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 들린 투자천재-192화 (192/300)

192화 지하자원과 인적 자원이라

한국으로 향하는 각국 선수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긴장감이 흘렀다.

단순히 올림픽 시합에 대한 긴장감 때문이 아니었다.

“괜찮을까? 그 나라는 아직도 전쟁 중이라던데.”

“설마 무슨 일이 생기겠어?”

“작년에도 노스 코리아에서 테러를 시도했다잖아. 재작년에도 그랬고.”

유럽이나 미국인들이 한국을 향한 인식은 그리 좋지 못하였다.

한국 하면 전쟁이란 단어를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였다.

“뭐야? 여기가 내가 알던 그 코리아라고?”

“공항이 제법 괜찮은데?”

하지만 정작 한국에 도착한 외국인들은 김포 공항의 모습을 보며 매우 놀라고는 한다.

예상외로 공항이 발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올림픽 때문에 공항만 제대로 만들었나 보네.”

“그래도 놀라워. 나는 코리아에 이렇게 현대적인 건물이 있을 거라고는 아예 예상 못 했는데 말이야.”

“미국에서 얼마나 지원을 해줬는데 이 정도 건물은 당연히 지어야지.”

선진국의 공항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김포 공항의 모습에 놀라기는 했으나, 이내 그러려니 하였다.

겨우 공항 하나 때문에 그 나라에 대한 인식이 바뀔 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동차가 의외로 많은데?”

“그러게, 저거는 앱설루트 아닌가?”

“허, 미국에서 유명세를 떨쳤다는 그 차?”

“신기하군. 코리아에서 앱설루트를 다 보다니 말이야.”

외국인들이 도로를 지나며 놀란 것이 자동차의 수였다.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도시들만큼은 아니지만, 교통체증이 걱정될 정도로 자동차의 수가 상당하였다.

하지만 역시 가장 놀란 것은 서울 그 자체였다.

현대적인 건물들로 빌딩 숲을 이루고 있는 강남의 모습을 보며 외국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이 나라, 전쟁 중인 나라 아니었어? 고층 건물들이 왜 이렇게 많아?”

“저 건물은 60층도 넘어 보이는데?”

“믿을 수가 없네. 유럽의 주요 도시보다 오히려 발전하였잖아?”

아시아의 변방 취급이나 받던 한국이었다.

그런데 정작 서울의 모습은 그들이 선진국이라 생각하는 나라의 수도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물론 미국인이나 자본주의 진영의 서구권 인사들은 그저 감탄하고 끝났다.

한국이 예상과 다르게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 해도 그들과 크게 상관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산주의 진영의 동구권 인사들은 서울의 모습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노스 코리아에서는 분명 사우스 코리아가 낙후된 국가라고 선전했었는데, 이게 어떻게 봐서 낙후된 나라야?”

“무섭군! 분명 30년 전의 서울은 아무것도 없는 폐허나 다를 게 없었는데, 벌써 이렇게까지 발전하다니.”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진영 간의 체제 전쟁은 사실상 끝을 보이고 있었다.

종주국인 소련부터가 빌빌거리는 상황이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발전한 모습을 보게 되니, 동구권 인사들은 공산주의 체제의 패배를 뼈저리게 실감하였다.

북한과 비교하면 더더욱 자본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알 수 있었다.

* * *

서울의 모습을 보며 외국인들만 감탄한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 저기 보십시오. 건물이 엄청나게 큽니다.”

“허, 놀랍구나. 내가 조국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고층 빌딩은 거의 없었는데 말이야.”

해외에 정착한 해외 동포들.

특히 수십 년 이상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었던 해외 동포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들이 기억하는 서울은 선진국의 빈민가나 다를 게 없을 정도로 어둡고 칙칙한 도시였다.

심지어 말이나 소를 끌고 다니던 서울의 모습을 기억하는 해외 동포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나 한국에 오니, 서울은 눈부실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상전벽해가 따로 없을 정도로 말이다.

“저게 혜성 그룹의 본사라고 합니다.”

