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53화
“끄아아아아악!”
불사왕의 흑염은 새하얀 날개가 뜯겨져 나간 아가레스의 등을 지졌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인 작열통에 아가레스는 괴성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그, 그만!”
화르르르!
아가레스의 애원에도 신유현은 멈추지 않았다.
아가레스가 죽지 않도록 정성을 들여 흑염을 컨트롤 하며 전신을 불태웠다.
꺼지지 않는 검은 화염이 아가레스를 불태우자 피부가 녹아내리고 매캐한 연기와 살이 타는 냄새가 흘러나왔다.
“끄흐으으…….”
더 이상 비명을 지를 기력조차 사라졌는지 아가레스는 바닥에 쓰러진 채 그저 헐떡였다.
그제야 신유현은 흑염을 거두었다.
“이제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알겠나?”
아가레스를 비롯한 게티아들이 향락과 편리를 위해 지성체에게 고통을 준 것은 자신들이 당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오스 신들이나 혹은 상위차원의 존재들이 아닌 이상 말이다.
게티아들은 성간 여행조차 하지 못하는 미개발 문명의 지성체들을 버러지 같은 존재로 여겼다.
그 때문에 거리낌 없이 학대했다.
벌레들을 죽인다고 해서 자신들에게 해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미개발 문명의 지성체들을 학대하고 고문해도 자신들은 안전하다고 믿었다.
그건 게티아뿐만이 아니라 타인을 괴롭히는 놈들 또한 마찬가지.
타인을 괴롭혀도 자신들은 아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에 괴롭힘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애초에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고문이나 괴롭힘 자체를 하지 않겠지만.’
일반적으로 인간과 같은 지성체라면 양심과 도덕, 윤리, 이성, 공감 능력 등등을 가지고 있다.
그 덕분에 남을 괴롭힌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잃은 자들이 타인을 괴롭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들에게는…….
“똑같이 처맞아 봐야 정신을 차리지. 그래야 자기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테니까.”
즉, 쉽게 말해서 자신이 누군가를 때린다면 처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소리다.
“쉽게 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네놈에게서 알아내야 할 정보들이 많으니까.”
신유현은 아가레스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 말했다.
아가레스에게서 알아내야 할 정보는 많았다.
지구에 넘어온 게티아들의 행방과 앞으로의 계획 등등.
“그리고 네놈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네놈들이 저지른 악업들을 말이야.”
불사왕의 고유스킬인 사령술.
이미 단탈리온은 사령술에 의해 현재에도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죽인 지성체의 숫자는 어마어마했으니까.
단탈리온은 자신이 죽인 지성체들의 죽음을 생생하게 체험하면서 고통 받고 있었다.
일종의 지옥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럼 네놈이 알고 있는 것들을 전부 들어볼까?”
화르르.
신유현은 다시 손가락에 흑염을 피어올리며 아가레스를 내려다보면서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아가레스의 심문은 빠르게 끝났다.
특히 세븐 아크스들은 신유현에게 폭언을 한 아가레스를 용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거기다 세븐 아크스들의 심문 기술은 신유현보다 더 능수능란했다.
물론 아가레스 또한 처음에는 미약하게나마 저항했다.
게티아들에게 배신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행위였으니까.
배신자에게는 죽음보다 더한 형벌이 영겁의 세월 동안 가해진다.
그 때문에 아가레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부의 감정 에너지 덕분에 고통을 잊고 지냈던 아가레스의 정신과 몸은 오래 버텨 낼 수 없었다.
“역시 모스크바인가.”
아가레스로부터 게티아들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 신유현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예상대로 게티아들은 가장 먼저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를 노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모스크바의 시민들에게서 급하게 부의 감정 에너지를 끌어모았다고 했다.
본래 계획대로였다면 늦어도 2년 전에 단탈리온이 차원의 문을 열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신유현이 단탈리온을 방해한 인물이 바로 자신이라고 말하자 아가레스의 얼굴에 경악과 절망이 피어올랐었다.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굉장히 만족감을 느꼈다.
게티아 놈들에게 한 방 크게 먹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
‘단탈리온의 계획을 막아내서 정말 다행이었구나. 만약 막지 못했다면…….’
