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 왕 마검의 주인-89화 (89/307)

# 89

& 전쟁 (4)

드레퓨스와 고이트는 방파제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뒤에서는 이미 준비를 마치고 있던 군대가 움직였다.

이렇게 일어나게 된 남부 연합군은, 대륙에 존재하는 인간의 진정한 힘이었다.

후대의 역사가들은 지금 진행되는 전투를 이야기할 때, 눈을 반짝이며 인간의 강한 힘에 대해 부르짖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말로 인간의 군대는 순식간에 괴물들을 밀어버리고 있었다.

쟁쟁한 장군들이 참여했고, 이름있는 기사들은 다 쏟아져 나왔다.

엄청난 수의 군대가 산과 벌판을 뒤덮었다.

인간의 공세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괴물들은 박살이 났고, 패주하는 괴물들을 추격하는 전선은 점점 위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하지만 눈부신 승전보 뒤에는 언제나 병사들의 희생이 있었다.

헤아릴 수도 없는 목숨이 산천에 버려졌다.

평야마다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는데, 롤랜드 평원도 그중 하나였다.

진을 친 괴물들의 주둔지 앞으로 인간의 바다가 펼쳐졌다.

인간들끼리의 전쟁이 아니었으므로, 전쟁의 사기를 놓고 겨루는 일대일 전투는 없었다.

그저 군가와 뿔피리가 울리고, 깃발이 춤을 추는 가운데 인간들이 괴물을 향해 진격했다.

처음에는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맞서는 괴물들이었으나, 인간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하늘에서 독수리의 눈으로 내려다보면, 괴물들의 주둔지 앞은 완전한 인간의 바다였다.

그들은 포기할 줄 모르고 밀어붙였다.

그리고 그런 엄청난 수의 군대 앞에는 출중한 실력의 전사들이 꼭 자리하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발탁되어, 각고의 연마를 거친 능력자들이다.

세리스와 같은 배경의 전사들은 부대 선두에 서서 그 눈부신 무위를 아낌없이 펼쳐냈다.

도저히 같은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그 무력으로 피의 길을 열고 아군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

땅은 인간들의 외침과 괴물들의 울부짖음으로 뒤덮였다.

지면을 박차고 달리는 말과 번쩍번쩍하는 창들이 죽음을 수놓는 가운데, 인간의 군대는 평원을 점령하고 협곡 끝까지 괴물들을 몰아붙였다.

사지에 몰린 괴물들이 반격에 나선 것도 잠시.

압도적인 인간의 병력에 처참한 죽음만이 기다릴 뿐이었다.

그렇게 남부는 파죽지세로 진격했다.

목적지는 중앙의 괴물들이었다.

드레퓨스는 남부군을 이끄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다혈질인 바이칼은 고이트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그들은 후방의 다른 나라들과 전략 테이블을 함께 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자신의 군대에 맹공을 유지하며 달아나는 적들을 추적하길 주문했다.

바이칼 휘하의 장군들은 그 명령을 충실하게 따랐고 말이다.

“그의 속셈이 뻔히 보이는군. 어떤 핏값을 치르더라도 중앙에서 결전을 벌이겠다는 거겠지. 그리고 그 공훈을 내세워 위쪽의 땅을 차지하려는 생각.”

“역사와 그의 백성들은 바이칼을 찬양하겠지만, 그 영광은 백성의 시체를 쌓아 올려 획득하는 전리품이다. 결국, 드레퓨스의 미래를 위해 현실의 인간들이 불길에 태워지는구나.”

뒤쪽에 쳐진 연합군 내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돌았다.

왕들은 체신 때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도 못했지만, 전략가들끼리는 언제나 모여서 이렇게 떠들어 댔다.

그들은 정보와 지도를 맞춰보며 전쟁의 큰 그림을 가장 잘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이칼의 군대가 지금 얼마나 앞으로 돌출되어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다른 나라들도 바이칼에게 장단을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악에 받쳐 괴물들을 죽이고, 영광이나 이득을 위해 전진하는 군대 뒤에 어떤 모습이 있을까?

전쟁의 주화 앞면은 승리를 상징하는 새와 나무 같은 것이 새겨져 있지만, 뒷면은 언제나 해골이다.

전화가 휩쓸고 간 롤랜드 평원은 처참했다.

