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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40화 (240/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40화

콰앙!

이윽고 지면을 박차며 달려오는 귀족 사내.

사뭇 대단한 기세였으나 신유현은 별다른 임전태세를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환영일 뿐이니.’

지금까지 눈앞에서 일어난 일들은 전부 환영이었다.

단지, 누군가의 기억일 뿐.

쿵! 쿵! 쿵!

그리고 신유현을 향해 달려드는 귀족 사내의 모습이 변하고 있었다.

검은 갑주로 몸을 감싸고 거대한 칠흑의 대검을 치켜든 모습으로.

육중한 갑주로 무장한 칠흑의 기사처럼 변한 귀족 사내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굉음이 울려 퍼졌고 지면에는 무게로 인해 금이 갔다.

‘환영…… 이겠지?’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칠흑의 기사를 바라봤다.

환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현실감이 느껴졌으니까.

거기다 신유현을 향해 곧장 달려들고 있는 게 아닌가?

부웅! 슈아아아악!

눈앞에서 공기를 가르며 내려쳐 오는 대검의 모습에 신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검을 뽑았다.

콰가가가각! 콰앙!

장검을 타고 흘러내리듯 대검과 지면이 격돌하자 땅바닥이 터져 나갔다.

“큭!”

가까스로 대검을 흘려낸 신유현은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태세를 정비했다.

“환영이 아니었나?”

신유현은 날카로운 눈으로 칠흑의 기사를 노려봤다.

설마 실체를 가지고 공격을 해 올 줄이야.

끝까지 환영이라고 생각하고 대응하지 않았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치명상은 피했겠지만.’

신유현은 자신이 입고 있는 코트를 내려다봤다.

검은색 바탕에 하얀 줄무늬가 들어가 있는 세련된 느낌의 코트.

불과 얼마 전 신유현은 시련의 탑 5층과 6층을 클리어하면서 전설급 아이템을 얻었다.

그중 하나는 놀랍게도 드래곤 하트를 가공해서 만든 마나 코어였다.

마정석과는 비교도 안 되는 품질과 출력을 자랑하는 SSS급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호환성이 좋았다.

남연아가 준 디스토션 필드 코트 마크2에 마정석 대신 장착해도 될 정도로 가공되어 있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다.

리빙 파워드 아머를 장착했을 때, 드래곤 하트 코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마치 신유현이 배리어 코트와 리빙 파워드 아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초대 불사왕은 배리어 코트와 리빙 파워드 아머에 딱 맞게 마나를 공급해 주는 장비를 준비해 놓은 것이다.

‘대체 어떻게 알고 구해 놓은 건지.’

덕분에 현재 남연아가 준 DF 코트 마크2에 드래곤 하트 코어를 박아 넣었다.

그러자 DF 코트 마크2의 성능과 출력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올라갔다.

지금이라면 마스터 경지의 공격도 막아 낼 수 있을 테지.

그 때문에 조금 전 칠흑의 기사를 무방비하게 받았어도 DF 코트 마크2가 자동적으로 반응하면서 방어했을 것이다.

스슥!

그때 칠흑의 기사가 움직임을 보였다.

최초의 일격을 막아 내고 뒤로 물러난 신유현과 칠흑의 기사는 서로를 노려보며 경계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칠흑의 기사가 지면 속으로 쑥 빠져 들어가는 게 아닌가?

‘그림자 이동술인가!’

신유현은 재빨리 몸을 돌리며 장검을 아래로 내렸다.

슈악!

그 순간 예상한대로 신유현의 등 뒤에 있는 그림자 속에서 갑주로 감싸인 팔과 함께 칠흑의 대검이 휘둘러져 왔다.

신유현은 재빨리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칠흑의 대검을 장검으로 쳐냈다.

까앙!

그러자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튕겨 나가는 칠흑의 대검.

그리고 이어서 빠르게 그림자 속으로 장검을 꽂아 넣었다.

푸화아아악!

그 직후 그림자 속에서 흑염이 치솟아 올랐다.

불사왕의 가호 스킬인 다크 소울 블레이즈를 발동한 것이다.

“아직이다.”

