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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투자천재-285화 (285/300)

285화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저에게 그런 반응은 기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 같이 말했다.

그러자 왕수월이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뭐라고요? 중국에서 사업하기 싫으신 겁니까?”

“애초에 우리 혜성 그룹은 애초에 중국 시장에 관심이 없습니다.”

“저를 상대로 허세를 부려봤자 좋을 게 없습니다.”

그는 코웃음을 쳤다.

하기야 세계의 이름난 기업들이라면 하나같이 중국 시장을 탐냈으니 그가 오만하게 구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왜 허세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혜성 그룹이 중국 시장에 관심이 있었으면 정우 그룹처럼 대대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겠습니까?”

“…….”

“그리고 상무보님에게 경고하는데, 협박이란 것은 상대를 가리고 하시길 바랍니다. 일개 차관급이 혜성 그룹 회장을 상대로 이런 무례한 태도를 보인다니. 저는 미국 대통령에게도 존중받는 사람입니다.”

내 말에 그는 눈을 부릅떴다.

설마 나에게서 이런 식의 말을 들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이, 이 회장은 중국을 무시하는 겁니까?”

“제가 언제 중국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습니까? 예의를 지키라고 말했을 뿐입니다.”

“그게 그거 아닙니까!”

“무의미한 논쟁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더 하실 이야기가 없으면 이만 물러가시죠.”

단호하게 축객령을 내리니, 그가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나를 쏘아봤다.

내가 그런 왕수월의 눈을 마주 노려보자, 왕수월은 입술을 깨물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

“10년 넘게 사업하면서 저는 단 한 번도 후회할 선택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의 선택들이 재계 10위였던 혜성을 세계에서 손꼽는 기업으로 만들어 주었죠.”

왕수월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조사해봤으면 알 것이다.

혜성 그룹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는지를.

그러니 내 자신감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터.

“다음에 봤을 때도 그렇게 오만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지 두고 보겠습니다!”

결국, 왕수월은 그 말만 남기고서 도망치듯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과연 누가 후회할까?’

나야 후회할 일이 절대 없을 거 같았다.

왕수월의 태도만 봐도 후회할 일은 절대 없었다.

혜성이 중국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외국 기업인데도 안하무인 격인 태도를 보이는 중국 정부였다.

만약 중국에서의 사업 규모가 커진다면?

미국 기업들이야 미국 정부가 무서워서라도 어느 정도 대우를 해 주겠지만, 한국 기업인 혜성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 공산당 간부들이 틈만 나면 찾아와서는 자기 손주니, 아들이니 임원진으로 꽂아달라고 협박할 터.

뇌물을 뜯기는 거야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돈 벌겠다고 이런 중국에서 사업하느니 덜 벌더라도 마음 편하게 다른 나라에서 사업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 * *

왕수월의 협박을 받은 뒤에도 나는 멈추지 않고 중국 정부에 비난을 가하였다.

포르쉐가 당했던 사기극을 폭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른 사례들도 최대한 동원하여 중국이란 나라의 이미지를 훼손하였는데, 기업들이 민감하게 여길 이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 중국 정부에 지분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또 비리와 규제가 얼마나 심한지 등등.

그러자 중국 정부는 당황하는 반응을 보여 주었다.

“이 회장! 당신은 중국에 원한이라도 있는 겁니까?”

“이러고도 혜성이 무사할 거 같아요? 중국인은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계속해서 사람을 보내 나를 협박하거나 꾀어내려고 하는 것도 그만큼 중국 정부가 당황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물론 나는 이런 중국 정부의 반응에 태연하게 대응할 뿐이었다.

“제 입을 다물게 하려면, 그렇게 협박할 것이 아니라, 포르쉐가 입은 손해를 보전해 주는 게 맞는 거 아니겠습니까?”

회유하고 싶으면 돈을 달라.

내 답변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었다.

포르쉐는 사실상 중국 정부에 사기를 당한 거나 다름이 없었고 피해자로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었으니.

“5천만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제가 겨우 그 정도 돈을 받으려고 이러는 줄 압니까?”

중국 정부도 외국의 눈치를 보기는 하는 것인지, 결국 타협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제안은 나로선 코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5천만 달러를 누구 코에 붙이라고.

혜성 그룹을 어지간히 무시하는 거 같았다.

“이 회장은 그럼 얼마나 바라는 겁니까?”

“10억 달러는 주셔야 합니다.”

“뭐, 뭐라고요?”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나오자, 왕수월은 입을 떡 벌렸다.

‘겨우 10억 달러로 저런 표정을 짓다니. 역시 지금의 중국은 그리 돈이 여유롭지 않은 모양이야.’

아직 한창 발전 중인 중국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뭐, 10년만 지나도 조 단위는 아무렇지 않게 써대겠지만 말이다.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포르쉐가 중국에 투자한 돈만 3억 달러가 넘습니다. 거기에 시간과 인력까지 쏟아부었어요. 당연히 10억 달러는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애초에 중국이 사기극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될 일이었다.

공짜로 포르쉐의 기술력을 가져가려 하지 않고 포르쉐와의 약속을 지켰다면 이런 일이 생겼겠는가?

물론 나도 10억 달러를 받아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처음이니 일단 크게 질러본 것이었는데, 결국 중국 정부에서 8억 달러를 주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다.

포르쉐가 지금껏 제공한 아이디어와 시간, 노력을 8억 달러로 계산한 것이다.

“허허, 결국 중국에게 돈을 받아냈군요.”

하운철 부회장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실 그는 이번 일에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중국의 자존심이라면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존심이 밥 먹여 주지는 않지 않습니까? 중국도 시장을 개방한 이상, 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일이긴 한데, 조금 걱정스럽긴 합니다.”

“어떤 점이 걱정스럽습니까?”