괴물과 인간이 뒤섞여 지평선 아래를 가득히 채우고 있었다.

평원의 주인은 이제 새들이 차지했다.

까마귀를 비롯해 온갖 새들이 몰려들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다.

그리고 질질 시체를 끌고 가는 인간들을 두 눈동자에 담았다.

“이봐 비숍.”

“왜?”

얼굴을 천으로 가리고 두꺼운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은 시체들을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다 묻어준다는 것은 불가능 했다.

그래서 나라에 따라 머리만 잘라서 땅에 묻는 곳도 있었고, 화장을 하기도 했다.

아니면 시체 앞에서 기도문을 외워주고 주머니를 뒤지기도 한다.

날아온 새떼들이 그렇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귀찮게 하기도 했다.

이제는 시간이 촉박해졌기 때문에, 기도문 후에 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고 유서를 꺼내 집에 부쳐주는 것이, 후방 처리 부대의 주된 일이었다.

평야를 까맣게 채우고 있는 압도적인 숫자의 시체를 보자면, 그것을 제대로 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쪽 부대에 도끼 좀 남는 거 있어?”

“뭐에 쓰려고?”

“머리를 베기 위해 빌려달라는데?”

“웃기는 소리 좀 그만하라고 해. 여기도 나무와 뒤엉킨 시체들 처리하느라 얼마나 힘든지 알아? 이제 우리가 돌아다닐 수 있는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고. 그런데 팔자 좋게 아직도 머리를 잘라내? 어디에다가 묻어주려고? 이제 묻을 시간도 공간도 없어.”

비숍은 딱 잘라 거절한 후 거구를 움직여 시체들의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다 가끔 시체 주머니 속에서 전쟁 주화가 나오면 손을 움찔거리기도 했다.

“음…. 제길!”

몇 번은 그 주화에 손을 대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었다.

그리고 돈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남자였고 말이다.

하지만 도저히 전쟁 화폐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여기서 죽은 것도 원통할 텐데, 저승 갈 때 쓸 돈까지 도둑맞으면 얼마나 어이없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평원 바깥의 임시 주점에서는, 그의 외상 장부가 쉴 날이 없다.

술 없인 견딜 수 없는 매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날도 고된 노동을 마친 비숍은 ‘즐거운 나의 집’ 노래를 흥얼거리며 주점에서 술을 마셨다.

전쟁터에서 흔히 따라다니기 마련인 창부들도 이곳에는 얼씬거리지 않았다.

유난히 지독한 시독으로 병에 걸릴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있는 것은 술뿐이었고, 비숍처럼 대부분 사람은 술 마시는 것에 충실했다.

“정말 개떡 같은 때가 언젠 줄 알아? 간신히 시체를 괴물 아래에서 빼냈더니, 피에 젖어서 편지를 알아볼 수가 없더라고. 그러면 그 농부였을 녀석의 집에서는, 남편이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모르는 거잖아. 그게 얼마나 잔혹한 고문일까?”

“끝이 예정된 고문이지.”

“그냥 출발하기 전에 유서를 쓰게 했으면 좋았잖아. 그걸 마차에다가 보관했으면 말이야. 왜 이렇게 불편한 방식을 고집해야 하냐고.”

“병사들 대필은 불법인 거 몰라? 한두 푼이 모이다 보면 엄청난 돈더미가 돼. 그렇게 빠져나가는 돈을 어느 귀족들이 좋아하겠어? 신부님들은 어쩔 수 없이 병영을 밤에 돌아다니며, 대필을 해주는 거지만.”

술기운에 다른 동료와 함께 실컷 세상을 욕한 비숍은 비틀거리며 막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등과 손바닥 색깔이 보라색이었다.

그래서 가끔 손이 썩는 것은 아닌가 두려워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면 팔자가 좋은 것이다.

비숍의 경우 귀족이 아끼던 작곡가라며 후방으로 빠져서 목숨을 지키고 있지 않은가?

그런 호사를 누리면서 가끔 기분이 더러운 것은, 사자(死者)들의 전쟁 동전이 탐난다는 것이었다.

그럴 때면 인간성에 회의가 일어나고, 새삼 비참해졌다.

“가끔 내가 개새끼만도 못하게 느껴져서 큰일이다.”

그렇게 그가 중얼거리며 걷고 있는데, 앞에서 소란이 일었다.

