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52화
콰가가가각!
그러자 아가레스의 촉수들이 거짓말처럼 분쇄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내, 내 촉수가?”
아가레스는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촉수는 아가레스가 만들어 낸 일종의 생물병기였다.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토착 생물들의 DNA 정보들을 독자적으로 해석해서 방어력이 높은 단단한 껍질을 가진 촉수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방어력은 어지간한 게티아들의 공격조차 막아 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촉수들이 이렇게 쉽게 분쇄될 줄이야.
눈 깜짝할 사이에 아가레스의 앞을 막고 있던 촉수들을 제거한 그리프는 그대로 대검을 휘둘렀다.
콰가가가각!
“크아아아악!”
아가레스는 그리프의 대검에서 휘몰아치듯 회전하는 암흑 오러에 휘말리며 전신이 찢겨져 나가면서 공중에 튕겨져 올랐다.
쿠구구구궁!
그때 하늘에서 거대한 칠흑의 검과 붉은 창이 아가레스를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길이 30미터, 너비 5미터의 거대한 검과 창들.
빛을 가르는 어둠의 검, 그랜드 다크 세이버.
작열하는 붉은 피의 창, 블러드 랜스.
신유현의 등 뒤에서 아가레스의 폭언을 들었던 슈브와 루베르 또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어마어마한 살기를 내뿜으며 각자 고유 마법을 시전한 것이다.
콰콰콰콰콰콰쾅!
이윽고 그랜드 다크 세이버와 블러드 랜스는 공중으로 튀어 오른 아가레스를 향해 떨어져 내리며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켰다.
‘저 아가레스를…….’
신유현은 세븐 아크스들의 공격에 나가 떨어지는 아가레스를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전 삶에서 이렇게 통쾌한 공격을 게티아 놈들에게 성공한 적이 있었을까?
아니, 없었다.
더욱이 그 상대가 게티아들의 참모라고 할 수 있는 아가레스라면 더더욱.
이전 삶에서 초인들은 아가레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최약체였던 스물일곱 번째 게티아, 로노베는 마스터들이 모여서 겨우 토벌할 수 있었을 뿐.
그리고 로노베는 이전 삶에서 황금 사과 길드원들이 빈사 상태로 몰아가서 토벌할 뻔하다가 실패한 게티아였다.
‘여기서 아가레스를 토벌할 수 있다면…….’
신유현은 눈앞을 노려봤다.
슈브와 루베르의 공격에 의해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아가레스는 지면으로 처박혀 들어갔다.
그 때문에 치솟아 오른 콘크리트 더미와 흙먼지들로 인해 아가레스의 상태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
콰앙!
순간 아가레스가 떨어진 지면에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시야를 가리고 있던 흙먼지들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아가레스가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이 빌어먹을 버러지 놈들이!”
아가레스는 분노로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아가레스는 지난 수백 년간 카오스 신을 제외하고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전 공격으로 꽤 큰 상처를 입은 탓에 겨우 모아 두었던 부의 감정 에너지를 상당수 소모해 버렸다.
기본적으로 게티아들은 상처를 입는 즉시 가지고 있는 부의 감정 에너지를 소모해서 치유를 한다.
아니, 오히려 게티아들이 입는 피해를 부의 감정 에너지가 대신 받아주는 개념에 가까웠다.
그런데 방금 전 공격으로 인해 아가레스는 상당한 양의 부의 감정 에너지를 소모해 버리고 말았다.
그 때문에 실로 수백 년 만에 아가레스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벌레 같은 놈들에게 자신의 피 같은 부의 감정 에너지를 잃어버리고 말았으니까.
“버러지면 버러지답게 벌레로 만들어주마!”
치솟아 오른 흙먼지들을 충격파로 휩쓸어 내면서 아가레스는 자신을 공격한 존재들을 노려봤다.
그 순간,
번쩍! 슈아아아아악!
아가레스의 위치를 확인한 순간 푸른빛들이 쏘아져 나가면서 공간을 갈랐다.
신유현의 보스급 소환수들이 일제히 마나포들을 발사한 것이다.
그리고 보스급 소환수들은 2년 전보다 훨씬 더 강해져 있었으며, 몇 개체는 진화까지 해 있었다.
7성 헤카톤 하이퍼 마스터 비틀, 케이론.
하이퍼 소닉 웨이브, 초진동파!
7성 대영수 백랑, 복슬이.
프로스트 노바 브레스!
7성 그랜드 헤비 아머 앤트.
