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왕 마검의 주인-124화 (124/307)

# 124

& 옆에 설 수 있는 자격 (4)

캐시오가 수도를 점령하자마자 한 것은 귀족들에게 항복 문서를 받아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충성 맹세도 받아냈다.

그는 무력을 동원하여 귀족들을 모아놓곤, 그들을 힘으로 제압하는 게 아니라 살살 구슬렸다.

“보아라. 가이더는 지금 엉망이다. 이 모든 게 가장 높은 위치에 있던 가문장들이 일탈을 하여 비롯된 것이다. 이 시간에도 국민들은 속속 몬스터의 땅으로 이탈 중이다. 지금 모두가 하나로 합쳐 국난을 해결해도 모자랄 판에, 수도에서 회의만 해댔으니 국력이 줄줄 새 나가는 게 당연하다.”

칼과 창 앞에서 귀족들은 손뼉을 쳤다.

그리고 캐시오는 다시 말했다.

“이제 누군가가 나서서 이 모든 것을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귀족들은 끌려와 꼼짝없이 죽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선물을 받고 물러갔다.

그리고 오랫동안 멈춰져 있던 가이더의 바퀴가 구르기 시작했다.

그 수레바퀴는 점점 빠르게 움직이더니, 덜컹거리면서도 수레에 태운 사람들을 운반했다.

부패한 귀족들 처지에서 보자면, 캐시오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겨준 사람이었다.

중앙 정계의 진출을 막던 노인들이 제거되었다.

그러더니 자신들을 그 자리에 앉혀주지 않았는가. 게다가 가이더를 다시 움직이게 한 사람이다.

캐시오가 첫 번째로 밀어붙인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이더의 누수를 막아라!”

그나마 몇몇 깨어있는 사람들은 캐시오를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캐시오는 가이더에서 멀리 떨어진 영지의 병력마저 요구했다.

영주야 이미 튼튼한 건물에 보호받고 있었다.

거기에서 병력이 조금 빠진다고 문제시되진 않았다.

자신들을 호위할 병력은 남겨 놓는 게 기본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소환에 응하면 당장 영지민의 치안이 문제였다.

안 그래도 백성들을 챙겨주지 못해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는데, 캐시오가 병력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가이더의 책임자 자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첫 번째 시험으로 모두의 애국심을 확인해 볼 것이다. 밀알과 모래를 구분해 내야 미래의 가이더도 이롭겠지.”

이건 반협박도 아니고, 그냥 완전한 협박이었다.

옥석을 가린다는 말은 충성분자를 골라내겠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가이더의 수도에서 먼 영지는 진흙탕 싸움이 빈번했고, 그렇게 끌어 올린 병력이 향한 국경은 아주 강화되었다.

몇몇 불응한 영지들은 캐시오가 직접 움직여 아주 박살을 내놓았다.

“본보기를 만들어야 하니, 영지민을 모두 노예로 만들어 수도에서 일하게 하라. 그리고 이 땅에 소금을 뿌려라.”

끌려 나온 귀족들을 처형하고 그 시체에 침을 뱉은 후, 캐시오가 첫 번째로 한 말이었다.

소금이 결코 싼 물건이 아닌데, 영지 땅에 가득 뿌려졌다.

작물을 키울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걸 빼돌리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다.

국경의 병사들은 이제 눈에 불을 켜고 난민들을 단속했다.

적발 즉시 가장 연장자에게 쇠망치를 휘둘렀다.

그리고 머리가 박살난 시체를 들판에 버렸다.

경고판 역할을 하라고 말이다.

나머지 가족들은 수도로 끌려가서, 검사를 받은 후에 병사나 일꾼으로 징집했다.

병사가 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일꾼이 되면 진짜 푼돈을 받고 노역에 참여해야만 했다.

어느 날 캐시오는 예술가들을 몽땅 불러 모으도록 했다.

그러더니 광대들의 머리를 빡빡 깎아 군인으로 만들고, 화가들은 따로 모아 수도에 머물게 했다.

그중에는 소설가도 있었는데, 그들을 모아 놓은 자리에서 캐시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소설을 경멸한다. 너희들은 모조리 입에 기름을 바르고 사는 거짓말쟁이에 불과하다. 세상을 향해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거짓말로 목숨을 연명하는 정도뿐이다.”

