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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36화 (236/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36화

고유특성 사령술의 서드 스킬, 원혼의 복수.

퍼스트 스킬 사령안은 원혼을 볼 수 있고, 세컨드 스킬 원혼 소환은 사령들을 현실 세계에 소환하듯 물질화를 시킬 수 있었다.

마지막 서드 스킬 원혼의 복수는 말 그대로였다.

원혼들이 자신을 죽인 상대에게 복수를 하게 해 주는 스킬이었으니까.

“뭐, 뭐야?”

단탈리온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원혼들을 바라봤다.

붉은 눈을 빛내며 다가오는 원혼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더욱이 지금은 제압당해 있는 상황.

“솔직히 놀랐다. 네놈들이 수많은 생명을 학살해 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 규모일 줄은 몰랐으니까.”

신유현은 단탈리온의 주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고 있는 원혼들을 바라봤다.

수천, 수만이라는 단위로도 부족한 어마어마한 원혼들.

새삼 볼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의 억에 가까운 원혼들이 검은 물결처럼 머리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으니까.

“네놈들이 지성을 가진 존재들을 죽여 온 이유야 뻔하지.”

고문당하며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지성체들은 강렬한 부의 감정 에너지를 뿜어낸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게티아들이 흡수하면 강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고방식과 이성을 가지고 있다면, 타인을 괴롭히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게티아들은 어째서 다른 존재들에게 피해를 주고 민폐를 끼치는 것일까?

“타인을 아무리 죽여도 자신은 안전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니까.”

단탈리온을 비롯한 게티아들은 지성을 가진 존재들을 고통스럽게 죽여도 자신들은 안전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들은 신과 같은 힘을 가진 존재였으니까.

대체 누가 자신들을 해한단 말인가?

그렇기에 신유현은 가르쳐줄 생각이었다.

남의 눈에 눈물이 나게 하면, 자신의 눈에는 피눈물이 나게 될 거라고.

“네놈이 지금까지 해 온 짓들을 똑같이 경험해 봐라.”

신유현은 단탈리온을 내려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숫자의 원혼이 단탈리온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아, 안 돼!”

단탈리온은 자신을 향해 파고드는 원혼들을 바라보며 소리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잃었다.

* * *

“흐읍!”

문득 단탈리온은 눈을 떴다.

어두컴컴한 실내.

왠지 모를 익숙한 천장이 보인다.

단탈리온은 주위를 둘러보기 위해 고개를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고개뿐만이 아니라 몸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실험실 같은 장소에서 침대 위에 몸이 묶여 있었으니까.

“읍읍!”

거기다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다.

자신이 이렇게 볼품없이 묶여 있다는 사실에 단탈리온은 분노하며 힘을 일으키려고 했다.

“……?”

하지만 이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면서 쌓아 온 게티아로서의 힘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텅 빈 것처럼 한 줌의 마나조차 느낄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몸조차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기는커녕 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몸과 의식이 따로따로인 것처럼.

‘대체 뭐지?’

그 때문에 단탈리온은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이런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단탈리온은 생애 처음으로 무력감과 두려움을 느꼈다.

끼이익.

그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실험실 안으로 들어오는 게 아닌가?

단탈리온은 흠칫 놀랐다.

그리고 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고개가 돌려지면서 방금 실험실 안으로 들어온 인물을 바라봤다.

“이제 깨어났나 보군.”

하얀 방호복 위에 의사 가운 같은 옷을 걸치고 있는 인물.

그는 입가에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단탈리온을 바라봤다.

“읍읍읍!”

그리고 그를 본 단탈리온은 속으로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몸의 반응은 달랐다.

입에 물린 재갈 탓에 무언가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침대 위에서 꼴사납게 마구 발버둥을 치며 몸을 흔들어댔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뻐하니 나도 기쁘군.”

하얀 방호복을 입은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단탈리온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사내를 바라봤다.

왜냐하면,

‘어째서 내가 나를 보고 있는 거지?’

지금 눈앞에 있는 사내는 다름 아닌 단탈리온이었기 때문이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의 단탈리온 보다 젊어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코모라는 처음이지만 잘 부탁하지.”

젊은 단탈리온은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선반을 하나 가져오더니 도구들을 꺼내 보였다.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 고문용 도구들이었다.

‘코모라? 코모라라고?’

단탈리온은 눈앞의 사내가 한 말에 벼락같은 깨달음이 스쳐 지나갔다.

고통의 의식, 코모라.

게티아가 처음 노예를 고문할 때 행하는 의식이었다.

그리고 단탈리온은 지금 상황을 이해했다.

‘이건 내가 처음 코모라를 했을 때인가?’

까마득한 옛날, 단탈리온은 고통의 의식을 치르고 게티아로서의 힘을 손에 넣었다.