매그넘 블래스터!
7성 레드 그랜드 제너럴 앤트.
인페르노 버스터!
7성 데스스토커 엠페러.
스콜피온 데스 브레이커!
7성 레드 아이즈 블랙 스컬 드래곤.
스타라이트 블루 스트림!
7성 제노사이드 렉스.
제노사이드 버스터!
아가레스가 흙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발사된 일격들.
그 때문에 아가레스는 고스란히 보스급 소환수들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았다.
콰콰콰콰쾅!
이윽고 아가레스를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마무리다.”
어느 틈엔가 신유현은 리빙 파워드 아머를 장착한 상태였다.
그리고 폭심지를 노려보면서 내달리기 시작했다.
상대는 초인 등급으로 치자면 8성의 존재.
이 정도 공격으로 쓰러트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잠시 후, 어마어마한 폭발음이 연달아 일어나기 시작했다.
* * *
아가레스는 게티아들 중에서 두 번째로 강한 존재로 이전 삶에서는 토벌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저 눈앞에 나타나지 않기만을 바랄 정도로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이번 삶에서는 달랐다.
이 순간을 위해서 지난 약 4년간 준비를 해 왔기에.
콰직!
“크아아아악!”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가레스의 손등에 신유현의 장검이 박혀 들어갔다.
그러자 아가레스는 자지러질 듯 비명을 내질렀다.
“이제 감정 에너지가 바닥난 모양이군.”
신유현은 차가운 눈으로 아가레스를 내려다봤다.
아가레스와의 전투는 치열했다.
신유현은 자신이 가진 모든 걸 투입해서 전투를 치렀다.
보스급 소환수들.
세븐 아크스들.
그리고 수많은 스켈레톤 병사들까지.
아가레스를 상대하기 까다로운 점은 역시 천사 병기들이었다.
다른 게티아들 또한 천사 병기들을 수족처럼 다루며 이끌고 다녔지만 아가레스는 급이 달랐다.
천사 병기를 개발하고 양산한 게티아는 다름 아닌 생물학자인 아가레스였으니까.
‘1계급 천사까지 보게 될 줄이야.’
신유현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천사 하나를 바라봤다.
약 2미터 키를 가진 작은 존재.
하지만 그 강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1계급 천사 세라프에게 보스급 소환수들이 쓸려나갔기 때문이다.
이전 삶에서도 1계급 천사 세라프는 본적이 없었다.
초인등급으로 치면 7성 마스터의 경지로 아주 극소수밖에 없는 생물 병기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아가레스는 자신의 호위역으로 세라프를 붙여 둔 모양이었다.
아가레스를 털었더니 1계급 천사 세라프가 튀어 나왔었으니까.
콰득! 콰드득!
신유현은 아가레스의 손에 박혀 있는 네크로소드를 꾹꾹 눌렀다.
“크아아아악! 그, 그만……!”
그러자 아가레스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떨었다.
“겨우 이 정도 고통에 발버둥치는 꼴이라니.”
신유현은 혐오스러운 눈으로 아가레스를 내려다봤다.
이전 삶에서 신유현은 게티아들이 인간들에게 어떤 짓을 해 왔는지 보아 왔다.
게티아들은 자신들의 과학력을 이용하여 죽여 달라고 빌 정도로 끔찍한 고통을 가하면서도 결코 죽이지 않았다.
최대한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고문을 가하며 천천히 죽였다.
그런데 고작, 고작 손에 칼이 박혔다고 발버둥치는 꼴이라니.
“야, 이 개 같은 새끼야!”
신유현은 아가레스의 새하얀 날개를 붙잡았다.
“헉! 아, 안 돼! 제발 날개만큼은……!”
“닥쳐!”
콰드득!
“끄아아아아아악!”
아가레스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리고 바닥을 뒹구는 아가레스를 향해 아이언 골렘이 다가오더니 다리를 치켜 들었다.
그러자 고통으로 물들어 있는 아가레스는 사색이 되었다.
“아, 안…….”
하지만 아가레스의 애원에도 아이언 골렘은 치켜들었던 다리를 내려찍었다.
콰창!
“끄허어어어억!”
아이언 골렘의 발은 아가레스의 머리 위에 있던 금빛 헤일로를 짓밟으면서 박살을 내버렸다.
그러자 아가레스는 경련을 하며 몸을 떨었다.
게티아에게 있어서 날개와 링은 그야말로 목숨과 같았다.