“중국 정부가 이번 일로, 우리 혜성에 앙심을 품지 않겠습니까?”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혜성을 더는 무시하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좋은 감정을 품지는 않을 것이다.

“걱정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어차피 혜성 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거의 나오지도 않고 있는데요.”

“회장님께서는 아예 중국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 없는 겁니까?”

“부회장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저는 사실 반반입니다. 몇몇 임원들이 워낙 강하게 중국 진출을 주장하여, 저도 어떤 게 맞는지 확신을 못 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중국 진출에 관한 보고서가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예 공장을 대대적으로 중국에 이전하라는 보고서도 꽤 많이 올라왔다.

중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세계적 추세나 마찬가지였으니, 임원들이 그런 보고서를 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중국 진출은 단기적으로는 이익이나, 장기적으로는 큰 손해라고.”

“중국의 구매력은 날이 갈수록 늘어날 텐데,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이익이지 않겠습니까?”

의문을 드러내는 그에게 내 생각을 들려주었다.

중국에서 매출이 얼마가 나오던 그것을 온전히 가져오기 힘들 거라는 이야기를 전해준 것이다.

그러자 하운철 부회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포르쉐에 한 짓만 봐도 중국 정부는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라고밖에 안 보입니다.”

“그나저나 카이엔은 어떤 거 같습니까?”

나는 화제를 바꿀 겸, 혜성 자동차가 새로 준비하는 SUV 차량에 관해 물었다.

“역시 포르쉐라는 말밖에 안 나옵니다. 하하하.”

“마음에 들었나 보군요.”

“마음에 든 정도가 아닙니다. 저는 카이엔이 혜성의 역작이 될 거라고 감히 확신합니다!”

하운철 부회장의 기운 넘치는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

포르쉐를 인수할 때부터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보이더니, 본격적으로 신차를 출시하려고 하자 더욱더 열정적인 사람이 되었다.

‘얼마나 성적이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카이엔과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하고 나면, 자동차 순위가 많이 달라지기는 하겠어.’

자동차에서도 일본을 넘어설 일은 그리 멀지 않은 거 같았다.

* * *

“오셨습니까?”

(이젠 말을 걸지 않아도 내가 나타난 것을 아는구나.)

“촉이 좋아진 거 같습니다.”

노사는 픽 웃고는 중국과 있었던 마찰에 관해 말했다.

(이빨을 너무 일찍 드러낸 거 아니냐? 지금 중국과 부딪쳐봐야 좋을 게 없을 텐데.)

“저는 오히려 지금이라서 더 부딪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중국이 혜성을 무시하지 않을 거 아닙니까? 실제로도 중국은 우리의 힘에 굴복한 거나 마찬가지고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로군.)

“제 뒤에 미국 대통령이 있는 한, 중국에서 함부로 나오지 못할 거라는 기대도 있긴 했습니다.”

(뭐, 나도 나쁘지는 않았다고 본다. 어차피 중국을 한 번쯤 눌러줄 필요가 있었으니 말이야. 빌 클린턴 때문에라도 반중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고.)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내가 그리 말하자, 노사는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더는 중국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나를 믿고 맡기겠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북한에서 곧 쿠데타가 일어날 거야.)

“벌써 거사를 실행에 옮기려는 겁니까?”

(글쎄. 내가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나는 그저 지켜보기밖에 한 일이 없으니까. 쿠데타는 어디까지나 이들이 계획하고 실행하려는 거야.)

“그렇습니까? 그러면 그 쿠데타의 성공 확률은 얼마나 된다고 봅니까?”

(제로. 거의 제로에 가깝다.)

노사의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쿠데타가 성공하냐, 실패하냐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가 결정된다.

당연히 성공하는 것이 내가 바라는 일이었다.

김정일을 권좌에서 끌어내려야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생길 테니까.

하지만 노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쿠데타가 실패할 것이라고 말이다.

(애초에 그들의 계획 자체가 터무니없다. 곧 있을 열병식에 김정일을 탱크로 암살하자는 게 계획의 전부니 말이야.)

“김정일을 죽인 이후의 계획은 없는 겁니까?”

(아예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현실성이 없는 계획들뿐이다. 그저 김정일만 죽이면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나는 혀를 찼다.

소련으로 유학까지 갔던 엘리트들이 그런 한심한 계획을 세울 줄이야.

“자칫하면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겠군요.”

(내전은 거의 반드시 일어날 거야. 그놈들에겐 명분이란 것이 없으니까.)

쿠데타 세력이 김정일을 죽이기만 하고 정작 정권을 장악하지 못한다면 내전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김정일을 죽인 것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네가 개입한다면 방법이 생기겠지.)

“제가 말입니까?”

(북한에서 필요한 정보들은 다 얻어왔다. 누가 친중파이고 누가 김정일에게 반감을 품고 있는지. 그리고 또 누가 핵심 권력을 쥐고 있는지 말이야. 하지만 귀신인 몸으로는 이런 정보를 활용할 방법이 없어.)

“그래서 제가 개입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우선 안기부를 통해 북한의 쿠데타 세력과 접촉할 필요가 있다. 내가 가진 정보를 쿠데타 세력에 넘겨야 그들이 제대로 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테니까.)

노사의 정보가 있다면 확실히 쿠데타를 일으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거 같았다.

적아를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이점이었으니까.

“안기부를 동원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김태중 대통령을 설득해야겠군요.”

(왜 어려울 거 같으냐?)

“어려워도 해야지요. 나라를 위해서 그리고 저와 혜성 그룹을 위해서 꼭 해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내가 따로 손을 데지도 않았는데 나비효과가 일어나 북한에 내전이 벌어지려는 상황이었다.

북한에 내전이 일어나면 그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지 아무도 모르기에 나로선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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