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
& 남과 북
네이블 성은 북부를 통틀어 가장 큰 성이었다. 게다가 지리적으로도 제일 좋았다.
그래서 북부가 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성만 둘러보고 나면, 자신의 그런 생각이 착각이라고 착각하기 딱 좋았다.
그만큼이나 풍족하고 으리으리한 성이라는 이야기다.
성안의 사람들은 풍족하게 살면서 자신들이야말로 북부의 방패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면서 주변 성으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고, 중앙 권력으로 보냈다.
사실 주된 전투는 위성 도시에서 모두 처리되었다. 하지만 남부나 중앙도시 쪽에서 보면 북부인은 모두 싸움을 잘하는 이들로 보였다.
그래서인지 이 성에선 자신의 장비가 좋으면 더 잘 싸울 것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의 연병장은 들판처럼 넓고 깨끗했으며, 잡초 한 포기 자라나 있지 않았다.
수많은 정원사가 정리를 하기 때문이다.
대리석 건물들도 성에 있었고, 성당도 따로 있을 정도였다.
성당이 성안에 있으니까, 멋 모르는 사람들은 네이블이 교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줄 알지만 전혀 아니었다.
신법과 국법, 영지민과 신도라는 라이벌 관계에 짜증을 내는 네이블 가의 영주가 어느 날 영지 내의 신부와 마찰을 빚자. 교회 문을 잠그고 신부와 영지민을 불태워 죽인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네이블 가의 후작은 청원서를 자주 쓰는 유지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구실을 만들어서 절벽 위에서 밀어 버리고, 모함 꾼들을 고용해 법정에 세운 뒤 빚더미에 앉게 했다.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놈들은 잡아다가 고문하고, 폐인 만드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다. 성안에 들어온 하녀는 좀처럼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으며, 비밀엄수 계약서를 쓰게 만들었다. 그걸 어길 때는 머리카락만 잘라 파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북부의 패자인 네이블 성은 얼마 안 되는 여름에 얼음을 들여와 시원했고, 겨울에는 난방을 힘써서 아주 따뜻했다.
굴뚝마다 연기가 뭉클뭉클 솟아올랐다. 때로는 더워서 문과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시간을 보낼 정도였다.
후작은 오늘도 아주 얇은 옷을 걸치고 있다.
그, 아니 그녀의 하얀 머리카락은 얼굴 뒤로 흘러내리고 있었고….
관은 벗겨진 채 책상 위에 올려진 상태다.
나이가 많은데도 할머니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네이블 가의 후작은 아주 정정해 보였다.
갈색 눈빛은 빛을 발했고, 주름이 가득한 얼굴과 손에는 혈색이 돌아 포동포동하다.
그녀는 비싼 진주 반지와 보석을 치렁치렁 몸에 두르고 있었다.
무거운 보석들이 몸을 누르는데도 혈액 순환이 잘되는지 볼이 발갛다.
아니면 술을 한잔한 건가?
“대단하군. 대단해.”
분명 아무도 없는데, 그녀는 호피가 깔린 호화로운 자신의 12번째 집무실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밟고 밟아도, 또 불평불만을 내게 보낸단 말이지….”
그녀는 영주에게 청원 넣은 문서를 보고 있었다.
일반인이 아니라 새로 온 신부가 보낸 글로, 내용을 보면 아주 구구절절했다. 그리고 충분히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대교회의 신부씩이나 되니까 한번은 읽어보아야 싶기에, 손에 쥐었던 것이다. 그런데 종이를 펼쳐 들었던 노인은 아주 언짢은 심사가 되었다.
그녀는 종이를 구겨서 내던졌다. 그리고 작은 황금 종을 흔들었다.
하인이 헐레벌떡 달려오자 총관을 불러오게 시켰다.
“부르셨습니까?”
나이 지긋한 총관이 오자, 거기 앉아 보라는 말도 없이 크림힐트 후작은 화를 냈다.
마치 총관이 탄원서를 낸 놈의 아버지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새로 온 신부 놈 말이야. 너무 까불어.”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굴던가요?”
“증축을 위해서 신도들의 인력이 필요하니, 그들의 세금을 약간 면제해 달라는군! 이 망할 놈이! 세금은 영주의 고유 권한이야! 그런데 이놈이 간절히 부탁한다고 써놨어! 이게 협박이 아니고 뭐야?”