게티아들이 희생자들로부터 얻어낸 부의 감정 에너지는 날개를 통해서 흡수한 후 금빛 헤일로에 저장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부의 감정 에너지를 잃은 아가레스의 헤일로는 이미 오래전에 빛을 잃은 상황.
거기다 고통과 상처를 대신 해 주는 부의 감정 에너지가 전부 고갈되었기에 더 이상 아가레스를 지켜 줄 수 없었다.
아가레스는 이런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껴보는 건 그야말로 수천 년 만에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신유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아가레스에게 말했다.
아가레스는 게티아들 중에서 가장 인간들을 가지고 논 존재였다.
생물학자인 그는 인간들을 가지고 온갖 인체실험을 자행했다.
그중에는 동물들이나 마수들과 융합시키는 실험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가레스는 지구의 인간들을 버러지처럼 여기며 진짜 벌레로 만들어 버리기까지 한 악독한 존재였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실험 피해자들은 몸이 버티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그 와중에 아가레스는 막대한 부의 감정 에너지까지 흡수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존재가, 윤리와 양심을 버린 끝에 도달한 존재가 아가레스라고 봐도 무방했다.
“네놈들은 이보다 더 끔찍한 짓을 해 왔었지. 고문을 해서 부의 감정 에너지를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말이야.”
게티아들은 카오스 신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그것이 바로 지성체들을 고문해서 발생하는 부의 감정 에너지로 자신들을 강화시키는 일이었다.
“우, 우리도 살기 위함이었다. 카오스 신에게 붙잡히면 지옥을 보게 되니까.”
아가레스는 바람이 새는 목소리로 말하며 변명을 했다.
그 말에 신유현은 얼굴을 와락 찡그렸다.
“네놈은 내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애초에 네놈들이 카오스 신에게 찍힌 이유가 뭐였지? 네놈들의 문명이 고통과 쾌락을 쫓으며 타락했기 때문이잖아?”
“어, 어떻게 그걸……?”
신유현의 말에 아가레스는 멍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게티아들의 모성이 멸망한 건 이미 수천 년 전이었고, 다른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어째서 눈앞에 있는 청년이 알고 있는 것일까?
“나한테는 유능한 동료들이 있으니까.”
신유현은 불사왕 직속 부대인 세븐아크스들을 돌아봤다.
그들은 초대 불사왕이 차원을 여행하며 하나씩 얻은 가신들이자 동반자들이었다.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었기에 게티아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네놈들에게 일어난 일들은 자업자득이지.”
게티아들이 멸망할 당시.
그들은 향락에 젖어 쾌락만을 추구했다. 그 결과 게티아들처럼 고통과 쾌락을 쫓으며 유희를 즐기는 카오스 신들의 눈에 띄게 되었다.
카오스 신들은 즐거워했다.
자신들을 즐겁게 해 줄 찬란하게 빛나는 문명을 발견하게 되었으니까.
결국 게티아들은 카오스 신들에게 멸망당하게 되었고, 영혼까지 저당 잡혔다.
게티아들은 영원히 카오스 신들에게 장난감처럼 놀아나게 된 것이다.
게티아들이 다른 하위 차원 문명의 지성체들을 가지고 놀면서 부의 감정 에너지를 쥐어 짜내기 위해 고통을 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네놈들이라면 카오스 신들에게 벗어나기 위한 다른 방법들이 있을 테지.”
게티아들의 과학력은 엄청나게 발전해 있었다. 성간 여행뿐만이 아니라 차원 여행까지 가능할 정도였으니까.
실제로 게티아들은 카오스 신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몇 가지 방법들을 연구해냈다.
하지만 각각의 방법에는 다양한 장점들과 단점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게티아들은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네놈들은 최악의 길을 선택했다. 바로 고문이지.”
신유현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아가레스의 배를 걷어찼다.
“크, 크헉! 제, 제발 자비를…….”
그러자 아가레스는 배를 움켜쥐며 한마디를 겨우 내뱉었다.
그 말에 신유현은 이를 악물었다.
“자비라고?”
화르륵!
이가레스의 말에 신유현은 손에서 흑염을 일으켰다.
“네놈 입에서 자비라는 소리가 나오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네놈은 너에게 자비를 구하던 존재에게 무엇을 했나? 끊임없이 고통을 가하며 즐겼잖아? 타인의 절망과 고통은 네놈들 게티아들에게는 기쁨이라며? 그런데 자비라는 소리가 나와?”
신유현은 손에서 일으킨 흑염을 아가레스에게 던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