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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투자천재-119화 (119/300)

119화 인재라면 무조건 영입해야지

차 구경을 마치고 다시 집무실로 돌아온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매출이 얼마나 나올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지만, 사실 그런 것을 제외하고 내가 경영하는 회사에서 저렇게 멋진 자동차를 출시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외국에 진출하여 미국인이나 일본인들이 뉴 코렌드를 타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G2 국가의 국민이 뉴 코렌드에 열광하는 상상을 하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이미 일본에서 술이나, 패션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역시 큼직한 자동차를 판매하는 게 더 기분이 좋을 거 같았다.

아니면 단순히 내가 자동차에 미쳐있는 것일 수도 있었고 말이다.

(뉴 코렌드의 디자인이 거의 90년대 차들과 비슷하더구나.)

늘 그랬듯, 노사는 불쑥 나타나서는 한마디를 던졌다.

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노사의 말에 대답하였다.

“파격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그렇게까지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일 줄은 몰랐군요.”

(사실 유행은 반보만 앞서는 것이 좋다. 5년 이상 앞선다고 좋을 게 없지.)

“그렇습니까?”

(하지만 뉴 코렌드는 워낙 물건이 잘 나왔으니, 시장의 반응이 나쁘지 않을 거 같다.)

노사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더 자신감이 생겼다.

사업에서는 그 누구보다 객관적인 시야를 가진 게 노사였다.

비록 자동차 쪽으로는 문외한이었지만, 연륜이 연륜이니만큼 그의 이야기는 새겨들을 가치가 있었다.

(설령 국내에서 평가가 안 좋아도, 해외에서는 인기를 끌 수 있을 거야.)

“해외에서 말씀입니까?”

(벤츠의 이름값은 해외에서 더 알아주는 편이다. 더군다나 원화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으니, 가성비로는 뉴 코렌드를 따라올 회사가 없지 않겠어?)

맞는 말이었다.

안 그래도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는데, 이게 다 한국 돈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주요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는 끝없이 절상하고 있었고 말이다.

자동차의 경우, 유독 환율에 민감하니 원화가 저평가되고 있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수출이 유리할 거 같았다.

(그렇다고 너무 싸게 팔지는 말고. 나중을 생각하면 싸구려 이미지 심어져봤자 좋을 게 없으니 말이야.)

“물론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뉴 코렌드가 외국의 자동차 브랜드 차량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만 잘한다면, 과도하게 가격 경쟁을 하지 않아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그렇게 대답하니, 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을 안 하는 것을 봐서 노사 역시 같은 생각인 듯하였다.

(그나저나 벤츠가 너와 협력한 것을 후회하게 될 거 같구나.)

“벤츠가 후회할 거라고요?”

(우리를 얕잡아보고 승용차까지 대외 수출을 허가했지 않느냐. 우리가 자신들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생각지 않고 있는 거지.)

나는 피식 웃었다.

벤츠의 경쟁자라니.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었다.

‘물론 아직은 먼 이야기지.’

그냥 먼 정도가 아니라, 아득하게 멀었다.

해외에서 혜성 자동차의 인지도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으니까.

하지만 뉴 코렌드가 출시된다면 그때는 또 모른다.

뉴 코렌드가 벤츠를 따라잡을 발판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 * *

4월이 되면서 마침내 뉴 코렌드가 출시되었다.

‘이름 빼고 모든 걸 바꾸었습니다!’라고 홍보하며 떠들썩하게 출시하였는데, 벌써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아직 주문 수가 폭발하거나 그렇지는 않았지만, 매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가 하나같이 긍정적이었던 것이다.

‘역시 마케팅 부서가 능력이 있단 말이지.’

탱크주의도 그렇고, 마케팅 능력 하나만큼은 아마 우리 그룹이 국내 1위가 아닐까 싶었다.

물론 마케팅 부서를 포함하여 그룹의 임원들은 이 마케팅 능력이 나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회장님, 세계 그룹 부회장이 찾아왔습니다.”

뉴 코렌드 출시 이후의 시장 반응을 살피며 한창 바쁘게 업무에 매진하고 있을 때, 세계 그룹의 손님이 찾아왔다.

‘한제인이 왜 나를 찾아온 걸까?’

약속이야 이틀 전에 잡아놓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의 목적을 알지 못했다.

중히 할 이야기가 있다고만 하고서 제대로 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와 나 사이에 중히 할 이야기가 뭐 있다고 이리 귀찮게 구는지.’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세계 그룹의 사람, 그것도 무려 부회장이나 되는 사람을 만나보지도 않고 돌려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내가 이소희에게 들여보내라고 말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한제인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네자, 갑자기 그가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다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나는 잠시 당황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제인은 무려 세계 그룹의 부회장이었다.

아무리 내가 혜성 그룹의 회장이라 해도, 그의 인사는 과한 구석이 있었다.

나이 차이를 생각하면 솔직히 허리를 굽힐 필요조차 없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예의가 있는 사람이긴 했어도 이렇게 깍듯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무언가 목적이 있는 거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었다.

‘굳이 길게 끌 필요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나는 한제인이 소파에 앉기 무섭게 본론을 재촉하였다.

“통화상으로 하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던데, 한번 들어봅시다.”

보통 내가 이렇게 직설적인 말을 던지면 상대는 당황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한제인은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회장님께서는 양기현 상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갑자기 그건 왜 묻습니까?”

“저는 세계 그룹의 회장이 되고 싶습니다.”

“……!”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다짜고짜 회장이 되고 싶다고 선언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제인 부회장이 이렇게 야망이 크신 분인 줄은 꿈에도 몰랐었습니다.”

