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51화
천사 병기.
게티아들이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인 병기다.
모성이 멸망하면서 살아남은 게티아의 숫자는 한 줌이 채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오랜 세월 차원을 여행하는 동안 게티아의 숫자는 줄어만 갔다.
그 때문에 게티아를 대신해서 차원 침략을 하기 위한 병기 개발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물이 지금 눈앞에 있는 천사의 모습을 한 생물 병기였다.
“게티아들이 만든 생물병기다. 어지간한 4성에서 6성급 마수들과 비슷하지.”
“4성에서 6성급……?”
신유현의 대답에 이지현은 식은땀을 흘렸다. 최소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강하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리고 천사 병기들이 나타났다는 말은…….”
“오빠가 말하던 게티아들이 이미 넘어온 거 아니야?”
“그렇겠지.”
이지현의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사 병기는 게티아들의 핵심 세력이었으니까.
“그런데 벌써 천사 병기들을 사용하다니…….”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전 삶에서 게티아가 처음 세상에 정체를 드러냈을 때는 이미 지구에 온 지 4년이 지나 있었다는 사실을 단탈리온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 말은 게티아들이 지구에서 4년간 잠복하며 여러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천사 병기들 또한 마찬가지일 터.
하지만 이번 삶에서는 신유현의 활약으로 게티아들이 예정보다 훨씬 늦게 지구로 넘어왔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지구 넘어온 게티아들은 곧바로 활동을 시작한 모양이었다.
‘모스크바가 괴멸된 것도 게티아 짓인가?’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는 초인들이나 게티아들에게 있어서 먼 거리는 아니었다.
게티아 입장에서 느긋하게 산책하듯 이동해도 2~3시간이면 충분히 올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신유현은 게티아들이 지구에 온 직후 모스크바를 괴멸시켰다고 생각했다.
현재 모스크바는 완전히 연락이 두절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
‘인공위성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테지만…….’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모스크바 상공의 궤도를 지나가는 위성들로부터 통신이 끊겼기 때문이다.
분명 게티아 놈들의 공격을 받았을 테지.
이전 삶에서도 게티아들은 지구 궤도에 있는 정찰 위성들까지 모두 파괴했었으니까.
정확한 방법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지구 궤도에 있는 위성을 파괴시킬 수 있는 수단이 있는 모양.
“일단 천사 놈들부터 처리해야겠군.”
신유현은 키이우의 지하철 대피소에서 고개를 들고 위를 올려다봤다.
천장에 뚫려 있는 구멍을 통해 천사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가자.”
“응!”
신유현은 지면을 박차며 천장에 난 구멍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그 뒤를 따라 이지현도 구멍을 뛰어넘었다.
남은 건, 지하대피소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젤렌뿐.
“대체 저들은 누구지?”
젤렌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만나면 감사하다고 전해야겠군.”
젤렌은 자신을 구해 준 청년과 소녀가 사라진 천장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 * *
“흐음.”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있는 고층 빌딩 옥상.
그곳에 한 존재가 있었다.
새하얀 빛의 날개가 등에서 뻗어 나와 있고 머리 위에는 금빛 헤일로가 빛나고 있는 노인.
두 번째 게티아이자 동쪽의 현자인 아가레스였다.
게티아들의 군주인 바알에게서 키이우를 함락 시키라는 명령을 받고 천사 병기들을 이끌고 습격 중이었다.
그리고 다른 게티아들 또한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주변 도시들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터.
단탈리온이 차원의 문을 연다는 임무를 달성하지 못한 탓에 부의 감정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그 때문에 최대한 빨리 부의 감정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인간들을 습격했다.
그 첫 시작이 바로 러시아라고 하는 나라의 수도, 모스크바를 공략하는 일이었다.
덕분에 모스크바에서 천사 병기들까지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부의 감정 에너지를 모을 수 있었다.
‘그런데 뭐지 이것들은?’
