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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투자천재-202화 (202/300)

202화 본격적으로 혜성맨을 육성해야겠어

“여기 앉으십시오. 구혁재 회장님.”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구혁재 회장이 혜성 그룹의 사옥을 찾아왔다.

나는 그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저희 단둘이 보는 것은 처음인 거 같습니다.”

“하하하, 생각해보면 그렇군요. 항상 중간에 권오중 회장이 끼어 있었는데 말입니다.”

“권오중 회장님은 요즘 세계 경영을 하시느라 바쁘시다죠?”

“예, 지금은 아마 태국에 가 있을 겁니다.”

처음에는 권오중 회장의 이야기로 화제를 이끌어 나갔다.

권오중 회장이 어떤 재벌 총수보다 젊어 보인다는 둥, 올해의 정우 그룹은 무시할 수 없을 거라는 둥.

그 뒤에는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소련에서 시작한 사업 이야기부터, 가전과 휴대폰 등등의 사업 이야기까지.

‘유익한 시간이긴 한데, 용건이 뭔지를 모르겠군.’

나는 구혁재 회장의 말에 열심히 맞장구쳐주면서 한편으로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구혁재 회장이 겨우 이런 대화를 나누려고 나를 찾아왔을 거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한성 회장님, 제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면 이상한 오해 하실까 걱정스럽긴 해도, 일단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대화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구혁재 회장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어떤 말씀을 하시려고 그렇게 뜸을 들이십니까?”

“미래 그룹, 정확히는 왕재구 회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왕재구 회장이라.”

“사실, 며칠 전에 어떤 모임에서 왕재구 회장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왕재구 회장이 저에게 이런 제안을 하더군요. 힘을 모아서 혜성 그룹을 치자고 말입니다.”

“……!”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물론 왕재구 회장이 혜성을 공격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양준현이라든가, 이호승 회장이라든가, 여기저기서 재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해 주었기에 이미 어느 정도 낌새를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놀란 것은 구혁재 회장이 자신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왕재구 회장을 배신했다는 사실이었다.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해줘도 됩니까? 제가 알기로 구혁재 회장님은 왕재구 회장님의 오랜 친구라고 들었는데.”

“친구는 친구죠. 하지만 사업에 사적인 감정은 배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뭐, 실천에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였지만.

“사실 저는 미래 그룹보다 혜성 그룹의 잠재력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왕재구 그 친구보다 이한성 회장님을 훨씬 더 높게 평가하고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감사한 말씀입니다. 오늘 일은 절대 잊지 않고, 반드시 은혜를 갚겠습니다.”

“은혜라고 말할 게 있겠습니까. 저는 그저 제가 미래 그룹과 혜성 그룹 사이를 이간질했다는 이상한 오해만 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 역시 미래 그룹의 동향은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구혁재 회장님이 진실을 말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보력까지 갖추고 계신 것을 보면 제가 선택을 잘하긴 잘한 거 같습니다. 하하하.”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잠재력이야 어떻든, 당장 지금은 미래 그룹이 우리보다 한참 위에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구혁재 회장은 미래 그룹이 아닌 혜성 그룹을 선택하였다.

나로선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구혁재 회장을 떠나보낸 나는 왕재구 회장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계로 나가서 싸워야 하는데, 귀찮게 발목을 잡는군.’

샤롯 그룹만 확실하게 처리하면 더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역시 미래 그룹은 미래 그룹이라고 해야 할까?

후환이 두렵지도 않은 것인지, 제2의 반 혜성 동맹을 만들려고 아주 난리를 치고 있었다.

‘하긴, 굳이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미래 그룹과 한 번쯤은 제대로 승부를 겨루기는 해야겠지.’

기화 자동차를 인수한다면 혜성 자동차도 드디어 대중차 시장에 도전하게 된다.

그리고 대중차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기업은 미래 자동차였다.

즉, 미래 자동차와의 전면전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애초에 미래 그룹이 기화 자동차를 인수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지도 의문이군.’

어쩌면 나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인수전에 참여할 수도 있었다.

아니, 어쩌면이 아니라 거의 확실하였다.

매출로 보나 그룹 규모로 보나 압도적인 형세를 띄고 있음에도 혜성 그룹의 성장을 악착같이 방해하려 드는 왕재구 회장의 모습을 보면, 혜성 그룹이 기화 자동차를 인수하는 것을 두고 볼 리가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반격을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기화 자동차 인수 때 반격하면 되겠어.’

나는 그 생각을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 *

<혜성 그룹의 샤롯 제과 인수, 특혜 논란 증폭!>

<독점 폐해, 제벌 특혜 없어야.>

샤롯 제과를 인수한 게 언제인데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었다.

이게 다 미래 그룹이 움직여서 그런 거 같았다.

‘동화 일보라. 요즘 계속 공격적인 기사를 쓰는데 한 번 주의는 줘야겠어.’

국내의 기업 중, 혜성 그룹만큼 마케팅을 중요시하는 기업이 없었다.

그리고 그 말은 어떤 기업들보다 광고비의 비중이 크다는 뜻이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동화 일보에 집행하는 광고비도 어떤 기업들보다 컸기에 내가 갑이라고 볼 수 있었다.

“우리 혜성에서 동화 일보에 섭섭하게 한 것이 있습니까?”

나는 동화 일보의 이명국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다짜고짜 그 같이 말했다.

-섭섭하다니요. 혜성에게 섭섭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섭섭한 것이 없는데 왜 그런 기사를 쓰시고 그럽니까?”

