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46화
“내가…… 선택 받은 존재라고?”
신유현은 놀란 표정으로 오르페를 바라보며 반문했다.
그 모습에 오르페는 드래곤이었지만 어딘가 인자해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다. 그대는 열등한 인간들과 다르다. 불사왕의 의지와 유산을 이어 받은 계승자이기 때문이지. 나는 그대가 하등한 인간들을 지배하기 걸맞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오르페는 신유현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신유현이야말로 인간들의 위에서 군림해야하는 지배자라고 하면서.
“내가 지배자라…….”
신유현은 생각에 잠기는 눈치였다.
그러자 오르페는 은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아라. 그대는 다른 인간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단기간에 빠르게 강해졌지. 하지만 인간들은 어떤가? 그대만큼 빠르게 힘을 가지게 된 자가 있는가? 지금은 그대보다 강한 자가 있을지 모르나 그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머지않아 그대는 그 누구보다 강해질 테니까.]
확실히 오르페의 말 대로였다.
검왕이라고 불리는 아버지조차 7성 경지에 오르기까지 수십 년은 걸렸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다른 7성 마스터들도 마찬가지.
그에 반해 신유현은 단 2년 만에 아버지와 같은 경지에 올랐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승부에서 이기기까지 했다.
오르페의 말대로 머지않아 초인 중에서 최강자의 자리에 오르게 될 터.
[그러니 그대가 세계의 지배자가 되어라. 열등한 인간들 따위 그대의 발밑에서 기어 다니는 노예로 만들어라. 그대는 선택받은 존재니까.]
“그렇군.”
오르페의 제안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오르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신유현의 자신의 말을 따르기로 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하지만,
“개소리는 집어치워! 이 파충류 도마뱀새끼야!”
신유현은 차크라에서 마나를 끌어내며 네크로소드에 오러를 일으켰다.
우우웅! 화르륵!
순식간에 검은 오러가 전개되면서 흑염이 치솟아 올랐다.
그뿐만이 아니라 강체술까지 시전했다.
그러자 더더욱 신유현의 기세가 날카로워지며 커졌다.
그 직후 신유현은 네크로소드를 오르페를 향해 휘둘렀다.
스아아악!
이윽고 오르페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는 반월 형태의 강기.
검은 오러가 압축되면서 흑염이 불타오르는 강기가 생성된 것이다.
[어리석은!]
그 모습에 오르페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은색으로 빛나는 마력 장벽을 만들어냈다.
콰콰쾅!
이윽고 검은 반월 형태의 강기와 은빛 마력 장벽이 격돌하면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검은 폭염이 치솟아 오르면서 오르페를 감쌌다.
후우웅!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르페를 중심으로 돌풍이 불어나오며 순식간에 검은 폭염이 흩어졌다.
‘피해는 없나.’
검은 폭염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오르페를 본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르페를 감싸고 있는 은빛의 마력 장벽 때문에 멀쩡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르페 주변은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직경 10미터 정도 되는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었으니까.
[역시 불사왕의 계승자답군.]
오르페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어째서 거부를 하는 거지? 그대가 가진 힘이라면 하등한 인간들 따위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뿐 아니라 돈, 명예, 술, 여자, 권력 등등 그대가 원하는 모든 욕망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강해지기 위한 영약이나 무공서적이과 내공 심법들도 얻을 수 있겠지. 그런데 왜 거부를 하는 거냐?]
오르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유현을 향해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 신유현은 헛웃음을 흘렸다.
“날 지켜보고 있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그런 소리를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다. 그리고…….”
신유현은 거센 기운을 일으키며 오르페를 바라봤다.
“네가 말한 것들은 강해지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들이지. 그런 것에 굳이 매달려야 하나?”
오르페가 말한 것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보편적인 것들이었다.
부와 명성, 그리고 매력적인 이성을 원하는 건 남자든 여자든 같을 테니까.
그리고 성별에 관계없이 초인들은 강함을 추구한다.
그 때문에 영약이나 강력한 무공서적과 내공심법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을 거부하겠다고?]
“그래.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것들이 아니다. 게티아 놈들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신유현은 네크로소드를 아래로 내리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자세를 낮췄다.
우웅. 화르륵!
그리고 또 다시 네크로소드에서 검은 오러와 흑염이 피어올랐다.
그 상태에서 신유현은 으르릉 거리듯 말했다.
“네놈은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
자신을 선택 받은 인간이라고 하며, 인간들을 하등한 생물이고지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오르페.
“감히 나를 게티아와 같은 취급을 해?”
조금 전 오르페가 신유현에게 했던 말들은 게티아들이 자신들에게 대해 항상 말하던 내용이었다.
게티아인 자신들은 신이나 다름없는 선택받은 존재이고 너희 인간들은 하등하므로 노예가 되어 지배당해야 마땅하고.
그 후 게티아들이 인류에게 저지른 만행들은 설명하기 힘들 정도였다.
온갖 악행과 고문을 해댔기 때문이다.
고통으로 인해 생긴 부정적인 감정 에너지는 게티아들을 더 강하게 만들어 주니까.
쾅!
신유현은 지면을 박차며 오르페를 향해 달려들었다.
[멈춰라.]
오르페는 신유현을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러자 신유현은 S급 고유 스킬 기척감지로 자신을 옥죄여 오는 기운을 느꼈다.
[탈라리아의 고유스킬, 블링크를 발동합니다.]
스슥!
순간 오르페를 향해 달려가던 신유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오르페의 등 위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신유현은 네크로소드를 내려그었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이식(二式), 파쇄(破碎)!