“네가 말했던 그 자랑스러운 기업이구나.”

“예. 저기서 고급차인 앱설루트와 각종 가전제품을 생산합니다. 우리 집에 있는 가전제품들도 전부 혜성 겁니다.”

아들, 박해인의 말에 박정수 옹의 눈시울이 붉혀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전제품과 고급차를 생산하다니. 나로서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가 미국으로 떠났을 때만 해도, 한국은 가난하기 그지없었던 나라였다.

배부르게 먹은 기억보다, 배를 굶주린 기억이 훨씬 더 많았을 정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동차를 살 정도로 부유한 나라가 될 거로 생각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말이다.

‘내 나라가 이렇게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다니. 이제는 자신 있게 한국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어.’

대부분의 미국인은 그를 처음 볼 때, 일본인이냐고 묻는다.

아니라고 대답하면 그다음에는 중국인이냐고 묻는데, 그가 한국인이라고 대답하면 열에 아홉은 모른다고 대답한다.

하나 아는 미국인은 노스 코리아냐며 기겁하는 반응을 보여줬다.

그만큼 미국인들에게 있어 한국이란 나라는 존재감이 없고 이미지도 좋지 않았다.

어딜 가서도 자신 있게 한국인이라고 밝히지 못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인식이 달라질 것은 명약관화하니, 이제는 자신 있게 한국인이라고 밝혀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틀이 지나 9월 17일이 되었다.

개막식의 날, 박정수 옹은 잠실 경기장으로 향하였다.

“사람이 무척이나 많네요. 몇만 명은 되겠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세계가 주목한다더니, 이 경기장을 보면 그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닌 걸 알 수 있어.”

두 사람이 그렇게 대화를 나눌 때, 개회식이 시작되었다.

잠실경기장 성화대에 점화되어 힘찬 불꽃을 피워 올리자, 박정수 옹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힘찬 불꽃이 마치 한국의 발전을 축복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 뒤로 화려한 행사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폭죽들이 터지더니, 특전사 요원 수십 명이 고공낙하를 하는가 하면, 국민학교 학생들이 깜찍한 동작으로 대련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손에 손잡고~”

하이라이트는 관객들이 함께 부른 노래였다.

수만 명의 관객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합창하는 광경은 실로 전율이 아닐 수 없었다.

* * *

모두를 감격게 한 개막식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올림픽이 개막하였다.

나는 모든 한국인이 그러하듯, 본업에 집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며 올림픽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역시 우승은 소련이 하겠군.’

사격으로 첫 금메달을 딴 소련은 무서운 기세로 금메달을 수확하였다.

이미 우승은 소련으로 정해진 거나 다름이 없을 정도였는데, 그다음 순위가 모두의 관심사였다.

“한국은 2위도 힘들겠죠?”

(2위는커녕 3위도 어려울 거다.)

노사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동독과 미국이 한참을 앞서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한국인이 그렇듯, 나도 드라마 같은 역전을 기대하고 있었기에, 노사의 냉정한 말을 듣자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아쉽군요. 이왕 역사를 바꾼 김에 올림픽 순위도 많이 올렸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원 역사보다 성적이 훨씬 좋은 거야.)

“그렇습니까?”

(네가 후원하는 복싱만 해도 메달권 안에 들었잖아?)

“예, 저는 오현민 선수가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중입니다.”

오현민 선수의 기세가 매서웠다.

얼마나 주먹이 강한 것인지, 매판을 KO로 이겨왔을 정도였다.

‘집 한 채가 아니라 두 채도 줄 수 있겠어.’

아직 메달을 따지도 않은 상태인데, 벌써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었다.

올림픽이 끝나면 국민 영웅이라 불리게 될 터.

국민 영웅에게 집 두 채 선물하는 것쯤은 아깝지 않았다.

물론 광고라던가, 상부상조하는 게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다른 스포츠도 제법 성과를 보고 있으니, 혜성이 후원하는 종목에서 금메달이 적어도 다섯 개는 나오겠어.)

