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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투자천재-297화 (297/300)

297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다

미국 일부 지식인들이 IT 버블을 거론하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IT 버블은 시기상조.

설령 IT 버블이 노사가 알던 역사보다 훨씬 일찍 붕괴한다고 해도 1년 이상의 시간은 남아있을 것이다.

‘그래도 슬슬 대비하기는 해야겠지.’

미국에만 5조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 미국의 자산은 닷컴과 IT 주식 위주로 배분되어 있었는데, IT 버블이 붕괴하기 전에 현금 비중을 높여야만 했다.

“미로의 상장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습니까?”

대비는 대비고, 이용할 것은 최대한 이용해야 하는 법이었다.

버블이 꺼지기 직전에 상장한다면, 천문학적인 자금을 얻을 수 있을 터.

내가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예. 상장 일정에 맞춰서 새로운 서비스들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좋군요.”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과연 시가총액이 얼마나 나올까?’

현재 세계 경제가 가장 주목하는 사업이 바로 인터넷 사업이었다.

그야말로 영화나 책에서 나올 법한 기술들을 하나둘 현실화하자, 너나 할 것 없이 IT에 투자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IT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기업이 바로 미로사였다.

세계 최초의 포털 기업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포털 기업.

심지어 최근에는 음반 서비스, 마블 웹툰 등, 이른바 ‘돈’이 되는 서비스까지 출시하거나 새로 준비 중이었다.

‘일단 50억 달러 이상은 무조건 나오겠지?’

매출로 따지면 어림도 없는 일이긴 했다.

연 매출이 기껏해야 수천만 달러에 불과한 기업이 한국에도 드문 조 단위의 기업이 되는 셈이었으니.

하지만 IT 버블이 괜히 버블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야말로 광기에 차 있었는데, 조금씩 흘러나오는 IT 버블에 관한 경고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기업 이름에 ‘닷컴’이 붙어있으면 그냥 묻지 마 투자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장으로 총알이 생기면 무엇을 할지부터 생각해 둬야겠어.’

회사를 더 인수할 생각은 없었다.

이 이상 그룹의 규모를 늘리는 것은 나 역시 부담스러운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애초에 지금은 외형적 성장보단 내실에 집중할 때이기도 했다.

IT 버블로 인한 타격은 혜성 그룹이라고 피해 갈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 * *

“부르셨어요, 회장님?”

중국의 스파이로 추정되는 전도연 비서가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들어오자, 나는 의자를 가리켰다.

“여기 앉으시죠.”

“네!”

“요즘 업무는 어떻게, 잘 적응하고 계십니까?”

“회장님께서 배려해 주신 덕에 업무는 어렵지 않게 적응하고 있습니다.”

“역시 하버드 출신의 인재답게 적응력이 남다르시군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게 주어진 업무가 너무 적어서 하버드 출신이 아니라, 어떤 대학 출신을 데려와도 저만큼 잘 적응할걸요?”

그야 그럴 것이다.

일부로 쉽고 중요치 않은 업무만 배정했으니까.

간단하게 예를 들면, 내가 묵을 호텔이나 비행기를 알아보는 일이었다.

사실 나는 대부분 이베스 호텔이나 혜성 호텔에서 묵기 때문에 그녀가 하는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지금은 여유가 있으신 모양이지만, 앞으로 미로사가 상장되면 굉장히 바빠질 겁니다.”

“미로사가 상장하는 것과 제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나는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야 상관이 있죠. 미로사가 상장하고 나면 제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텐데, 어찌 상관이 없겠습니까?”

“세계 제일의 부자요?”

전도연 비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난데없이 세계 제일의 부자 소리가 튀어나왔으니 그녀로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미 내 자산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을 텐데, 지나칠 정도로 놀란 표정을 짓는군. 참으로 가증스러운 여자야. 뭐 그러니 첩자 짓을 하는 거겠지만.’

미로사 상장으로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는 것.

지금 내가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없는 사실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현재 시점에서도 나는 세계에서 순위권 안에 드는 부자였다.

비상장 기업들을 제쳐두고 혜성 그룹의 지분이나 소프트뱅크의 지분, HS 인베스트먼트의 자산을 합치면 어림잡아도 150억 달러가 넘었다.

공개된 자산만 15조 이상이라는 뜻인데, 이것만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 안에 드는 부자였다.

‘내가 미로사의 지분 90%를 가지고 있으니, 만약 미로사의 가치가 50억 달러 이상으로 인정받으면 나는 단번에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된다.’

현재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로 알려진 빌 게이츠의 자산이 200억 달러가 조금 안 된다고 하니, 미로의 상장만 잘 된다면 나는 단번에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될 것이다.

“와! 미로사가 그렇게 엄청난 회사일 줄 몰랐어요! 저는 그저 회장님의 비밀스러운 취미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취미라니요. 미로사의 시가총액이 아무리 못해도 50억 달러 이상일 텐데요.”

“50억 달러라고요?”

“저는 사실 그것도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미로사는 천억 달러 이상도 갈 겁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해 주는 이유는 그녀의 진짜 조직이 미로사의 주식을 사줬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즉, 중국의 권력자들이 미로사 주식을 비싸게 사줬으면 하는 생각에서 꺼낸 이야기였는데, 전도연 비서의 표정을 보니, 내 의도가 통한 거 같았다.

‘물론 내 말이 거짓말은 아니지. 미래에는 100조가 아니라, 1,000조 이상도 갈 회사니까. 비록 그 미래가 1, 2년 뒤의 미래가 아닌, 20년 뒤의 미래일 테지만 말이야.’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는 이어서 말했다.