총관은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러니까 부탁한 거 아닌가? 그런데 눈앞의 노파는 협박이라고 성을 내고 있었다.
이러다가 요번에 온 신부마저 요절을 낼까 두려웠다.
“영주님. 일단 진정하시죠.”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배은망덕한 놈들. 뭐 교회를 증축해? 지나갈 때 보니까 지붕을 아주 하늘 찌를 듯이 쌓아 올려놨더군. 그렇게 일하는 놈들의 안전을 진정으로 책임지는 자가 누구야? 누가 그들의 안전을 위해 병력을 밤이고, 낮이고 운용하고 있지? 누가 성벽의 주인이냔 말이야?”
“물론, 영주님이십니다.”
“그래. 그 사실은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모두가 다 알지. 그런데 놈들이 섬기는 하늘만 모르는 모양이야. 이놈들의 안전을 위해 내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그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신부 놈은 입담으로 멍청한 놈들의 마음을 다 쓸어 가는군. 도둑이 따로 없어.”
“여, 영주님… 그 말씀은 좀….”
“재판 때마다 인도적으로 그러면 안 되느니 어쩌니. 게다가….”
사실 크림힐트를 제일 화나게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멋대로 왜 헌금을 걷느냔 말이야. 내 영지의 피 같은 돈을 자신들의 주머니에 넣는 불한당 같은 놈들!”
헌금은 교회의 고유 권한이고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지금 말해봐야 이도 안 먹힐 듯싶었다.
영주 입장에서는 스스럼없이 믿음에 따라 각을 세우며, 항상 인도적인 차원에서 접근한답시고 어깃장을 놓는 놈들이 미워 보일 만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불태워 죽여서는 안 되었다.
총관은 시간을 가지고 크림힐트의 역성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진정시켰다.
필요할 때는 속으로 성호를 그으며 겉으론 같이 신부를 욕했다.
사실 그는 독실한 신자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별안간 화제가 바뀌었다.
“세 영지의 풋내기들은 어때?”
“지금은 잠잠합니다.”
크림힐트는 턱을 쓰다듬었다.
그때 그녀의 손톱이 금색으로 번쩍였는데, 진짜로 금을 손톱에 바른 탓이다.
그녀는 흐음 소리를 내며 생각에 빠졌다.
그녀라고 시원찮은 총관을 데리고 이렇게 시시콜콜 이야기하긴 싫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자식들이 수도로 내려가 있거나 타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로서는 아레이즈, 골드 힐, 디펜더스의 영지가 정말 미덥지 않았다.
나이 먹은 노익장이 앉아 있다면 모를까.
하필 가장 끄트머리에 어린애들이 앉아 있는 격이었다.
“이틀만 버티면 기본은 하는 거고. 사흘을 버티면 아주 잘하는 거다. 일주일만 버틴다면 누구나 칭찬할 거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주 이상을 버틴다면 기적이지. 그렇다면야 훈장도 받겠지. 하지만 그 애송이들이 하루조차 버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크림힐트 입장에서는 일이 일어난다면 도피할 시간은 벌어줘야 할 텐데 정말 문제였다. 그렇다고 수도로 미리 내빼자니, 여기 앉아있음으로써 얻는 명예와 힘이 적지 않았다.
북부에서 고생하며 몸소 희생하는 후작 타이틀은 그녀의 자손들에게 엄청난 권력이 된다.
“아레이즈의 전 영주나, 디펜더스의 영주는 그래도 매파였는데 말입니다. 지금 거기의 젊은이들은 그런 정치적인 소신도 없겠죠."
총관의 말에 크림힐트 후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두 영지의 남녀들은 매파라서 믿을만했는데, 다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골드 힐에 괜찮은 남자를 앉히려던 그녀의 노력도 무산되고 말았다.
요즘 들어 뭐 하나 되는 일이 없었다.
적어도 그녀 주변은 그랬다.
그래도 그녀가 힘이 나는 것은, 먼 곳에 있는 자식들이 하나같이 아주 잘 되고 있다는 것 정도?
“누구 하나 나라를 걱정하는 놈들이 없구나. 언제 괴물들이 내려올지 모르는데, 국왕과 신하들은 갑론을박만 벌이니 시간만 죽이고 있는 거고. 망할 놈의 비둘기파들은 현실감 없는 소리나 해대고 있으니…. 매파에 인물이 없어 인물이. 그런 와중에 하필 가장 전방에 있는 영주 세 명도 정치색이 모호한 데다가 새파란 애송이들이야. 도저히 믿음이 안 가. 안되려 하다 보니 일이 이렇게나 꼬이는군. 이런 지경이니 대체 누가 나라를 걱정하냔 말이야. 이러니 내가 잠이 올리가 있나.”
