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58화
차원 요새 이터널과 게티아들의 차원 함선 레메게톤과의 전투는 빠르게 끝이 났다.
이터널은 세븐 아크스들이 가진 에너지를 증폭시켜서 사용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레메게톤은 부의 감정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 편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변환 시켜서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모스크바 시민들로부터 쥐어 짜낸 부의 감정 에너지를 전부 다 사용했다는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레메게톤은 이터널에게 큰 피해를 입고 추락하고 말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추락하는 레메게톤에게서 벗어나 상공으로 날아오른 바알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이를 갈았다.
“하등한 버러지 놈들이 감히 레메게톤을!”
언제나 나른한 표정을 짓던 바알은 드물게 화를 냈다.
그가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는 희생자들을 고문할 때였다.
고통으로 물들어가며 괴로워하는 희생자들을 바라보며 바알은 희열과 쾌락을 느끼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분노는 오직 카오스 신들에게만 향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바알은 신유현에게도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게티아들에게 있어 차원 함선 레메게콘은 생명 유지 장치였다.
카오스 신들의 눈을 피해 차원 이동을 가능하게 해 주니까.
그런데 지금 버러지처럼 여기던 신유현에게 레메게톤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것이다.
그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이 빚은 반드시 갚아 주마.”
하지만 바알은 냉정하게 자신이 할 일을 떠올렸다.
‘부의 감정 에너지를 모아야 돼.’
레메게톤을 수복하기 위해서도, 버러지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기 위해서도.
부의 감정 에너지만 모을 수 있다면 후일을 도모할 수 있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이곳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신유현을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차원 요새 이터널과 세븐 아크스들을 상대할 수단이 없었으니까.
‘다행히 지구에는 하등 생물들이 많이 있지.’
음지에 숨어서 부의 감정 에너지를 축적하며 기회를 노리면 될 터.
바알은 레메게톤을 아공간 속으로 다시 돌려보내며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그때 바알을 불러 세우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놈…….”
바알은 눈앞에 나타난 신유현을 노려봤다.
그리고 그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세븐 아크스들까지도.
“내가 순순히 보내 줄 거라 생각했나?”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바알을 노려봤다.
레메게톤에서 바알의 반응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빠르게 주변 영역을 스캔했다.
이터널의 마력 감지 레이더라면 바알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신유현의 예상대로 레메게톤에서 좀 떨어진 상공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바알을 찾을 수 있었다.
“예상보다 빨랐군. 하지만 지금 네놈들이 나를 막을 수 있을까?”
바알은 비웃음을 흘렸다.
신유현이 빠르게 자신을 찾았다는 사실은 놀라웠지만, 단지 그 뿐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신유현과 세븐 아크스들로부터 도망칠 자신이 있었다.
“천하의 게티아가 도망이라니. 웃기는군.”
“뭐라고?”
신유현의 도발에 바알은 살기를 피어올리며 노려봤다.
“잘난 척할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이라는 걸 알아둬라. 다음에 만날 때는 네놈의 뇌를 통 속에 넣어 지옥을 느끼게 해줄 테니까?”
바알은 이를 갈며 말했다.
게티아들의 과학력으로 사고를 온전히 하는 두뇌를 통속에 넣어 전기적인 자극을 가해 지옥의 고통을 느끼게 하는 끔찍한 고문 중 하나였다.
“닥쳐라! 그 더러운 혀로 마스터를 욕하다니! 혀를 뽑아 주마!”
바알의 도발에 그리프가 발끈하며 나섰다.
이어서 레이븐이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통속의 뇌라. 재미있군요. 그럼 당신도 통속의 뇌가 될 각오는 되어 있으시겠죠?”
그리프와 레이븐이 뿐만이 아니라 세븐 아크스들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알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마음대로 지껄여라. 네놈들도 똑같은 꼴로 만들어 줄 테니.”
바알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한 후, 날개를 활짝 펼쳤다.
“디아? 준비는?”
바알이 움직이려고 하자 신유현은 고개를 돌리며 디아를 바라봤다.
“준비 다 됐어영!”
신유현의 말에 디아는 귀여운 목소리로 답했다.
그 순간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메지시가 떠올랐다.
[어둠의 성녀, 디아가 고유 스킬 성녀의 기도(S)를 발동합니다.]
번쩍!
이윽고 신유현의 몸에서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뭐, 뭐야?”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눈부신 황금빛에 바알은 팔로 눈을 가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잠시 후 황금빛이 가라앉았다.
“어?”
그리고 신유현을 바라본 바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아까 말했지? 순순히 보내 주지 않을 거라고.”
신유현은 바알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루 한 번, 디아가 가진 고유 스킬 성녀의 기도는 대상의 생명력, 마력을 완전 회복시켜 준다.
