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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투자천재-251화 (251/300)

251화 문제는 경제야

“반도체 때문에 혜성 전자의 주가도 많이 올라서 혜성 전자의 가치가 150억 달러가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혜성 그룹에 대해 많이 아시는 모양이군요.”

“당연하죠. 제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게 가장 큰 도움을 준 기업인데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하신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한성 회장님의 조언과 적극적인 지원이 아니었으면 절대 이길 수 없었을 겁니다.”

레오 매카시 주지사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감사 인사를 하였다.

실제로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선거에서 그가 이기기는 요원했을 것이다.

전쟁 분위기로 공화당 지지율이 무섭게 치솟고 있었으니 말이다.

‘주지사가 되었다고 내 공을 무시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는 않아서 다행이군.’

일본의 견제를 막으려면 캘리포니아 주지사 자리가 꼭 필요하였다.

그래서 레오 매카시 주지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것인데, 그가 변심이라도 한다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레오 매카시 주지사는 이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태도로 나를 대해 주었다.

캘리포니아의 일인자가 되었다고 해서 나를 무시할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이러면 일본의 견제는 안심해도 되는 건가?’

무려 주지사, 그것도 캘리포니아의 주지사였다.

이제 막 선거가 끝났으니, 취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어쨌든 레오 매카시 주지사가 정식으로 취임한다면 나는 든든한 아군이 생기는 셈이었다.

어쩌면 일본의 견제쯤은 쉽게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뭐, 진짜 안심하려면 빌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어야겠지만 말이야.’

주지사의 권력이 제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대통령에 버금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빌 클린턴은 무려 8년이란 기간 동안 대통령 자리를 유지할 사람이었기에, 그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었다.

* * *

캘리포니아에서 IT 관계자들과 레오 매카시 주지사 등과 환담을 한 나는 그 뒤로 바로 아칸소로 넘어왔다.

아칸소의 주지사인, 빌 클린턴 주지사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미스터 리.”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요즘 사업이 술술 풀리신다던데요?”

“제 사업 소식보다, 주지사님이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소식이 더 즐거운 소식 아니겠습니까?”

내 말에 빌 클린턴 주지사는 기분 좋게 웃더니, 레오 매카시 주지사와 비슷한 말을 하였다.

선거에서 도와준 것에 감사 인사를 표한 것이었다.

“정말 공화당의 기세가 매서웠습니다.”

“그래도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승리 아닙니까?”

“더 압도할 줄 알았는데, 아쉬워서 그렇습니다. 중동 문제만 아니었으면 어떤 기록이든, 기록 하나 세울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역시 중동 문제로 피해 본 것은 레오 매카시 주지사뿐만이 아니었다.

빌 클린턴 주지사 역시도 민주당 인사였기에, 중동 문제와 관련해서 큰 손해를 보았다.

전시가 되면 아무래도 집권 정당의 지지율이 오를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아마 이게 시작이겠지?’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압승으로 끝이 날 것이다.

그리고 공화당과 조지 부시는 역사상 유례없는 인기를 얻게 된다.

노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조지 부시의 지지율은 90%까지 치솟게 될 터.

내가 속으로 이 같은 생각을 할 때, 마침 빌 클린턴 주지사가 전쟁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한국도 이라크전에 끌려가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예, 2억 5천만 달러의 현금 지원과 인도적 차원으로 의무병을 지원하기로 합의가 되었습니다.”

“패권주의자들 때문에 애꿎은 한국까지 피해를 보는군요.”

“패권주의자라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자들 말입니다.”

빌 클린턴 주지사가 낮은 목소리로 그리 말하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베트남 전쟁과 마찬가지로 이번 이라크 전쟁도 사실 미국의 자작극이라 봐도 무방하였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공격한 것도 미국의 의도에 놀아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텔레비전이라는 대중매체를 이용하여 미국 여론을 조작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패권주의자가 현 국방부 장관이라는 것이고, 이들로 인해 공화당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환기하듯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빌 클린턴 주지사님께서는 반드시 대선에서 이기실 겁니다.”

“하하하, 또 그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야 예정된 결과나 마찬가지니 하는 말 아니겠습니까?”

“예정된 결과라.”

빌 클린턴 주지사는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처음으로 대통령 이야기를 꺼냈을 때보다 자신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는 한, 공화당의 시대는 계속될 겁니다. 아마 조지 부시 대통령도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큽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미스터 리는 우리 미국이 베트남전 때처럼 이라크전에서 수모를 겪기라도 할 거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것입니다.”

“미국의 승리를 예상하시면서 제가 조지 부시 대통령을 상대로 이길 거라 생각하시다니. 전부터 느꼈지만, 미스터 리는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거 같습니다.”

아마 그로선 의아할 수밖에 없을 거다.

민주당의 젊은 정치인으로 이름을 떨치긴 했지만, 지금의 빌 클린턴 주지사는 대선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는 인물이었다.

전국 단위로 보자면 그야말로 무명인사나 다를 게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인 내가 대통령이 될 것을 확신하는 것처럼 말하니 그로선 황당하면서도 의뭉스럽게만 느껴질 터.

“대선까지 아직 2년에 가까운 시간이 남지 않았습니까?”

“20개월 정도 남기는 했습니다.”

“그 정도 시간이라면 변수를 만들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공화당이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압도적으로 이긴다 해도 말입니까?”

