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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38화 (238/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38화

“뭐? 설마 배신한 거냐?”

이시하라 마코토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사쿠라이 신타로는 그에게 있어서 최고의 이해자이자 동반자였다.

언제나 자신의 사상에 찬동하고 함께 행동해 왔으니까.

그런데 설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이야!

“감히…… 감히 네놈이 나를?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그건 한국인들에게 말씀하시죠, 이시하라 회장.”

붉어진 얼굴로 삿대질을 하는 이시하라 마코토의 말에도 사쿠라이 신타로는 당당했다.

그는 강릉을 습격한 특공대의 일들을 전부 이시하라 마코토에게 떠넘길 생각이었다.

애초에 그걸 조건으로 이시하라 마코토를 일본 정부에 팔아넘겼다.

그리고 자신이 월야회에 소속되어 있었다는 기록과 정보도 전부 지워 버리는 조건도 내걸었다.

강릉 습격 사건이 들킨 이상 월야회는 이제 언론의 지탄과 일본 국민의 비난을 받으며 무너질 수밖에 없는 조직이 되어 버렸으니까.

즉, 쓸모가 없어진 것이다.

쿠궁! 콰쾅!

그때 진동과 함께 다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비밀 별장의 문을 부수며 이곳에 오고 있는 모양.

“어차피 둘밖에 없는데 살살 좀 오지.”

사쿠라이 신타로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일본 정부가 파견한 헌터들이 너무 화려하게 오는 것 같았으니까.

쾅!

잠시 후, 이시하라 마코토와 사쿠라이 신타로가 있는 다다미방의 문을 박차며 일본 헌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

순간 이시하라 마코토와 사쿠라이 신타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다다미방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쿠라이 신타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누구세요?”

“네놈들이 월야회의 회장과 부회장인가?”

사쿠라이 신타로의 질문에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무시하며 치렁치렁한 붉은 머리카락의 미인이 말했다.

“그렇습니다만?”

사쿠라이 신타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직도 눈앞에 있는 미인이 일본 정부가 파견한 헌터로 믿고 있었으니까.

“그래?”

사쿠라이 신타로의 대답에 붉은 머리카락의 여인, 아니 루베르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혈계 마법으로 피로 이루어진 채찍을 만들어 내며 손에 들었다.

짜악!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다다미방에 내려쳐지는 붉은 핏빛 채찍, 블러드 휩.

그 때문에 다다미의 일부가 찢겨져 나갔다.

“히익!”

그 모습을 본 이시하라 마코토는 움찔 놀라며 몸을 떨었다.

“마스터의 명령이다. 네놈들을 데려가마.”

“마스터라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요?”

루베르의 말에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사쿠라이 신타로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루베르는 웃으며 답했다.

“이런 소리지.”

쌔액!

루베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쇄도하는 핏빛 채찍.

철썩!

이윽고 경쾌하고 찰진 소리가 다다미방에서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악!”

그리고 사쿠라이 신타로의 비명소리도 함께 울려 퍼졌다.

붉은 채찍이 사쿠라이 신타로의 엉덩이를 후려친 것이다.

“너, 너는 일본 정부가 파견한 헌터가 아니구나!”

그제야 사쿠라이 신타로는 루베르가 자신이 생각하던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본 정부? 네 눈엔 내가 일본인으로 보이나?”

루베르는 송곳니를 드러내 보이며 웃었다.

확실히 루베르의 외모는 일본인이라기보다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유럽계 미녀에 더 가까워 보였다.

철썩! 철썩!

사쿠라이 신타로를 바라보며 비웃음을 흘린 루베르는 계속해서 채찍을 휘둘렀다.

“크윽! 크흑!”

붉은 채찍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엉덩이를 후려칠 때마다 사쿠라이 신타로는 신음을 흘렸다.

“멍청한 놈! 날 배신하니까 그런 꼴을 당하는 거다!”

자신을 배신한 사쿠라이 신타로가 엉망진창으로 채찍질을 당하는 모습에 이시하라 마코토는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갑자기 나타난 미녀가 누구인지는 모르나 자신을 배신한 사쿠라이 신타로를 채찍질을 하자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네놈도 있었지. 월야회의 회장, 이시하라 마코토. 마스터를 방해한 쓰레기가.”

