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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투자천재-148화 (148/300)

148화 미래의 정당 대표도 내 앞에서는

“아, 그러고 보니 축하드릴 게 하나 더 남아 있었군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정성완 회장이 말했다.

“제 8구단, 결국에 혜성으로 결정되지 않았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쓰게 웃었다.

그러자 정성완 회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표정이 뭔가 안 좋아 보이십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호남 야구팬들의 반발이 거세서 말입니다.”

“아…….”

내 말에 정성완 회장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가 알 정도로 호남 야구팬들의 반발은 격렬하기 그지없었다.

‘광고 효과를 보려고 야구단을 창단하려 했던 것인데, 오히려 독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나는 애초에 전북 지역을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야구위원회가 영남 지역에 이미 두 개의 야구 구단이 있으니, 전북에도 하나 창단하는 게 좋겠다는 여론에 휩쓸려 전북에다 제 8구단을 창단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 8구단의 입찰자가 나로 선택되었던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호남 야구팬들은 마치 내가 영남 정권의 뜻에 따라 전라도를 분열시키려 한다는 음모론을 주장하였다.

“지금만 저러는 거지, 조금만 시간 지나면 다 괜찮아질 겁니다.”

정성완 회장의 위로에 나는 미간을 좁혔다.

‘과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

비서실에서 전하기를, 시간이 지날수록 야구팬들을 넘어 호남 지역민들 전체의 여론이 악화하고 있었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나를 5공의 총애를 받는 3김처럼 취급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역시 김태중 선생에게 부탁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겠군.’

마침 김태중 선생이 건네준 연락처가 내 손에 있었다.

* * *

“만나서 영광입니다. 동호 기업이라는 작은 기업을 경영하는 박성호라고 합니다.”

김태중 선생이 건네준 연락처에 전화하니, 박성호라는 사업가가 나를 찾아왔다.

‘이자가 누구기에 김태중 선생이 이자의 연락처를 준 거지?’

나는 속으로 그 같은 의문을 품으며 그의 인사에 대답해 주었다.

“예, 저는 혜성 그룹을 경영하는 이한성입니다.”

“안 그래도 김태중 고문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한성 회장님이 곧 연락할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너무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그저 연락책일 뿐입니다.”

“김태중 고문님과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음, 고문님이 미국으로 망명 오셨을 때, 고문님의 생활비를 보태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말에 나는 눈을 빛냈다.

미국으로 망명 갔을 때라면, 김태중 선생의 가장 어려운 시절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즉, 눈앞의 박성호라는 사업가는 김태중 선생의 가장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이었다.

‘심복까지는 모르겠고, 일단 측근에 속하기는 하겠어.’

그렇다면 어느 정도 신뢰해도 될 거 같았다.

물론 그래봤자 위험한 정치 이야기를 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김태중 고문님이 박 사장님을 많이 아끼실 거 같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고문님 같은 민족의 지도자에게 저와 같은 지지자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저는 그저 고문님을 따르는 무수히 많은 지지자 중의 한 명일 뿐입니다.”

민족의 지도자라.

나는 그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이야 민족의 지도자란 소리를 듣지만, 곧 김태중 선생에게 커다란 오점이 생길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혹시 고문님께 따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박성호 사장이 본론을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도움이라. 저희 고문님께서는 지금 정부의 감시를 받는 상황인데, 이한성 회장님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고문님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프로 야구 구단을 창설하려 했는데, 호남 야구팬들이 격렬히 반대하여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예, 그래서 호남 지역민들의 큰 지지를 받는 김태중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려고 합니다.”

“저희 고문님께서는 호남뿐만이 아니라, 전라도 전체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지요. 알겠습니다. 전라도에 구단이 하나 더 늘어나는 일인데, 이 정도 일이라면 저희 고문님께서도 손수 나서주실 거 같습니다.”

“정말입니까?”

“예,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제가 따로 해드려야 할 것이 있겠습니까?”

기브 앤 테이크.

굳이 노사가 가르쳐준 말이 아니어도,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어야 한다는 건 기본 상식이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도움을 받는 처지이니, 김태중 선생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게 이치에 맞았다.

“고문님께서 말씀하시길, 이한성 회장님의 도움이라면 어지간한 일이든 다 들어달라고 하셨습니다. 겨우 이런 일에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김태중 선생이 나를 어지간히 좋게 본 모양이었다.

하기야, 김영산 총재가 내 이야기를 해주었다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5공의 권력이 절정을 찍었을 때, 신한당에 무려 50억의 현금을 지원해줬었으니 말이다.

“감사하다고 전해주십시오.”

“예,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한성 회장님. 혹시 하는 생각에 말씀드리는 건데, 호남 야구팬들을 너무 미워하지 마십시오. 그들의 과거를 생각해보면, 지금 나오는 이야기들이 괜한 피해 의식이 아님을 알게 될 겁니다.”

“물론입니다.”

나도 딱히 호남의 야구팬들을 미워할 생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영남 정권의 음모라는 그들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해원 타이거즈가 리그 1위를 하면서 전라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지. 아마 5공 정권으로선 해원 타이거즈가 탐탁지 않게 느껴질 거야.’

전북에 제 8구단이 창단된다면 전라도의 여론은 분열될 수밖에 없을 터.

호남 야구팬들이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뭐 그래도 내 입장에선 억울하기 그지없지만.’

나는 속으로 쓰게 웃으며 박성호 사장을 배웅하였다.

뭐가 됐건, 박성호 사장과의 대화가 잘 마무리되었으니, 이번 사태도 긍정적으로 끝이 나지 않을까 싶었다.

(저자가 벌써 한국에 와있을 줄은 몰랐군.)

노사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성호 사장이 누군지 아십니까?”