병사들이 남녀를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콧방귀를 뀌며 무시하려던 비숍은 손으로 눈가를 비볐다.

저 여자 낯이 익는데?

“뭐야? 무슨 일이야?”

“오 비숍. 이분들 알아?”

같이 도박을 자주 했던 병사가 비숍을 발견하고 화색을 했다.

비숍은 세리스와 눈을 맞추고는, 뒤에서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 붕대를 얼굴에 칭칭 감고 있는 세인까지 바라보았다.

“알지. 우리 일 도와주는 분들이야. 그런데 왜?”

“아니 자꾸 이것저것 묻잖아. 전쟁 중에 민감한 사항을 말이야. 장교님들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묻는 게 이상해서.”

비숍은 손가락으로 귀를 팠다.

그리고 빼낸 손가락을 후하고 불었다.

“왜 그리 과민 반응이야? 물으면 그냥 답해주면 될 걸 가지고.”

“….”

두 남녀는 어느 날 평원에 나타났다.

여자를 본 사람들은 어느 높은 귀족 자제가 후방으로 빠졌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둘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시체 수습에 열을 올렸다.

남자는 무뚝뚝했고 움직일 때 강단과 절제된 힘이 느껴졌다.

그래서 당연히 여자의 호위무사 정도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여자는 고운 손에 피를 묻혀가면서 열심히 시체들을 뒤졌다.

그게 하루 이틀 지나니 뒤에서 수군대는 사람들은 많이 없어졌다.

그 후로 한 달이 지나니 이제는 서로 눈인사 정도는 하게 되었다.

여자도 여자지만, 남자도 열심히 일을 거들어 주었다.

괴물들의 사체를 치우고 처참하게 박살 난 시체의 옷을 뒤지는 것은, 어지간한 사내라도 쉽게 하지 못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달랐다.

그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고된 노동을 했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가 대체 왜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하느냐고 물으면, 그는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달려드는 호기심에 이기도 못 하고 딱 한 번 대답한다.

“속죄.”

전쟁이 과열될 때, 전면이 봉쇄되었으므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 둘이었다.

그렇다고 시간을 때우려는 생각만 한 것은 아니다.

남녀는 최선을 다해 시신들을 수습했다.

여기의 처리 부대들은 인근에서 많은 봉사자를 받았고, 때에 따라서는 적게나마 임금을 주기도 했다.

시체 썩는 냄새와 눈을 따끔거리게 하는 가스 때문에 천들을 칭칭 감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대화도 잘 이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열심히 하지만 평원은 너무 넓었고, 그 위에 누워 있는 시체들은 너무 많았다.

산처럼 쌓여 핏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부서진 몸들을 보면, 느껴지는 무기력감 속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지독한 염세주의자가 되거나,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일.

“이봐 무슨 기밀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분들은 여기에서 뼈가 부서지라 일했어. 나도 차마 끔찍해서 건드리지 못한 시체의 품을 뒤져, 편지를 손수 꺼냈다고. 덕분에 얼마나 많은 청년의 부고 소식이 고향에 전해졌겠나. 따지고 보면 다 전우들 아니야? 뭐 엄청난 정보야?”

“아니 뭐 그냥 돌아가는 상황 같은 거지.”

병사들이 계면쩍어하자 비숍을 고개를 저어댔다.

“게다가 여자분 신분을 보라고. 귀족으로서 궁금할 만하니까 물어보는 거야. 난 오히려 자네들이 그렇게 과민 반응인 게 이해가 안 되네. 대체 뭘 믿고 뻗대는데? 술 좀 그만 마셔.”

“좋아서 마시는 게 아니라 악취 때문에 마시는 거야. 코가 썩는 거 같다고, 이제는 혀로 맛도 못 느끼겠어. 그러는 자네도 취했잖나!”

병사가 짜증을 내는데 비숍은 등을 보이며 걸어가 버렸다.

비틀거리면서 손을 들어주곤 말이다.

결국, 병사는 혀를 차다가, 세인과 세리스를 향해 공손히 말했다.

“그래서 아까 어디 지역에 대해서 물으셨죠?”

*  *  *

연속적인 패전에 의해 괴물들이 격퇴당하는 가운데, 드레퓨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의 군대는 백성을 쥐어짜고, 블랙 라이어드 상단에 거대 빚을 지면서까지 무리한 행군을 하는 중이었다.

