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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투자천재-213화 (213/300)

213화 우주 개발?

나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구태여 전화를 할 거면 만찬회에서 대화를 나누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마침 김영산 대통령이 만찬회에서 말을 걸지 못했던 이유에 관해 설명하였다.

-사실 만찬회 때 이한성 회장님과 긴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습니다만, 지난번에도 이한성 회장님하고만 대화를 나누지 않았습니까? 그때 워낙에 말들이 많아서, 이한성 회장님이 또다시 피해를 볼까 봐 만찬회 때 이야기 못 하고 이렇게 전화를 드립니다.

그런 이유였던가.

그렇다면 다행이었다.

나는 김영산 대통령께 섭섭하게 한 일이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말이다.

“전화라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정말 아쉽습니다. 직접 대면해서 대화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는데 말입니다.

“저도 아쉬울 따름입니다.”

-요즘 어떻습니까? 기화 자동차를 인수하고 어려운 일은 없으십니까? 아니면 혹시 제가 도울 만한 일이라도?

“괜찮습니다. 대통령님께 부담이 갈 만한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부담스럽게만 여기지 마시고 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회장님도 제게 많은 도움을 주셨지 않습니까?

김영산 대통령이야 그렇게 말하지만, 솔직히 정부의 도움을 받을 일도 크게 없었다.

내가 공기업을 인수할 것이 아닌 이상에.

“아닙니다. 그저 혜성 그룹의 사주로서 꼭 해야 할 일들을 한 거뿐입니다.”

-한결같은 모습, 정말 보기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노조와 관련해서도 잡음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갑자기 노조 이야기를 꺼내니, 나는 저도 모르게 뜨끔하고 말았다.

미래 그룹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노조를 통제하고 있는데, 이게 김영산 대통령의 눈에 좋게 보이지는 않을 거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김영산 대통령은 나를 책망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이번에 지하철의 파업으로 지하철이 마비되는 모습을 보니, 이한성 회장님이 새삼스럽게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기화 자동차라면 강경 노조로 알아주는 곳이지 않습니까?

“그들이 강경했던 이유야 기화 자동차의 경영진이 대화를 들어주지 않아서 그랬던 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저 노동자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간 것밖에 한 게 없습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결국엔 ‘나는 진실한 성격이다’라고 자랑한 거나 다름없었다.

뭐, 김영산 대통령이 어떻게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김영산 대통령은 작게 웃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화 자동차 이야기가 마침 나왔으니, 이한성 회장님께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일단 본론을 말씀드리기 전에, 제가 이한성 회장님께 경고하거나 압박을 주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그런 말을 하니 오히려 더 걱정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요즘 재무부에서도 그렇고 청와대의 핵심 인사들도 그렇고, 확장을 거듭하는 여러 대기업을 보고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여러 대기업이라 했지만, 누구를 지칭하는지 모를 수 없었다.

특히나 확장을 거듭하는 그룹이라면 누가 봐도 혜성 그룹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렇습니까?”

-저는 혜성 그룹이야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이지만, 깨끗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재계 2위까지 올라온 기업이지 않습니까?

“과찬이십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저와 다른 생각인지, 혜성 그룹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한성 회장님도 어느 정도 눈치채셨겠지만 말입니다.

“예. 재계도 그렇고, 정치권에서 저를 안 좋게 본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안 좋게 본다고 말하기는 조금 그렇고, 솔직하게 말하면 두려워한다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지금 기세로 성장한다면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기업이 될 거라면서요.

사실 내가 바라는 것도 바로 그거였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휘둘리지 않는 기업이 되는 것.

노사가 이야기해주었던 미래의 일성 공화국까진 아니어도 대통령을 넘어서는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 내 목표였다.

물론 이 같은 내 속내를 김영산 대통령에게 그대로 밝힐 수는 없었다.

정치인에게 있어서는 역린이나 다를 게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혹시 방위 산업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뜬금없는 말이었다.

갑자기 방위 산업 이야기가 왜 나온단 말인가?

“방위 산업 말씀입니까?”

