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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50화 (250/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50화

새하얀 날개와 금빛 헤일로를 가진 영락없는 천사의 모습.

하지만 머리에 커다란 외눈만이 있었기에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손에는 피처럼 붉은 창을 들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놈들이 나타난 거지?’

젤렌은 자신의 창을 꽉 움켜쥐었다.

처음에는 어디서 던전 스탬피드라도 일어난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천사는 마수와 결이 달랐다. 기본적으로 마수는 생명력과 마나를 흡수할 수 있는 촉수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천사에게는 없었으니까.

거기다 마수에게서는 증오나 살기 같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지만 천사는 그렇지 않았다.

마치 무기질적인 병기 같은 느낌에 가까웠던 것이다.

‘천사 몇 마리 정도라면.’

화르륵!

이윽고 젤렌의 창에서 붉은 화염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체감상 천사들의 강함은 약 5성급 정도.

6성 초인인 젤렌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젤렌은 우크라이나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름 입지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젤렌은 제법 유명한 편이었다.

왜냐하면,

콰아아앙!

그의 화염창에 닿으면 모든 게 폭발하였기에 폭열창이라는 이명으로 알려져 있었으니까.

키에에엑!

“크윽!”

젤렌은 머릿속을 울리는 괴성에 눈살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났다.

조금 전 젤렌의 화염창은 붉은 창을 쳐내고 천사의 몸에 닿았다.

그 직후 화염창 끝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천사를 휩쓸어 버린 것이다.

‘입도 없는데 어디서 소리가 나는 건지.’

젤렌은 뒤로 물러나며 전방을 노려봤다. 천사의 비명 소리는 머릿속을 직접 울렸다.

아마도 텔레파시의 일종일 터.

그 때문에 젤렌은 머리가 아팠지만 경계를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콰콰쾅!

순간 젤렌의 머리 위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며 천장이 뜯겨져 나갔다.

“망할!”

젤렌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역시나 뻥 뚫린 천장 너머로 하얀 물체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천사들이었다.

대여섯 마리 정도라면 젤렌 혼자서도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천사는 최소 수십 마리 이상 무리를 지어 다녔다.

그 때문에 손쓸 도리가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콰아아앙!

돌연 어디선가 새로운 천사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천장에 난 구멍을 통해 떨어져 내렸다.

“변이 개체까지…….”

젤렌은 이를 악물었다.

천사는 대부분 2미터 키를 가진 사람과 비슷한 형상이나, 그중에서 특히 더 기괴한 녀석들이 있었다.

5미터 크기의 덩치가 큰 천사들.

변이 개체라고 부르는 천사들은 상체가 비정상적으로 거대했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괴력을 가졌으며 일반 천사에게는 없는 특수한 능력까지 있었다.

그리고 변이 개체는 6성 최상급 초인에 버금가는 존재였다.

키이이잉!

“아…….”

젤렌은 멍한 표정으로 변이 개체 천사를 올려다봤다.

변이 개체 또한 머리에 커다란 눈이 있었으며, 그 눈앞에서 붉은빛이 모여들고 있었으니까.

저 붉은 빛 때문에 얼마나 많은 헌터들이 증발했고 거리가 불타올랐으며 건물이 터져나갔던가.

젤렌은 힐끔 뒤를 돌아왔다.

지하철 선로를 따라 달려가는 류드밀라에게 안겨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아리나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 위치에서 변이 개체가 붉은빛을 쏜다면 아리나가 휘말릴 터.

‘여기서 막아 낸다.’

젤렌은 이를 악물며 변이 개체를 노려봤다.

화르르륵!

그리고 어마어마한 기세로 그의 창에서 붉은 화염이 흘러나왔다.

그 상태로 젤렌은 변이 개체를 향해 달려들며 화염창을 내질렀다.

그 순간,

번쩍! 슈아아아악!

변이 개체도 붉은빛을 젤렌을 향해 쏘아 냈다.

“으아아아아!”

강렬한 섬광과 함께 어마어마한 열기가 젤렌을 덮쳐들었다.

그 속에서 젤렌은 비명 같은 기합을 내지르며 화염창을 질러 넣었다.

그나마 화염창에서 치솟아 나오는 폭염이 변이 개체의 붉은 광선을 상쇄시키며 막아내고 있었다.