“주지사님께서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이번 전쟁을 주도하는 것은 패권주의자라고. 만약 패권주의자들이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압승을 거둔다면 거기서 만족하고 끝내겠습니까?”

내 말에 빌 클린턴 주지사는 눈을 크게 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를 챈 것이다.

“또다시 전쟁을 일으키려 할지도 모른다는 말씀이군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만약 제 생각대로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이긴 뒤, 공화당에서 또다시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면, 반전 여론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도 아주 거세게 말입니다.”

“확실히 가능성 있는 추측입니다.”

“반전 여론이 일어날 때, 주지사께서 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같은 슬로건을 외친다면 대선에서 이기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

빌 클린턴 주지사는 눈을 부릅뜨고는 ‘It's the economy, stupid’를 계속 중얼거렸다.

내가 알려준 슬로건이 마음에 쏙 들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실제로 빌 클린턴이 대선에서 사용했던 슬로건이니 말이야.’

나는 피식 웃었다.

역시 미래의 정보를 안다는 것은 이리도 유용하였다.

설령 나비효과가 발생하여 세계사가 크게 달라진다 해도 이런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으리라.

“재미있는 슬로건이군요! 미스터 리, 정말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빌 클린턴 주지사는 내 손을 다정하게 잡으며 연신 감사 인사를 하였다.

아직 경선에도 나가지 못한 상태였으니, 이 슬로건을 쓸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가 최소한의 가능성이라도 제시해줬기에 그로선 나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슬로건으로 대선에서 이긴다면 나를 장자방 모시듯 모시지 않을까?’

장자방까지는 아니어도, 나와 혜성 그룹을 굉장히 친근하게 대할 것은 분명하였다.

적어도 외국 기업 중에는 가장 특혜를 받는 기업이 되지 않을까?

물론 나비효과가 발생하여 그가 낙마하기라도 한다면 이런 노력도 수포가 되어 버리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미스터 리가 알려준 슬로건을 사용하려면 아칸소주의 경제도 크게 발전시켜야 할 거 같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하하하! 이미 큰 도움을 주셨는데, 또 도움을 주시겠다니. 미스터 리에게는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 * *

김영산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과 함께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시작했습니다.”

고영태 비서실장의 말에 김영산 대통령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시청하고 있는 것은 미국 CNN에서 촬영한 이라크전 영상이었다.

미군의 위력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자 CNN 뉴스를 시청하려는 것이었다.

“저것이 미국에서 자랑하는 스텔스 폭격기입니까?”

“예. 기기명은 F-117 나이트호크로,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폭격기입니다.”

“스텔스 폭격기 때문에 이라크군의 레이더망과 통신시설이 순식간에 붕괴한 것이군요.”

CNN 뉴스를 시청하는 김영산 대통령이 안색을 흐렸다.

이미 결과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상으로 보니, 더욱더 확실하게 미군의 위력이 체감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폭격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

“당장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왜요? 혜성이나, 미래 그룹만 보면 우리나라의 기술력도 이제는 외국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아 보이던데.”

“적용되는 기술이 다르기도 하고, 무엇보다 스텔스 기술의 경우 우리보다 일찍이 스텔스 개념을 알아차린 유럽이나 일본에서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 미국에서만 저런 스텔스 폭격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스텔스 기술과 기동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전투기를 보유한 나라는 오직 미국이 유일합니다.”

그 말에 김영산 대통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이 강하다는 사실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이라크 전쟁의 양상을 지켜보니, 그가 알고 있던 것보다 미국은 훨씬 더 강해 보였다.

“여러분은 이번 전쟁이 얼마나 갈 것으로 예상합니까?”

폭격기에 의해 완전히 폭파된 이라크군의 군사기지 사령부 전경을 바라보며 김영산 대통령이 물었다.

“미군은 현재 압도적인 공군력을 바탕으로 하루에 수백, 수천 번의 폭격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라크군의 주요시설은 전부 파괴되었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이라크군은 한 달 버텨도 많이 버틴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 달이라고요? 이라크에서 그리도 일찍 투항한다는 말씀입니까?”

“2월 중으로 지상군을 투입한다는 소문이 있지 않습니까? 압도적인 공군력으로 이라크군의 사기를 완전히 죽여놓은 뒤,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이라크군은 항복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김영산 대통령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설마 했더니, 미국에서 전쟁을 일으킨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전쟁 종결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정말 이 회장의 말처럼 되는 건가?’

이미 지금까지도 한성의 말처럼 전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군과 미사일 등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압도적인 화력에 이라크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정말 한성의 말처럼 전쟁이 두 달 안에 끝날 거 같았다.

‘이쯤 되면 이 회장이 예언가라 해도 믿어야 할 지경이군.’

재계에서도 비슷한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한성의 성공은 미래를 보지 않는 이상, 믿기지 않을 만큼 파격적이었으니 그런 소문이 도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일단 앞으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니, 전쟁이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겠어. 그러다 만약 이 회장의 말처럼 전쟁이 두 달 안에 끝난다면…… 그때는 이 회장이 무슨 말을 하든 믿어 주는 수밖에.’

지금도 한성의 신뢰도는 100%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라크전의 마지막까지 한성의 예측대로 된다면 김영산 대통령은 한성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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