수도로 진격해서 곧장 쳐버린 것이다.
대신 후방에서 공격을 당할 상황에 부닥쳤지만 말이다.
맥과 대화를 나누며 세인은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려다가 내키지 않았던지 캐시오의 얼굴에 뿌렸다.
빨간 포도주가 캐시오의 얼굴로 날아가 부딪혔다.
세인은 말뿐만 아니라, 일관된 행동으로 그를 물건 대하듯이 했다.
이런 행동은 철저한 무시가 바닥에 깔렸었기 때문에 노골적인 적개심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캐시오에겐 더욱 치욕적인 것이었다.
한때는 왕좌에 앉아 많은 인간을 죽음으로 내몬 캐시오였지만, 여기 와선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이런 꼴이었다.
술 세례를 맞은 캐시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분노 때문인지 수치심 때문인지 역시나 알 수 없었다.
단 한 가지, 그가 지하 통로에서 자살하려고 했던 일은 정말 현명한 일이었다.
이제 앞으로 캐시오에게 펼쳐질 미래를 보면 말이다.
“캐시오를 어떻게 할까요?”
맥의 말에 캐시오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였다.
어쩌면 공개 처형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인은 차갑게 한 문장만을 말했고, 지금의 캐시오는 그 말뜻을 알 수가 없었다.
“책임지게 해야지.”
* * *
지금 가이더의 상황을 보면 수도의 왕성은 글리터가 점령했고, 바깥쪽에서는 가이더의 군이 결집하며 수도의 성을 탈환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위의 방벽은 글리터의 군대가 점령을 하고 있었다.
그 벽의 존재는 차후 방어 거점으로 삼기 위해 꼭 필요한 지점이었다.
그리고 더 멀리에는 북부 연합군과 번우드의 군대가 서로 대치 중이었다.
번우드의 군대는 여기서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보였다.
드레퓨스 같은 강대국과 싸워본 경험까지 있는 번우드였다.
그때 이미, 정신력과 기세 그리고 단결력을 통하여 경험적으로 강력한 바탕을 만들었다.
게다가 안전한 세계수 지역에서 비비안이라는 현명한 군주 아래에 있으니,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가이더의 주변국들은 여러모로 부실했다.
번우드로서는 그들을 막아내는 데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여력이 남아도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이런 의견도 나왔다.
군대를 쪼개어 가이더의 수도로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글리터의 병력은 현재 방벽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느라 여력이 없었다.
군을 쪼개어 세인을 도와야 할까?
그게 요즘 코다로와 비비안의 고민이었다.
그런 와중에 코다로는 하늘에서 날아온 새를 보곤 한쪽 팔을 내밀어 반겼다.
팔 위에 내려앉은 새의 발목에는 편지가 묶여 있었다.
장거리를 날아오느라 수고한 새의 등을 쓰다듬어 주며 그 편지를 빼냈다.
그리고 글을 읽어본 코다로는 비비안을 찾았다.
“이런 상황입니다.”
코다로의 설명을 들은 비비안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아직 여기에서 할 일이 남아있군요.”
“아주 중요한 일이죠.”
편지 내용대로라면, 둘이 세인을 위해 가이더 수도로 향하는 것은 이제 힘들어 보였다.
엘프들이나 레인저를 투입해 빠르게 진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던 비비안은 그 편지를 접었다.
지금은 편지 내용대로 가이더의 주변국들과 한 테이블에 앉아야 할 때였다.
협상 테이블에서 번우드의 힘이 실리려면 가능한 몸을 부풀린 상태로 있는 게 좋다.
비비안은 편지를 작은 난로에 넣어서 태우고 이렇게 말했다.
“저는 솔직히 저들과 한 테이블에 앉고 싶지 않아요. 나라가 힘들 때 도망쳤던 비겁자들입니다. 최소한의 의무조차 실행하지 않고 도피했다가 나중에 기회를 보아 자리를 꿰찬 자들이죠. 저는 저들을 귀족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비비안의 볼멘소리에 코다로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동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키지 않는다고 해서 감정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은, 책임자 자리에 앉아 있는 그들이 더 잘 알았다.
* * *
“다녀오겠소.”
“여보 꼭 가셔야만 하나요?”
여명이 다가오기 전.
새벽 일찍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족들은 그런 사람들을 말리려 애를 써보았지만 무리였다.
“지방의 귀족이라 해도 할 몫은 다해야지. 더러워서 바라보지도 않았던 방향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마당에 끝까지 외면할 수 없는 일이야.”