지구에 몰래 숨어든 게티아들이 음모를 꾸몄을 터.
그리고 보다 완벽하게 준비를 마치고 지구를 점령하기 위한 전쟁을 걸었을 테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게티아들의 전력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거지.’
지구로 넘어오기 전, 예상보다 부의 감정 에너지를 훨씬 더 많이 소모하게 된 게티아들은 곧바로 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전 차원에서 부의 감정 에너지를 짜낼 지성체들이 전멸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필 러시아는 헌터 협회에 협조적이지 않은 국가였다.
그 때문에 정보 전달이 늦어진 탓에 모스크바의 시민들은 현재 게티아들의 노예가 되어 부의 감정 에너지를 쥐어짜 내지고 있는 모양.
아가레스가 제작한 천사병기들의 재료들 또한 모스크바의 시민들이었다는 사실도 알아낼 수 있었다.
“기회인가.”
신유현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있는 광장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현재 키이우의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천사 병기들을 조종하는 아가레스를 제압했으니까.
지금은 우크라이나의 헌터들과 신유현이 데리고 온 현무전의 인원들이 뒤처리 중이었다.
키이우 곳곳에 무너진 건물이나 지하에서 고립되어 있는 생존자들을 구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만간 아버지가 이끄는 파천검가의 본대와 4대 명가의 전력들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헌터들이 키이우에 올 예정이었다.
“이제 어쩌실 건가요?”
그때 슈브가 다가와 물었다.
“아가레스는?”
“죽지 않을 정도로만 치료한 다음 그림자 공간에 구속 시켜 놓았답니다.”
신유현의 물음에 슈브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다른 말은 없었고?”
“네. 이미 알고 있는 걸 다 말한 모양이에요.”
“흠.”
슈브의 대답에 신유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가레스의 정보대로라면 지금 이때가 기회였다.
“슈브는 어떻게 생각해?”
“무엇을 말인가요?”
“게티아에 대해서.”
“그건 저뿐만이 아니라 저희 모두 마스터와 같은 생각이랍니다. 그리고…….”
“그리고?”
“마스터를 욕하는 존재들은 전부 대가를 치르게 될 거에요.”
슈브는 아름답지만 위험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불사왕의 세븐 아크스는 전부 인간을 일탈한 강대한 존재들.
특히 그중에서 슈브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같은 세븐 아크스조차 슈브에게는 한 수 접어 주었으며, 특히 최강이라고 불리는 백은룡 오르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고마워.”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천만에요. 저희는 유현 님이 어디를 가든 함께 할 거랍니다.”
슈브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말에 신유현은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럼…… 가 볼까?”
게티아들의 간부들만이 남아 있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로.
* * *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게티아들의 첫 공격에 모스크바는 절반 정도 초토화가 되었다.
게티아들의 공격에 빌딩이 갈려 나가고 땅이 뒤집어졌으니까.
그 속에서 수많은 모스크바 시민이 죽어 나갔다.
그 덕분에 게티아들은 부족했던 부의 감정 에너지를 빠르게 모을 수 있었다.
주변인들의 죽음으로 인한 공포와 절망, 슬픔 등등.
모스크바 시민의 숫자가 워낙 많았기에 첫 공격에 살아남은 자들로부터 부의 감정 에너지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진짜 지옥이 모스크바의 생존자들을 덮쳤다.
오히려 첫 공격에서 불합리하지만 고통 없이 죽은 사람들이 훨씬 더 나을 정도였다.
첫 공격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게티아들이 붙잡아 와서 고문하기 시작했으니까.
“끄아아아아악!”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
그곳에서 끊임없이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인간들의 비명 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군.”
황금빛 창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존재, 사냥의 신 바르바토스는 건물 위에서 비웃음을 흘리며 크렘린 궁의 광장을 내려다봤다.
광장에는 빠른 속도로 줄행랑을 치며 도망가고 있는 헌터들이 있었다.
“인간들의 생존 욕구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다니까.”
바르바토스는 피식 웃었다.
그는 헌터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크렘린 궁 광장에서 자신으로부터 도망을 칠 수 있다면 살려 주겠다, 라고.
