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42화
마수들이 점령한 지역 중 하나인 대전.
그곳에서 발생한 6성 레이드 던전을 공략한 신유현은 드디어 7성이 되었다.
하지만 7성 경지의 마스터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고유 능력, 오러 해방을 각성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현무전으로 돌아온 후 폐관 수련을 시작했다.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고 필요한 오러 해방 능력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내야 했으니까.
폐관 수련을 시작한 신유현은 무아지경 속에서 모든 검법의 초식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해보기도 했다.
거기에 파천검법과 불사왕의 능력을 조합해서 게티아들과 대결하는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하지만 혼자서 수련을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며칠간의 폐관 수련 덕분에 신유현의 검은 깔끔하게 다듬어졌지만.
이제 7성 경지의 힘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오러 해방 능력을 어떻게 각성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오러 해방 능력을 이미지 할지도 말이다.
그 때문에 7성 마스터이자 오러 해방 능력을 각성한 신성일을 찾아왔다.
이전 삶에서 신성일은 단독으로 7성급 게티아와 동수를 이루며 격퇴시킨 적이 있었다.
비록 쓰러트리지는 못했지만 혼자서 게티아를 상대했다는 사실은 꽤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즉, 신성일을 이길 수 있다면 게티아를 혼자서 쓰러트릴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정말 믿을 수가 없구나. 2년도 되지 않는 시간에 나와 같은 경지에 발을 들여놓다니.”
신유현이 신성일에게 대련을 신청하고 수일 뒤.
신성일과 신유현은 파천검가의 장원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장소에 왔다.
마수들이 점령해 있는 지역과 경계선 상에 존재하는 폐허가 된 작은 도시에서 신성일은 감탄스러운 눈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20년이 흐르는 동안 초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기력 개방을 하지 못한 무능한 아들.
그런데 불과 1~2년 전에 기력 개방을 한 후, 지금은 7성의 경지에 오른 게 아닌가?
정말 믿을 수 없는 성장 속도였다.
그마저도 6성에서 7성이 되기까지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신성일의 동생인 신성현조차 아직 6성에서 7성이 되지 못한 상황이었고, 신성일 또한 6성에서 7성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음에도 말이다.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당신을 따라잡기 위해서.
신유현은 눈앞에 있는 아버지를 바라봤다.
이전 삶에서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기력개방하지 못했다고 자신을 가문에서 내쳤던 아버지.
그 때문에 원망도 많이 했다.
가문의 보호를 받다가 쫓겨난 후, 가시밭길을 걸었으니까.
가문에서 지원해 주는 지원금만으로는 먹고살기 빠듯했다.
그리고 언제까지 지원금을 보내줄지 알 수 없었기에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일을 했으며, 그중에서 역시 가장 돈벌이가 되는 수단은 던전과 관련된 일이었다.
결국 좀 위험하긴 했지만 2성 던전을 전전하며 짐꾼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많은 일이 있었다.
자신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살갑게 따르던 동생을 믿었다가 뒤통수를 호되게 까이고 빚을 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노예 같은 생활들.
그때는 당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신유현은 20대 초반으로 어린데다가 사회경험도 없었던 때였으니까.
그 때문에 아버지를 원망했다.
기력 개방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가문에서 쫓겨났으며, 그로 인해 힘든 생활을 보냈었기에.
“네가 강해졌다는 사실은 기쁘구나. 가문의 복이라 생각한다.”
짧은 기간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신유현을 칭찬하는 신성일.
그만큼 신유현이 이루어 낸 일들은 놀라웠다.
“그럼 반대였다면 어쩔 생각이었습니까?”
신성일의 칭찬에 신유현은 가시가 돋친 말투로 답했다.
그 말에 신성일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눈치였지만 이내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입을 열었다.
“가문의 결정대로 내쫓았겠지.”
“힘이 없다는 이유로 말입니까?”
“그렇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 가문은 무력을 중시하고 있지. 그래서 약한 자는 있을 수 없다. 하물며 너는 파천검가의 직계이나 기력 개방조차 하지 못했지. 그 때문에 더 이상 네가 가문에 있을 자리는 없었다.”
신성일의 말에 신유현은 이를 악물었다.
‘역시 이번 삶에서도 마찬가지였나.’
만약 이번 삶에서도 기력 개방을 하지 못했다면 가문에서 쫓겨났을 터.
그 때문에 신유현은 생각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자신이 가문을 손에 넣어 보자고.
‘가문을 버려도 내가 버린다.’
누군가의 결정을 강제로 따르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서.
이전 삶과 달리 가문을 계속 이끌 것인지, 아니면 가문을 버릴 것인지.
어느 쪽이든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선택하면 될 터.
“그런 이유로 가족을 버리는 겁니까?”
“그게 바로 우리 가문이 명가라고 불리는 이유지.”
신성일은 웃어 보였다.
파천검가는 대한민국 4대 명가 중 하나이며, 모든 검술 가문 중에서 톱을 달리고 있었다.
그 덕분에 매년 파천검가의 문을 두드리는 문하생 지원자들은 약 천 명이 넘는다.
하지만 소수정예를 추구하는 파천검가의 문하생으로 합격하는 숫자는 약 100명 정도로 한 줌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한 줌의 숫자에서 끝까지 가문에 남아 4대 수호전에 배치 받는 문하생들은 얼마 없었다.
“파천검가에 약한 자들은 필요 없다. 우리 가문에서 약자들은 언젠가 목숨을 잃게 될 테니까. 그럼 차라리 다른 곳으로 가는 게 낫지.”
