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48화 (248/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48화

여전히 카오스 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단탈리온이 계획대로 차원의 문을 열었다면 무사했을 텐데.”

아몬은 이를 악물었다.

단탈리온은 예정된 시각에 차원의 문을 열지 않았다.

그 결과 이전 차원에서 게티아들은 겨우 모아놓은 에너지를 거의 다 소모해야 했고, 카오스 신들의 개입에 의해 동료까지 몇 명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 법.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아몬의 말에 아스모데우스는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의 말대로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었다.

그리고 단탈리온이 어째서 임무에 실패했는지 알아내야 할 터.

그전에…….

“그보다 아래를 봐라. 이 차원에는 사냥감이 많아 보이는군.”

그들 중 황금빛 창을 어깨에 걸치고 있는 게티아가 지상을 내려다보며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덟 번째 게티아이자 사냥의 신이라고 자칭하는 존재, 바르바토스였다.

그는 먹잇감을 바라보는 포식자의 눈빛으로 지상 위의 인간들을 내려다봤다.

“그나마 다행이지. 감정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실험체들이 많이 있으니.”

바르바토스에 이어서 머리에 하얀 악마의 뿔이 솟아나 있는 존재가 말했다.

하얀 의복 위로 드러나 보이는 육감적인 몸매.

그리고 굉장히 아름다운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미녀.

예순일곱 번째 게티아, 가시공 암두시아스.

그녀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희열에 들뜬 눈빛으로 지상의 인간들을 내려다봤다.

“빨리 피를 보고 싶네.”

암두시아스는 붉은 혀로 입술을 적시며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지성체들을 괴롭히고 피를 흘리는 모습을 좋아하는 새디스트였으니까.

그리고 지금 차원을 넘어서 나타난 게티아는 총 28명.

그들은 암두시아스와 마찬가지로 지상을 내려다보며 희열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가레스.”

“부르셨습니까?”

바알의 부름에 한 노인이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게티아들과 마찬가지로 하얀빛의 날개와 금빛 헤일로가 머리에 떠올라 있었다.

두 번째 게티아이자, 군주인 바알을 보좌하는 오른팔격인 인물이었다.

“유린해라.”

“명령대로.”

나른한 표정으로 말하는 바알의 명령에 아가레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 후.

콰콰콰콰콰쾅!

지상을 향한 게티아들의 합동 공격이 시작되었다.

게티아들의 합동 광역 공격 마법.

위대한 황금빛 태양의 창.

바르바토스의 황금창보다, 더욱더 눈부시고 진한 황금빛의 창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가장 먼저 황금빛 창들은 지상에서 가장 눈에 띄던 탑들이 모여 있고, 그 주변에 성당들과 박물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역 하나를 초토화시키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쾅!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날아가는 건물들과 성벽들.

그곳은 다름 아닌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크렘린 궁이었다.

그렇게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게티아들에게 유린당하기 시작했다.

* * *

게티아들의 공세는 엄청났다.

그들의 손짓 한 번에 수십 층 높이의 빌딩이 터져 나가고, 지면이 폭발하면서 크레이터가 생겨났으니까.

그럼에도 러시아의 초인들은 게티아들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러시아에도 수많은 강자가 존재했다.

그중 한 명이 7성 마스터 경지의 초인, 미하일 안드로비치 로마노프였다.

세계 초인 랭킹 4위이며, 비스트 마스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파트너인 불곰 알렉산더만 해도 6성 최상급 초인들과 견주어도 결코 꿇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미하일은 초인 랭킹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 있었다.

둘이 합동 공격은 어지간한 7성 초인이라면 감당하기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크허어어엉!

“알렉산더!”

미하일은 놀란 목소리로 자신의 파트너를 소리쳐 불렀다.

일반 불곰보다 덩치가 더 큰 알렉산더가 가슴에 빛으로 이루어진 1미터 크기의 가시에 찔리며 뒤로 튕겨져 날아갔기 때문이다.

“이 세계의 인간들은 고작 이 정도인가? 시시하네.”

그리고 미하일의 눈앞에는 한 여성이 있었다.

머리 양쪽에 하얀 뿔이 두 개가 솟아나 있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치렁치렁한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미녀.

다름 아닌 가시공, 암두시아스였다.

“악마년…….”

미하일은 이를 악물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하얀빛의 날개를 가진 존재들.

처음에는 그들이 천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크렘린 궁을 초토화시키고 거리를 공격한 존재들이 바로 그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니까.

“하등 생물 주제에 꽤 강하네. 하지만 유감. 나는 남자보다 여자가 좋거든. 네놈은 말뚝형에 처해 주마.”

암두시아스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그녀 또한 게티아였다.

게티아들은 자신들 이외의 지성체들을 열등한 존재로 본다.

하물며 이 세계, 지구는 아직 항성 간 여행도 하지 못하는 미개발 혹성이었다.

항성 간 여행은커녕 차원 이동이 가능한 과학력도 없는데다가 능력 또한 열등했다.

그나마 과학은 조금 더 발전해 보이긴 했지만 결과는 다른 세계와 똑같았다.

“이제 보니 미친년이었구나.”

미하일은 치를 떨었다.

자신을 멸시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암두시아스에게서 광기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

아니, 그녀뿐만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존재들이 정상적인 존재들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설마 이놈들이 그놈들인가?’