‘크, 크으윽…….’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젤렌은 뒤로 밀려 나갔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고열이 그의 전신을 덮쳐들며 배리어 코트까지 조금씩 불타오르고 있는 상황.

하지만 여기서 붉은 광선을 막지 못한다면 자신의 딸인 아리나를 지킬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젤렌은 다시 한번 이를 악물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에 따라 창에서 화염이 거세게 피어올랐다.

쩌적!

‘아…….’

하지만 젤렌보다도 먼저 창이 버티지 못했다.

금이 가 버린 것이다.

‘여기까지인가.’

젤렌은 점점 힘이 빠져나감을 느꼈다.

변이 개체 천사의 붉은 광선을 버티는 건 힘든 일이었다.

젤렌은 방어보다 공격 위주의 딜러였고, 6성 중급 수준이었으니까.

점점 의식조차 붙잡기 힘들어지며 정신이 멀어져 가는 그때,

“방패 전개!”

어디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즈즈즈증!

그리고 젤렌의 앞에 초록빛의 방패 하나가 생성되는 게 아닌가?

붉은 광선은 녹색 방패에 막혀 사방으로 비산했다.

잠시 후 천사가 쏜 붉은 광선이 사라졌다.

“아저씨. 괜찮아요?”

뒤이어 젤렌의 앞에 한 소녀가 천장에서 뛰어 내려왔다.

녹색 코트와 은빛 건틀렛으로 무장한 소녀.

“너, 너는……?”

젤렌은 놀란 표정으로 이제 갓 소녀티를 벗어 보이는 인물을 바라봤다.

분명 눈앞에 있는 인물이 변이 개체의 붉은 광선을 막아 냈을 터.

“한국, 나선권가에서 왔어요.”

영어로 묻는 젤렌의 질문에 소녀, 아니 이지현은 미소를 지으며 영어로 답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한국에서 지원이 왔다는 사실에 젤렌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국이라면 잘 알고 있었다.

동아시아의 국가로 최근 1~2년간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을 탈환한 동아시아의 국가로 유명했으니까.

그 때문에 전 세계의 초인은 마수가 점령 중인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키아아아아악!

그때 갑자기 변이 개체가 기괴한 괴성을 내질렀다.

“크윽!”

머릿속을 직접 울리는 소리에 젤렌과 이지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변이 개체를 노려봤다.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겠네요.”

이지현은 젤렌에게 한마디 한 후 건틀렛을 움켜쥐었다.

약 3년 전, 고유스킬 수호자의 방패를 각성한 이후 그녀는 강해졌다.

3년간, 나선권가의 권법을 수행해 왔으며, 수호자의 방패 또한 갈고 닦아 왔으니까.

철컥철컥!

이지현의 은빛 건틀렛의 손목 등 부분의 장치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마력탄이 장전되었다.

이지현의 건틀렛은 이지영의 건틀렛 아이기스를 기반으로 남연아가 개량해서 새롭게 만들어 낸 카트리지식 건틀렛이었다.

이름은 엔케스팔로스.

군신 아레스가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창의 이름을 붙였다.

이지영의 건틀렛 아이기스가 방어에 특화되었다면, 이지현의 건틀렛 엔케스팔로스는 공격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엔케스팔로스에 장전한 마력탄의 마나를 고유스킬 수호자의 방패에 부여도 가능했다.

공격은 건틀렛으로, 방어는 고유스킬 수호자의 방패로.

공수가 가능한 올라운더라고 할 수 있었다.

우우우우웅!

엔케스팔로스에 마력탄이 장전되자 진동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불쑥불쑥불쑥!

그때 변이 개체 천사의 등에서 포구들이 솟아오르는 게 아닌가?

가로 세 개, 세로 세 개로 총 아홉 개의 포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퉁!

이윽고 아홉 개의 포구에서 동시에 마력포탄들이 솟아올랐다.

“다중 방패 전개!”

그 모습을 본 이지현은 다급하게 수호자의 방패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선명한 초록빛의 방패 아홉 개가 이지현과 젤렌의 주위로 펼쳐졌다.

콰쾅! 콰콰쾅!

그리고 이내 초록빛 방패와 격돌한 마력포탄들은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아저…….”

변이 개체의 마력포탄들을 막아 낸 이지현은 젤렌을 부르려고 했다.

