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
& 다시 시작되는 눈의 계절 (4)
마법사는 학자로서 많은 탐구심을 가지고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는 것이 많았다.
여행길 위에서 그런 마법사의 수다를 듣기만 해도 시간이 잘 간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기술이 있어 여행을 아주 쾌적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마법사가 있다면 독도법 때문에 골치를 썩일 필요도 없었는데, 그들은 별자리를 보고 오지에서 길을 찾아내기도 했다.
불씨도 없으면서 불도 다룰 줄 아는 존재가 바로 마법사다.
그러니까 세리스는 아비게일이 마법사임을 고려하면 당연히 데리고 갔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그건 결과적으로 현명한 행동이었다.
울프크릭은 이제 그걸 아주 잘 알게 되었다.
그는 고심 끝에 다크 엘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로 마음먹었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종족 전체를 위한 결정이었다.
여기 세계수 지역이 아무리 넓다 해도 다크 엘프와 으르렁거리는 관계를 유지하는 건….
결코, 현명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비게일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그라면 모처에 숨어있는 다크 엘프를 탐지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애초에 인간들의 거주지는 다크 엘프의 거주지 근처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금방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뿔싸.
“이봐 일어나! 일어나라고!”
양날 도끼를 붕붕 휘두르던 크릭은 체면을 생각해 다른 드워프들을 데리고 오지 않은 자신을 탓했다.
다크 엘프와 잘 지내자고 말하다 보면 아무래도 성질을 죽여야 하기 마련이었다.
그때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아비게일이라는 마법사와 동행한 것인데, 그 아비게일은 덤불 속에서 뛰쳐나온 몬스터의 함성을 듣더니 파르르 떨며 기절해 버렸다.
‘짐짝이야! 내가 짐짝을 데리고 온 거야! 제기랄!’
그렇게 속으로 소리친 크릭은, 앞발이 네 개 달린 여우들의 공세를 피해 옆으로 굴렀다.
체구가 큰 여우들이 내려다보자면, 마치 도토리가 구르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지만….
어쨌든 공격을 피한 거니 된 것이다.
벌떡 몸을 일으킨 크릭이 발광을 하며 여우들을 요절냈다.
그 흉포함에 쓰러져가는 여우들이었다.
그리고 씩씩대며 거친 숨을 몰아쉬던 크릭은, 아비게일에게 다가가 손을 내미는 것도 아니고 발로 툭툭 걷어찼다.
“깨우는 내가 지친다. 좀 일어나봐.”
“으으… 끝났나요?”
새삼 햇살이 눈 부시다는 듯 눈가를 손으로 비비며 일어나는 아비게일을 보며, 크릭은 복장이 터진다는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혼자였다면 싸울 때 홀가분했을 것이다.
그런데 쓰러진 동행자를 챙기려니, 은근히 신경이 분산되고….
짜증도 제대로였다.
‘분명 고의가 아니라는 건 아는데, 어쩔 수 없이 기절했다는 건 아는데! 짜증 나는 걸 멈출 수가 없어!’
손을 쥐었다가 폈다를 해본 크릭이 결국,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키는 아비게일에게 쏘아붙였다.
“그래! 마법사라는 건 나도 아는데 말이야! 덕분에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거지만! 아무리 그래도, 도움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픽픽 쓰러져서 거치적거리지 않을 수는 없겠나? 엉? 신경 쓰여서 마음껏 무기를 휘두를 수가 없잖아! 내가 앞에서 무기를 휘두르려고 하는데, 뒤에서 털썩 소리가 나면 김이 빠지겠어? 안 빠지겠어?”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의식이 끊기는 바람에.”
허리를 굽신대는 마법사를 보니 크릭은 자기가 무슨 나쁜 놈이라도 된 심정이었다.
어쨌든 둘은 계속 길을 재촉했다.
둘은 점점 깊은 숲속으로 발을 들이밀고 있었다.
나무 위에는 검은 형체의 원숭이들이 잔뜩 자리를 옮겨 다니며, 낯선 이방인을 붉은 눈으로 살폈다.
하지만 해코지를 하진 않는다.
간혹 본능이 이성을 앞서는 몬스터들만 튀어나와 둘을 습격했고, 크릭은 도끼로 그들을 물리쳤다.
그 와중에 아비게일은 정말 줄기차게 기절했다.