[네크로소드의 고유 스킬을 발동합니다. 그림자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불사의 검, 네크로소드.

신유현이 시련의 탑 6층을 공략하고 얻은 SSS 전설 등급의 무기.

지금까지 신유현이 사용했던 유니크 등급인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성능과 능력을 가진 장검이었다.

그리고 신유현에게 딱 맞는 무기이기도 했다.

일반적인 네크로맨서들은 대부분 지팡이 계열의 아티팩트를 사용하지만 신유현은 파천검가의 직계로 여러 검법을 쓸 수 있다.

실제로 자주 사용한 무기는 마검 레바테인이었으며, 보조 장비인 명계신의 장갑, 퀴네어로 언데드 소환수들을 강화시켰다.

퀴네어에는 언데드 소환수를 강화시켜 주는 다양한 옵션 능력이 붙어 있었으니까.

지배력 증폭과 가혹한 지휘, 그리고 일시적으로 언데드 소환수들의 능력치를 대폭 강화시키는 폭주까지.

그런데 이제 네크로소드를 손에 넣으면서 언데드를 획기적으로 강화시키고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 검 자체의 성능 또한 어마어마했다.

‘무기고에 있는 검들을 먹이로 줬으니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신유현은 칠흑의 기사가 숨어 들어간 그림자를 억지로 벌리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처음 보상으로 받은 네크로소드는 잠들어 있었다.

능력들이 봉인된 상태였고, 각성을 시켜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네크로소드를 각성시키기 위해서 최소 유니크 등급 이상의 검들을 먹이로 줬다.

그 때문에 무기고를 담당하는 신지아는 반쯤 울상을 지으려 했다.

네크로소드의 고유스킬 중 하나인 포식으로 무기고에 있는 유니크 등급 이상의 검들을 흡수해 버렸으니까.

그 중에는 무려 유물급 검도 있었던 상황.

어쨌든 그 덕분에 네크로소드는 무사히 전설 등급의 장검으로 각성하면서 깨어났다.

그리고 전설 등급답게 네크로소드의 능력은 어마어마했다.

그중 하나로 지금 흑염을 피해서 그림자 속으로 숨으려던 칠흑의 기사를 붙잡기까지 했으니까.

투확!

순간 그림자 속에서 칠흑의 기사가 솟구쳐 올라왔다.

네크로소드의 그림자 능력을 사용해서 칠흑의 기사를 끌어올린 것이다.

쿵!

뒤이어 지면을 박차며 도약한 신유현은 파천검법 1초식 무명을 시전하며 네크로소드를 휘둘렀다.

까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칠흑의 갑주를 베고 지나가는 네크로소드.

‘꽤 단단하네?’

하지만 칠흑의 갑주는 예상외로 상당히 튼튼했다.

칠흑의 갑주를 감싸고 있는 검은 기운이 방어력을 상당히 올려주고 있는 모양.

깡! 깡!

신유현은 계속해서 2초식 파쇄를 연달아 펼쳤다.

파쇄는 상대의 방어력을 깎아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마무리는,

파천검법(破天劍法).

삼식(三式), 격멸(擊滅)!

쾅!

네크로소드에서 강렬한 충격파가 터져 나오면서 칠흑의 기사를 지면으로 내동댕이쳤다.

쾅! 쾅! 쾅!

지면으로 떨어진 칠흑의 기사는 육중한 소리를 내며 몇 번이나 벽을 부수며 튕겨 나갔다.

신유현 또한 파천신법을 펼치며 칠흑의 기사에게 따라붙었다.

떨어진 충격이 컸던 모양인지 칠흑의 기사는 커다란 크레이터 속에 쓰러져 있었다.

“이제 정신을 차렸나?”

신유현은 칠흑의 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쾅!

그 순간 칠흑의 기사에서 광포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면서 검은 기운이 솟구쳐 올랐다.

그 여파로 칠흑의 기사가 누워 있던 크레이터가 더욱 깊게 파이고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면,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 줄 뿐.

쿠구구궁!

신유현은 5문까지 열린 차크라에서 마나를 끌어냈다.

그러자 신유현의 주변 공기가 진동하면서 어마어마한 기세로 네크로소드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검은 오러와 흑염이 솟구치면서 흘러나왔다.