변이 개체의 공격을 막은 직후 역습을 할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투투투투퉁!

이지현은 젤렌을 끝까지 부를 수 없었다.

변이 개체의 등에 있는 포구에서 수많은 마력포탄이 치솟아 올랐기 때문이다.

‘아, 이건 좀 무린데…….’

지난 3년간 피나는 수련 끝에 이지현은 4성 초인이 되었다.

이제 21살이 된 이지현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엄청난 성취였다.

하지만 지금 쏟아지고 있는 변이 개체의 붉은빛 마력포탄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거기다 수호자의 방패를 다중 전개를 한 직후였기에, 다시 사용하려면 10초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문제는 그 10초 동안 눈앞에서 쏟아지는 마력포탄들을 어찌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지현의 경지가 높았다면 엔케스팔로스로 마력포탄들을 쳐 냈을 테지만 지금은 무리였다.

그리고 변이 개체의 붉은 광선을 정면으로 막아냈던 젤렌은 몸을 가누는 것도 힘든 상태였다.

그 때문에 이지현이 마력포탄들을 피한다면 젤렌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잘 버텼다.]

순간 이지현의 머릿속으로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현 오빠!”

그 소리에 어두웠던 이지현의 표정이 활짝 펴졌다.

스스슥!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이지현의 앞에 검은 코트를 입은 사내가 나타났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삼식(三式), 격멸(擊滅).

이윽고 사내를 중심으로 검은 화염의 궤적이 무수하게 뻗어져 나왔다.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마력포탄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사내.

검은 화염의 궤적 끝마다 부드러운 물결 같은 충격파가 터지면서 마력포탄들을 밀어내듯 튕겨냈다.

그 때문에 마력포탄들은 폭발하지 않고 튕겨졌다.

콰콰쾅! 콰콰콰쾅!

키아아아아악!

튕겨 나간 마력포탄들은 변이 개체 천사를 집어삼키며 대규모 폭발을 일으켰다.

지하철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폭발이었다.

하지만 신유현이 있는 쪽과 지하철 내부에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역시 대단하네…….”

이지현은 멍한 눈으로 신유현과 조금 전 변이 개체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어느 틈엔가 변이 개체가 있던 장소에는 검은 장벽이 세워져 있었다.

마력포탄들을 튕겨 내면서 신유현이 본월을 발동시키며 변이 개체를 둘러쌌다.

본월 내에서 마력포탄들이 폭발하였기에 주변 피해가 적었던 것이다.

그리고 머리 위는 뚫려 있었기 때문에 붉은 폭염이 본월뿐만이 아니라 지하철 천장의 구멍을 넘어서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 것 같군.”

위기의 순간 이지현과 젤렌을 구해준 사내,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때 이지현이 신유현에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유현 오빠. 저거 진짜 천사 맞아?”

“아니, 저런 게 천사일 리가 없지.”

변이 개체를 처치한 신유현은 이지현을 향해 몸을 돌리며 대답했다.

3년 전 수호자의 방패를 각성했을 때 이후, 2년 지났을 때 신유현은 이지현과 다시 만났다.

놀랍게도 이지현이 파천검가로 유학을 온 것이다.

이유는 그녀의 고유스킬, 수호자의 방패 때문이었다.

이지현의 본가인 나선권가는 권법을 전수해 주었지만 수호자의 방패를 터득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이지현은 처음 수호자의 방패를 각성했을 때 신유현에게 들었던 조언 몇 마디가 더욱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선권가를 통해 파천검가에 온 것이다.

이지현 입장에서는 수호자의 방패를 활용하기 위한 배움을 위한 것도 있었지만 신유현을 한 번 더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선권가나 파천검가와 같은 명가들이 서로 교류하기 시작했다는 명목상의 의미도 있었다.

당시 초인들의 협력을 얻기 위해 고심하고 있던 신유현은 나선권가의 제안은 나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 결과 이지현은 신유현의 도움으로 수호자의 방패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상대에게 원거리로 방패를 전개 시키거나 사방으로 방패들을 전개시키는 법도 그중 하나였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패 활용 기술들을 응용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게티아 놈들. 벌써 천사 병기들을 풀어 놓다니.”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자 그 말에 이지현이 놀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질문했다.

“천사 병기? 그게 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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