-혜성에서 방위 산업을 맡아준다면 경계의 시선도 조금은 옅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저를 경계하는 사람들과 방위 산업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방위 산업에 돈을 쓴다면 혜성 그룹의 확장도 당분간은 주춤할 거로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정확히는 김영산 대통령의 생각 같았다.

뭐 그거야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나저나 방위 산업이라. 시기가 공교롭군.’

하필 노사가 방위 산업 이야기를 꺼낼 때 김영산 대통령까지 방위 산업에 나가라고 등을 떠미니, 나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진지하게 방위 산업 진출을 고려해 보겠습니다.”

-하하, 이거 참 기대가 됩니다. 혜성에서 방위 산업에 진출한다면 우리나라의 방위 산업이 얼마나 발전할지.

“너무 기대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부담을 줬다면 미안합니다. 하하, 그런데 제가 워낙 임기 동안에 북한의 기술을 능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말입니다.

“북한을 넘어서는 거야 금방 될 일 아니겠습니까?”

자유 진영에서 9번째 전차 생산국이자, 아시아에서 3번째로 항공기 생산국이 된 대한민국이었다.

아니, 그런 걸 떠나서 나는 북한의 미래를 알고 있었다.

아무리 국방비에 막대한 지출을 퍼부어도 우리나라의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북한의 미래를 말이다.

-경제력이나 국민 저축률의 증대 및 국민의 정성 어린 방위세 증수 등을 고려하면 북한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이긴 하나, 금방 될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김영산 대통령의 말을 들으니, 나와는 확실히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거 같았다.

‘누가 틀린 것은 아니지. 내가 북한을 안중에도 안 두는 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미래를 알기 때문이야. 만약, 노사의 조언이 없었으면 나도 여전히 북한을 무서워하고 있었지 않았을까.’

* * *

혜성 전자나 혜성 반도체, 혜성 자동차 등에 가려져 있을 뿐이지만, 기존의 혜성 그룹 계열사들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중에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의류를 생산하는 혜성 모직이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중저가 브랜드를 런칭한 혜성 모직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더욱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어느덧 연 매출 1조를 목전에 둘 정도였다.

“확실히 혜성이 일이 잘하긴 해. 이번에 신상으로 나온 옷은, 내가 봐도 예쁘던데.”

같은 상가에서 사업하는 박서준이 원더우더 매장을 둘러보며 그 같이 말했다.

그러자 방재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혜성이 일을 잘하는 것은 아는데, 나에게 떨어지는 수입은 예전만 못해.”

“왜? 혜성에서 수수료를 많이 떼가기라도 하나?”

“아니, 다행히 그런 건 아니네.”

“그러면?”

“워낙 짝퉁이 많아져서 문제야. 동대문에서 오는 짝퉁들 말일세.”

혜성 모직의 브랜드들이 인지도를 더해가자, 짝퉁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원더우더의 제품들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한 장에 1만 원이 넘었다.

중저가 포지션이기에, 시장의 일반적인 의류보다는 훨씬 비쌌던 것인데, 시장에서는 이를 악용하였다.

디자인을 똑같이 베끼고 원더우더나 쁘띠엘르의 로고까지 박은 짝퉁들이 시장에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가격 차이가 심하면 세 배 이상도 났기 때문에 돈이 없는 학생들은 정품보다는 짝퉁을 구매하였다.

그리고 원더우더나 쁘띠엘르는 기본적으로 10대, 20대를 겨냥한 브랜드였기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에이, 짝퉁이 생긴 게 어제오늘 일인가? 내가 알기로 원더우더가 처음 런칭할 때부터 짝퉁이 나돌았었는데 말이야.”

원더우더는 쁘띠엘르보다 나중에 런칭된 브랜드였으니, 박서준 사장의 말처럼 처음 런칭할 때부터 짝퉁이 등장하였었다.

“그때는 짝퉁이 짝퉁인 게 티가 나서 괜찮았었어. 근데 지금은 내가 봐도 모를 정도로 티가 안 난다니까?”

