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47화
오르페는 신유현을 데리고 신전 안쪽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신유현은 두터운 금속으로 이루어진 어마어마하게 큰 문 앞에 도착했다.
“이건?”
신유현은 신기한 눈으로 문을 바라봤다. 마치 남연아의 아티팩트 연구소에서 보던 보안문 같았으니까.
[소울 코드 확인 완료. 불사왕님. 세븐 아크스 백은룡 오르페 님. 불사의 신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때 갑자기 보안문에서 푸른빛이 쏟아져 나오며 신유현과 오르페를 스캔하더니 여성 기계음이 들려왔다.
그그긍! 철컹철컹!
뒤이어 문 내부에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겹겹으로 닫혀 있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철통 같은 보안문 너머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내부 모습.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이런 게 있다니...”
신유현은 불사왕의 마지막 유산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물건이 그곳에 있었으니까.
[아직 끝이 아니다. 내부에도 불사왕이 준비해 둔 물건들이 있으니까.]
“내부에도?”
신유현은 눈을 크게 떴다.
마지막 유산만 해도 믿기지가 않는데 준비해둔 물건들이 더 있다니?
‘하지만 저 유산이라면…….’
신유현은 마지막 유산을 바라보며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불사왕이 남긴 마지막 유산이라면 게티아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불사왕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대단한 존재인 것 같군.”
이전 삶에서 바르바토스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고 어마어마한 숫자의 마수들과 싸우는 불사왕과 언데드 군단의 비전을 봤었다.
그때는 불사왕의 힘에 매료되었다.
불사왕의 힘이라면 게티아를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눈앞에 있는 물건을 본 신유현은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대체 불사왕은 어떤 존재였던 걸까?’
시련의 탑 공략 보상으로 불사왕이 준비한 전설급 장비들.
분명 다른 차원의 신들이 사용하던 장비들일 테지.
하지만 그런 전설 장비들조차 지금 눈앞에 있는 물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으니 다행이군.]
오르페는 이를 드러내며 웃어 보였다.
자신을 속이고 시험을 했다는 사실에 불쾌해하던 신유현의 기분이 풀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니까.
지금 신유현은 굉장히 들뜬 표정으로 마지막 유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불사왕의 마지막 유산은 신유현의 마음에 불을 지르기 충분했다.
남자들이라면 흥분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었기에.
그때 문득 신유현은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오르페를 돌아보며 질문을 하나 던졌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가지고 가지?”
* * *
시련의 탑 7층을 공략하고, 교만의 신전에서 오르페와 만난 신유현은 불사왕의 마지막 유산을 손에 넣고 무사히 가문으로 돌아왔다.
“이제 모든 시련을 통과하셨군요.”
“수고하셨어요!”
“마스터!”
시련의 탑 7층으로 출발한 현무전의 지하 연무장에 도착하자 슈브와 루베르, 그리고 디아가 신유현을 맞이해 주었다.
[드디어 모든 세븐 아크스가 모인 건가.]
“정말 긴 시간이었지.”
티르달과 레이븐도 회상에 잠긴 표정으로 말했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7인의 세븐 아크스가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으니까.
“한 명. 아직 그대로인 분도 있습니다만.”
그리프는 고개를 돌려 작은 소녀를 바라봤다.
세븐 아크스 중 한 명이자 문곡성 중재자인 어둠의 성녀, 디아.
흑단 같은 긴 머리카락 사이로 솟아 나와 있는 검은 고양이 귀와 꼬리.
그리고 고깔 모양의 작은 마녀 모자를 쓰고 있는 귀여운 소녀이나, 본래는 슈브와 루베르처럼 비슷한 연령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디아, 디아나는 세븐 아크스들이 위기에 빠지자 마지막까지 남아 뒤를 지켰다.
그리고 프나코틱 바이블에 봉인되어 오랜 세월을 보냈다.
그 때문에 디아나는 대부분의 힘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신유현이 7성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서 다른 세븐 아크스들은 전성기 시절의 힘을 거의 되찾았지만, 디아나는 여전히 어린 소녀의 모습이었다.
그나마 지금은 꽤 강해져 있는 상황.
하지만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버프나 디버프 마법은 상당히 도움이 되지만 말이다.
[다들 잘 지내고 있었나. 모두 무사히 만나서 다행이군.]
마지막으로 작은 백룡의 모습으로 신유현의 어깨 위에 올라타 있던 오르페가 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 연무장에서 그들만의 파티가 열렸다.
신유현이 술과 안주들을 가지고 온 것이다.
그렇게 전원이 모인 세븐 아크스들은 밤늦게까지 회포를 풀었다.
* * *
다음 날 아침.
세븐 아크스와 회포를 푼 신유현은 눈을 떴다.
“마스터. 이제 배 불러영…….”
눈을 뜨자마자 품 안에서 고양이처럼 몸을 부비며 잠꼬대를 하고 있는 디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은 신유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저기에 뻗어 있는 세븐 아크스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최소 목표는 이루었군.’
신유현은 품 안에 있는 디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시련의 탑을 모두 클리어하면서 불사왕이 안배한 전설급 장비를 전부 얻어 냈다.
거기다 시련의 탑 7층에 오르페가 있던 교만의 신전에서 불사왕의 마지막 유산까지 손에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븐 아크스인 백은룡 오르페까지 군단에 합류했다.
그 덕분에 불사 군단은 한층 더 강해졌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모든 세븐 아크스를 군단에 합류시켰습니다.]
