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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41화 (241/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41화

그리프는 투구 속에서 푸른 눈을 빛내며 신유현을 바라봤다.

세븐 아크스가 전원 모인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신을 포함한 세븐 아크스와 초대 불사왕의 유산들.

어지간한 세계 정도는 정복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과연 계승자는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복수다.”

그리프의 질문에 신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복수…… 말입니까?]

“그래.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앗아간 놈들이 있거든.”

[대체 어떤 놈들이……]

“게티아라고 들어봤나?”

[게티아? 그 게티아 놈들 말입니까?]

“알고 있는 모양이군.”

역시 그리프도 게티아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른 세븐 아크스들도 알고 있는 눈치였고, 레이븐의 경우는 신유현과 같은 입장이었으니까.

[그놈들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놈들의 손에 멸망 당한 차원이 한둘이 아니니까요. 설마 계승자님이 그놈들과 연관이 있을 줄은……]

그리프는 놀란 듯 보였다.

게티아들이 휩쓸고 지나간 차원은 지옥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파괴와 절망, 고통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으니까.

“그놈들이 내 목표다. 앞으로 3년 뒤, 내가 사는 세계에 놈들이 넘어올 예정이지.”

[게티아 놈들이 말입니까?]

“그래.”

놀란 목소리로 반문하는 그리프의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도 계승자님을 도와 놈들을 처리하도록 하지요. 레이븐이 좋아하겠군요. 놈들에게 복수할 기회가 생겼으니.]

“세븐 아크스 중에서 가장 의욕이 넘치더군.”

그리프의 말에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세븐 아크스 중 한 명인 레이븐은 게티아에게 세계가 멸망 당했다.

그 때문인지 신유현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게티아 놈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하나 물어봐도 되나?”

[네. 말씀하십시오.]

그리프 대답에 신유현은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분명 환영에서 본 귀족 사내가 그리프일 것이다.

소속 불명인 자들에게 가족들을 살해당하고 분노한 끝에 지금과 같은 모습인 칠흑의 기사로 각성했을 테지.

그리고 그때 신유현은 환영 속에서 분명히 보았다.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그리프에게 개입하고 있는 모습을.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에 대해 알고 있나?”

* * *

분노의 신전에서 그리프와 대화를 잠시 나눈 후 신유현은 가문으로 돌아왔다.

신유현은 여섯 명이 모인 기념으로 조촐하게나마 현무전의 회의실에서 작은 파티를 열어 주었다.

세븐 아크스들만의 시간을 가지게 해 준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 세븐 아크스와 만난 그리프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마음속의 생각과 정을 나눴다.

이미 봉인에서 풀려난 세븐 아크스도 그리프를 환영하며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해 주었다.

이제 남은 건, 불사의 백은룡 오르페뿐.

신유현은 세븐 아크스만 있는 파티장에서 그리프를 바라봤다.

그리프는 칠흑의 갑주를 벗고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예상외로 그리프는 머리가 희끗한 노년의 기사였으며, 굉장히 정정하고 강인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런데 그리프. 마지막으로 남은 오르페는 언제 만날 수 있지?”

신유현은 그리프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르페님을 만나려면 시련의 탑을 끝까지 공략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갑주를 입고 있지 않았기에 그리프의 목소리는 신전에서 만났을 때와 달리 울리지 않았다.

“시련의 탑을 전부 공략해야 한다고?”

그리프의 대답에 신유현은 생각에 잠겼다.

현재 6층까지 공략을 완료한 상황.

각 층마다 대략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입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마지막 7층에 가려면 한 가지 조건이 더 추가되어 있었다.

다름 아닌 7성이 되어야 7층을 도전할 수 있다고.

“쉽지 않겠네.”

“오르페 님은 세븐 아크스 중에서도 가장 강한 존재이시니까요. 초대 불사왕님 시절에도 군단에서 최강자셨습니다.”

“흠.”

세븐 아크스 중에서 가장 강한 존재.

그리프를 비롯해서 다른 세븐 아크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아무래도 오르페는 강한만큼 까다로운 존재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게티아 침공 전에 오르페를 합류 시킬 수 있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되겠지요.”

신유현의 말에 슈브가 웃으며 답했다.

오르페라면 단독으로 8성급 게티아를 토벌할 수 있을 테니까.

“일단은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겠군.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신유현은 세븐 아크스와 술을 한 잔씩 나눴다.

단, 디아는 여전히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기에 알로에 주스를 마셨지만.

그렇게 파티의 밤은 무르익어갔다.

* * *

무곡성의 수호자, 그리프가 합류하고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축하합니다. 6성 레이드 던전 검은 날개를 공략하셨습니다.]

“끝났군.”

신유현은 눈앞에 있는 6성 비행형 보스급 마수, 야타카라스를 바라봤다.

레이드 던전, 검은 날개는 비행형 마수들이 등장하는 거대한 둥지로 무술이 중심인 동양의 초인들에게는 공략하기 까다로웠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탓에 원거리 공격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유현과 세븐 아크스에게는 별 문제가 없었다.

공중이라는 제약을 받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6성 레이드 던전을 공략하면서 얻은 소울 포인트들을 전부 차크라에 투자했다.

그러자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차크라가 91 포인트에 도달하였습니다.]

[차크라 연공법 우파니샤드의 숙련도가 S급이 되었습니다!]

[6문 차크라 아즈나가 개방됩니다.]

“후.”

신유현은 차크라에서 넘쳐 나는 마나를 느끼며 호흡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프가 합류한 지 어느덧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신유현은 가문과 현무전의 일을 처리하면서 던전들을 공략해 왔다.