그건 나중에 크릭의 표현을 빌리자면 ‘짜증이 날 정도’였다.
밤이 되자 산봉우리 위에 둘은 자리를 틀었다.
그리고 대담무쌍하게도 불을 피웠다.
산봉우리에서 피우는 불빛은 아주아주 먼 곳에서도 잘 보일 것이다.
다크 엘프는 눈이 좋으니 이걸 발견한다면 그쪽에서 찾아올 수도 있었다.
불을 쬐고 있던 둘은 마주 앉아 육포를 뜯어 먹었다.
“그래. 이봐, 아비게일. 이제 털어놓아 봐.”
“예? 뭘요?”
“소문이 자자해. 아주 자자하다고.”
“그렇습니까?”
아비게일 머리 위로 밤하늘 속 별들이 반짝였다.
그걸 보며 아비게일이 능청을 떤다고 생각한 크릭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번에 알게 된 건데 말이야. 언데드들이 과장은 좀 심하지. 성이 하루아침에 생겼다는 둥…. 기가 차지도 않을 허풍이나 떨어대지만, 그래도 아예 근거 없는 이야기를 지어낼 정도는 아니야. 뭐 성이 빨리 지어졌다는 이야기인 거겠지. 그런 식이야. 생각해 보면.”
“아. 예 그렇군요.”
아비게일은 크릭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랐지만, 장단을 맞춰 주었다.
그리고 마족이라고 수정해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뜸을 들인다고 생각했는지, 크릭이 아비게일을 향해 바싹 당겨 앉는다.
그러자 불길에 크릭의 얼굴과 수염이 붉게 물들었는데, 그 모습은 좀 험상궂었다.
아비게일은 꿈에 나올까 두렵다는 듯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 앉았고, 불에서 멀어지자 서늘한 밤기운이 몸에 침입했다.
“빼지 말고 이봐. 여기에 종족은 다르지만, 우리 둘 다 남자잖나. 그 아름다운 아가씨 말이야. 어디까지 간 건가? 어디까지 갔어?”
“예? 아가씨요?”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아비게일은 크릭의 이어지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가 세리스를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
“어디까지 갔다뇨?”
“그래. 삼각관계라고 소문이 자자하니 적어도 입술까진 갔겠지? 그 다음이 궁금하다고…! 말해봐. 불침번 때문에 술도 못 마시는데 그런 뜨끈뜨끈한 이야기라도 들어야지.”
아비게일은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거렸다.
악담이라도 퍼붓는 거라면 모를까.
그와 세리스는 애정적인 의미에서 아무 사이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눈앞의 드워프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눈을 빛내고 있었다.
게다가 신분도 신분이고, 여기서 그의 도움이 없다면 꼼짝없이 죽을지도 모른다.
요청이 있었다지만 괜히 따라온 건 아닌가 하고 후회되었다.
“상상하시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정말이에요.”
그러자 크릭은 김이 팍 샌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놈은 융통성도 없군.’이라는 말이 얼굴에 쓰여 있었다.
그 것 좀 이야기해준다고 닳기라도 한단 말인가?
“권력자의 연인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해서 너무 기죽으면 안 돼. 사랑은 쟁취하는 거야. 인간은 인간끼리 뭉쳐야지. 안 그런가? 언데드에게 연인을 빼앗길 거야?”
“아니 일단 연인 관계가 아니라 그 반대인데요.”
“그래 현실을 부정하고 싶겠지. 하지만 이겨 내야지.”
크릭은 그냥 밤을 때우기 위해서 되는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아비게일도 곧 그걸 알아차렸다.
하긴 뭐라도 지껄이지 않으면 많이 심심하긴 하다.
둘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를 마시며 찬바람을 버텨냈다.
모닥불로 데운 주전자를 기울인 크릭은, 이제 다크 엘프에 대해서 흉을 보았다.
“다크 엘프는 아주 재수가 없어. 자네와 내가 이렇게 고단하게 꼭 몸을 움직여야 하겠냐는 말이야. 벼룩도 낯짝이 있다면 알아서 접근해야 하는 거 아냐?”
“….”
‘저를 여기까지 끌고 온건 당신인데요.’
하지만 아비게일은 크릭의 막 생긴 얼굴이 두려웠으므로 항의를 속으로 삭였다.