노사의 말처럼 복싱뿐만이 아니라, 배구와 탁구, 핸드볼에서도 엄청난 성적을 보이었다.

어떤 기업과 비교해도 혜성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내지 않았을까 싶었다.

당연히 정우 그룹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권오중 회장과의 내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권오중? 그자와 무슨 내기를 했는데?)

“금메달을 누가 더 많이 딸지를 두고 내기하였습니다.”

(어이가 없군. 네가 그런 내기를 했다고? 누가 이길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예, 내기해 줄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권오중 회장이 억지를 부려서 어쩔 수 없이 내기하게 되었습니다.”

(빅 4의 재벌 총수들끼리 그런 내기를 하다니, 누가 들으면 비웃지 않을까 걱정이다.)

“권오중 회장만 어디서 소문을 내지 않는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자의 입이 그리 가볍지 않아서 하는 말이야.)

“하, 하. 그렇습니까?”

(근데 내기에 무엇을 걸기로 했지? 권오중이가 아무것도 걸지 않고 내기하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별거 아닙니다. 저는 잠실역 부근의 빌딩 한 채를 팔아주는 것으로 내기를 걸었고 권오중 회장은 파이잘 왕자를 저에게 소개해 주는 거로 걸었습니다.”

내 말에 노사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파이잘 왕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를 말하는 거냐?)

“예. 아무래도 정유 사업을 하려면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올림픽이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호오, 나쁘지 않은 생각이구나. 확실히, 중동 왕자, 그것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 친해진다면 석유 문제는 걱정할 게 없겠지.)

노사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파이잘 왕자와 인맥을 얻는 게 나쁘지 않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단지, 파이잘 왕자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 자인지 모른다는 게 흠이야. 정적만 많은 사람이면 친해져 봐야 좋을 게 없고.)

“권오중 회장의 말을 들어보니, 권력이 약하지만은 않은 거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권력이 강해도 오히려 문제일 수 있어. 그쪽에서 너를 얕보고 오히려 혜성 정유를 집어삼키려 할지도 모르니 말이야.)

확실히, 그럴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H 오일도 사우디아라비아의 회사가 집어삼켰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아랍이야 그렇다 치고, 동구권 국가들과도 이왕이면 인맥을 쌓아 봐.)

“공산주의 국가들과 인맥을 쌓으라는 말씀입니까?”

나는 노사의 말에 기겁하였다.

세계 화합을 명분으로 동구권 국가들도 올림픽에 참가하였지만, 여전히 그들을 빨갱이라 부르며 적대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정부의 정보조직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니, 공산주의 국가들에게 선을 대라는 노사의 말에 나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뭘 그렇게 놀래? 공산주의가 망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너도 알고 있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소련도 3년 정도밖에 안 남았어. 내년이면 베를린 장벽이 부서진다고.)

맞는 말이다.

설령 나비효과가 발생한다 해도,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를 막을 수는 없으리라.

그러니 동구권 국가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근데 동구권 국가들의 인맥을 얻어봤자 득 될 것이 있겠습니까?”

북한만큼이나 가난하기 그지없는 나라들이었다.

러시아나 중국 말고는 인맥을 얻어 봐야 소용이 없을 거 같았다.

(가난한 나라라도 먼저 선점해서 시장을 독점한다면 매출이 얼마나 크겠어?)

“그렇습니까?”

(무엇보다 자원을 얻을 수 있지. 지하자원이든, 아니면 인적 자원이든 말이야.)

“지하자원과 인적 자원이라.”

나는 턱 끝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지하자원과 인적 자원을 얻을 수만 있다면 동구권 국가들과 인맥을 형성해도 나쁠 게 없어 보였다.

‘지하자원도 지하자원이지만, 소련의 과학자들은 반드시 얻어야겠지.’

미국조차 두려워하게 만들었던 것이 소련의 과학자들 아닌가.

소련이 무너지면 소련 정부에서 일하던 과학자들이 대거 사회로 나오게 될 테니, 그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