그의 혐오스러운 시선을 받은 소설가들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 소설가 중에서, 이미 소수인 귀족 영애들은 제외되었다.

그 때문에 전부가 평민이었다.

“어떻게 하면 거짓말을 더 매끄럽게 잘 적어 놓을까가, 너희들 수준을 정하는 거지. 여기서 한번 물어보자. 너희들은 나라를 위해 대체 뭘 했나? 가이더가 칼과 창을 들고 싸울 때, 뒤에서 뭘 했나?”

계속되는 모욕에 한 늙은 문학가가 일어나 소리를 질렀는데, 보란 듯이 끌려가 몽둥이찜질을 당했다.

계속되는 매질에 그 노인이 숨지자, 캐시오는 말을 이었다.

“쓰레기들아. 이제 내가 너희들에게 애국할 기회를 주겠다.”

그리고 화가들을 만났는데, 비슷한 전개가 되었다.

이제 소설가들은 가이더를 위한 소설을 쓸 것이었다.

캐시오는 친절하게도 그들을 위해 주제를 정해주었다.

화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캐시오를 찬양하는 그림들을 찍어내야만 했다.

캐시오 입장에서는 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싶었다.

가치 있는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족속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알기로 인간은 끊임없이 게을러지고 싶은 본능이 있었다.

그래서 소설과 그림을 탐하고야 만다.

과거에 그가 그림에 미쳤던 것처럼 말이다.

악마가 쳐 놓은 덫.

나태라는 욕망을 안고, 불구덩이 속으로 달려가는 우둔함이었다.

‘아예 뿌리를 뽑을 수 없다면 가능한 이용하는 게 좋겠지.’

가이더의 평민들은 가시적으로 생긴 노예제도에 당황하는 한편, 캐시오에 대한 찬양 선전을 꾸준히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나이든 이들 중에선, 정체된 가이더에 대해 답답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당장 사정이 좋지 않다고 나라를 버린 놈들 말이야? 지금 몬스터들에게 달려간 인간들이 나락에 빠졌다고? 그것참 양손을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군!”

“그 더러운 놈들은 더는 가이더의 사람이 아니야. 스스로 인간의 길을 포기했으니, 가축 취급을 받아도 싸다!”

나이든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러했다.

그리고 캐시오는 귀족들에게도 평판이 나쁘지 않았다.

그는 여러 법을 멋대로 고쳤는데, 그중에는 금주령에 대한 것도 있었다.

이제 일정량의 수확이 전제되지 않아도, 술을 빚는 것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문 중에 높은 위치에 있는 어른들이야, 원래 그런 질 낮은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해도…. 그 밑의 사람들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이렇듯 캐시오는 여러모로 공작하며 자신의 지지기반을 넓혀 갔다.

그리고 가이더를 하나로 만드는데 사력을 다했다.

그 딴에는 사분오열된 가이더가 가엾고 불쌍해 견딜 수가 없었다.

일단은 이 나라를 일으켜야 미래가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북쪽을 막아 국력의 누수를 방지하고, 힘을 끌어모았다.

여기서 힘이란 건 곧 백성이다.

나라의 힘이 백성인 것은 당연한 결론이었다.

화폐든 힘이든 뭐든 사람이 움직여야 발생하니까 말이다.

다만 큰 힘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전체가 한곳에 힘을 모으던가, 누군가가 더 무거운 짐을 질 수밖에 없었다.

‘순리대로 혼란을 가라앉히고, 힘의 분배를 이룩하려면 시간이 너무나 걸린다. 게다가 드레퓨스는 언젠가 여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왜냐면 그들의 야욕은 이 시대 내내 건재할 테니까.’

지금 이 상태에서 백성 모두에게 채찍질하는 것은 무리였다.

물론, 앞으로 모두가 하나 되어 가이더 재건이란 목표를 이룩할 수 있게 유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모두’를 하나로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백성 중에서도 계급을 나누었다.

그건 노예제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었다.

그 계급은 구체적으로 설명될 수 없지만, 언제나 존재해야만 했다.

가이더 사람들의 마음속에, 머릿속에 말이다.

그 계급은 캐시오의 안에서만 실체 뚜렷이 존재하고 있었다.