-아, 기사요? 이한성 회장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요즘 언론 자유화니 뭐니, 말들이 많지 않습니까? 팩트에 기반한 내용이라면 차장 선에서 자유롭게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언론사의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저런 말을 하다니.

“팩트라. 저도 모르는 특혜를 언제, 얼마만큼 받았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흠흠. 제가 확인해보고 오류가 발견되면 정정 보도를 하겠습니다.

정정 보도가 과연 의미 있을지 모르겠다.

분명히 기사 끄트머리에 작은 글씨로 보도할 텐데 말이다.

“다음부터는 주의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더 강하게 경고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동화 일보의 광고주는 혜성 그룹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미래 그룹을 비롯하여 여러 재벌이 중앙지인 동화 일보에 광고를 주고 있었다.

혜성의 광고비가 그들을 압도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명국 편집국장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편집국장으로서의 인맥도 무시할 게 못 되고.

“표정을 보니, 동화 일보와의 이야기가 잘 안 풀렸나 봅니다.”

이명국 비서실장과의 통화가 끝난 것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진봉현 비서실장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나는 그런 진봉현 비서실장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조금 잠잠해지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언론의 공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에게 특혜를 받은 것도 하나 없는데, 이런 식의 논란이 생기다니.”

“언론이라고 진짜 우리가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해서 저러는 거겠습니까? 어떻게든 혜성 그룹과 정부를 공격하려고 저러는 거지요.”

“언론의 뒤에는 미래 그룹이 있을 거 같은데, 맞습니까?”

“아마 그렇다고 봐야 할 겁니다. 물론 미래 그룹뿐만이 아니라, 다른 재벌들도 알게 모르게 동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 거창하게 반 혜성 동맹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구혁재 회장이 경고했던 것처럼, 재벌 총수들은 현재 혜성 그룹의 성장에 큰 경각심을 느끼고 있었다.

혜성 그룹이 단순히 매출을 늘려서 재계 순위를 올린 게 아니라, 인수 합병으로 그룹을 성장시켰기에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 여론을 환기해야 할 거 같습니다.”

지금 당장 미래 그룹을 공격할 수는 없었기에, 먼저 수성에 집중해야 할 거 같았다.

“현명하신 생각입니다. 언론 때문에 혜성 그룹을 향한 여론도 안 좋아지기 시작해서 임원들도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언론의 공세가 계속되자, 한때 국민 기업이라 불렸던 혜성 그룹의 이미지도 큰 타격을 입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는 생각을 하며 혜성 그룹과 정부 간의 정경유착을 의심하는 국민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나 혜성 그룹의 끝없는 자금력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었다.

이럴 때 여론을 환기하지 않는다면 한순간에 혜성 그룹의 이미지가 바닥으로 갈 수도 있으리라.

“아무래도 사회 환원 차원에서 기부하는 게 좋겠지요?”

“예, 적당한 금액을 기부한다면 여론도 어느 정도는 회복할 겁니다.”

“비서실장님이 생각하는 적당한 금액은 얼마입니까?”

“저희가 빅 4의 기업이고, 이번에 재계 2위까지 되었으니, 10억 이상은 기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화끈하게 백 억을 기부합시다.”

“백 억이요? 너무 금액이 많지 않습니까?”

“백 억이 부담스럽다면, 그룹에서는 50억, 제 개인 자산으로 50억을 기부하는 방향으로 가죠.”

여론을 바꿀 수만 있다면 백억도 그리 아깝지 않았다.

노사가 충고한 것처럼 이제는 적은 돈에 연연할 때가 아니기도 했고.

“그 정도 액수라면 여론을 회복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참에 혜성 장학생들도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혜성 장학생이라면?”

“언론사로 취직한 혜성 장학생들 말입니다. 그들이 편집국을 장악한다면 지금 같은 기사들은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혜성 장학회는 단순히 혜성 그룹의 직원을 육성하거나 선발하려고 설립한 재단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사실,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설립한 재단이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키우려면 언론도 빼먹을 수 없었다.

혜성맨을 육성하는데, 법조계 다음으로 중요시 육성하였던 것이 언론계였던 것이다. 물론 그다음이 스포츠계였고 말이다.

“아, 마침 고려일보 인사부장이 저희 쪽 사람입니다.”

“그래요? 그럼 가장 먼저 고려일보의 편집국을 장악하는 것으로 합시다.”

혜성 장학생들 말고도 혜성맨은 존재하였다.

돈이나 권력, 정보 등으로 회유한 사람들이었다.

고려일보의 인사부장도 마침 혜성맨이라고 하니, 가장 먼저 고려일보를 노리면 될 거 같았다.

* * *

박태인 기자는 한숨이 나왔다.

그는 혜성 장학생 출신이다 보니, 혜성 그룹에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다.

단순히 혜성의 도움을 받아서 그런 게 아니라, 재벌 중에서 가장 청렴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현재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혜성 그룹에 피해가 갈 만한 내용을 취재하고 있었다.

‘아니, 혜성에서 좋은 의미로 기부를 하겠다는데, 기부금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왜 조사하라는 거야?’

얼마 전, 혜성 그룹에서 백억 기부를 약속하였다.

역시나 혜성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엄청난 기부금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일로 혜성 그룹의 이미지가 다시 좋아졌는데, 박태인 기자의 윗사람들은 이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싶었다.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혜성 그룹의 이미지를 다시 깎아내리려는 것을 보면 말이다.

‘내가 편집국장이 되면 싹 다 갈아엎어 주마.’

박태인 기자는 주먹을 쥐며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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