전쟁이라는 소모전에서 드레퓨스는 사력을 다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그들의 사기가 오히려 높은 것은, 바이칼이 직접 전장에 나선다는 이야기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나서였다.

결국, 드레퓨스의 왕궁에서 바이칼이 지휘하는 군대가 출정했다.

시가지의 백성들은 환호하며 왕의 대담무쌍한 활약을 기대했고, 전차들을 향해 연이은 키스를 보냈다.

보무도 당당하게 오와 열을 맞춘 병사들이 수도를 빠져나간다.

그들의 목적은 악의 무리를 궤멸시키고, 드레퓨스의 영광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다른 나라의 왕들은 혼란에 빠졌다.

드레퓨스의 선대 왕은 온정으로 백성들을 다스렸다.

그래서 지금의 미숙한 바이칼이 그에 비교됐고, 속에서 울분이 쌓이는 것은 당연했다.

이 젊은 왕이 신하들 앞에서 정치안을 하나하나 내놓을 때마다, 얼마나 신경이 쓰였을까?

죽은 자와 비교당하며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공평한 규칙이 아니었다.

그러니 평소 바이칼의 속이 어떠했을지 예상은 간다.

하지만 지금의 돌발 행동은 해도 너무했다.

“이 친구는 테이블로 다가올 생각을 안 하는군.”

오죽하면 입을 무겁게 다물고 있던 한 왕이, 측근들이 다 바라보는 가운데 이런 말을 내뱉었을 정도다.

게다가 더 심한 말도 했다.

“땅에 눈이 멀어선.”

다만 이 말까지는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지, 손을 들고 기록관에게 따로 언질을 주었다.

“방금 내가 한 말은 기록하지 말거라.”

대전 안에 모여있는 왕의 신하들은 무표정함을 고수했지만, 저렇게 대놓고 말해주니 속이 다 시원한 기분이었다.

한편 세리스와 세인은 평원의 시체 처리를 도와주곤,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병사들은 대화의 물꼬가 풀리자 전황에 대해 그냥 다 이야기해줬다.

후방으로 빠진 장교들에게 그들이 술 상대가 되어 주면서 들은 말을, 그냥 여과 없이 전해줬다.

어차피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중앙의 괴물들은 선봉대가 괴멸하자 이차 군대를 더 풀어놓는 게 아니라, 되려 뒤쪽으로 후퇴하고 있었다.

이것에 자극을 받았는지 바이칼은 친정을 보여주면서까지 대군을 급파했고 말이다.

아마 드레퓨스의 병력을 싹싹 끌어모은 것일 거다.

치안 같은 건 염두에 두지도 않고 말이다.

“괴물들은 대체 왜 위쪽으로 올라가려는 걸까요? 설마 세계수 지역까지 가려는 건 아니겠죠? 그건 누가 봐도 불가능한데.”

세인의 곁을 걷는 세리스는 의아함을 표시했다.

위쪽에 반격을 노릴만한 지형이 있었던가?

그렇다 해도 인간의 대군은 이제 괴물들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세계수 지역 쪽으로 간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는, 중앙에서 거기까지의 거리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 계절이 지나기도 전에 따라잡힐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전면전만큼이나 피해를 보기 쉬울 때가 바로 후퇴할 때이다.

세인은 걸음을 멈춘 후 나뭇가지를 꺾어 바닥에 대고 쓱쓱 그려보았다.

병사들의 말을 토대로 대충 지금의 상황을 그린 것이다.

세계수에서 아주 먼 아래에, 괴물들이 위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바이칼이 인간들의 군대에서 유독 떨어져 나왔고, 괴물들에게 붙기 직전이었다.

가장 밑의 연합군은 일단 거대한 몸집을 정비한 후 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세인은 드레퓨스의 군대를 나뭇가지 끝으로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추월할 수 있을까요?”

드레퓨스의 군대를 추월하려면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었다.

“설마 지금 제가 생각하는, 그 길을 생각하시고 있나요?”

“예.”

드래곤을 죽인 후 가졌던 생각.

중앙으로 돌진해 마검의 힘을 보인다는 그 계획이, 어쩌면 다시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괴물들은 이미 세인의 존재에 대해 정확히 추론하고 있었다.

그것을 세리스와 세인도 짐작할까?

둘은 어쨌든 드레퓨스를 추월하는 것에 정신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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