신유현이 마지막까지 남겨두었던 비장의 패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아직 신유현이 숨기고 있는 패가 하나 더 있었다.
신유현은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고유 영역 전개.”
고유 영역, 무한의 언데드.
세계 최초로 신유현은 8성 초인이 되었다.
그리고 8성이 된 순간 깨달았다.
7성이었을 때 오러 해방을 각성했던 것처럼, 8성이 되자 자신을 중심으로 아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7성 마스터의 상징이 오러 해방이라면 8성 그랜드 마스터의 상징은 고유 영역이었다.
초인들의 경지에 새로운 문을 연 것이다.
스아아아악!
신유현이 고유영역을 발동하자 검은 장막이 주변 공간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바알과 신유현, 세븐 아크스들은 푸른 하늘이 빛나던 수도 모스크바의 상공이 아니라 전혀 다른 세상으로 넘어와 있었다.
수많은 하얀 별빛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어두운 밤하늘.
거대하게 빛나는 금빛 달 하나와 일곱 개의 은빛 달들이 밤하늘에 걸려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지상에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고, 고유 영역이라고?”
바알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고유 영역은 시전자의 심상 세계를 현실에 아공간으로 구현한다.
그렇기에 선택받은 8성 경지의 절대자들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지고의 능력이었다.
그런데 그걸 하등한 인간인 신유현이 구현해 낼 줄이야.
그 말은 신유현이 8성 경지에 올라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거기다 현재 바알은 자신만의 고유 영역을 전개할 수 없었다.
차원 함선 레메게톤을 운영하는데 모든 부의 감정 에너지를 소모했으니까.
그리고 바알의 경우 고유 영역을 전개하기보다 레메게톤을 사용하는 편이 훨씬 더 효율이 좋았다.
바알의 고유 영역인, 나른한 잠의 세계는 부의 감정 에너지를 어마어마하게 소모하는 것에 비해 효과가 그리 좋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8성 그랜드 마스터가 된 신유현의 고유 영역은 무한의 언데드.
덜그럭덜그럭.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에 스켈레톤 솔져 군단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 영역에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신유현은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바알을 향해 웃어 보였다.
* * *
게티아들과의 전투가 끝났다.
고유 영역을 전개한 아공간 내에서 바알이 도망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거기다 신유현의 고유영역인 무한의 언데드는 제한 없이 죽은 자들을 불러낼 수 있었다.
그야말로 무한에 가까운 언데드를 소환해서 적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고유 영역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마나가 필요했다.
그나마 신유현은 차크라 연공법 덕분에 고유 영역을 전개할 수 있었다.
‘이제 정말 끝났구나.’
신유현은 제압해서 구속시켜 놓은 게티아들을 내려다봤다.
특히 바알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고유 영역 무한의 언데드에서 바알이 가진 여섯 장의 날개는 무참히 뜯겨나갔고, 하얀 헤일로 또한 산산조각이 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신유현에게 지옥을 보여 주겠다는 폭언에 세븐 아크스들이 화가 났는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그 때문에 바알은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전신의 뼈가 으스러졌고 팔다리도 기괴하게 꺾여졌다.
일반적인 초인이었다면 고통으로 인해 쇼크사를 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게티아인지 생명력만큼은 굉장히 질겼다.
세븐 아크스들의 집단 린치에도 살아 있었으니까.
그렇게 신유현과 세븐 아크스들은 이전 삶에서 게티아들에게 멸망하다시피 한 인류를 구해 낸 것이다.
남은 건, 전 세계에 흩어진 게티아들을 잡는 일 뿐.
그 전에 일단,
“돌아가자. 집으로.”
신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세븐 아크스들을 돌아봤다.
* * *
게티아들과 전투가 끝나고 수일이 지났다.
그동안 뒤처리를 하느라 신유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게티아들의 침략으로 인해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거의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천사 병기들을 이끌고 나타난 아가레스에 의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도 제법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전 세계 각국의 초인 가문들과 세력, 세계 헌터 협회는 난리가 났다.
신유현의 말대로 게티아라는 미지의 존재가 차원을 넘어 침공을 해 왔고, 살아남은 게티아들이 세계 각지로 스며들어서 종적을 감추었으니까.
‘대략 스무 명 정도 남았지.’
게티아들의 핵심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바알과 아가레스, 간부들을 제압하고 생포한 상황.
나머지 게티아들은 이빨 빠진 호랑이에 지나지 않았다.
게티아들의 차원 함선인 레메게톤은 신유현의 손에 있었고, 간부들까지 패한 상황이었으니까.
분명 남은 게티아들은 음지에서 조용히 부의 감정 에너지를 모으며 힘을 키우려 할 터.