“평사원에서 부회장까지 되었는데, 회장 자리도 노려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노릴 수야 있다.

다만, 그 이야기를 왜 나에게 하는지가 의문이었다.

‘뭐, 대충 알 거 같기는 해.’

지나칠 정도로 예의를 갖춘 것만 봐도 나에게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본인이 회장 자리를 노리겠다고 선언했으니,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뻔했다.

“저의 지지를 바라시는 겁니까?”

“예. 이한성 회장님이 저를 지지해 주신다면, 제가 회장이 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안타깝게도 저는 세계 그룹의 후계 경쟁에 관여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럼 양기현 상무에게도 아무런 지원을 해주지 않으실 겁니까?”

“기현이와는 개인적인 친분만 있을 뿐, 후계 경쟁에 직접적으로 지원해 준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양희수 회장님이 계시는데 제가 어찌 세계 그룹의 후계 경쟁에 관여하겠습니까?”

실제로도 그랬다.

나는 뒤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한다거나, 양기현의 개인 자금을 대신 관리하여 몇 배로 불려줬을 뿐이다.

공식적으로는 어떠한 지원도 해준 적이 없었다.

물론 양희수 회장에게 양기현의 뛰어난 자질을 칭찬한 적은 있었지만 말이다.

“회장님, 저를 지원해 주신다면 저는 어떤 경우에도 회장님의 지시를 따르겠습니다. 설령 계열사를 매각하라는 지시라고 해도 말입니다.”

그는 숫제, 충복이 되겠다는 식으로 굴었다.

계열사까지 매각하겠다고 하니, 그 정도면 충복 그 자체였다.

‘세계 그룹의 회장을 충복으로 둔다면 기분이 좋기는 하겠군.’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제인이 약속을 어기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화장실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달랐다.

한제인이라고 다를 거 같지는 않았다.

“어떤 제안을 하셔도 저는 세계 그룹의 후계 경쟁에 관여할 생각이 없습니다.”

“회장님. 회장님은 양기현 상무를 얼마만큼 신뢰하고 계십니까?”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양기현 상무를 아무리 신뢰하고 계신다 해도, 그는 양희수 회장의 장남입니다. 사자의 자식으로 태어났는데, 그가 이한성 회장님의 지시를 따를 거라고 보십니까?”

“그건 한제인 부회장께서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저에게 지금 어떤 제안을 하셔도 회장이 되시고 나서 약속을 어기실지 어떻게 압니까?”

“전 지분이 적습니다. 설령 세계 그룹의 회장이 된다 해도, 어쩌면 최대 주주가 아니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요?”

“저를 지원하면서 세계 그룹의 지분을 매입하시면, 저보다 많은 지분을 얻게 되실 겁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저는 대주주이신 이한성 회장님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양기현 상무는 어떻습니까?”

“지분이야 한제인 부회장님이 더 많이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지금 당장은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양기현 상무가 양희수 회장에게 지분을 상속받는다면, 이한성 회장님께서는 세계 그룹의 대주주가 되실 기회를 영영 잃고 말 겁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지분이 우위에 있다면, 설령 그룹 회장이라 해도 내가 찍어 누를 수가 있었다.

민주화가 된 이후에, 눈치 볼 게 사라진다면 아예 인수해도 문제없었고 말이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군. 내가 단순히 의리 때문에 기현이를 지지하는 줄 아나 보지?’

나는 속으로 조소를 흘렸다.

‘양기현이 나에게 맡긴 금액이 얼만데 걔가 나를 어떻게 배신해?’

활황기에 투자하다 보니, 양기현이 맡겨두었던 자금이 어느덧 10억까지 불어났다.

3억에 불과했던 돈이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의리고 자시고 돈 때문이라도 양기현은 나를 배신할 수가 없었다.

‘물론 양희수 회장도 마찬가지지.’

양희수 회장이 나에게 맡긴 금액은 무려 50억.

그것도 개인 재산을 털어서 넣은 금액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50억이 머지않아 3백억까지 불어날 거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 3백억 때문이라도 일본의 버블이 끝나기 전까지, 양희수 회장이 나를 배신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른 용건이 없으시다면, 이만 일어나 주시길 바랍니다.”

“제 제안을 거절하시는 겁니까?”

“예. 고민할 가치도 없었습니다.”

“……회장님이 그렇게 의리가 넘치는 분이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아서 생각하시고 인제 그만 일어나십시오.”

“알겠습니다. 시간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는 더 억지를 부리지 않고는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마지막까지 공손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기현이에게 알려줘야겠군.’

한제인이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접촉했는데, 숨겨서야 좋을 게 없었다.

뭐 양기현이라면 한제인이 회장 자리를 노린다는 사실쯤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한제인이라. 저 사람이 원래는 이때쯤 회사를 차린다고 했었던가?’

평사원 출신이 세계 그룹 같은 대기업의 부회장에 오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한제인의 경우 양희수 회장의 사위이기 때문에 부회장까지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가진 것 하나 없는 평사원 출신임에도 양희수 회장이 사위로 두려 할 정도로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실제로 한제인은 노사의 세계에서 세계 그룹이 망한 뒤, 동현 그룹이라는 중견 기업을 일구어내기도 했고 말이다.

‘차라리 내가 거둬볼까?’

나는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제인이란 인재를 놓치는 게 뭔가 아깝게 느껴졌던 것이다.

‘기현이가 회장이 되고 난 이후에 한제인을 숙청하려고 한다면 그때 데려오는 것이 좋겠군.’

세계 그룹이 거두지 못하는 인재라면 내가 거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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