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44화 (244/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44화

그 당시 신유현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고하고 검술에 일가견이 있었다.

또래들 보다 검술의 이해도가 높았으니까.

다만, 마나의 재능이 없었을 뿐.

“그래서 안타깝구나. 네가 오러 해방 능력을 각성했다면 좀 더 승부가 즐거웠을 텐데 말이야.”

신성일은 정말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의 신유현은 그저 반쪽짜리 마스터에 지나지 않았다.

마스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오러 해방을 사용하지 못하니까.

‘역시 닿지 못했나.’

그리고 모든 힘을 쏟아낸 신유현은 한쪽 무릎을 꿇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이전 삶에서 모든 생명력과 마나를 불사르며 깨달았던 파천검법의 비기.

하지만 그마저도 아버지에게는 닿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신유현을 깨달았다.

이전 삶에서 바르바토스를 처리하지 못했다고.

잘해봐야 치명상을 입혔을 뿐일 테지.

이전 삶에서 신유현은 고작해야 4성 초인이었다.

아무리 생명력을 불태우며 일격을 날렸어도 그 위력은 7성 초인인 지금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할 터.

그 정도로는 바르바토스를 처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바르바토스는 눈앞에 있는 아버지와 비슷하거나 더 강한 존재였으니까.

‘여기까지인가.’

신유현은 이를 악물었다.

이미 모든 마나를 소모한 상황.

그나마 비연검 다섯 자루를 파괴하긴 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아버지에게 닿지 못했고, 오러 해방 또한 각성하지 못했다.

‘힘이 필요해.’

아버지를 능가할 힘이.

게티아에게 복수할 수 있는 힘이.

오러 해방에는 강렬한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필요한 오러 해방 능력은 어떤 게 좋을까?

신유현은 이 시대에 눈을 뜬 이후 자신의 전투 스타일을 떠올려봤다.

자신의 곁에는 항상 함께한 존재들이 있었다.

불사왕의 언데드들.

그리고 자신의 옆을 지켜준 그림자 슬라임 까망이와 귀여운 어둠의 성녀 디아를 비롯한 세븐 아크스들이 있었지 않은가?

‘나는 혼자가 아니야.’

자신과 언제나 함께한 불사왕의 군단들.

그리고 그 군단의 중심,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는 다름 아닌 불사왕의 계승자, 신유현이었다.

‘나는 군단의 심장이다.’

콰앙!

그 순간 신유현에게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줄기줄기 흘러나오는 검은 오러.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유현은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를 사용해서 모든 마나를 소모했었다.

하지만 지금 신유현의 전신에서는 검은 오러가 엄청난 기세로 피어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이윽고 신유현의 눈앞에 메시지가 한 줄 떠올랐다.

[오러 해방 군단의 심장을 각성합니다.]

오러 해방.

군단의 심장(Heart Of Legion).

‘이건…….’

전신에서 흘러넘치는 어마어마한 힘.

그리고 신유현은 깨달았다.

지금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힘은 자신이 가진 차크라와는 기원이 다르다고.

마치 수많은 존재가 힘을 빌려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이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의 힘처럼 자유롭게 컨트롤이 가능했으니까.

‘그렇군. 이 힘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유현은 자신의 오러 해방 능력인 군단의 심장이 가진 본질을 깨달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오러 해방 능력을 각성한 건가. 하하핫!”

신유현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에 신성일은 웃음을 터트렸다.

“너는 정말 나를 즐겁게 해 주는구나!”

스스슥!

신성일은 빠르게 비연검을 복구했다.

오러를 전부 소모하기 전까지 비연검이 파괴되어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신유현의 상태는 점점 변화해가고 있었다.

검은 연기 같은 오러가 전신을 갑옷처럼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펄럭!

거기다 등 뒤에서 검은 오러로 이루어진 날개까지 활짝 펼쳐지며 솟아오르는 게 아닌가?

‘이거라면 승산이 있어.’

드래곤 하트를 박은 DF 코트 마크2를 타고 흐르는 검은 오러를 내려다보며 신유현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지금 각성한 오러 해방인 군단의 심장은 신유현의 고유 스킬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와 비슷했다.