(김태중의 최측근이다. 나중에는 야당 대표까지 되는 거물급 정치인이지.)

“그렇습니까?”

나는 단순히 김태중 선생의 측근 내지 지지자 정도로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거물이었군.’

물론 내가 느낀 감상은 딱 그 정도였다.

미래의 야당 대표?

그게 어느 정도의 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20년이나 30년 뒤라면 그때는 야당 대표도 나에게 있어 그리 대단할 게 없는 존재였다.

애초에 빅4의 지위만 유지해도 대통령조차 나를 함부로 할 수 없다.

곧 시장의 권력이 정치의 권력을 넘어서는 시대가 올 테니까.

‘올해 만약 민주화가 된다면 그 시대가 앞당겨지겠지?’

하루빨리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확실히 김태중 선생의 영향력은 상당했는지, 호남의 여론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혜성 그룹을 적대하던 분위기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로 확 바뀌게 된 것이다.

나는 김태중 선생의 영향력을 피부로 실감하며 혀를 내둘렀다.

어쨌든, 호남 야구팬들의 반발도 사그라들었으니, 본격적으로 창단 준비에 나섰다.

가장 먼저 영입한 것은 아무래도 감독이었다.

이것은 회사나 나라와 비교해도 마찬가지겠지만, 지도자만큼 중요한 것이 없었다.

하여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김용준이란 사람을 영입하였다.

계약금은 무려 5,900만 원.

심지어 김용준의 차가 코렌드의 옛 기종이어서 뉴 코렌드까지 하나 주고서 계약을 진행하였다.

아마 이 정도면 역대 최고 수준의 계약금일 것이다.

“회장님, 오늘 자 신문을 보셨습니까?”

“무슨 중요한 내용이 실렸습니까?”

“우리 그룹을 기사로 다뤘는데, 혜성 야구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제 막 감독을 영입했는데, 벌써 기사로 다뤄지고 있습니까?”

“예. 김용준 감독에 관한 이야기부터, 회장님이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까지 자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역시 야구의 인기는 상당하였다.

리그에 나가지도 않은 상태인데 벌써 주목을 받다니.

이러다가 나중에 리그 우승이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재계 1위도 못하고 있는데 리그 1위라고 쉬울 리가 있겠는가.

진지하게 노린다 해도 몇 년은 허비할 게 분명하였다.

하지만 김용준 감독의 능력이 상당하고 앞으로 꾸준한 관심을 보인다면 언젠가 우승이란 것도 해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샤롯 자이언츠 감독이 망언했다고 합니다.”

“샤롯 자이언츠가요?”

“예. 샤롯 자이언츠 감독이 말하기를, 혜성이 리그에 참여해봤자, 샤롯에게 승리만 헌납하게 될 거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답니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들었던 샤롯 그룹이었다.

그런데 샤롯 그룹의 야구단에서도 저리 나오니, 더욱더 불편하게 느껴졌다.

“또한 샤롯 그룹의 신진호 회장도 마치 회장님을 도발하는 듯한 망언을 했습니다.”

“뭔 소리를 했답니까?”

“야구도 안 좋아하는 사람이 야구단을 만들었으니, 우스운 꼴만 보이겠다는 식의 망언입니다.”

“빅4에도 끼지 못하는 피라미 주제에, 말은 많군요.”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리 말했지만, 속으로는 언짢음을 느꼈다.

‘지금까지 한 번밖에 우승한 적이 없는 주제에, 잘난 척하기는.’

다른 재벌 총수의 도발이라면 웃으며 받아줄 수 있다.

하지만 신진호 회장의 도발은 달랐다.

샤롯 그룹과 혜성 그룹은 몇 년 동안 이어진 악연 관계였기 때문이었다.

“김용준 감독을 불러오세요.”

“예, 알겠습니다.”

진봉현 비서실장이 물러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30대 후반의 김용준 감독이 집무실로 올라왔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선수 모집은 잘 되고 있습니까?”

“예. 우선 조창우와 유정호를 영입하여 코치진은 거의 완성된 상태이고, 국가대표 출신인 김영일 선수와 아마추어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강만득, 방원석을 영입하여 투수진을 보강하였습니다.”

“지금 영입한 선수가 몇 명이랬죠?”

“총 17명입니다.”

“제가 야구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선수가 17명이면 대단히 적은 편인 거 같은데, 맞습니까?”

“예. 하지만 모든 선수의 기량이 굉장히 뛰어납니다. 그야말로 소수정예이기 때문에, 성적을 기대해 봐도 될 거 같습니다.”

“예상하는 성적이 어느 정도입니까?”

“올해가 우리 야구단의 첫 시즌인 만큼, 상위권은 어렵겠지만, 중위권까지는 가보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자신감이 대단하였다.

처음부터 중위권을 노리다니.

하지만 그가 영입한 선수들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국가대표 출신에, 실업 야구계를 평정했던 선수들까지.

계약금으로만 따져도 3천만 원이 넘는 선수들이 무려 다섯 명이나 있었다.

그야말로 인텔사의 임원급을 영입했을 때만큼 돈을 쓴 것이다.

“샤롯 자이언츠를 이길 수 있습니까?”

“예?”

“솔직히 이번이 처음이니, 성적이 낮아도 이해하겠습니다. 하지만 샤롯 자이언츠에게 지는 꼴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

“부담스러운 것은 알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샤롯 자이언츠만큼은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 주저하지 말고 말씀해 주십시오. 그게 어떤 것이든 제가 지원해드리겠습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프로 야구에 진출한 기업 중, 우리 혜성 그룹보다 부유한 기업은 없습니다.”

노사도 야구단을 키우는 일에 찬성하였으니, 돈 쓰는 것을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샤롯 자이언츠를 이길 수 있다면, 몇십억이라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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