그 상태에서 신유현은 네크로소드의 검 끝을 칠흑의 기사에게 향했다.

그리고 네크로소드가 가진 또 다른 고유스킬을 발동했다.

S급 고유스킬, 네크로 블래스터.

파앙!

이윽고 네크로소드에서 어마어한 기세로 칠흑의 오러가 광선처럼 쏘아졌다.

마치 하얀 빛을 가르는 한줄기 검은 광선처럼.

그에 맞서 칠흑의 기사 또한 검은 기운이 깃든 대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다.

그 순간,

콰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검은 폭연과 화염이 사방으로 터져 나왔으며 공기가 진동했다.

잠시 후 폭연이 가라앉으면서 폭심지의 상황이 드러났다.

이윽고 폭심지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칠흑의 기사.

칠흑의 기사는 바닥에 대검을 꽂아 넣고 꼿꼿이 서 있었다.

“이걸 버틴 건가.”

신유현은 유쾌한 듯 미소를 지었다.

네크로 블래스터의 위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5성 보스급 정도는 가볍게 일격으로 처리할 수 있었고, 6성 보스라고 해도 치명상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칠흑의 기사는 쓰러지지 않고 우뚝 선 채로 버텨 낸 것이다.

신유현은 자리에 서 있는 칠흑의 기사를 향해 다가가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정신이 좀 돌아왔나?”

조금 전처럼 칠흑의 기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며 신유현은 차크라에서 다시 마나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네크로 블래스터를 사용하면서 상당히 마나를 소모한 상황.

하지만 신유현에게는 시련의 탑에서 획득한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목걸이 트와일라잇 아울이 있었다.

SS급 패시브 스킬 마나재생 덕분에 빠른 속도로 마나가 회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대답이 없군.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건가.”

신유현은 마나를 네크로소드에 집속시키며 검 끝을 칠흑의 기사를 향했다.

바로 그때,

[그만두십시오. 이제 정신을 차렸으니.]

칠흑의 기사에게서 중저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말에 신유현은 살며시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아쉽군. 한 번 더 쓸 수 있었는데.”

[이번 불사왕님의 계승자님은 가차가 없으신 분이군요.]

신유현의 말에 칠흑의 기사, 아니 세븐아크스 중 한 명인 무곡성 수호자이자 데몬 팔라딘인 그리프는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사실 그리프는 신유현이 처음 질문에서 정신을 차려 있었다.

그전에는 가족들을 잃었다는 과거의 기억에 붙잡혀 분노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가족을 잃는 순간의 과거의 기억이 그리프에게 있어 족쇄였고 감옥이었다.

그리고 분노로 광폭화된 상태에서 자신의 영역에 침입한 신유현에게 달려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유현에 의해 공중에서 강력한 충격파를 받으면서 지면으로 떨어진 결과 정신이 일부나마 돌아왔었다.

그 상태에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정신을 완전히 차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신유현을 향해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 붓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네크로 블래스터를 정면으로 받으면서 대검으로 베어 냈던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아무리 칠흑의 갑주와 기운으로 보호했어도 치명상을 입었을 터.

“나는 신유현. 불사왕의 계승자다.”

신유현은 그리프에게 통성명을 했다.

그러자 그리프는 신유현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초대 불사왕님과 계약을 맺은 그리프가 계승자님을 뵙습니다.]

그리프는 눈앞에 있는 청년이 불사왕의 계승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초대 불사왕의 잔재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

“너도 초대의 계약에 따라 나를 따를 것인가?”

[물론입니다. 그리고 저를 찾아오셨다는 말은 다른 세븐 아크스도 함께하고 있으시겠죠.]

“그래, 맞아. 전부 다 함께 하고 있다. 남은 건 백은룡 오르페뿐이지.”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세븐아크스도 마지막 멤버만 남은 상황.

불사룡이라고도 불리는 백은룡 오르페였다.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신유현의 대답에 그리프는 안도의 말을 했다.

그리고 곧이어 질문을 하나 던졌다.

[그럼 계승자님께서는 저희를 모아서 무엇을 할 생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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