“하긴, 짝퉁 기술도 많이 좋아지긴 했지.”

“좋아진 정도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짝퉁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왔다.

혜성에서 열심히 홍보도 해주고 동네의 젊은 사람들은 전부 원더우더나 쁘띠엘르 브랜드의 옷을 입고 다니는데 정작 엄한 사람들이 돈을 벌고 있었다.

“그래도 신상품은 괜찮지 않나?”

“신상품도 길어야 일주일이야.”

“일주일? 그렇게 빨리 짝퉁이 등장한다고?”

“내가 괜히 엄살을 부리는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방수호도 지금 당장 매장을 빼야 할 정도로 돈이 급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돈이 급하기는커녕 직장인이나 동료 상인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하지만 백만 원 벌던 사람이 2백만 원 벌면 기뻐하는 게 당연해도, 250에서 3백을 벌던 사람이 2백만 원 벌면 절대 기뻐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쁘띠엘르의 점포를 맡으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매출 하락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지금 상황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 정도면 혜성에 말을 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혜성에서도 당연히 알고 있는 문제일 텐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나?”

“알고 있어도 계속 압박해야지. 외적인 모든 일을 책임지는 것이 혜성이잖아?”

맞는 말이긴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방수호는 회의적인 생각을 품었다.

과연 혜성에 도움을 청한다 해 봐야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일단 박 사장 말처럼, 내 사정을 이야기하긴 해야겠어.’

* * *

1989년 4월 10일.

나는 영신주물 공업회사를 인수함으로써 방위 산업 진출에 첫발을 뗐다.

당분간 국방 부품 중, 주조로 생산하는 부품에 대해 개선이나 국산화를 하는 것으로 방위 산업에 진출할 것이었다.

(겨우 그것만 노리고 있지는 않겠지?)

“물론입니다. 개인 소총이나, 전차 같은 지상무기 체계에는 크게 관심이 없지만, 함정이나 항공기 그리고 미사일까지는 어떻게든 진출해 볼 생각입니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뒤늦게 출발한 터라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나마 장갑차, 대구경 화포, 탄약 등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였으나 내가 이야기한 함정, 항공기, 미사일 등은 언급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가장 기대가 되는 것은 미사일이겠구나.)

“예, 저야 잘은 모르지만, 미사일을 개발하면 언젠가 시작해야 할 우주 사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야 그렇지. 미사일과 우주 발사체는 목적이 다를 뿐, 원리 자체는 비슷하니 말이야.)

“노사께서도 나쁘지 않게 보십니까?”

(러시아 과학자들을 가장 잘 써먹을 수 있는 곳이 미사일이니, 일단 성공 가능성은 크게 잡아도 되겠어.)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내가 미사일 개발에 도전해 보려고 한 것도 러시아 과학자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소련은 첫 우주 비행사부터, 첫 인공위성까지 우주 개발에 있어서 ‘인류 최초’라는 위업을 거의 전부 달성하였다.

그나마 미국이 아폴로 계획을 성공시켜 완패를 모면했다지만, 여전히 사람들 인식에서 우주와 가장 가까운 나라는 소련이었다.

(다만 알아둬야 할 것은, 네가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을 다른 나라에서는 절대 좋게 보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미사일 사업할 때는 혜성이란 이름을 쓰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분도 아마 정부 지분이 더 많을 것이고 말입니다.”

(설령 그런 수를 쓴다 해도 얼마나 통하겠느냐? 다른 나라는 몰라도 미국에선 절대 안 통할 거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우주 개발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노사가 들려준 이야기대로 미래가 흘러간다면, 우주 개발이란 게 공상 과학에나 나오는 머나먼 미래의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미국에서도 똑같이 해야지.)

“예?”

(미국 대통령을 네 편으로 만들란 말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미국 대통령이라니.

아무리 내가 김영산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라 해도 미국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과는 속된 말로 ‘급’이 다른 존재였다.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 대통령도 아니고 미국의 일개 주, 캘리포니아의 주지사가 한국 대통령보다 더 영향력이 높다고 할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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