골치가 아파진 노파는 손짓으로 총관을 물러가라 했다. 그리고서 어디론 가로 움직였다.
성의 깊은 곳, 그녀가 신임하는 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위해 말이다.
* * *
크림힐트는 성 아래의 던전으로 내려갔다.
네이블 가문처럼 큰 규모면, 지하에 감옥이 있었고 고문실도 있었다.
소매로 코를 막고 걷는 그녀는 철문 앞에 섰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건장한 남자가 문을 열었다.
지하 감옥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방안은 안락하고 향기 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집시들이 쓰는 용도인 듯 커다란 수정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고, 보라색 커튼과 붉은 융단. 작고 큰 베개들이 흩어져 있었다.
크림힐트는 천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있는 괴인 앞에 가서 앉았다.
“잘 있었나, 천리안?”
“보시는 대로.”
“자네가 언제나 힘을 빌려줘서 나는 아주 흡족하게 생각하고 있네.”
“오늘은 무슨 일로 왔지? 내 예지력은 한 달에 한 번뿐이야. 대신 절대로 틀리지 않지.”
“알아. 하지만 오늘은 확답을 얻으러 온 게 아니라, 편하게 이것저것 물으러 왔어. 그냥 예감 정도면 충분해.”
“전에도 말했지만, 예감은 실마리라서 틀리기 쉬워. 왜냐면 바뀔 수 있는 단서들은 운명의 개척자들 앞에서 많이 바뀌거든.”
크림힐트는 녹색 외투 깃을 여미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우연히 천리안을 얻은 것은 행운이었다. 시아버지와 남편을 독살한 후, 권력의 중추에 앉은 크림힐트는 자식들과 눈앞의 천리안이라는 괴인만 신용했다.
그 외에는 누구도 진심으로 믿지 않는다.
“….”
크림힐트는 천리안 앞에서 이것저것 신세 한탄 같은 말을 했다.
그러면서 넌지시 찔러 보았다.
그때마다 천리안은 내키는 대로 대답해 주었다.
그러다가 아레이즈의 영주 이야기가 나왔다.
“상단의 부탁도 있고 해서 내버려 뒀더니, 버릇없게 굴더군. 그래도 뒤에 누가 있는지 대충 알 테니, 끝까지 파고는 못 들겠지. 그 때문에 상단에서 받는 돈이 많아. 상단 놈들은 우리가 나 몰라라 하면 아주 번거롭게 되니까.”
“….”
“아레이즈의 젊은 영주는 어떤 사람일까?”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 천리안은 이렇게 말했다.
“코흘리개 어린아이일 뿐이야. 생각이 짧고 성질대로만 움직이는 놈이지. 천지 분간 못 하는 천둥벌거숭이랄까. 이미 알잖나. 그런 흔한 타입.”
크림힐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제는 골드 힐과 디펜더스의 영주에 대해 운을 떼기 시작했다.
그들에 대한 동향이나 보고서라면 이미 그녀의 집무실 서랍 안에 있었다.
성 주위를 맴돌며 수집한 정보들로 ‘어떤 성향을 보였다.’ 정도겠지만, 그래도 이런 즉흥적인 대답을 듣는 것보다는 훨씬 객관적일 것이다.
그러나 크림힐트는 그런 보고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 * *
악의 역사에 대해서 인간들은 이렇게 기술해 놓았다.
과거 태초의 악이 바다에서 태어나 자리를 잡았는데, 그게 바로 북쪽이었다.
북쪽의 악마들은 세계 전체를 파멸로 이끄는 전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비극 속에서 마왕 유고는 악과 결탁하여 온갖 잔인한 짓을 저질렀다.
그런데….
세계수의 희생이 바탕이 된 가운데, 위대한 여제의 승리로 마왕 유고와 악은 동시에 소금 기둥이 되어 지옥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마왕 유고가 죽기 전에 여동생인 유미리와 정을 통하여 악을 낳았는데, 이 악마의 자식이 패잔병들을 이끌고 고향 깊숙한 곳으로 숨어 들어가 오래도록 나오지 않았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악마의 자식은 분명 죽었겠지만….