“나라를 버리고 가려는 놈들은 모두가 죄인이다. 몬스터와 결탁하려 했던 자들은 인간 이하이고, 따라서 우린 그들을 인간이라 부를 이유가 없다. 이건 당연한 정의이다.”

“그들은 그 죄를 씻기 위해 가이더에 속죄해야만 하고, 그 속죄는 정의 구현이다. 우린 마땅히 그들을 징계할 권리가 있다.”

한때 나라를 버리고 도망갔던 귀족들은, 이런 캐시오의 논리를 환영하며 일부 백성들을 몰아붙였다.

그 사로잡힌 백성들은 탈주하는 다른 가이더 인들을 막기 위해 다리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수도의 번영을 위해 다리를 세웠다.

캐시오가 일으킨 공분 아래.

다른 평민이 뱉는 침을 맞으며, 종일 노동하는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저항은 고문과 죽음으로 이어졌다.

백성들에게는 평소보다 무거운 세금이 부담되었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눈은 빛났다.

캐시오가 그들에게 가이더의 재건을 뚜렷하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말 이루어질 수 있을 것만 같다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그리고 이런 고난쯤은 견뎌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해졌다.

이런 애국 정서에 반한다면, 바로 가이더의 배신자였다.

“나라 전체가 미쳐 날뛰는 것 같구나.”

수도까지 마차를 타고 온 한센의 말이었다.

그는 지금 재건설 중인 성 앞에 서 있었다.

성 안에는 캐시오와 그의 추종자들이 모여 있었다.

지금 가이더는 정통성과 무관하게 캐시오만이 정당한 왕이라는 추대가 만연했다.

그야말로 가이더의 명예와 자존심을 다시 일으킬 왕이란 여론인 것이다.

하지만 캐시오는 벌써 이걸 두 번이나 거절하면서, 자신의 청렴함을 증명했다.

그래도 귀족들은 그가 곧 왕이 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캐시오가 누리는 생활도 왕족의 대우와 같았다.

그는 자신의 저택이 아닌 왕성에서 머물고 있었으니까.

한센은 하인의 안내를 받아 복도를 걸어갔다.

푹신한 융단은 그의 발소리를 흡수했다.

벽에는 캐시오를 그린 그림들이 잔뜩 걸려 있었다.

주로 몬스터와 싸우는 그림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는 편찬되어 시중에 풀린 캐시오 전기와 맞물렸다.

가이더가 무너질 때 선봉에 서서 싸운 용감한 장군이란 이미지였다.

이런 과거도 그렇지만, 그를 제일 잘 정의하는 것은 바로 현재였다.

많은 사람이 그의 결단과 과감함에 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한센은 걷고 걸어 캐시오의 방 앞에 도달했다.

그는 옷매무새를 정리한 후 하인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하인은 캐시오에게 사람이 왔다고, 안쪽을 향해 말했다.

“어서 오게.”

캐시오는 다른 사람들과 모여 지도를 펼쳐보는 중이었다.

그는 왕성 내에서도 편한 차림이었는데, 맨발인 상태에 바지까지 종아리 위로 걷어 올렸다.

그리고 상의 단추도 몇 개 풀린 상태다.

그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보였지만, 몸 전체에 좌중을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한센 앞에서 다른 사람들이 지도를 치우려 하자 그는 오히려 말렸다.

“됐어, 됐다고. 어차피 저 사람도, 과거 가이더를 위해 음지에서 애를 썼다며? 이런 정보 정도는 볼 권리가 있는 거겠지.”

그러면서 캐시오가 손을 내미는데, 한센은 어찌할 줄 몰라 망설였다.

그도 그동안 여러 파격적인 귀족을 만나보았지만, 이런 파격은 처음이다.

그런 한센 앞에서 캐시오가 껄껄 웃었다.

“괜찮아. 난 아직 왕이 아니니까. 정식 직위도 없는 귀족일 뿐이야. 그러니 손을 잡는다고 목이 달아날 일은 없을 거네.”

결국 둘은 악수를 나누었다.

캐시오의 손은 아주 따듯했다.

그 온기로만 보면,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단 착각이 들었다.

한센을 자리에 앉히자, 캐시오는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 자네의 편지를 받고 나도 고민을 했다네. 하지만 이건 글로는 해결될 수 없어 보이더군. 직접 말을 들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어.”

