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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투자천재-216화 (216/300)

216화 파격적인 프로모션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혜성 자동차가 미국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와의 경쟁에 이기려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던 것일까?

김건휘 전무는 내 말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굳게 결심한 얼굴로 자기 생각을 밝혔다.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나 제품 디자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딜러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딜러 관리요?”

“미래차를 예시로 들어보자면 미래차는 딜러 관리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브랜드 홍보의 일관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차량 리스 프로그램도 수시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다행히 저희 혜성 자동차는 미래차와 달리 브랜드 홍보의 일관성은 갖추고 있으나, 여전히 혜성 자동차 하면 떠오르는 핵심 가치가 없습니다.”

확실히, 혜성 자동차의 브랜딩 전략은 애매하다고 봐야 했다.

디자인이면 디자인, 성능이면 성능, 안전성이면 안전성, 모든 면에서 우수했지만, 어느 하나 특출 난 것이 없었던 것이다.

“핵심 가치가 부재한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딜러 관리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겁니까?”

“도요타는 가격 대비 우수한 자동차 성능이, BMW에는 선진적인 엔지니어링 기술과 빼어난 디자인이 있습니다. GM은 아시다시피 미국 자동차로서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기업입니다. 하지만 우리 혜성은 어떤 핵심 가치가 없으니, 딜러들이 관객에게 자동차를 판매할 때 어려움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렇습니까.”

“그리고 제대로 된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도 딜러들에게 있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독일 브랜드 차량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자신의 중고차를 딜러에게 되팔고, 그 딜러에게 다시 신차를 삽니다. 이처럼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들은 이미 굳건히 자리를 잡아 콘크리트처럼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상태입니다. 이들의 고객을 우리 고객으로 삼으려면 파격적인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아직 앱설루트야 2년밖에 안 된 차라 중고차로 파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3년쯤 되면 차를 바꾸는 경우가 흔해지니, 지금부터라도 파격적인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거 같았다.

그래야 2년 전에 앱설루트를 구매했던 고객이 다시 앱설루트를 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영업이익은 줄어들겠지만, 김건휘 전무의 말처럼 이미 자리 잡은 독일 자동차의 브랜드 파워를 이겨내려면 투자가 더 필요하긴 해.’

어차피 혜성 자동차는 지분 거의 전부를 내가 보유하고 있었다.

굳이 영업이익을 생각해가며 사업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혜성 자동차가 벌어들이는 수익을 급하게 써야 할 이유도 없었고 말이다.

그러니 김건휘 전무가 제안하는 ‘파격적인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우리 앱설루트도 앱설루트만의 두꺼운 마니아층을 만들어도 좋을 거 같았다.

“우리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려면 꼭 필요한 일이군요. 좋습니다. 그런데 혹시 또 다른 조언은 없습니까?”

“그저 현지 상황에 적합한 인사 정책을 꾸준하게 이어가는 것이 혜성 자동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딜러와 고객과의 관계를 굳건히 하는 것도 빠질 수 없을 것이고 말입니다.”

“현지 상황에 적합한 인재라. 혹시 전무께서 직접 미국에 가, 미국 법인을 진두지휘하면 어떨 거 같습니까?”

“예?”

내 말에 김건휘 전무가 눈을 부릅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으니 당황할 만도 했다.

“혹시 실망하셨습니까?”

“실망이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대표가 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일개 법인장이 되라고 하니 실망할 법도 하지 않겠습니까.”

김건휘 전무가 상당한 야망을 품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번 떠본 것인데, 정곡을 찔린 것인지 김건휘 전무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대, 대표라니요. 제가 감히 대표직을 염두에 두고 있었겠습니까? 전무이사직도 작년 인사 시즌에 달았는데 말입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솔직히 그가 무슨 생각을 했든 신경 쓰지 않았다.

야망?

오히려 야망이 크면 클수록 좋았다.

하운철 대표만 봐도 업계 1위가 되겠다는 야망을 이루자마자 은퇴를 선언하지 않았던가.

“전무님께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면 계획을 바꿔야겠습니다.”

“계획이라 하시면?”

“차기는 몰라도, 차차기 대표직은 김건휘 전무님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전무님께서 혜성 자동차 대표가 되는 것에 별 뜻이 없어 보이니, 계획을 바꾸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김건휘 전무가 다급하게 말했다.

“그렇지 않다니요?”

“저는 회장님께서 어떤 일이든 시켜만 주신다면 잘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예!”

자신 있게 말하는 그를 보며 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미국 법인을 맡는 것도 잘하시겠군요?”

“……본사에서 앱설루트 수출을 총괄하고 지휘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유학한 경험도 있으니, 현지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제게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전무쯤 되는 인사가 미국까지 가서 법인장 역할을 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 ‘출세’가 보장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도 무려 혜성 자동차의 대표 자리였다.

미국에서 성과만 잘 낸다면 차차기 대표가 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주었으니 김건휘 전무로선 내 제안을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마 기화 자동차의 미국 법인도 사실상 김건휘 전무께서 지휘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기화 자동차까지 말입니까?”

“어려울 테지만, 저는 김건휘 전무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혜성 자동차의 미국 법인에서 아무리 활약해봐야 대표가 될 정도의 공을 세우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기화 자동차까지 더해진다면?