루베르는 잡아먹을 것 같은 눈빛으로 이시하라 마코토를 노려봤다.

그러자 이시하라 마코토는 움찔거리며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네놈의 상대는 따로 있다.”

크르릉.

루베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다미 방안으로 거대한 무언가가 들어왔다.

[다른 방들을 확인하고 왔다. 이곳에는 이놈들밖에 없는 모양이군.]

다름 아닌 탐랑성의 폭식자이자, 시간을 달리는 푸른 늑대개, 티르달이었다.

“히이익!”

갑자기 거대한 푸른 늑대 한 마리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 이시하라 마코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놈인가?]

크아아아아!

티르달은 이시하라 마코토를 향해 길게 포효를 내질렀다.

“커헉!”

티르달의 포효에 이사하라 마코토는 입에 게거품을 물었다.

[이놈들을 데리고 돌아가면 되는 건가?]

“마스터도 참, 그냥 바로 죽여 버리면 될 것을.”

티르달의 텔레파시에 루베르는 아쉬운 눈으로 입맛을 다시며 월야회의 회장과 부회장을 바라봤다.

마음 같아서는 그들의 피를 보고 싶었지만, 신유현이 생포해 오라고 명령을 내렸기에 그럴 수 없었다.

[무슨 생각이 있는 거겠지. 어찌 됐든 곱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니.]

“흐음.”

티르달의 말에도 루베르는 여전히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티르달은 한마디 덧붙였다.

[뭐, 죽이지만 않는다면 충분한 거 아닌가?]

“그렇지?”

티르달의 말에 루베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티르달 또한 이를 드러내며 이시하라 마코토와 사쿠라이 신타로를 바라봤다.

잠시 후, 다다미방에서 월야회 회장과 부회장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루베르의 붉은 채찍이 사쿠라이 신타로를 유린했고, 티르달은 이시하라 마코토를 물고 뜯고 씹으며 살짝 맛을 봤으니까.

* * *

월야회와 관련된 일은 그럭저럭 잘 마무리 되었다.

일본 정부는 파천검가에게 협조적이었다.

사쿠라이 신타로가 이시하라 마코토를 팔아넘기면서 비밀 별장에 숨어 있다는 정보도 파천검가에게 공유해 주었으니까.

덕분에 루베르와 티르달은 비교적 쉽게 그들을 찾을 수 있었고 곧바로 제압한 후 곧바로 파천검가로 포박해서 끌고 왔다.

“일본 정부도 꽤나 골치 아팠겠군.”

신유현은 혀를 찼다.

이시하라 마코토와 사쿠라이 신타로는 강릉 습격의 주범격인 인물들이었다.

그 때문에 일본 정부로서도 그들을 감싸줄 수가 없었다.

까닥 잘못하면 한국과 일본이 전쟁을 시작하게 되는 일이 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될 경우 국제 사회에서는 과연 누구 편을 들어줄까?

당연히 한국이었다.

월야회에서 몰래 한국에 침투한 다음 민간인들을 학살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이시하라 마코토와 사쿠라이 신타로의 목적이었다.

한국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일본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즉, 전쟁이다.

그 때문에 파천검가에서 한국 정부와 헌터 협회를 통해서 월야회에 대한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요청을 들어준 것이다.

‘놈들은 국제 심판을 받게 해야지.’

신유현은 월야회의 회장과 부회장 놈들의 만행을 전 세계적으로 알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게티아의 존재와 위험성까지도.

‘그럼 이제 남은 일은…….’

신유현은 집무실 책상에 서류들을 내려다봤다.

현무전의 세력을 더욱 더 키울 다양한 안건들이었다.

서울을 습격한 단탈리온의 행동 때문에 파천검가와 현무전은 경각심을 가졌다.

설마 거대한 마법진을 통해 마수들을 소환해서 공격해 올 줄은 몰랐으니까.

거기다 게티아인 단탈리온의 강함은 충격적이었다.

