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신 들린 투자천재-149화 (149/300)

149화 돈으로 한번 싸워 볼까?

방원석은 처음 혜성 팰리스에 입단했을 때, 감격을 금치 못했다.

아마추어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그였지만, 몇 년 전에 프로 야구가 시작된 뒤로 실업 야구의 인기는 크게 줄었다.

재야의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자들도 이미 프로로 입단한 지 오래였다.

실업 야구에서 아무리 이름을 떨쳐봐야, 돈이고 명예고 얻을 게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다 보니 방원석은 프로 선수가 되기를 희망하였다.

하지만 방원석은 27살의 나이에 구속도 그렇게 빠른 편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가 뛰고 있는 곳이 실업 야구다 보니, 그의 실력도 저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어떤 야구단에서도 지목을 받지 못했었는데, 마침내 혜성이 그에게 손을 뻗은 것이다.

‘계약금도 천만 원이나 되다니!’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3천만 원을 넘게 받는 선수들도 있었고 스타 플레이어인 김영일 선수는 김용준 감독과 거의 비슷한 금액의 계약금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다른 팀에서 활동하던 프로 선수들이었다.

경쟁 팀의 선수를 영입했으니, 당연히 비싸게 데려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면에 방원석은 프로 선수로 입단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처지인데 계약금을 천만 원이나 챙겨 주니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근데 뭔가 좀 나만 들뜬 거 같아서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지.’

처음 입단했을 때만 해도 미친 듯이 기뻐하던 방원석이었다.

하지만 혜성 팰리스에 입단하고 동료들과 몇 번 훈련을 같이하니, 좋았던 기분이 빠르게 식어갔다.

이유는 단순했다.

혜성 팰리스에서의 생활이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시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모기업이 모기업이다 보니 시설 면에서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돈을 많이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모든 시설이 좋았다.

코치진이나 감독에게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김용준 감독을 비롯하여 조창우, 유정호 등의 코치진은 야구를 지도하는 실력만큼은 국내 제일이었다.

다만 선수들이 문제였다.

물론 선수들의 실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저마다 비싼 돈을 주고 영입한 선수들인 만큼, 실력 자체는 방원석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다고 훈련을 대충 하는 것도 아니었다.

김용준 감독은 미국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았고 더군다나 구단주인 이한성 회장이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기에, 모든 선수가 훈련에 성실히 임하였다.

하지만 뭐랄까?

열정이 없다고나 할까.

선수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하는 이야기가 똑같았다.

“왜 혜성에 왔냐고? 왜긴 왜야. 돈 때문이지.”

“설마 우승을 생각하는 거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겨우 17명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우승을 해? 경기 인원 채우기도 빠듯하겠다.”

“내 목표는 가늘고 길게 가는 거야. 괜히 도루 같은 거 하지 말고 설렁설렁 뛰면서 다치지 않고 시즌 마무리해야지. 어차피 돈 보고 온 거니 말이야.”

그런 대화를 하다 보면 방원석은 한숨이 나왔다.

그가 꿈꿔왔던 프로 생활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프로 선수면서 이렇게 승리에 대한 애착이 없다니.’

심지어 스타 플레이어인 김영일 선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돈을 많이 받았으니, 돈값만 하겠다.

대놓고 이런 발언을 할 정도로 승리를 향한 열의가 없었다.

‘이런 게 프로 선수인 걸까?’

방원석이 그렇게 회의적인 마음을 품으며 훈련에 임하는데, 갑자기 김용준 감독이 선수들을 집합시켰다.

“다들 모였나?”

“예!”

“이제 시즌 개막도 머지않았다는 걸 알고 있지?”

“예!”

“회장님께서 상당히 기대하며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 반드시 우리는 회장님의 기대에 부응해야만 한다. 알겠나?”

“예!”

“시즌 끝날 때까지, 중위권. 최소 5위 안에는 들어야 한다.”