“전 비서도 혹시 생각이 있으면 미로사에 투자해 보세요. 아니면 꼭 미로사가 아니라도 IT 기업이라면 추천해서 손해 볼 거 없을 겁니다.”

지금이야 손해 볼 일이 없을 테지.

곧 끝물이라,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게 문제지만.

그것도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라, 아주 박살이 날 것이다.

“회장님께서 종목을 추천해 주시면 안 될까요? 미로사 말고 또 다른 회사들이요.”

참 욕심이 많았다.

하긴, 중국 권력자들의 자본력을 생각하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었다.

예상되는 미로사의 시가총액은 겨우 50억 달러.

10%에 해당하는 주식만 공개할 거라는 것을 생각하면 5억 달러에 불과하였다.

중국 권력자들에게는 규모가 작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종목이라. 제가 추천하면 투자하실 의향은 있는 겁니까?”

“그야 당연하죠. 회장님을 좋아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저 역시 돈을 좋아한답니다.”

“그러면 소프트뱅크랑 AOL에 투자해보세요.”

“두 회사는 지금도 주가가 엄청나게 오른 상태 아닌가요?”

“한참 더 오를 겁니다.”

전도연 비서는 눈을 반짝였다.

내가 하는 말을 찰떡같이 믿는 표정이었다.

‘한참 오르기는 할 거다. 문제는 제때 나오기가 힘들겠다는 점이지만.’

사람의 욕심이란 게 그렇다.

두 기업 모두 지금 주가에서 두 배 가까이 오를 가능성이 컸지만, 사람들은 두 배로 만족하지 않았다.

단기간에 두 배 올랐으면 세 배, 네 배까지 오를 수 있다고 여기겠지.

아마 버블이 붕괴되는 순간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내가 적절한 ‘조언’까지 해준다면 더 그럴 것이고 말이다.

* * *

덩샤오핑이 몰락한 이후 장쩌민의 최측근이었던 쩡칭훙은 명실상부 중국의 이인자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의 이인자가 된 쩡칭훙의 주 관심사는 여전히 혜성이었다.

혜성에서 정보가 들어오면 국내의 일은 제쳐두고 혜성의 정보부터 확인할 정도였다.

“IT라. 이한성 회장이 그렇게까지 IT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단 말이지?”

최근 혜성 그룹에서 새로운 정보가 입수되었다.

정확히는 혜성 그룹 회장인 한성에 관한 정보였는데, 한성이 얼마만큼 IT를 신경 쓰는지가 보고서에 적혀 있었다.

“소프트뱅크의 주가만 해도 지금의 10배 이상까지 오른다고 생각한답니다.”

“10배?”

이미 시가총액이 500억 달러가 넘는 기업이 소프트뱅크였다.

지금도 거품 논란이 없지는 않았는데, 이보다 10배가 오른다는 게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투자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는 혜성 그룹 회장이다.’

일반인의 시각으로 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일이지만, 한성은 월가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투자의 귀재였다.

심지어 조지 소로스 등, 월가의 큰손들이 북한을 투자하는 이유도 한성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

이러니 거품 논란 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동원할 수 있는 달러를 모두 동원해야겠어.”

모든 스케일이 남다른 중국이었다.

쩡칭훙의 비자금 규모도 한국 정치인들과는 궤를 달리하였는데, 그가 당장 동원할 수 있는 달러만 1억 달러가 넘었다.

전체 비자금도 아니고 달러만 따졌는데도 한화로 천억 이상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조차 그가 정적들의 눈치를 보며 다른 이들보다 소극적으로 비자금을 모은 결과였다.

‘혜성 그룹 회장의 말처럼 10배가 오른다면…… 주석의 후계자는 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는 장쩌민의 오른팔인 만큼, 장쩌민의 자금까지 동원하여 IT 자산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상하이방 주요 인물들의 자금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쩡칭훙은 천문학적인 자본을 손에 쥐는 것은 물론이요, 순식간에 상하이방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 * *

1996년 9월 14일.

모두가 기대하던 미로사가 마침내 미국의 장외 주식 시장인 나스닥에 상장되었다.

총자본금 5억 달러에서 10%인, 2,500만 달러어치의 주식 20만 주를 공개하였는데, 그 반응이 엄청났다.

“300달러 돌파했습니다!”

처음 300달러를 돌파했단 소리를 듣고 불과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미로사의 주가는 400달러로 올라갔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폭발적인 매수 열기에 힘입어 순식간에 800달러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야말로 광기 그 자체였다.

‘미로의 가치가 혜성 전자와 비슷하다고?’

주가는 한때 860달러까지 치솟다가, 급등에 따른 경계 매물출회 때문인지 결국 660달러로 거래를 마감하였다.

하지만 나는 이에 조금의 아쉬움도 느끼지 않았다.

무려 170억 달러.

종가를 기준으로 미로의 시가총액은 무려 170억 달러였다.

일개 벤처 기업 하나가 세계 제일의 전자 기업인 혜성 전자와 시가총액이 엇비슷하다는 뜻이었다.

이 같은 결과를 보고 아쉬워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이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군.’

안 그래도 나의 공개된 자산만 15조가 넘었다.

그런데 상장하지 않은 비공개 자산까지 합치면?

혜성 반도체 하나만 해도 20조는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유한 혜성 반도체의 지분은 80%가 넘었고 말이다.

사실 이것들만으로도 나는 세계 최고의 부자를 자칭해도 되었다.

하지만 미로사의 성공적인 상장으로 이제는 비상장 자산까지 따질 필요가 사라졌다.

미로사 하나만으로도 세계 최고의 부자와 엇비슷한 자산을 이루는데, 내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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