그 말에 러시아의 헌터들은 희망을 가졌다.
특히 헌터 중에서 5성 초인인 세르게이는 속으로 기뻐했다.
‘나라면 도망칠 수 있어!’
러시아 헌터 중에서 나름 이름을 날리고 있는 초인, 세르게이.
그의 이명은 음속이었다.
음속의 세르게이라고 하면 러시아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명대로 그는 굉장히 빠른 스피드를 무기로 수많은 마수를 처치하고 던전들 또한 공략해 왔다.
그런 그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다니!
‘네놈들이 괴물처럼 강하다고 해도 스피드만큼이라면 나도 지지 않는다!’
실제로 세르게이는 게티아들로부터 계속 도망을 쳤었다.
하지만 마나와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하면서 결국 게티아들에게 붙잡혀서 크렘린 궁으로 끌려오게 되었다.
그 후 그의 눈에 펼쳐진 광경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게티아들이 잡아 온 초인들을 고문하면서 에너지를 빼냈으니까.
‘반드시 이곳에서 도망쳐야 돼!’
그 때문에 세르게이는 깨달았다.
이곳에 있다간 고문 끝에 죽게 될 거라고.
“크악!”
“흐억!”
세르게이의 등 뒤에서 동료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명 뒤에 있던 게티아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일 테지.
하지만 세르게이는 이를 악물며 더욱 더 속도를 높였다.
‘앞으로 조금만 더!’
불과 수 미터.
크렘린 궁의 광장을 벗어나는 건 이제 곧이었다.
그리고 광장을 벗어나더라도 세르게이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러시아의 불곰들조차 수도 모스크바를 괴멸시킨 게티아들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 때문에 세르게이는 광장을 벗어나고 곧장 이곳에서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 순간,
푸욱!
“어? 어?”
세르게이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의 창이 가슴을 뚫고 나와 있는 게 아닌가?
“어, 어떻게?”
광장에서 도망치고 있을 때 세르게이의 속도는 그야말로 엄청났다.
다른 헌터들에 비해 독보적으로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가며 후폭풍까지 생겨날 정도였으니까.
괜히 음속의 세르게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던 것.
“멍청한 놈. 정말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냐?”
세르게이의 등 뒤에서 바르바토스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세르게이는 황금창에 꽂힌 상태 그대로 공중에 살짝 떠오르더니 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금창이 세르게이를 꽂은 채로 바르바토스의 손에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네놈들은 내 사냥감이다. 그리고 나는 사냥감을 놓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지.”
다른 차원에 있는 드래곤이나 신과 같은 초월적인 존재들을 제외하고는.
“좋은 표정이군.”
바르바토스는 황금창에 꽂힌 채 돌아온 세르게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유열에 찬 표정을 지었다.
사냥의 신, 바르바토스.
그는 사냥감을 일부러 풀어주고 다시 사로잡았을 때 희열을 느끼는 새디스트였다.
특히 세르게이처럼 생의 문턱에 올랐다가 다시 죽음으로 떨어져 내릴 때 짓는 사냥감들의 표정에서 강한 행복감을 느꼈다.
사냥감이 내뿜는 절망의 에너지는 자신에게 힘과 쾌락을 주니까.
“이래서 사냥 게임을 그만둘 수 없다니까.”
바르바토스는 희열에 찬 표정을 지으며 황금창을 손에 들고 휘둘렀다.
그러자 세르게이는 철퍼덕 소리를 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럼 다음 사냥감들을 불러볼까. 아직 남아 있는 버러지 같은 인간들은 많으니까.”
바르바토스는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지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도시 하나에 살고 있는 사냥감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으니까.
이 정도 숫자라면 몇백 년은 부의 감정 에너지를 걱정하지 않고 즐겨도 될 정도였다.
다른 차원에 비해 지구의 인구는 수십 배는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응?”
순간 바르바토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환한 대낮이었지만, 갑자기 일식이 찾아든 것처럼 주변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바르바토스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뭐야, 저건?”
그리고 볼 수 있었다.
거대한 무언가가 크렘린 궁 상공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