파천검가는 명문 가문이다.
그렇기에 그만큼 책임이 뒤따라온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던전을 공략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가문의 직계는 가장 최전선에서 마수들과 싸워야 했다.
실제로 가주인 신성일만 해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레이드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원정을 나가는 날들이 많았다.
마수들이 우글거리는 던전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니까.
그 때문에 매년 던전에서 마수에게 살해당하는 파천검가 검사들의 숫자는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힘이 없는 가문의 직계가 남아 있게 되면 어떻게 될까?
언제가 되었든 신유현 또한 던전을 공략하러 나가는 일들이 잦아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뿐 일터.
“힘이 없는 네가 가문의 책임을 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그래서 내쫓으려고 한 겁니까?”
신유현은 이를 악물며 신성일을 바라봤다.
이전 삶에서 신성일이 가문에서 자신을 쫓아낸 이유.
단순히 힘이 없다는 것만으로 가문에서 쫓아낸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전 삶에서 기력 개방을 하지 못한 채로 가문에 남아 있었다면, 언젠가 던전에서 죽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제 삶은 제가 결정합니다.”
힘이 없어도 던전에서 마수들과 싸우다가 명예롭게 죽을 것인지.
아니면 구차하지만 위험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삶을 살 것인지.
선택은 오직 신유현의 몫이었다.
그리고 이전 삶에서 있었던 일들을 생각한다면 결과적으로 신성일의 결단은 좋은 결과가 아니었다.
가문에서 쫓겨난 신유현은 결국 던전에 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가문에서 쫓겨나기 전까지 신유현에게 있어 전부는 파천검가의 검술뿐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미련이 더 컸다.
당시에는 기력 개방을 하지 못해서 인정받지 못하고 쫓겨났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그래서 반드시 기력개방을 하고 아버지나 다른 형제자매들, 그리고 가문의 인정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 때문에 다른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위험해도 던전을 계속 전전하며 기력 개방을 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 왔던 것이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의도대로 기력 개방을 하게 되었다.
다만 그때는 시간이 오래 걸렸고 이미 늦어 버렸지만 말이다.
게티아가 세계를 침공해 오기 시작했으니까.
“그건 힘을 가진 자들만이 할 수 있는 말이지.”
신성일은 피식 웃어 보였다.
스르릉.
그리고 이내 천천히 겁을 뽑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길어졌군. 단순히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곳으로 온 건 아니겠지?”
“네.”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신성일이 자신을 버린 이유가 단순히 힘이 없다는 사실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조금이지만 가족으로서 걱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 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신유현이 가문에서 힘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당했다는 사실과 가문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애당초 계획대로 신유현은 가문을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버지께 대련을 신청합니다.”
7성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선 신유현은 신성일에게 대련을 신청했고, 수일 뒤 마수들이 점령한 구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외곽지역에 왔다.
이제 막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선 신유현과 숙련된 마스터인 신성일이 가볍게 대련을 한다고 해도 주변 피해는 어마어마할 테니까.
그 때문에 가문의 장원이 아닌 인적이 드물며 넓은 장소로 온 것이다.
“좋다. 네 힘을 보여 봐라.”
당돌한 신유현의 말에 신성일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신성일과 신유현은 서로 맞붙기 시작했다.
* * *
콰콰콰콰쾅!
어마어마한 굉음이 폐허가 된 도시에서 울려 퍼졌다.
마스터 두 명이 서로 맞붙으며 검을 마주칠 때마다 충격파가 터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까가가가강!
신유현은 쉴 새 없이 흑염의 오러가 선명한 빛을 발하며 피어오르는 네크로소드를 휘둘렀다.
그에 맞춰 신성일 또한 선명하게 맺혀 있는 검강, 푸른빛의 오러 블레이드를 신유현을 향해 휘둘렀다.
둘은 서로 맞붙은 채 한걸음도 물러나거나 밀어붙이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둘의 검격이 서로 맞부딪칠 때마다 충격파가 사방으로 터져 나오며 지면이 조금씩 붕괴되어 갔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전봇대나 가로수, 빌딩까지 충격파에 휩쓸려 나가떨어져 있었다.
‘힘과 스피드는 호각이라니. 봐주고 있군.’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서로 한 치 앞도 나가지 못하고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
명백히 신성일이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이전 삶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지금 현재 신성일은 신유현보다 경험도, 기술도, 능력치도 높았으니까.
그나마 차크라 연공법 덕분에 마나량은 비슷할 테지만.
‘나도 전력을 다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현재 신유현은 완전 무장 중이었다.
시련의 탑에서 얻은 전설 장비들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헤라클레스의 벨트. 벨크로스와 여신 미네르바의 목걸이, 트와일라잇 아울의 효과 덕분에 전투가 길어지면 신유현이 유리해진다.
벨크로스는 근력과 체력을 증가시켜주는 패시브 스킬이 붙어 있었고, 트와일라잇 아울에는 마나 재생 스킬이 붙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제법 버티는구나.”
콰가가강!
순간 신성일에게서 어마어마한 기세가 터져 나왔다.
조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몇 배나 되는 기운이었다.
‘역시 힘을 빼고 있었나.’
신유현은 이를 악물었다.
초인들이 마스터라고 불리는 7성 경지에서 1포인트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그 때문에 신성일이 기세를 내뿜기 시작하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약 1년 전, 신성일은 마스터 초입의 경지인 7성 최하급에서 하급 사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너에게는 감사하마. 덕분에 강해질 수 있었으니.”
지금은 무려 7성 중급의 경지에 올라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