아가레스는 키이우의 고층 빌딩 위에서 천사 병기들을 조종하던 중, 얼마 전부터 천사 병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파괴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계급 천사인 케루빔들까지 당하다니…….’
2계급 천사 케루빔은 초인들의 등급 기준으로 6성에 해당한다.
그리고 젤렌과 이지현을 위험에 빠트렸다가 신유현에게 처리당한 변이 개체 천사였다.
‘대체 누가?’
아가레스는 눈을 감고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천사들의 원인을 찾기 위해 감각을 확장시켰다.
수도 키이우 전역에 걸쳐서 습격 중인 천사들은 헌터들의 방해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헌터들은 상대가 되지 못했고, 전황은 천사들에게 유리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나타난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나타나 손을 거들자 천사들이 밀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가레스는 자신을 방해하고 있는 존재들의 정체를 알아냈다.
“감히 네크로맨서 따위가……!”
아가레스는 다시 눈을 뜨며 분통을 터트렸다.
칠흑의 갑주로 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키이우에서 함께 싸우고 있는 헌터들은 정체를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가레스는 알 수 있었다.
스켈레톤들이 칠흑의 갑주를 입고 천사들을 쓰러트리려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스켈레톤들을 사역하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버러지 주제에 나를 방해하다니.”
아가레스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사들은 모스크바의 인간들을 쥐어 짜낸 부의 감정 에너지로 만들어낸 생물 병기.
그 때문에 현재 게티아들에게 있어서 귀중한 전력이었다.
그런데 감히 천사들을 파괴하다니!
“천사들의 재료로 써야겠군.”
천사들은 생물병기다.
그렇다면 천사들의 모태가 되는 재료는 과연 무엇일까?
아가레스는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 * *
‘이 구역은 대충 정리가 됐나.’
신유현은 주위를 둘러봤다.
키이우가 천사들에게 습격을 받고 있다는 보고가 있은 후, 곧바로 준비해서 파천검가의 검사들을 이끌고 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달리 세계 헌터 협회에 협조적이었다.
덕분에 빠르게 우크라이나의 소식이 알려졌고 구하러 올 수 있었다.
‘이제 슬슬 나타날 때가 됐을 것 같은데…….’
지하대피소에서 피난민들을 구한 후, 지상으로 올라온 신유현은 본격적으로 천사들과 전투에 들었다.
천사들은 강력한데다가 무엇보다 숫자가 많았다.
적어도 우크라이나를 덮치고 있는 숫자만 해도 1만은 되었으니까.
물론 숫자만 놓고 본다면 수도 키이우에 있는 헌터들이 천사들보다 훨씬 더 많았다.
다만, 문제는 강함이었다.
대부분 헌터들은 3성과 4성에 가장 많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사들은 최소 4성 이상에 5성만 해도 1000은 넘었다.
거기다 6성급인 2계급 천사 케루빔들의 숫자는 대략 2000여 마리 정도.
그 때문에 수도 키이우에 있는 헌터들만으로는 대처하기가 힘들었다.
‘사실상 천사들 때문에 게티아들에게는 손도 대지 못했지.’
신유현은 음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전 삶에서 게티아들은 각자가 천사 군단을 끌고 다녔다.
그 숫자는 무려 약 수백만 정도.
처음에는 수만 정도였지만 지구를 점령하고 인간들을 학살하면서 천사들의 숫자도 늘어나갔다.
게티아들의 최대 적인 카오스 신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그에 비한다면 지금은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콰아아아앙!
순간 신유현이 있는 장소에 갑자기 어마어마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와 함께 충격파가 터지면서 대지와 공기가 흔들렸다.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린 것이다.
“왔군.”
신유현은 눈앞을 바라봤다.
광장에 떨어져 내린 그것은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그뿐만이 아니라 광장에서 서로 싸우고 있던 칠흑의 갑주를 입은 스켈레톤 솔져들과 천사들까지 휘말려 들었다.