하지만 세계 헌터 협회와 초인 가문들이 서로 손을 잡는다면 충분히 소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 삶에서 각자 따로 행동하던 것과 달리 전 세계가 협력해서 게티아들에게 대응하고 있었으니까.
게티아 전담 헌터 기관이 설립되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게티아들의 침략은 일단락되었다.
* * *
수년 후.
불사왕의 차원 요새, 이터널 내부.
끼이익.
“여기도 오랜만이군.”
신유현은 요새성 지하 감옥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다양한 기계 장치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중앙에는 원통형 시험관 같은 캡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캡슐 안에는 놀랍게도 바알과 아가레스를 시작으로 지구를 침공했던 게티아들이 잠들어 있었다.
힘의 원천인 날개와 헤일로가 뜯겨 나간 게티아들.
그들은 지금 캡슐 안에서 사령술에 의해 생생한 체험, 죽음의 현장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었다.
단탈리온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죽인 지성체들의 죽음을 생생하게 느끼며 고통 받고 있을 테지.
“설마 이런 캡슐까지 있을 줄은…….”
신유현은 캡슐들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초대 불사왕은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해 두었다.
눈앞에 있는 캡슐들도 마찬가지.
마치 게티아들을 영원히 봉인시키기 위해 미리 준비해 놓은 것처럼 요새성 지하에 있는 게 아닌가?
거기다 놀라운 점은 캡슐 개수와 게티아들의 숫자까지 딱 맞았다.
그래서 신유현은 지난 수년 간, 세계 각지에 숨어 있던 게티아들을 전부 붙잡아서 캡슐 안에 쳐 넣고 고유 스킬 사령술을 걸었다.
그 때문에 전 세계에 있는 나름 유명한 몇몇 초인 명문 가문들이 반발했다.
자신들에게도 게티아들의 일부를 넘기라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신유현은 가뿐히 무시했다.
‘다른 놈들에게 게티아들을 넘겨줄 수 없지.’
분명 게티아들이 가진 힘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할 터.
그 때문에 신유현은 다른 세력에게 게티아들을 넘길 생각이 없었다.
“복수는 내 손에서 끝내야 하니까.”
이전 삶에서 신유현은 복수를 맹세했다. 게티아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게티아들은 수많은 생명체에게 말 못 할 고통을 가하는 걸 즐겼다.
타인의 고통에 희열과 쾌락을 느끼며 잔혹한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그리고 이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신유현은 캡슐 안에서 고통 받고 있는 게티아들을 둘러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는 이제 너희들을 용서한다.”
이전 삶에서 지옥을 경험하게 했던 게티아들.
신유현은 이제 그들을 용서하기로 했다.
더 이상 게티아들에게 분노하고 신경을 쓰며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왜냐하면,
“복수를 완료했으니 말이지.”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이전 삶에서 맹세한대로 게티아들은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신유현의 곁에는 소중한 존재들이 있었다.
파천검가의 가족들과 세븐 아크스.
그 외에 자신을 따르는 수많은 초인까지.
이제 그들과 함께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애초에 게티아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도 이전 삶에서 잃어야 했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함이었으니까.
“하지만…….”
신유현은 가만히 캡슐들을 바라봤다.
캡슐 주변에는 게티아에게 살해당한 수많은 원혼이 맴돌고 있었다.
자신들의 죽음을 게티아들이 경험해 주길 바라면서.
“죄의 대가는 치러야 할 거다.”
게티아들은 너무나 많은 생명체를 재미와 즐거움을 위해 잔혹한 고문을 하며 학살했다.
그 원한을 풀기 위해서는 게티아들이 한 짓을 똑같이 경험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사령술은 원혼들의 원한을 풀기에 알맞은 스킬이었다.
이 또한 불사왕이 준비해 두었을 터.
“이제 두 번 다시 볼 일은 없겠지.”
캡슐들이 있는 지하 감옥에는 특수한 아티팩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다름 아닌 지하 감옥의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결계였다.
게티아들이 수십 년 동안 죗값을 치르고 정신을 차리면 바깥 세계는 이미 수만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을 테지.
그리고 다시 눈을 뜬 게티아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건 우주의 구멍, 블랙홀이다.
게티아들을 원하는 카오스 신들의 차원과 직통으로 이어져 있는.
“그럼 좋은 꿈꾸길.”
신유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리고 지하 감옥을 나갔다.
남은 건, 정신세계 속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끔찍한 죽음을 쉬지도 못하고 끝없이 경험하고 있는 게티아뿐.
* * *
또다시 수년 후.
게티아들로 인해 생겨난 뒤처리를 끝내느라 신유현은 바쁜 나날을 보냈다.
전 세계 각국의 초인 가문들과 헌터 클랜들이 게티아들의 힘과 비밀을 밝히기 위해 음지에서 수많은 암투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파천검가나 신유현의 소중한 사람들을 노리는 멍청한 자들까지 있었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전 세계에 걸쳐 여러 초인 단체들과 몇몇 국가들을 괴멸시키기도 했다.