중위권 안에 들어야 한다는 김용준 감독의 말에 열심히 대답하던 선수들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5위 안에 든다고? 신생팀인데 그게 가능해?’

혜성 팰리스에 입단하기 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우승을 생각하던 방원석이었다.

하지만 정작 혜성 팰리스에 입단하고 나니, 우승은커녕 꼴등을 면하기도 어려울 거 같다고 생각하였다.

단순히 혜성 팰리스가 신생팀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선수들의 열의가 그만큼 약했기 때문이었다.

“대답 소리가 작군? 5위 안에 들 자신이 없는 거야?”

“아닙니다!”

선수들의 목소리는 다시 높아졌다.

하지만 방원석을 포함하여 모든 선수는 속으로 회의적인 생각을 품고 있었다.

선수 숫자가 겨우 17명이었다.

워낙에 선수층이 얇아서 지명타자 없이 선발 투수와 타자를 투잡 뛰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5위를 한다?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했다.

“너희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 다들 돈을 보고 들어온 곳이니, 팀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

“하지만 돈을 보고 들어왔다면, 더더욱 5위 안에 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지만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테니까.”

“추가적인 보상이라면, 회장님께서 따로 상금을 챙겨 주신다는 겁니까?”

주장을 맡는 김영일 선수가 그리 묻자 김용준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5위 안에 들기만 하면, 너희들 전원에게 3백만 원의 추가 보상이 떨어질 거다.”

선수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계약금으로 수천만 원을 받은 선수도 있지만, 계약금은 말 그대로 계약금이었다.

몇 년간 팀에 묶여 있는 조건으로 받는 돈이었기에 아무리 많이 받았어도 체감상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3백만 원의 상금은 그야말로 불로소득이었다.

수천만 원의 계약금을 받은 선수들에게도 이 같은 상금은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무, 무조건 5위 안에 들어야 한다!’

방원석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아마추어 출신이었기에 3백만 원이 더욱더 크게 느껴졌다.

직장에 다닐 당시 그의 연봉보다도 많은 액수였기 때문이다.

“5위인데도 이 정도면, 우승 상금도 있을 거 같은데, 맞습니까?”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던 김영일 선수가 김용준 감독에게 물었다.

“역시 주장이라서 그런지 눈치가 빠르군! 맞다. 우승 상금은 총합 50억! 활약이 컸던 사람은 억 단위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헉!”

“50억이라고요?”

미쳤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50억이라니.

억은커녕 계약금 천만 원이 생전 만져본 가장 큰 액수였던 방원석으로선 실로 터무니없게 느껴지는 액수였다.

‘50억이라니. 그게 도대체 얼마야?’

물론 50억을 n분의 1로 분배하면 억 단위로 줄어든다.

선수뿐만이 아니라 감독이나 코치진과 나눈다면 더더욱 줄어들 것이고.

하지만 그렇다 한들, 50억이란 돈은 실로 엄청난 액수가 아닐 수 없었다.

n분의 1로 분배한다 해도 집 몇 채 사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순위와는 별개로 샤롯 그룹보다 순위가 높으면 무조건 10억을 지급해 준다고 약속하셨다. 우승하면 사실상 60억을 주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뜻이지.”

“왜 하필 샤롯 그룹입니까?”

“간단하다. 회장님께서 샤롯 그룹을 싫어하신다.”

“아하.”

“우승했을 때, MVP에게는 따로 상품까지 주어진다고 하니, 다들 열심히 하도록.”

“예!”

선수들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처음 김용준 감독이 중위권을 노리자고 했을 때와는 딴판이었다.

5위만 해도 개인당 3백만 원에 샤롯 그룹보다 순위가 높다면 10억이 추가된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 1위라도 한다면?

상금이 무려 50억이다.

이 정도 액수라면, 스타 플레이어인 김영일 선수라고 해도 무덤덤할 수가 없었다.

“다들 감독님 말씀 들었지? 앞으로 대충하는 놈들, 다 죽었다고 생각해라.”