그 어떤 임원도 김건휘 전무가 혜성 자동차 대표가 되는 것을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뭐, 오승철 대표가 얼마나 활약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야.’

나는 여전히 오승철 대표도 혜성 자동차의 차차기 대표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

경력으로 따지면 김건휘 전무보다 훨씬 화려했고, 기화 자동차의 대표로서 상당한 리더십까지 보여주기도 했었다.

이러니 오승철 대표도 차차기 대표로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둘 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준다면 둘 모두를 혜성 자동차 대표에 올려도 되는 일이지.’

시가총액이 4천억 조금 안 되는 혜성 건설조차 대표가 두 명이었다.

비록 상장하지는 않았지만, 상장만 한다면 시가총액이 2조 이상, 어쩌면 3조 이상도 가능한 혜성 자동차였다.

국내를 책임지는 대표와 국외를 책임지는 대표 한 명씩 둔다고 해도 절대 이상하지 않았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저에게 장기적인 계획이 중요하다고 하셨으니, 시간은 넉넉히 드리겠습니다. 3년! 3년 동안은 매출이나 영업이익률을 크게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본사에서 무리하게 매출 목표를 잡으면 현지 법인은 심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나는 아예 매출이나 영업이익률을 크게 고려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였다.

조금 더 공격적인 시도를 할 수 있게 배려해준 것이다.

물론 3년이란 시간은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기엔 너무 짧을 수 있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업에서 3년은 굉장히 긴 시간이었고, 이 시간 안에 성과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무능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절대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겠습니다!”

김건휘 전무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건 몰라도 성격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 * *

작년, 도요타의 새로운 브랜드인 렉서스는 처참한 실패를 경험하였다.

도요타라는 이름값이 있었음에도 전체 판매량이 1만 대가 채 안 될 정도였다.

사실상 브랜드를 포기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실패였다.

하지만 도요타는 렉서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 기업도 성공한 프리미엄 시장이었다.

자존심이 있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설욕을 갚아주마!’

도요타 데쓰로는 이를 악물며 다짐하였다.

올해에는 반드시 앱설루트를 넘어서겠다는 다짐이었다.

참고로 도요타에서는 렉서스의 실패 요인을 앱설루트에서 찾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컨셉이 정확하게 겹치는 두 브랜드였다.

더군다나 어찌 된 일인지, 렉서스가 준비하고 있던 광고와 거의 표절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광고를 앱설루트에서 내보냈다.

그 탓에 렉서스는 기존에 준비하던 광고를 포기해야 했고 이는 마케팅의 실패를 불러일으켰다.

런칭 이후에도 앱설루트와 계속 비교당하더니, 성능 문제에서 앱설루트보다 못하다는 평가까지 받자, 조금 반등하던 매출세도 다시 급락하였다.

결국엔 도요타의 이름값만 먹칠한 채 렉서스는 실패하고 말았다.

앱설루트 때문에 거대 자동차 그룹인 도요타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이러니 도요타 데쓰로로서는 앱설루트에 앙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 혜성 그룹을 향한 감정이 좋지도 않았고 말이다.

“데쓰로, 준비는 잘 되고 있나?”

그러던 중, 도요타 회장이 그를 불러서는 불쑥 그 같이 물었다.

“물론입니다.”

“이번엔 실패하면 다음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

자신감 넘치던 도요타 데쓰로는 도요타 회장의 말에 흠칫하였다.

하지만 이내 굳게 결심한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앱설루트의 점유율을 뺏어서라도 반드시 렉서스를 성공시키고 말겠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처음 런칭할 때부터 그랬지만, 렉서스의 신차 모델은 앱설루트를 겨냥하고 있었다.

‘앱설루트는 충성 고객이 적다. 금융 회사도 허접한 곳이라, 금융 프로그램도 변변치 않고 말이야. 그러니 앱설루트의 고객만 뺏는 것은 일도 아니다.’

앱설루트가 런칭한 지도 벌써 2년이 넘게 지났다.

R2 같은 구형 모델은 슬슬 교체를 해줘야 할 시점이었는데, 도요타 데쓰로가 노리는 것이 바로 이들이었다.

딜러와 고객 간의 중고차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는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 달리, 앱설루트는 아직 중고차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말은 즉, 연식에 비해 중고차의 가격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훨씬 낮게 취급받는다는 뜻이었다.

고객들로선 당연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요소였고, 도요타에서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면 앱설루트의 고객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긴, 돈을 그리도 쓰는데, 실패하면 안 될 일이지. 게다가 제살깎기식 인센티브 정책까지 취하고 있는데 말이야.”

“…….”

“아무튼, 최대한 잘해봐. 혜성 그룹을 언제까지 기고만장하게 둬서는 안 된다.”

“꼭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만 가보도록. 한창 바쁠 때니, 렉서스 사업에 집중하도록 해.”

“하이!”

회장과의 대화를 마치고 다시 집무실로 돌아가는데 그의 비서가 급하게 그를 찾았다.

“혜성에서 지금 금융 프로그램을 광고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전무님도 들어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비서에게 그 말을 듣는 순간, 도요타 데쓰로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음을 직감하였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겪은 적이 불과 1년 전에도 있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설마 혜성 이놈들이 또 사고를 친 건 아니겠지?’

속으로 그 같은 생각을 하며 비서에게 혜성이 광고한다는 금융 프로그램에 관해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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