던전을 공략하면서 마수들을 처치하면 소울 포인트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 덕분에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다.

다만 등급이 높아졌기에 이전보다는 성장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한 걸음.’

지난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신유현은 많은 것을 이루어 냈다.

이전보다 현무전의 규모를 훨씬 더 크게 키웠으며, 새로운 아티팩트 장비들을 개발시켰다.

아티팩트 연구소 소장 남연아와 황혼의 대장장이라고 불리는 김상철 덕분이었다.

그리고 이제 신유현은 가문에서 중심적인 인물이 되었으며, 가장 가문의 후계자에 가까운 계승 후보가 되었다.

파천검가의 장남인 신철민보다도.

사실상 거의 후계자가 된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아버지에게 손이 닿을 거리까진 왔군.’

7성이 되는 순간, 어마어마한 기세로 내뿜어지던 마나가 가라앉으면서 고요해졌다.

그 속에서 신유현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전 삶에서부터 염원하던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으니까.

확실히 6성이었을 때와 비교하면 마나량이 비교가 되지 않았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그때 슈브가 신유현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 뒤로 다른 세븐 아크스들도 부복해 있었다.

세븐 아크스의 대표로 슈브가 말한 모양.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한 신유현은 네크로소드를 들며 마나를 주입했다.

우우웅!

그러자 네코르소드에서 흑염과 함께 검은 오러가 피어올랐다.

그 상태로 신유현은 세븐 아크스들에게서 몸을 돌리며 네크로소드를 휘둘렀다.

슈아아아악!

그러자 레이드 던전의 벽을 향해 파공성을 내며 쇄도하는 검은 검강.

6성일 때는 검기를 실처럼 사용하는 검사를 쓸 수 있었고, 마스터인 7성일 때는 한층 더 강화된 오러 블레이드, 즉 검강을 쓸 수 있었다.

스아아악!

이윽고 검은 검강은 던전 벽을 가르고 지나갔다.

쿠구구구궁!

잠시 후 놀랍게도 검은 검강이 지나간 던전 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면서 건너편이 드러나 보이는 게 아닌가?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던전 벽은 어지간해서는 파괴가 불가능했다.

신유현 또한 6성이었을 때는 할 수 없었다.

“이걸론 부족해.”

하지만 무너져 내린 던전 벽을 바라보는 신유현의 표정은 석연치 않아 보였다.

그 모습에 슈브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 오러 해방이 되지 않아서 그런 모양이네요.”

“맞아.”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7성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 검사나 무도가, 창술사 같은 무사들은 오러 해방을, 마법사들은 마력 해방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직 신유현은 오러 해방을 사용할 수 없었다.

“오러 해방은 7성이 되었다고 무조건 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깨달음이 필요하죠. 그리고 본인이 어떤 힘을 가질지 이미지도 있어야 하고요.”

“이미지라.”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말대로 오러 해방에는 깨달음이 필요했다.

비록 이전 삶의 경험이 있긴 하지만 회귀 직전 신유현의 경지는 고작 4성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본래라면 아무리 리미트 마나 오버 드라이브 스킬을 사용한다고 해도 바르바토스에게 피해를 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전 삶에서 죽기 직전 바르바토스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렸을 때, 신유현은 모든 생명 에너지, 즉 수명을 전부 마나로 변환시켰다.

그 덕분에 바르바토스에게 크게 한 방 먹여 줄 수 있었다.

어쩌면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도와주었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 때문에 처음으로 7성 경지에 오른 신유현은 아직 오러 해방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거기다 오러 해방의 능력은 다양하다.

각자가 서로 다른 오러 해방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러 해방을 하려면 자신이 어떤 힘을 구현하면 좋을지 명확한 이미지가 필요했다.

한 예로 신성일은 예로부터 전해지는 검술의 최고경지, 이기어검술을 오러 해방으로 구현해 냈다.

그것도 한 자루가 아니라 여러 자루로.

하지만 신유현에게는 아직 그런 명확한 이미지가 없었다.

“마스터께서는 어떤 힘을 구현하고 싶은가요?”

슈브의 질문에 신유현은 자신의 힘에 대해 생각했다.

파천검가의 검법뿐만이 아니라, 불사왕의 군단이 가진 힘과 연관이 있으면 좋을 터.

“조금 생각해 봐야겠군.”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바랄게요.”

슈브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리고 신유현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일단 돌아갈까?”

그렇게 신유현은 세븐 아크스와 함께 가문으로 복귀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신유현은 파천검가의 가주이자 아버지인 신성일이 있는 가주전을 찾았다.

신성일 또한 신유현처럼 던전 공략을 위해 원정을 자주 나갔지만 최근에는 가문의 업무를 보고 있었다.

똑똑똑.

신성일이 업무를 보는 가주전의 집무실에 도착한 신유현은 노크를 했다.

“들어와라.”

그러자 집무실 문 너머에서 신성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유현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무슨 일이냐?”

신유현을 본 신성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전 삶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

언제나 탐탁지 않아 보이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봤었다.

하지만 이번 삶에서는 미래의 기억과 불사왕의 능력 덕분에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신유현 덕분에 파천검가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으니까.

그 덕분에 아버지의 태도는 이전 삶과 달리 한층 누그러진 느낌이었다.

그러나 신유현은 과거의 일을 잊지 않았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이전 삶에서 가문이,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으니까.

신유현은 신성일 앞에서 지금까지 숨기고 있던 기세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와 대련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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