문득 미하일은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동아시아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위험한 존재들이 이 세계에 찾아올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는 꽤나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러시아는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하고 그냥 흘러 넘겼었다.

그런데 지금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한 존재들이 눈앞에 있는 게 아닌가?

한눈에 봐도 마수들과는 완전히 다른데다가 대화가 가능한 지성도 가지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겉모습만 놓고 본다면 악마 같이 생긴 존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천사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새하얀 빛의 날개와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금빛 헤일로, 천사의 고리 같은 모습을 본다면 말이다.

“설마 네놈들이 게티아인가?”

“뭐?”

미하일의 물음에 순간 암두시아스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세계에 알려지지 않아야 할 자신들의 정보를 눈앞에 있는 하등 생물이 알고 있었으니까.

“역시 소문은 사실이었나.”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소문이 사실이었다니.

그녀의 반응에 미하일은 입 꼬리를 치켜올렸다.

시종일관 자신을 무시하며 비웃음을 흘리고 있던 그녀의 표정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내가 알려 줄 것 같나?”

이번에는 미하일이 비웃음을 지었다.

그는 러시아 정보국 FSB 출신으로 어떤 고문을 받는다 한들 입을 열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스스슥!

그의 주위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FSB 소속의 비밀 헌터 요원들이었다.

대부분 헌터는 던전을 공략하고 마수들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한다.

하지만 그들은 러시아의 자국 내 치안을 담당하며 위험이 될 수 있는 불순분자들을 제거하는 임무를 맡아왔다.

그 때문에 FSB의 비밀 헌터 요원들은 대 마수보다 대인 전투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게티아들 또한 인간형의 존재들.

“감히 러시아를 공격하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지금쯤이면 내 동료들이 네놈들을 상대로 제압하고 있을 테지.”

그 말에 암두시아스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벌레들 주제에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군.”

“그건 네년이겠지. 네년 혼자 우리들을 전부 상대하겠다는 거냐?”

미하일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현재 모스크바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헌터만 해도 백만 명은 된다.

모스크바의 인구는 1200만 명이 넘으니까.

아무리 눈앞에 있는 존재들이 강하다고 해도 수많은 헌터들을 상대할 수 없을 터.

지금쯤이면 모스크바 각지에서 눈앞에 있는 존재들과 헌터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이 세계의 하등 생물들은 주제를 모르는데다가 멍청하기까지 하군. 벌레들이 모여 봤자 벌레일 뿐이지.”

암두시아스는 비웃음을 흘리며 손을 치켜들었다.

키이잉!

그러자 그녀의 머리에 솟아나 있는 하얀 뿔이 진동하듯 공명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 기술은 이미 조금 전에 봤다. 같은 수에 또 당할 것 같으냐!”

하지만 미하일은 코웃음을 치며 불곰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그의 파트너인 불곰, 알렉산더의 권속들로 다양한 불곰들이 미하일의 앞에 나타났다.

알렉산더를 비롯한 권속 불곰들은 일종의 소환수들이었다.

비스트 마스터로서의 미하일의 스킬이었던 것이다.

“가라!”

전방에서 방어 진형을 짜기 시작하는 열두 마리의 불곰들.

어지간한 헌터보다 훨씬 강하며 특히 방어력과 체력이 높았기 때문에 탱커 역할에 알맞았다.

그렇기에 암두시아스의 공격에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알렉산더가 나가떨어질 정도였으니 몇 마리 정도는 희생되겠지만.’

지금 미하일의 주변에는 같은 FSB 비밀 헌터 요원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들의 숫자는 약 100여 명.

대부분 원거리 공격이 가능했기에 불곰들 뒤에서 공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불곰들이라면 충분히 암두시아스의 공격을 버텨 낼 수 있을 터.

“하찮은 놈들.”

슈아아악!

암두시아스는 치켜들었던 손을 가볍게 내렸다.

그러자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파공성이 울려 퍼지면서 보이지 않는 소리의 칼날이 불곰들을 향해 날아갔다.

“이번에는 쉽지 않을 거다!”

그 모습을 본 미하일은 가운뎃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도발과 동시에 방어스킬을 발동했다.

스스슥!

열 마리 이상의 불곰들을 소환했을 때 발동할 수 있는 방어 스킬, 베어 가드.

불곰들 앞에 마력 장벽을 전개할 수 있었다.

콰가가가각!

이윽고 암두시아스의 보이지 않는 소리의 칼날이 베어 가드와 격돌했다.

쩌적!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베어 가드의 일부가 갈라지면서 소리의 칼날이 불곰들을 스쳐 지나갔다.

스아아악!

베어 가드 덕분에 위력이 약해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곰들의 몸을 가르기에는 충분했다.

촤아아악!

크허어엉!

전방에 늘어서 있던 불곰들 몇 마리가 비명 같은 괴성을 지르며 자리에 쓰러졌다.

예상대로 불곰들은 암두시아스의 공격을 전부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암두시아스가 공격을 한 직후 틈이 생기며, 그것을 놓칠 FSB의 비밀 요원들이 아니었으니까.

“이제 공격…….”

푸푸푸푹!

“어?”

암두시아스가 공격 직후 틈을 보인 순간, 명령을 내리던 미하일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주위로 이상한 파열음이 들려왔으니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미하일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주위에 펼쳐져 있는 처참한 모습들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