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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투자천재-298화 (298/300)

298화 한류를 일으켜 볼까?

‘물론 그래 봤자 공개된 자산만 따졌을 때 세계 최고일 뿐, 실질적으로는 나보다 더 자산 규모가 큰 부자들이 많지.’

사우디아라비아 왕족들만 봐도 조 단위의 자산을 가진 부자들이 수두룩하였다.

당연히 그들의 자산은 공개되어 있지 않았는데, 그들까지 세계 부자 순위에 집계하게 된다면 나는 다시 10위권 바깥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거기에 가문 단위로 치면 더욱더 순위에서 밀려나게 될 테고.’

개인으로는 언젠가 내 자산이 세계 1위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은 개인일 뿐.

미국이나 유럽의 잘 알려진 가문들을 보면 가문의 전체 자산이 천억 달러가 넘는 곳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가문들이 미국과 각국 정부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아마 앞으로 그런 가문들과 충돌할 일이 많아지겠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고 기뻐하기만 할 때가 아니었다.

안 그래도 혜성 그룹 하나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는데, 이제는 미로의 자산까지 추가되었다.

음모론 속 그림자 정부 같은 비밀 집단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로스차일드나 록펠러, 듀폰 같은 가문은 분명 현실에 존재하는 가문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것도 음모론이라고 할 수 없었고 말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유대 계열 자본이 지배하는 에너지, 자원, 건설, 금융 분야가 아닌, 주로 일본 자본이 장악한 전자, 반도체, 자동차 시장을 공략해서 별다른 견제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달랐다.

혜성 그룹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심지어 미국 정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세계를 지배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로스차일드나 록펠러 같은 가문에서는 내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제 위기가 닥쳐올지 모르니,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그룹의 내실을 한층 다지면서 범혜성 가의 규모를 키워야겠어.’

이젠 나도 범혜성 가를 키우는 것에 주력해야 할 때였다.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든든한 것은 결국 가족이었으니 말이다.

* * *

권오중 회장이 숟가락을 들어 올리며 한마디 하였다.

“먹자.”

“예.”

미래 그룹만큼은 아니지만, 정우 그룹 역시도 온 가족이 아침 식사를 함께하는 경우가 많았다.

권오중 회장이 한국에 있을 때는 반드시 함께하는 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 식사 시간이 화기애애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재벌 총수가 그러하듯, 권오중 회장도 가부장적인 면이 강했다.

그가 식사에 열중할 때는 설령 권오중 회장의 자식들이라고 해도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었다.

“할아버지. 이한성 회장과 만나보셨습니까?”

권상우.

정우 그룹 3세인 그는 권오중 회장이 가장 아끼는 손자였다.

그래서일까?

무거운 분위기에서도 권상우만큼은 개의치 않고 입을 열고는 했다.

“이한성 회장은 왜?”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었으니, 축하 자리를 가져야 하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연락하기는 했다. 워낙 바쁜 친구라서 시간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할아버지. 이한성 회장과 만나게 되면 제가 만든 사이트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면 안 됩니까?”

아무래도 권상우의 본론은 이것인 듯싶었다.

“그 클래스 어쩌고 하는 사이트를 말하는 거냐?”

“클래스 메이트입니다!”

“정확한 이름이야 뭐가 됐건, 아직도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권오중 회장이 혀를 차더니, 샘난다는 듯 말했다.

“이한성 회장이 그리도 좋더냐?”

“세계에서 존경받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지 않습니까? 재벌들의 우상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참고로 권상우는 정진회의 회원이었다.

정진회는 재벌 2세 모임이었는데, 한성을 추종하고 있었다.

‘나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던 놈이, 이제는 다른 기업 총수를 연예인 바라보듯 바라보다니.’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그 역시, 나이가 조금만 젊었으면 정진회에 가입했을지 모를 일이니.

“이한성 회장이 그리도 좋으면, 내가 자리라도 마련해 줄까?”

“할아버지. 그건 나중에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제가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지 않습니까? 저는 이한성 회장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심어 주고 싶습니다.”

권상우의 답변에 권오중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 * *

<미로사의 시가총액, 120억 달러.>

<이한성 회장,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하다!>

내가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큰 파문이 일어났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세계적인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이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각국의 지도자들이 초청하였고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엉덩이가 무거운 왕족들이 직접 찾아오기도 하였다.

물론 한국 언론사들이 떠들썩하게 반응한 것은 굳이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상장에 성공하신 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김태중 대통령도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이한성 회장님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회장님이야말로 한국의 핵심 자산이자 보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찬입니다.”

-혹시 올해가 가기 전에, 시간이 되신다면 청와대로 오셔서 조언 좀 해주십시오. 지금의 이한성 회장님이라면 설령 어떤 조언을 하셔도 문제 삼을 언론은 없을 겁니다.

“시간이 난다면 청와대에 들르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김태중 대통령과의 통화가 끝나자 다음에는 여야의 정치인들을 접견하였다.

물론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대선이야 이제 1년 정도밖에 안 남았다지만, 혜성 그룹 정도의 레벨이라면 여야 어디에서 대통령이 나오든 크게 상관이 없었다.

여야의 정치인들 역시 그 사실을 아는지, 그저 웃는 얼굴로 잘 지내보자고만 할 뿐이었다.

‘미군 사령관에, CIA 한국 지부장에 심지어 주한 미국 대사까지 나를 찾다니.’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는 게 확실히 실감이 되는 거 같았다.