그리고 폭연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존재.
“네놈이로구나.”
군주 바알의 오른팔이자, 두 번째 게티아인 아가레스는 싸늘한 눈으로 신유현을 노려봤다.
눈빛이 얼마나 섬뜩한지 붉은 귀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이거 참. 거물이 걸렸네.”
신유현 또한 차가운 눈으로 아가레스를 노려봤다.
설마 벌써 게티아 중에서 간부인 아가레스와 마주치게 될 줄이야.
“내 일을 방해한 대가는 클 것이다. 네놈을 산채로 잘게 찢어서 천사들의 재료로 써주마. 그렇다고 쉽게 죽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우리들이 가진 과학력이라면 뇌와 심장을 제외하고 몸의 90%가 찢겨져 나가도 죽지 않게 만들 수 있으니.”
아가레스는 붉은 눈을 번득이며 듣기에도 섬뜩한 말을 했다.
그 순간,
슈아아아악!
거대한 중갑을 착용한 누군가가 아가레스의 머리 위에서 대검을 내려치며 떨어져 내렸다.
슈슉!
그와 동시에 아가레스의 등 뒤의 아공간 속에서 촉수들이 솟구쳐 오르더니 떨어져 내리는 대검을 막으며 튕겨냈다.
“어떤 놈이냐!”
갑작스러운 기습에 아가레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감히 마스터에게 그따위 망발을 내뱉다니!]
아가레스의 외침에 공간을 울리는 저음의 목소리로 답하는 중장갑 흑기사.
불사왕 직속 세븐 아크스 중 한 명이자 무곡성의 수호자인 그리프는 이를 갈며 아가레스에게 소리쳤다.
[대가리를 쪼갠 후, 카오스 신에게 제물로 던져 주마!]
“뭐? 이런 버러지 새끼가!”
그리프의 도발에 아가레스는 눈가에 붉은 귀기를 피어 올리며 어마어마한 살기를 내뿜었다.
“으윽!”
“커헉!”
그러자 주변에서 천사들과 싸우고 있던 파천검가의 검사들과 키이우의 헌터들이 피를 토하며 자리에서 쓰러졌다.
아가레스는 게티아들 내에서 손에 꼽히는 강자였다.
초인 등급으로는 8성 중급 정도.
마스터의 경지를 뛰어넘은 그랜드 마스터가 내뿜는 살기를 3성 후반에서 4성 초반인 초인들은 버텨 내기 힘든 모양.
하지만 그리프는 아니었다.
후웅!
그리프의 대검이 공기를 가르며 아가레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꺼져라.”
아가레스는 그리프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쌔애액!
그러자 아가레스 주위에서 촉수들이 아공간을 통해 나타나더니 그리프를 향해 쏘아지는 게 아닌가?
콰가가강!
이윽고 그리프의 대검과 아가레스의 촉수들이 맞부딪쳤다.
[크윽!]
그리프는 신음을 흘리며 암흑 오러를 피어 올렸다.
“네놈은 찢어 죽여도 모자랄 카오스 신을 알고 있나 보군. 네놈에게는 최고의 절망을 맛보여 주마. 영원히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는 상태로 고통 받게 만들어 주겠다. 저놈과 함께 말이야. 서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후회해라.”
아가레스는 그리프와 신유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쓰레기 놈이!]
순간 그리프에게서 어마어마한 암흑 오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가레스의 말에 그리프는 분노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곡성의 수호자이자 데몬 팔라딘인 그리프의 고유 스킬은 분노.
분노를 하면 할수록 강해진다.
[쳐 죽여 주마!]
우우웅!
그리프의 외침과 함께 암흑 오러가 대검에 뭉쳐졌다.
그리고 대검을 중심으로 모여든 암흑 오러는 마치 회오리처럼 회전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 상태로 그리프는 아가레스의 촉수들을 향해 대검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