‘이제 남은 건 던전들이지.’
게티아들의 위협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이 세계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던전의 마수들이었다.
이전 삶에서는 게티아들이 마수들의 억제제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이번 삶에서 게티아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수들의 위협은 초인들이 대처해야 했다.
어찌 되었든 일단 눈앞의 위기였던 게티아들과 그로 인해 생긴 모든 뒤처리를 완료하고 여유를 가지려는 찰나,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자신의 방으로 오는 비밀 열쇠를 언제 사용할 거냐고 은근히 물어봅니다.]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으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다.
‘음.’
신유현은 현무전의 집무실에서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오래전 강릉이 아직 마수들에게 점령되어 있을 때, 외곽 쪽에서 무색 던전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무색 던전을 조사하러 갔을 때 만났던 4성 유니크 보스 이자르를 처치하고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에게 선물을 하나 받았다.
그게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비밀 열쇠였다.
[여신의 열쇠]
등급: 신화
제한: 6성
설명: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자신의 마음에 든 존재에게 선물한 비밀 열쇠. 이 열쇠를 사용하면 그녀가 사는 방으로 갈 수 있다. 단, 초인 등급 6성이 되어야 사용 가능.
“설마 이걸 사용해야 할 때가 올 줄이야.”
신유현은 골치 아픈 표정을 지었다.
세븐 아크스들은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에 대해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아무도 이야기를 하려고 들지 않았다.
대답을 회피하거나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그래서 6성이 되었을 때, 여신의 열쇠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게티아들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기에 사용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 어둠의 여신으로부터 메시지가 올 줄이야.
“뭐, 지금이라면 괜찮으려나.”
지금의 신유현이라면 최초의 게티아 바알은 상대조차 될 수 없었다.
게티아들이 침공해 왔을 때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해져 있었으니까.
“잠시 여행을 갔다 온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메시지를 보낸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둠의 여신은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신유현을 도와준 적이 있었다.
이전 삶에서 어둠의 여신이 신유현에게 관심을 보이자 리미트 오버 마나 드라이브가 진화하면서 세컨드 모드, 제로 포인트 브레이크가 생겨났었으니까.
그 덕분에 바르바토스에게 반격을 가할 수 있었다.
“어찌 되었든 한번 만나기는 해야겠지.”
어둠의 여신으로부터 여러 가지 듣고 싶은 정보도 있었다.
초대 불사왕과 어둠의 여신이 어떤 관계인지.
그리고 세븐 아크스조차 알지 못하는 초대 불사왕의 행방 등등.
그렇게 신유현은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과 만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로부터 며칠 후.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과 만날 준비를 마친 신유현은 부전주인 최정훈에게 여행 갔다 올 테니 찾지 말라고 편지를 남기고 불사왕의 차원 요새 이터널에 왔다.
[정말 갈 생각인가?]
이터널 중심에 있는 요새성문 앞에서 오르페가 신유현을 내려다보며 질문했다.
“그래야지. 초대장을 보냈는데 무시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알아보고 싶은 것도 있고.”
오르페의 물음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마스터.”
뀨!
이어서 디아와 까망이가 다가와 신유현의 몸에 달라붙었다.
“몸 조심해서 다녀오세영.”
뀨뀨!
“그래.”
신유현은 찰싹 붙어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디아와 까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슈브가 다가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유현님. 무사히 돌아오시면 제 방으로 와주세요.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요.”
그러자 이에 질세라 루베르도 옆에서 끼어들었다.
“마스터! 제 방에도 와 주세요! 밤늦게 찾아오셔도 괜찮답니다.”
그렇게 말한 루베르는 혈접선으로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알았다. 돌아오면 둘 다 찾아가도록 하지.”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네.”
슈브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고. 루베르는 혈접선으로 가린 얼굴이 더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그럼 내가 돌아올 때까지 다들 잘 지내고 있어.”
신유현은 나머지 세븐 아크스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녀오십시오, 주군.”
“무사히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어둠의 여신을 너무 믿지는 마라.]
신유현의 마지막 인사에 그리프, 레이븐, 티르달이 차례대로 답해주었다.
그렇게 세븐 아크스들을 작별 인사를 끝마친 신유현은 여신의 열쇠를 꺼내서 오러를 주입했다.
스륵.
그러자 눈앞에 하얀색 방문이 일렁거리더니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여신의 방문인가?’
신유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은 후 망설임 없이 하얀 방문을 열었다.
파아앗!
그러자 방문 너머에서 눈부신 하얀 빛이 터져 나오는 게 아닌가?
잠시 후.
낯선 세계가 신유현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세계(異世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