혼자 떠들기를 한참 하던 크릭은 말을 멈추고 수통을 입에 대었다.
그러느라 맥이 끊긴 그는 입을 쩝쩝 다시더니 아비게일에게 성질을 냈다.
“이봐! 나만 떠들게 할 거야? 자네는 뭐 할 말 없나? 툭하면 기절해서 나자빠지기만 하고!”
“아. 죄송, 죄송합니다!”
“….”
아니 그렇다고, 저렇게 정색하며 사과하니 할 말이 없었다.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밤하늘을 올려다던 아비게일이 분위기를 잡고 입을 열었다.
“혹시, 그거 아십니까?”
크릭은 아비게일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뭔지 모르니까, 나야 당연히 모르지.”
“저 별처럼 이 땅은 둥글게 생겼죠.”
크릭은 아비게일과 같이 시선을 밤하늘에 던지며 고개를 끄덕였고, 아비게일은 말을 계속했다.
“이 큰 땅은 하나의 원입니다. 저 별들처럼.”
감명 깊은 얼굴이 된 크릭은 이렇게 응답했다.
“자네 나 몰래 수통에서 술 마셨나?”
“….”
“농담이 너무 재미가 없어. 재미를 떠나 창의적인 지점도 없고 말이야.”
“정말입니다. 땅은 둥글어요.”
“땅이 평평하지 않다면, 땅 아래쪽으로 가면 떨어져 죽는 거야?”
그러자 아비게일은 정색하며 중력에 대해서 말했다.
그 바람에 크릭은, 이제야 정말로 아비게일이 아주 진지하게 자신을 설득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욱 이상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다투기에는 묘한 주제다.
그런 상황이 훨씬 이상하니까.
그래서 상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이봐 그만해. 진짜 무서워지려고 하잖아.”
“….”
“조금만 더하면 진짜 소름 끼칠 거 같아. 자네 이상해 보인다고.”
* * *
낮에는 이동하고, 밤에는 불을 피우기를 일주일째 계속하던 어느 날이었다.
아비게일과 크릭은 그날 밤도 대화를….
아니 크릭의 일방적인 수다를 아비게일이 들어주고 있었다.
크릭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다크 엘프에 대해서 성토하느라 침을 튀겨 댔다.
그래서 아비게일은 모닥불에서 점점 멀어졌다.
“진짜 근본 없는 것들이야. 솔직히 먼저 다가와서 용서를 빌어야 하지 않아? 방관하고 하수인 노릇을 한 주제에 말이야! 왜 이렇게 피곤하게 하냐고!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그렇지?”
그때 아비게일은….
다크 엘프의 흉을 보던 울프 크릭과, 등 뒤로 다가오는 다크 엘프들을 보았다.
하지만 크릭을 말리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크릭이 모른다기보다는, 들으라는 식으로 크게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크릭은 엘라이저가 곁으로 다가와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을 받고 나서야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주먹을 입에 대고 헛기침을 했다.
“이 땅은 아주 넓고…. 굳이 드워프와 자주 마주치고 싶지는 않아.”
엘라이저의 말에, 크릭은 대뜸 반말이냐며 투덜거렸다.
“드워프들이 우리를 존중하지 않으니까. 우리도 그렇게 할 뿐이다.”
“그걸 말이라고 해? 너희들이 먼저 존중받을 짓을 하지 않았잖아!”
아비게일은 주위를 빙 둘러싼 다크 엘프들의 그림자 속에서, 크릭이 호통치는 모습을 약간 불안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는 싸움을 잘하지만 다크 엘프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아비게일은, 다크 엘프들이 빌려준 땅에 속한 주민이다.
어차피 싸움이 벌어지면 기절할 거면서….
싸움이 벌어지면 누구 편을 들어야 할 것인가가, 그의 속을 메슥거리게 했다.
크릭은 곁눈질로 토할 것만 같은 아비게일을 보았다.
그리고 참 유난도 저 정도면 아주 지랄이라고 생각한 후, 엘라이저를 향해 말했다.
“그건 됐고 너희들의 나무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왔다.”
엘라이저는 묘한 눈길을 던지며 크릭에게 말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온 거야.”
아비게일은 잠시 다크 엘프들의 은신처 중 한 곳에서 머물게 되었고, 크릭은 트렌트 왕에게로 안내되었다.