“….”
남자는 아내와 딸들을 눈에 담아두려는 듯 한참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말 위에 올라탔다.
주변에는 이미 깃발을 든 병사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이더 곳곳에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났다.
수도의 성이 점령되었으니 탈환하기 위해 사람들이 응집하는 움직임이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것은 평소 캐시오 밑에서 아첨을 일삼던 무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무거운 엉덩이는 그 자리에 그냥 붙어 있었다.
오히려 캐시오를 성토하고 가이더의 미래를 걱정하던 소수 귀족이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그들이 다 모여봐야 지원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를 일이었다.
확실한 건 각자 목숨을 걸고 떠나는 길이란 것이다.
수도를 탈환하기 위해 움직이는 구원군은 크게 두 갈래였고 동쪽과 서쪽에서 몰려들었다.
이들은 거점을 지키던 병사들을 흡수하며 몸을 불렸다.
“캐시오, 이 무능한 자가 잠시도 버티지 못했단 말인가.”
지휘관들은 캐시오의 능력에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어떻게든 수도를 다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 각지에서 끌어모은 병력은 칼과 창을 세인이 있는 곳으로 겨누었다.
“어쩌면 이미 결론은 나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우리가 걸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충정의 결단이다.”
그들 처지를 생각하면 이 모든 게 지독한 역경의 연속이었다.
캐시오가 왕좌를 차지한 후로 나라는 분열되고 큰 어려움을 연속적으로 겪었다.
시간이 지나고 열렬한 추종자든 아니든 노역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다.
나라는 썩어들어갔고, 그 고름의 무게는 백성을 지치게 했다.
희망을 찾아 떠났던 백성의 앞에 벽이 세워졌다.
영주들은 캐시오의 부패에 물들어 갔다.
끝까지 의기를 잃지 않은 이들은 죽도록 고생만 하다가 지금 이 시각, 이미 빼앗긴 수도를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목숨을 건 길이다.
이 나라의 진통은 대체 언제쯤 끝나는 것일까?
왜 기회가 주어져도 캐시오 같은 인간이 나타나 걷어차고야 마는 것일까?
아무리 견디고 견디려 해봐도 현실이 너무 힘들었다.
메마르고 갈라진 입술을 한 사람들은 그래도 꾸역꾸역 모여 길을 걸어갔다.
손에 무기와 깃발을 들고서 말이다.
아무리 힘들고 고난의 연속이라 해도 나라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은 그렇게 걸으면서 강산을 살펴보았다.
몬스터가 짓밟던 강산.
군주 자격이 없는 망나니가 유린하던 강산은 언제나 저렇게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산과 들판은 소리 없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사람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동군과 서군이 수도 근처에서 합류했고 그들은 왕성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몬스터에게 수도를 빼앗겼다는 소식에 일반인들마저 나무를 깎아 만든 창을 들고 모였다.
그리하여 어느 날, 병사에게 소식을 들은 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성루에 오르니 잔뜩 몰려든 군세를 구경할 수 있었다.
비록 좋은 무장 상태는 아니었지만, 밑바닥까지 끌어모은 전력은 세인이 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들이 바로 가이더의 미래다.
이 나라는 아직 죽지 않았다.
넘어지고 넘어져도 우리는 불굴의 의지로 일어선다.
그리고 하나 된 마음으로 단결을 해내고야 마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이니까 약하며, 실수하고 짓밟히기도 하지만 그게 인간을 완전히 정의하지 않는다. 몬스터가 우리를 유린해도, 캐시오 같은 쓰레기가 정권을 잡아도 우리의 마음은 변치 않는다.”
차가운 성벽을 짚은 그의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는 지금 가이더의 숨겨진 저력, 그리고 본질을 목격하고 있었다.
품었던 확신을 눈으로 확인한,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우리는 결코 악의에 굴복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인간들이 모여 이룬 가이더의 정체성이고 긍지다.”
성 밖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꼴은 피죽도 못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겉모습이 다가 아니다.
그들의 적개심은, 그들의 눈 속에서 이글거렸고 무기를 잡은 두 손은 결코 떨리지 않았다.
행색을 떠나 죽음을 각오한 사람들이 이 땅에는 아직 이렇게나 많았다.
몬스터에게 땅을 빼앗겨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성 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들의 적개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세인은 오히려 지금 상황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의 곁에서 반쯤 기울어진 가이더의 국기가 힘차게 펄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