검은 오러와 흑염으로 휩싸인 네크로소드가 오르페의 등에 닿으려는 찰나,
[블링크.]
스팟!
“뭣?”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르페의 어마어마한 거체가 바로 눈앞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유현은 내려치는 기세 그대로 지면에 격돌했다.
콰콰콰콰쾅!
이윽고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지면이 갈라지면서 폭발했다.
신유현의 일격에 지면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간 것이다.
치솟아 오르는 검은 폭염과 흙더미.
그나마 오르페가 봉인되어 있는 장소가 굉장히 넓은 창고 같은 곳이었기에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거나 싸우는데 지장은 없었다.
‘어디로 갔지?’
신유현은 재빨리 기척감지를 확장하며 주변을 탐색했다.
후우웅!
그때 신유현의 정면으로 강한 돌풍이 불어 닥쳤다.
그 때문에 폭염과 폭연이 신유현의 뒤편으로 빠르게 사라지면서 눈앞에 오르페가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에 떠올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네크로소드를 움켜쥐며 눈살을 찌푸렸다.
“왜 공격하지 않았지?”
오르페는 날갯짓을 하며 돌풍을 일으켜 폭염과 폭연을 걷어 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신유현이 떨어져 내린 장소를 공격할 수 있었다.
드래곤이니 광역 마법이나 하다못해 브레스라도 쏠 수 있었던 상황.
그런데 왜 공격하지 않은 것일까?
[축하한다, 계승자여. 그대는 모든 시련을 통과했다.]
“뭐?”
갑작스러운 말에 신유현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오르페를 노려봤다.
그러자 오르페는 천천히 지상을 향해 내려오며 입을 열었다.
[그대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기 위해 시험해봤다. 불사왕의 유산을 상속받을만한 인물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시험을 한 거라고?”
신유현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아니, 의심뿐만이 아니라 약간의 분노도 있었다.
자신을 게티아놈들과 같은 취급을 했다는 사실은 참을 수 없었으니까.
[그대를 속이고 불쾌하게 만든 사실에 사과하마.]
신유현이 분노하고 있다는 걸 느꼈는지 오르페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신유현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로 오르페를 바라봤다.
“네 말을 어떻게 믿지? 나는 나를 한 번 속인 상대는 이제 믿지 않는다. 하물며 그게 말뿐만 이라면 더더욱.”
이전 삶에서 신유현은 자신이 믿었던 동생 같은 인물에게 배신을 당했었다.
그 이후 어지간해서 사람을 신뢰하지 않았다.
진짜 믿을 만한 인물 이외에는.
그나마 이전 삶의 기억 덕분에 믿을만한 인물들을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오르페는 이번 삶에서 처음 만나는 존재였다.
거기다 인간이 아닌 드래곤이었다.
조금 전 오르페와 몇 수 겨뤄 본 신유현은 알 수 있었다.
오르페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세븐 아크스 중에서 최강이라는 말은 틀림없는 것 같지만…….’
확실히 오르페라면 단독으로 어지간한 게티아 따위 씹어 먹을 수 있어 보였다.
다만, 믿을 수 있는 존재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오르페 같은 강대한 존재라면 게티아와 같은 선민사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르페는 게티아와 같은 사상을 말하며 신유현을 타락시키려고 했다.
그렇기에 신유현은 오르페의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심하게 했었나 보군. 세븐 아크스의 명예를 걸고 말하지. 나는 그대와 적대할 생각이 없다. 그래도 믿지 못하겠다면 증명하도록 하지.]
“증명?”
[나는 초대 불사왕의 마지막 유산을 관리하고 있다. 그 유산을 그대에게 맡겨도 될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지. 오랜 친구인 초대 불사왕과 약속한 일이니까 말이야.]
“불사왕의 마지막 유산이라고?”
오르페의 말에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불사왕의 유산이 더 남아 있었을 줄이야.
현재 신유현이 가진 불사왕의 특성이나 스킬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거기다 불사왕의 직속 수하들인 세븐 아크스들이나 시련의 탑을 공략하고 얻은 전설급 아이템까지 있지
그런데 무려 마지막 세븐 아크스이자 파군성의 심판룡인 오르페가 관리하고 있는 유산이라니?
대체 어떤 물건일까?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대가 상속받은 유산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물건이니까.]
오르페는 이를 드러내며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불사왕의 유산 중에서도 가장 가치가 큰 모양.
“그걸 나에게 넘기겠다고?”
[그렇다. 그대는 모든 시련을 통과했으니까. 특히 마지막 시련은 쉬운 것 같지만 가장 통과하기 어렵지.]
오르페의 마지막 시련.
그것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시련이다.
왜냐하면 오르페는 인간보다 더 상위 차원의 존재인 드래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인 드래곤이 인정해준다.
그대는 재능과 능력을 가진 선택 받은 존재라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권력, 재력, 무력을 가질 수 있다고.
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욕망을 이룰 수 있다고 말이다.
왜냐하면 그대는 선택 받은 존재이니까.
그런 식으로 오르페는 선민사상을 주입했다.
대부분의 인간이라면 넘어갈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신유현은 넘어가지 않았다.
아니, 넘어가지 않았을 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분노했다.
자신에게 게티아와 같은 사상을 주입시키려한 오르페에게.
[그대라면 충분히 유산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렇기에 오르페는 신유현을 자신의 마스터로 인정하고 불사왕의 마지막 유산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마지막 세븐 아크스로서.
[이쪽으로.]
오르페는 신유현을 마지막 유산이 있는 장소로 안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