크릭이 다크 엘프의 왕을 만나려던 이유는 관계 개선 때문이다.
개인적인 감정은 접어두고 이 지역에서 공생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기에, 이렇게 찾아 나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만남은 크릭이 예상한 것과 아주 달랐다.
지하에서 얼굴을 굳힌 크릭은 왕좌에 앉아 있는 거대한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여기로 안내되어 트렌트 왕 앞에 선후, 그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난 당신이 앞으로도 오래 살 줄 알았는데.”
그러자 다크 엘프들의 왕은, 전보다 한결 작아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소.”
크릭이 본 트렌트는 죽어가고 있었다.
마치 바위처럼 굳어져 가는 표면과 죽음의 그늘이 짙게 깔린 몸체는, 이 담대한 드워프마저도 놀라게 만들었다.
크릭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대마법사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엘프들을 수호하겠다고 맹세했잖아? 그 맹세를 위해 수치스러운 짓까지 감수했잖아. 그런데 그런 마당에, 왜 죽음을 피하지 않지?”
트렌트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드러난 탁한 눈빛을 올려다보는 드워프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 남자를 본 이후로 미래에 대한 긴장감을 풀었소. 그게 이유요. 어떤 마법사라도 긴장을 푸는 순간 방심으로 이어지고 통제력을 잃는 거지. 그리고 난 이미 오래 살았소. 이제 순리대로 놔두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나이지.”
“….”
“울프 크릭.”
“말하라고.”
“당신들의 비극을 방관했던 우리를 너무 증오하지 마시오. 지금의 내게 마지막으로 두려운 건 죽음이라는 무게보다도, 당장 드워프의 가슴 속에 있을 철퇴요.”
이제 울프 크릭은 침묵을 지켰다.
그는 지금 상황이 좀 이해되지 않았다.
뭐 생명은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지만, 눈앞의 나무는 정말 끔찍하게도 오래 살아온 생물이었다.
그런데 인제 와서 죽는다고?
그것도 한낱 긴장이 풀려서?
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는 우물쭈물하다가 가까스로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이제 다크 엘프와 이야기 할 때, 누구와 말해야 하지?”
“엘라이저가 대표가 될 거요.”
“….”
“나는 오래전부터 드워프들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게 되었소. 그리고 이제 죽어가고 있소. 부디 죽어가는 날 경멸했으면 좋겠소. 그러나 다크 엘프들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 보시오. 그들은 내가 강권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소.”
“….”
크릭은 말을 잇지 못하고…. 결국, 그곳을 나오며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다.
원망과 다른 감정은 접어두고, 어쨌든 화석과도 같은 존재가 종결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크릭의 눈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치 언제까지나 있을 거로 생각했던 산이 사라지는 것을 보는 기분처럼,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크릭의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던 다크 엘프의 왕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린 엘프들에 대한 생각도 생각이지만, 마지막으로 엘라이저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안심할 수 있었다.
정녕 안심하고 눈을 감을 수 있었다.
* * *
넓은 땅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있었으므로, 그중에는 골디온을 의심하는 부류도 있었다.
거의 모든 인간에게 지지받는 골디온이지만, 그런 부류들은 조심스럽게 이 영웅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개미에게 돋보기를 들이밀듯이 그를 관찰했다.
만인에게 지탄 받을 수 있는 일이기에 은밀하게 이루어진 것은 물론이다.
사실, 멀리에서 관찰하는 이들도 대체 이걸 왜 하고 앉아 있어야 하는지 의아해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몇몇은 이상한 점을 깨닫는다.
황금 장갑을 끼고, 황금 왕관과 황금가면을 쓴 골디온은 주변인이 보기에 이상한 점이 없어 보였다.
목소리와 행동, 주장하는 내용은 한결같았으며 동선도 일정했다.
행동은 선량하기 이를 데가 없다.
하지만 오래오래 멀리에서 관찰해보면 알 수 있다.
“이거 이상한데?”
“착각 아냐?”
결국, 관찰자들은 모두 모였다.
그리고 골디온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일단 작성한 것을 1부로 보내자.”
그리고 그들은 다음날 사고로 몰살당했다.
그들의 죽음은 남들이 보기에 어디까지나 사고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들이 전날 보낸 보고서가 그들의 조직에 무사히 전달되었고, 상부에서는 골디온에 대한 심증을 굳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