한센은 크게 심호흡을 한 후에 입을 열었다.

“가이더는 글리터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인가?”

캐시오 앞에서 한센은 열변을 토했다.

그는 지금 정말 목숨을 걸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눈앞의 이자가 엄청난 폭군이란 것을 모를 한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언제든 자신을 죽이고 재산을 강탈할 수 있을 거란 것도 잘 알았다.

그는 그런 힘이 있는 자였다.

캐시오의 주변에는 어느덧 손가락만 까닥이면 대신 살인을 할 귀족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캐시오는 숙고해보겠단 말을 했다.

그리고 지도를 뒤적거리다가 손가락으로 한곳을 짚었다.

“지금 가이더는 열심히 수습 중이지만, 다른 주변국이 문제네. 여기 트리엔만 봐도, 미스틸 테인이란 귀족 때문에 골치가 아파. 우리에게 협조하고 있지 않거든? 일단 이 자를 설득할 수 있겠나? 한데 모여 글리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말이야. 이 귀족을 설득한다면, 자네 제안은 내가 좀 더 생각해 보지. 어때?”

한센은 캐시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현재 글리터로 통하는 곳에 방벽을 세운 사람이다.

그러므로 글리터와 힘을 합치자는 자신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여기에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말이 나오니 좀 혼란스러웠다.

왜 이런 수작을 부리는 것이지?

그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을 죽이고, 재산 따위 강탈할 수도 있을 텐데?

“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보게 지금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지? 그걸 자네 말만 듣고, 하루아침에 뒤엎을 수 있겠나? 그게 가능하다면, 그건 미치광이야. 자넨 내가 미치광이로 보이나? 밖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것처럼, 내가 그렇게 보이냔 말이야. 그러니 각국의 권력자들끼리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눠 보자는 거지. 그걸 도와달란 거야.”

그러면서 캐시오는 호탕하게 껄껄 웃었다.

그 모습은, 캐시오의 진면목을 아는 한센에게도 너무 사람 좋아 보여서 혼란이 생길 정도였다.

결국, 한센은 그의 말대로 하겠노라고 대답하며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캐시오와 사람들은, 그 방에서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한 남자가 캐시오에게 물었다.

“왜 그의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다 들어 주셨습니까? 그냥 목숨을 빼앗고 재산을 우리가 나눠 가지면….”

“허튼소리!”

캐시오는 인상을 쓰며 상대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찔끔한 상대에게, 달래듯이 말을 했다.

“우리는 깡패 집단이 아니야. 나라를 세우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상대가 상인이라 해도, 상대의 목숨을 호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이 해도 되겠는가? 저이는 못 배운 천한 상인일 뿐이야. 그러니 저런 생각도 하는 거다. 무지는 죄가 아니야.”

그의 말에 모두가 감탄할 때, 캐시오는 속으로 생각한다.

‘저놈은 닭이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 한센을 죽여 닭고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난리 때 한센은 자신의 목숨을 건사하고, 재산을 지키고 모았다.

물론 블랙 라이어드 상단만큼은 아니지만, 그건 비교 대상이 너무 격에 맞지 않은 거다.

한센은 그 자체로 대단한 실력을 갖춘 상인이었다.

그런 상인을 죽이게 되면 얻는 게 무엇일까?

단기간에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

겨우 상인 놈 하나를 죽였다고 그런 기분이 들까?

한센의 재산이란 것도, 결국 가이더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차피 그건 캐시오 자신의 재산이다.

닭은 그냥 닭장에 가둬놓고, 알을 낳으라고 종용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자신의 재산을 더 불리고 관리해 줄 것이었다.

그게 바로 닭의 올바른 쓰임새다.

‘나는 그에게 작은 희망의 부스러기를 줄 거야. 알맹이 없는 과자 부스러기지. 그걸 따라, 내 곁에 머물다 보면…. 그는 내 편이 될 거야.’

그런 그의 생각이 틀렸어도 상관없었다.

한센이 애국자라면 캐시오를 죽이지 못한다.

캐시오가 죽으면, 정말로 가이더는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재건은 아예 물 건너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반면 캐시오는 언제든지 마음을 바꿔 한센을 죽일 수 있었다.

캐시오는 그가 오늘부터, 자신이 펼친 체스판의 말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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