결국, 역사는 그 패배한 악들을 깨끗이 정리하지 못했다고 기록해 놓았다. 그리고 그건 지금에 와서는 북부 밀림에 도사린 괴물들이 되었다.
사실 과거에 비하면 아주 약해진 세력일지라 하여도, 대륙의 생명에게는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위협이 되었다.
하늘에 악을 감시하는 눈이 있더라도 상관없었다.
세계수에서 뻗어 나온 잔뿌리 하나가 위를 온통 뒤덮고 있는 상태였다.
방대한 지역에 걸쳐 형성된 자연의 위장망 아래에 엄청난 숫자의 괴물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나무기둥 사이를 지나 들판이 나타나면, 군대 중 아주 일부가 주둔하고 있었다.
밤이 되면 거기에서 뿜어지는 불빛을 레인저들이 알고 본국에 보고 할 테지만, 그 노출된 정도는 전체의 십 분지 일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몰려나온 군대는 세계수가 뒤덮은 지역 주민 중 극히 미미한 숫자였다.
카이트 실드만한 낙엽이 쌓여있는 부토 위를 트롤과 오크.
고블린은 물론이고, 심지어 오우거 마저 돌아다녔다.
다양한 깃발들이 그늘에서 늘어뜨려 진 가운데, 주둔지 심처에서는 이야기가 한창이다.
“눈들을 가동해도 찾을 수 없으니, 라이트닝 블러드는 이제 포기하기로 했다.”
“허구라고 하기에는 쌍방의 역사 속에 엄연히 기록되어 있는 부분이야. 그리고 우리의 역사가 인간의 기록보다 훨씬 정확하지. 하다못해 정령들도 기억하는 부분이라고, 그것을 찾는다면 대단한 병기가 될 텐데?”
“지금 소설책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야. 이 많은 군대가 허구에 매달려 있을 수만은 없어. 애초에 다른 섭정들의 수작질이었을 뿐이야. 대륙에 나가기를 꺼리는 놈들이 만든 거지. 최소 몇천 년이 지났어. 그 와중에 사라졌을 수도 있고 말이야.”
군단장은 동물의 뼈로 만든 의자에 앉아 눈앞에 일렁이는 그림자의 말을 들었다.
그림자는 은색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섭정의 말을 전달하는 전령이었다.
군단장은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섭정이 라이트닝 블러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야기대로라면 라이트닝 블러드는 필멸자이지만, 그를 수호하는 존재는 불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죽치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긴 하다.
군단장인 그는 발을 인간의 해골 위에 올려놓고 문지르는 중이었다. 그 서늘한 해골의 한기가 발의 피로를 씻고 시원하게 해주는 듯했다.
해골 신세가 된 인간은 레인저로서, 그가 관리하는 군대에서 가장 가까이 정찰 나왔던 놈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몇 년 정도로 앞당길 수 있겠나?”
“전사들은 준비되어 있어. 문제는 각국의 수도에서 쓸, 공성 병기 정도지. 드워프들이 여간 고집이 센 게 아니라서.”
또 다른 문제는 섭정도 군단장도 지금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왕끼리 의견을 조율하고 있느냐였다.
라이트닝 블러드만 해도 그랬다.
누군가는 그것이 실존한다고 말하며, 그것부터 얻고 대륙에 전쟁을 일으키자고 말했다.
지금에 와서는 그게 전쟁을 늦추는 핑계라고 받아들이는 추세지만….
그림자는 마지막으로 못 박았다.
“라이트닝 블러드는 없어. 이렇게나 애타게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못 찾은 게 그 증거야. 그 많은 눈이 헛수고였어. 너는 최선을 다해 군대를 정비해라. 빨리 출전할 수 있도록. 나머지는 우리들이 알아서 하겠다.”
전쟁에 찬동하는 섭정들은 최선을 다해 왕들을 설득시킬 요량인듯싶었다.
군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의 입장에서는 눈들이 대륙의 정세를 잘 보여줬으니 헛수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일부러 이견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따닥.
따다닥.
출전 준비를 끝마치는 데 앞으로 몇 년으로 잡고….
그렇다면.
따닥 따다닥.
딱- 딱.
군단장은 강철 장갑을 낀 손가락을 차례대로 팔걸이에 두드렸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그렇다면, 보낸 첩자는 언제 거둬들이지?”
그의 첩자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딱- 딱- 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