지금까지 나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주한 미국 장성들 및 주요 인물들이 나를 찾는 것을 보면.

“이 회장. 자네가 설마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될 줄은 몰랐네.”

미군 장성들까지 나를 찾아오는데, 재벌 총수들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빅4 중 한 명인, 정우 그룹 권오중 회장도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바로 나에게 달려왔다.

“제가 전부터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IT 시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그러면 지금이라도 시작하는 게 좋을 거 같나?”

“글쎄요. 지금은 너무 과열되어서 한 번쯤 조정이 온 뒤에 시작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런가? 그러면 손자 놈이 닷컴 회사를 차렸는데 거기에만 조금 투자하면 되겠군.”

“회장님께서 자랑하시던 한국대 다니는 손자 말씀하시는 겁니까?”

내 말에 권오중 회장은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학점 유지하기도 바쁠 텐데, 클래스 메이트라고 사이트 하나를 만들었어. 나도 자세한 것은 모르겠는데,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인기가 상당하다던데?”

“클래스 메이트가 회장님의 손자가 만든 사이트였습니까?”

“자네도 알고 있는 걸 보면 그래도 인지도가 있긴 한가 보네.”

신기했다.

재벌 2세가 닷컴 회사를 차릴 줄이야.

내가 IT에 적극적이어서 그런지, 재벌 2세들도 IT에 관심을 보이는 거 같았다.

“우리 손자 놈이 자네의 팬클럽 회원인 거 알고 있지?”

“팬클럽이라요?”

팬클럽이라니.

내가 아이돌도 아니고 무슨 팬클럽이란 말인가.

“정진회 말일세.”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정진회란 재벌 2세 모임은 나도 들어본 적 있었다.

양준현이 이야기해 준 적이 있었는데, 여타 재벌 2세 모임과는 다르게 제법 건설적이라고 들었다.

“아, 들어는 봤습니다.”

“나중에 내 손자 놈을 보게 되면, 조언 좀 해 주게나. 자네를 어지간히 존경하는 거 같으니 말이야.”

“기회가 생기면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내 팬이라는데, 조언 몇 마디야 못 해줄 것도 없었다.

“그런데 혹시 자네, 이번에 생긴 실탄은 어디다 쓸 생각인가?”

역시 재벌 총수들의 주 관심사는 이것인 듯싶었다.

하기야 이번에 내가 얻은 현금만 2조에 달하니, 재벌 총수들로선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내 현금 자산이 2조가 아니라, 10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

버블이 곧 터질 수도 있다는 판단하에 닷컴 주식에 투자했던 자금을 현금화하였다.

그 결과 무려 8조라는 현금이 생겨났는데, 미로의 지분 10%를 팔고 남은 현금을 합하면 10조에 달했다.

사내 보유금도 아니고 나라는 개인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10조나 된다는 뜻이었다.

아마 이 사실이 밝혀진다면 언론이 다시 난리를 치지 않을까 싶었다.

“설마 정우 그룹에 투자해달라, 뭐 그런 부탁을 하시려는 것은 아니겠죠?”

“그럴 리가. 자네도 알잖아? 이 회장의 조언을 듣고 내가 사업 규모를 줄이기 시작한 거? 나는 투자가 필요 없어. 은행 돈도 더 안 받는데 투자는 무슨.”

한때 부채만 70조가 넘었던 정우 그룹이었는데, 권오중 회장이 뒤늦게라도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었다.

만에 하나 정우 그룹이 무너졌으면 IMF가 올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 * *

실탄을 어디다 쓸 거냐는 권오중 회장의 질문에는 대충 대답하고 넘어갔다.

내가 굳이 그 질문에 대답해줄 의무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노사가 같은 질문을 던지자,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였다.

(10조가 넘는 현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

“일단 혜성 그룹의 미래에 투자할 겁니다.”

현금을 쌓아두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IT 버블이나, 동남아 금융위기를 생각하면 현금을 아껴두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어차피 그때 사용할 현금은 지금부터 모아도 충분히 모을 수 있을 것이니, 10조는 우선 혜성 그룹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게 맞는 선택이었다.

(기술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로군.)

“예. 기술 개발과 인재 영입, 그리고 인재 육성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혜성 장학회의 규모도 더 키우겠구나.)

“적어도 5천억 이상을 혜성 장학회에 투자하여 해외의 인재들도 혜성맨으로 만들 겁니다.”

이미 한국에서 웬만큼 뛰어나다는 인재는 혜성에서 전부 흡수했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혜성이 한국에서만 활동하는 기업이라면 이 이상의 인재는 필요 없겠지만, 혜성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기업이었다.

한국 인재들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였기에 이제는 해외 인재들도 공격적으로 영입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문화에도 투자할 겸, 처가인 JS 그룹에 자금을 지원할 겁니다.”

개인으로선 이미 최고의 부자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개인은 개인일 뿐이었다.

미국의 진짜 부자들만 봐도 개인이 아닌, 가문이나 혈족이 천문학적인 자본을 공유하고 있었다.

50조, 어쩌면 100조가 넘는 돈을 말이다.

그렇기에 나 역시 가문의 힘이란 것을 키우고 싶었다.

‘덤으로 한류도 일으키고 말이야.’

JS 그룹이 현재 집중하는 사업은 다름 아닌 엔터테인먼트였다.

혜성 그룹이 미국 엔터테인먼트도 아니고 구멍가게나 다를 게 없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는 일.

그러니 JS 그룹을 통하여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었다.

한류의 미래를 생각하면 손해 볼 투자는 절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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