마스터급 인물 다섯 명이 달려들었음에도 어떻게 해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단탈리온이 게티아 중에서는 나름 강한 편에 속하긴 했지만.

그리고 단탈리온이 서울시에서 벌인 행동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거대한 마법진에서 발생한 차원의 틈새를 통해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며 대도시 전체를 광범위하게 습격했으니까.

그 광경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SNS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퍼져 나갔다.

그 사태를 막은 핵심 인물이 신유현이라는 사실까지도.

그로 인해 국제 사회에서 파천검가의 위상이 올라갔으며, 신유현 또한 이름을 알렸다.

그 때문에 파천검가에서도 여러 변화가 생겼다.

이번 일로 인해 신유현이 가문의 후계자 자리에 한층 더 가까워졌으니까.

당장 가주인 신성일만 봐도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굉장히 흡족해 하고 있었다.

반면, 다른 후계자 후보들인 이전보다 더 신유현에 대해 라이벌 의식을 불태웠다.

‘아직 멀었지.’

신유현의 목적은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다. 가문의 가주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하는 큰 산이 있었다.

‘아버지를 뛰어넘어야 하니까.’

신유현이 단탈리온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불사왕의 힘 덕분이었다.

수많은 언데드 군단과 마스터에 가까운 힘을 가진 세븐 아크스의 끊임없는 공격 덕분에 겨우 쓰러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신유현 자신은 아직 6성 초인이었다.

그 때문에 세븐 아크스 또한 전성기 시절의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들의 마스터인 신유현이 강해져야 세븐 아크스 또한 강해질 수 있었다.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돼.’

적어도 가문의 가주이자 아버지인 신성일이 있는 마스터의 경지까지는 올라야 했다.

그리고 게티아들이 넘어오는 3년 후에는 그보다 더 강해져야 할 터.

신유현은 집무실 책상 의자에 몸을 기대며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 *

시간은 유수와 같다고 했던가.

단탈리온의 습격 이후, 월야회의 문제까지 해결하고 어느덧 두 달이 흘렀다.

그동안 신유현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많은 일을 했다.

두 달 전 있었단 강릉과 서울 습격 사건의 뒷수습을 끝냈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강릉의 희귀 자원들을 채굴하기 시작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월야회의 습격 때문에 남두그룹의 직원들이 죽어 나갔으니까.

그 때문에 이번에는 남두그룹의 회장 남현철과 논의 끝에 호위 검사를 상당수 파견하기로 했다.

지난 두 달간 현무전을 끊임없이 확장한 덕분에 충분히 호위 검사들을 파견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경고! 세이비어 시스템 링크가 끊어졌습니다. 새로운 타임 디멘션 프로토콜 검색. 실패. 연결 가능한 프로토콜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시공관리국과 연결이 끊어집니다.]

“흠.”

언제나처럼 세븐 아크스가 봉인되어 있는 차원에 도착하면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며 신유현은 주변을 둘러봤다.

어두운 밤하늘에는 일곱 개의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달들이 걸려 있었고, 그 아래에는 검은 모래사막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여기가 그리프가 있는 차원인가?”

세븐 아크스 중의 한 명, 무곡성의 수호자이자 데몬 팔라딘이 봉인되어 있는 차원.

지난 두 달간, 현무전의 일을 하면서도 개인 수련도 게을리 하지 않은 신유현은 소소한 성과를 달성했다.

6성 하급에 도달한 것이다.

거기다 무려 시련의 탑 5층과 6층까지 공략했으며, 전설급 장비 두 개를 보상받았다.

덕분에 신유현은 두 달 전보다 확연히 더 강해졌다.

6성 최하급에서 하급의 차이는 상당히 큰 편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드디어 다음 세븐 아크스인 그리프를 얻기 위해 티르달이 열어 준 이 차원으로 온 것이다.

“저곳에 있겠군.”

신유현은 눈앞을 바라봤다.

그곳에 거대한 흑색 신전이 모래사막 위에 솟아 있었다.

분명 데몬 팔라딘인 그리프가 봉인되어 있을 테지.

“그럼 가 볼까?”

신유현은 파천신법을 펼치며 빠르게 흑색 신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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