[이제 불사 군단의 모든 여단을 통솔할 수 있습니다.]
세븐 아크스가 합류하자 군단에서 운용할 수 있는 연단들이 늘어났다.
그전에 신유현이 운영한 언데드 군단은 스켈레톤 병사들 위주였다.
하지만 세븐 아크스가 하나둘 합류하고 나서 군단 내에 새로운 병사들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스켈레톤 솔져로 이루어진 여단.
언데드 비스트로 이루어진 여단.
언데드 와이번로 이루어진 여단.
뱀파이어로 이루어진 정보 및 암살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 등등.
다양한 병종들의 여단들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 여단을 이끄는 단장들은 세븐 아크스, 군단장은 불사왕이었다.
‘지금의 군단이라면 게티아들을 상대할 수 있겠지.’
다만 문제는 게티아의 숫자였다.
이전 삶에서 게티아는 약 30명이 조금 넘었다.
그 때문에 초인들이 게티아를 쉽게 봤었다.
고작 30명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그리고 30명의 게티아는 믿을 수 없는 일을 이루어냈다.
전 세계의 수도를 초토화 시켰으니까.
‘이제 전 세계의 초인들을 결집시킬 수 있다면…….’
게티아를 상대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유리할 터.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
‘역시 문제는 바알인가.’
모든 게티아를 이끄는 첫 번째 게티아, 바알.
그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많지 않았다.
단지, 다른 게티아들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군주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못해도 8성 이상은 되겠지.’
게티아를 상대하려면 바알만큼은 요주의였다.
얼마나 강할지 가늠할 수 없었으니까.
‘아직 시간은 충분해.’
단탈리온의 계획을 저지한 덕분에 게티아들이 지구로 넘어오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제 게티아들이 지구에 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약 2년 정도.
2년이면 충분히 강해지고 전 세계의 초인들을 결집시킬 수 있을 터.
‘가문도 거의 손에 넣었고 말이야.’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현재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
마스터의 경지인 7성 초인이 되었고, 모든 세븐 아크스를 모았다.
그리고 현무전 또한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
‘2년 안에 끝낸다.’
신유현은 2년 안에 모든 준비를 끝마치겠다고 디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짐했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2년이 지났다.
* * *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는 상공.
파지직!
아무것도 없는 돌연 검은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차원의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수들이 넘어올 때 열리는 차원 균열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소용돌이치는 검은 구멍 같았으니까.
그리고 차원의 균열 너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칠흑보다 어두운 어둠이 보일 뿐.
스윽.
이윽고 어둠의 저편에서 하얀빛을 내는 존재가 천천히 강림하기 시작했다.
하얀 날개와 금색으로 빛나는 헤일로를 머리 위에 띄운 존재들이.
그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나 다름없었다.
“여기가 지구인가.”
그들 중 한 존재가 하늘 위에서 무료한 표정으로 세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짧게 빛나는 은빛 머리카락과 은빛 눈을 가진 청년.
첫 번째 게티아, 바알.
게티아들을 이끄는 리더이자 군주였다.
“단탈리온. 이 쳐 죽일 놈은 우리가 왔는데 어디 있는 거야?”
그리고 바알의 등 뒤에서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일곱 번째 게티아 아몬이었다.
그는 검은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 같은 모습이었으며, 자신들이 지구에 왔음에도 분명 먼저 와 있을 단탈리온의 마중이 없자 짜증을 냈다.
“망할 놈이 일 처리를 똑바로 하지 못해서 우리가 무슨 꼴을 당했는데…….”
“그쯤 해라, 아몬. 왕의 앞에서 꼴사납다.”
그때 육중한 중장갑주를 착용한 게티아가 아몬을 나무랐다.
무려 2미터가 살짝 넘어 보이는 거대한 기사 같은 존재.
서른두 번째 게티아, 아스모데우스였다.
“하지만 단탈리온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동료를 잃었잖아! 그런데도 얼굴을 보이지 않다니.”
아몬은 단탈리온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건 아몬뿐만이 아니라 아스모데우스를 비롯한 다른 게티아들도 마찬가지였다.
본래 예정대로였으면 이미 한참 전에 그들은 지구로 넘어와 있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얼마 없던 부의 감정 에너지를 소모해서 단탈리온을 먼저 지구로 보냈다.
단탈리온이 지구의 현지인들로부터 부의 감정 에너지를 모아 자신들이 넘어올 차원의 문을 만들게 하기 위해서.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단탈리온은 자신들과 이어진 차원의 문을 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이제 고작 서른 명 정도 남아 있던 게티아 중 몇 명이 희생되고 말았다.
“빌어먹을 카오스 놈들…….”
아몬은 이를 악물었다.
까마득할 정도로 머나먼 과거.
카오스 신들은 지금의 게티아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을 가지고 놀며 문명을 멸망시켰다.
그 때문에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고작 72인이었다.
생존자들은 카오스 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방법을 연구했고, 그 결과 다른 지성체들을 고통과 절망에 빠트릴 때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바로 부의 감정 에너지였다.
그 후 게티아들은 여러 차원을 전전하며 수많은 세계와 문명을 멸망시켰다.
오로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하지만 수많은 세월이 흐르면 하나둘 동료들을 잃었다.
각 차원 세계에 초월자라는 불리는 존재들이 있었고, 그들과 싸움에서 게티아 또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과거의 이야기였고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어지간한 존재들은 게티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