일정 시간 신체 능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승폭은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보다 못하거나 혹은 어마어마하게 능가할 수 있었다.

[오러 해방, 군단의 심장은 불사왕의 군단 숫자에 따라 능력치가 증폭됩니다.]

언데드 한 마리 당 신유현의 모든 능력이 1% 증가한다.

현재 신유현이 그림자 공간에 보관하고 있는 스켈레톤을 비롯한 모든 언데드의 숫자는 약 1천여 마리 정도.

그 말은 군단의 심장을 발동하면 신유현의 능력이 1000% 이상 증가한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1000%의 증가라면 한 등급까지는 씹어 먹을 수 있었다.

쾅!

지면을 박찬 신유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속도로 신성일을 향해 달려든 것이다.

잠시 후, 신유현과 신성일이 승부를 벌이는 폐허의 도시에서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굉음이 울려 퍼졌다.

* * *

신유현과 신성현이 서로 승부한 날.

파천검가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신성일이 신유현에게 패했다고 측근들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 때문에 파천검가의 삼남이 가주인 신성일을 꺾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 소문은 4대 명가들에게까지 흘러들어갔고 파천검가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가의 후계자들은 가주들에게 닦달당했다.

파천검가의 후계자에게 뒤쳐질 거냐고 하면서.

당연히 각 후계자들은 헛소문이라고 반박했지만 4대 명가의 가주들은 진실이라고 믿었다.

7성 마스터들인 자신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게티아를 신유현이 불사의 언데드 군단과 함께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니까.

그리고 며칠 뒤 파천검가의 가주인 신성일은 중대발표를 했다.

신유현을 파천검가의 후계자, 소가주로 삼겠다고.

* * *

‘이제 가문의 후계자가 되었군.’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와의 승부 이후, 신유현은 큰형인 신철민과 큰 누나인 신유라를 찾았다.

현재 파천검가의 가주이자 아버지인 신성일을 꺾은 상황.

남은 건, 나머지 후계자 후보들과 결착을 내야 했으니까.

그리고 작은 누나인 신지아는 후계자 경쟁을 포기하고 가문의 중요 시설인 무기고를 지키고 있었으며, 막냇동생인 신철호는 논외가 되어 버렸다.

신철호는 폭군이나 다름없었던 작은 형, 신철민이 잿빛 교단 마수 연구가에 의해 사망한 후 주작전을 맡았다.

그 후 빠른 속도로 강해졌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신철민과 신유라를 따라잡았을지도 모를 테지.

하지만 신철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신유현이 성장해버렸다.

기력 개방을 하고 2성이 된 지 불과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아버지와 같은 7성 마스터가 되었고, 결국에는 오러 해방까지 해 버리면서 신성일을 꺾어 버렸으니까.

신철호의 입장에서는 기가 찰 수밖에 없었고, 결국 후계자 경쟁 구도에서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신유라는 순순히 신유현을 인정해주었으나 신철민은 대련을 신청했다.

신유현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시험해보고 싶다고 하면서.

신철민 또한 나이에 비하면 굉장히 강한 편이었다.

이미 6성 초인이 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신유현의 상대는 될 수 없었다.

그렇게 후계자 후보들과 서열 정리를 하는데 며칠이 지난 후 신성일이 신유현은 소가주로 임명한 것이다.

‘가문을 쉽게 움직일 수 있겠군.’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올렸다.

공식적으로 신유현은 가문의 2인자가 되었다.

하지만 사실상 가문의 전권을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고 해도 무방했다.

아직 신유현의 위에는 가주인 아버지가 있었고, 아버지를 따르는 가신들도 많이 있었다.

하나 가문 내에서 신유현을 따르는 추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특히 신유현이 가주인 신성일을 승부에 이겼다는 소문 이후 더더욱 늘어나고 있었다.

거기다 신유현이 괜히 신철민이나 신유라를 만나러 간 건 아니었다.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을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실제로 신유라는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 뒤에는 작은 누나인 신지아의 입김이 있었다.