김용준 감독이 물러나자 김영일 선수가 동료 선수들을 향해 그 같이 말했다.

“하하하! 5위만 해도 300만 원인데 누가 대충하겠습니까?”

“맞습니다. 사리는 놈들 있다면 진짜 제가 직접 아가리 날리겠습니다.”

“다들 외쳐라. 샤롯 타도! 앞으로 우리의 목표는 샤롯이다.”

“샤롯 타도!”

선수들은 의욕 넘치는 표정으로 샤롯 타도를 연신 외쳤다.

누가 봐도 열정 가득한 프로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허어. 설마 이런 식으로 내가 생각했던 프로팀이 되어버릴 줄이야.’

방원석은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황당해하였다.

김용준 감독에게 겨우 몇 마디 들었다고 급변한 선수들의 모습이 그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방원석은 피식 웃었다.

어찌 됐든, 그가 원하는 프로팀이 되었으니 좋은 일이었다.

덤으로 그 역시 우승 상금이 탐나기도 했고 말이다.

* * *

“스포츠에 별로 관심이 없는 거 같더니, 아주 재미있는 짓을 했더군.”

권오중 회장이 뭐가 그리 웃기는지, 실실 웃는 얼굴로 그 같이 말했다.

요즘 부쩍 나에게 친한 척 구는 권오중 회장이었다.

오늘도 아무런 예고 없이 내 집무실에 찾아와서는 야구 이야기부터 꺼냈다.

‘세계 경영한다는 사람이 우리 사옥은 왜 이렇게 찾는 거야?’

재작년까지만 해도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지내던 양반이었다.

작년부터는 국내에서 체류하는 시간을 조금 늘렸다 해도 여전히 해외에서 지내는 시간이 상당하였다.

어떤 총수들보다 시간이 귀하게 느껴질 텐데, 그 귀한 시간을 나와 아무런 의미 없는 잡담을 나누는 데 쓰고 있으니 그저 황당하기만 하였다.

뭐, 나와 친해지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상당하니 그런 것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어떤 거 말씀하시는 겁니까?”

“야구단의 우승 상금으로 50억을 걸었다며? 요즘 그거 때문에 재계에서 얼마나 말들이 많은데? 이 회장, 자네가 미쳤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나는 어깨를 으쓱하였다.

우승 보상을 조금 과하게 책정하기는 했다.

50억이면 웬만한 기업도 인수할 수 있는 금액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혜성 팰리스가 우승할 확률은 거의 0%에 가까웠다.

‘만에 하나 우승하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홍보 효과가 엄청날 테니까.’

창단 1년 만에 바로 우승한다?

적어도 88올림픽이 있을 내년까지 인구에 회자가 될 일이었다.

그 광고 효과만 해도 50억 이상의 가치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샤롯을 이기면 10억을 준다 했다면서?”

“정확히는 샤롯보다 순위가 높으면 준다 했습니다.”

“뭐, 그게 그거지.”

“신진호 회장의 입을 다물게만 할 수 있다면, 그깟 10억이 아깝겠습니까?”

내가 그리 말하자 권오중 회장이 크게 웃었다.

“난 솔직히 자네가 이렇게 호기로운 사람인 줄 몰랐어. 진즉 알았으면 더 친하게 지낼걸!”

글쎄.

나는 내가 그리 호기롭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돈의 가치가 다르게 느껴질 뿐.

‘아무리 정우 그룹의 총수라 해도 개인 자산을 비교하면 나와 비교도 할 수 없지.’

일본 부동산을 생각하면 권오중 회장과 나 사이의 개인 자산은 열 배 정도가 아니라 수십 배, 어쩌면 백 배 가깝게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니 권오중 회장에게는 50억도 훨씬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다른 재벌 총수들에게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이 회장이 그렇게 나왔으니 프로 야구가 더 재미있어지겠어. 신 회장의 대응도 궁금하고 말이야.”

언론에서는 연신 나와 신진호 회장을 비교하며 경쟁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신진호 회장으로 하여금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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