신지아와 신유현은 서로 사이가 좋았으니까.

그리고 신철민은 신유현과 대련에서 지자 깔끔하게 인정해 주었다.

서로 돕고 돕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신철호에게는 그냥 한마디만 했다.

닥치고 따라오라고.

그렇게 신유현은 가문 내에서 자신의 세력을 착실하게 쌓아 올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신유현의 등 뒤에는 그가 있었다.

신유현이 소가주로 오르기 전, 실질적으로 가문의 2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인물.

가문의 살림살이를 담당하던 총관이자 대호법이며 가주 신성일의 동생인 신성현이었다.

‘숙부님을 끌어들인 게 가장 컸지.’

신유현은 신성현을 떠올리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회귀를 하고 기력 개방을 한 후, 숙부인 신성현에게 내기를 걸었었다.

2성 던전의 보스를 혼자서 쓰러트린다면 뒤를 봐달라고.

그때 신성현은 생각을 해 보겠다고 답했다. 어떻게 보면 능구렁이 같은 대답이었다.

신유현의 뒤를 봐주겠다고 확실히 말한 게 아니라 생각을 해 보겠다고 했으니까.

하긴 그러니 가문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총관직을 하고 있는 것일 테지.

그 후 숙부인 신성현은 신유현을 지켜보며 은연중에 작은 도움을 주어 왔다.

잿빛 교단을 잡기 위해 움직이는 신유현을 뒤에서 조금씩 도움을 주며 가문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신유현이 신성일과의 승부에서 이긴 후, 신성현은 표면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골적으로 신유현을 밀면서 소가주 자리에 앉혀 버렸으니까.

가문의 가주이자 형인 신성일에게 신유현을 소가주로 삼아야 한다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만약 그러지 않을 시 총관에서 사퇴하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가문의 살림을 담당하는 신성현은 신성일에게도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 때문에 신성현은 빠르게 신유현을 소가주 자리에 올렸다.

숙부인 신성현이 과거에 한 약속대로 신유현의 뒤를 봐주며 큰 도움을 준 것이다.

이제 사실상 가문의 세력 중 절반 이상이 신유현을 따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앞으로 아버지를 설득하는 일이 쉬워지겠군.’

가문의 세력 절반 이상이 따르고 있는 자신과, 가문의 살림을 담당하는 총관 신성현이 부탁한다면 신성일은 도와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 이제 해야 할 일은…….’

전 세계 각 초인들의 세력 단체들과 협력을 구하는 일뿐.

동양과 서양을 넘어서 서로 협력해야 게티아를 상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했다.

그래야 초인들이 자신을 따를 테니까.

세계 초인 랭킹 1위를 달성한다면 자신의 발언력에 무게가 실릴 터.

신유현은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봤다.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지하실.

그리고 눈앞에 서랍장 같은 가구가 있었으며, 각 서랍 안에는 파천검가가 모아놓은 내단들이 있었다.

“내가 이래서 가문을 나가지 않았지.”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가문에서 벗어나 혼자의 힘으로 성장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가능하면 파천검가의 힘을 빌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파천검가의 소가주가 된다면 막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금 신유현의 눈앞에 있는 내단들이었다.

7성 초인이 된 현재, 빠르게 강해지기 위해 신유현은 소가주로서 얻을 수 있는 가문의 내단들을 전부 흡수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강해질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내단들 중 일부는 측근들에게 하사할 생각이었다.

현무전의 간부들이 내단을 흡수한다면 성장폭이 신유현보다는 더 클 테니 말이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자신의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투자할 생각이었다.

모든 건 앞으로 있을 게티아와의 전쟁을 위해서.

‘7성 초인 등급에서 한 단계라도 더 올릴 수 있으면 이득이지.’

내단들을 챙긴 신유현은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차크라 운영법으로 내단들을 전부 흡수하려면 최소 며칠은 걸릴 테니까.

그로부터 며칠 뒤.

신유현은 시련의 탑 마지막 층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세븐 아크스인 파군성의 심판자, 불사룡이자 푸른 눈의 백은룡 오르페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