아마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과거의 기억인 모양.

그 사실을 인지하자 지금 있는 장소가 낯설지 않았다.

이곳은 과거 자신이 코모라를 행한 지하 실험실이었으니까.

“그럼 시작해 볼까?”

키이잉!

젊은 단탈리온은 작은 실톱을 들고 다가오더니 기념할 만한 첫 희생자를 내려다봤다.

“최대한 오랫동안 죽지 않게 해 주마.”

젊은 단탈리온은 웃으며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죽이지 않는다니.

이 얼마나 자비로운 일이란 말인가.

그리고 현재 상황 파악을 완료한 단탈리온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일은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과거 자신이 고문한 희생자의 몸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분명 파천검가의 3남이 뭔가 수작질을 부렸을 테지.

‘하등한 벌레 놈이 귀찮게 하는군.’

게티아로서의 힘을 느끼지 못해서 순간 당황했었지만, 상황을 파악한 단탈리온은 안정감을 되찾았다.

지금 자신은 단지 과거의 기억을 구경하듯이 지켜볼 뿐이고, 아마 그 때문에 게티아의 힘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정신만 다시 차린다면 이곳에서 벗어나 다시 힘을 되찾을 수 있을 터였다.

실제로 단탈리온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예상치 못한 점이 있었다.

“그럼 손가락부터 시작해 볼까?”

키이잉!

촤라라락!

젊은 시절의 단탈리온은 실톱을 회전시키며 침대에 묶여 있는 희생자에게 다가가 검지 한마디를 갈아내기 시작했다.

“끄으으읍!”

그러자 희생자는 몸을 뒤틀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끄으으윽!“

희생자의 몸속에 있는 단탈리온도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희생자의 손가락이 갈려 나가는 고통이 느껴졌기에.

“반응이 좋군.”

키이잉!

젊은 단탈리온은 억압된 비명소리를 기분 좋은 표정으로 들으며 작업을 계속해 나갔다.

마력으로 회전하는 실톱을 사용해서 희생자의 손가락들을 마디마디마다 조금씩 갈아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쇼크사로 죽지 않도록.

“최대한 오랫동안 살아 줘야지.”

젊은 단탈리온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고통의 의식, 코모라를 진행하는 동안 희생자가 오래 살아야 고통의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게티아들은 최대한 오랫동안 희생자들을 고문하기를 선호한다.

그래야 충분한 부의 감정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게티아의 과학자들은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주어도 살 수 있도록 온갖 조치를 취한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지옥이 시작되는 것이다.

‘끄흐으읍!’

희생자의 몸속에서 단탈리온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흘렸다.

설마 희생자의 고통을 자신이 느끼게 될 줄이야.

‘어, 언제, 대체 언제 끝났었지?’

단탈리온은 기억을 떠올려봤다.

처음 코모라를 했을 때, 희생자가 언제 죽었었는지.

“다음은 이걸 사용해 볼까?”

손가락을 마디마디마다 전부 잘라 낸 젊은 단탈리온은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고문 도구를 꺼냈다.

길다란 침이었다.

젊은 단탈리온은 광기에 물든 미소를 지으며 긴 침을 발에 꽂기 시작했다.

푹!

“끄흐읍!”

길이가 10센티는 되는 강철 침이 발다닥을 관통하자 단탈리온은 진저리를 치며 머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단탈리온은 고문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고통의 의식, 코모라를 진행하며 희생자를 고문했으니까.

단탈리온은 그저 이 고통이 빨리 끝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 * *

“크허어억!”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단탈리온은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그리고 익숙한 풍경이 눈앞에 보였다.

고층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넓은 도로가 펼쳐져 있는 대도시의 모습.

다름 아닌 서울시였다.

“돌아왔군.”

머리 위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이끌리듯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치켜든 단탈리온은 신유현을 보더니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소리쳤다.

“너, 너 이 버러지 새끼가!”

단탈리온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깨달았다.

정신세계에 갇혀서 자신이 죽인 희생자의 기억과 경험을 추체험한 것이다.

마치 실제로 경험한 것처럼 생생하게.

그 때문에 단탈리온은 젊은 시절의 자신에게 온갖 고문을 당했다.

톱으로 손가락이 썰려 나가고, 긴 침으로 팔다리를 관통 당했으며, 뜨거운 화염에 태워지기도 했다.

고통의 의식, 코모라는 희생자에게 여러 고문을 시행해서 반응을 확인하는 실험도 겸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최대한 오랫동안 다양한 종류의 고문들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꽤나 재밌는 경험을 했나 봐?”

시종일관 여유를 보이던 단탈리온이 악에 받친 표정으로 소리치자 신유현은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네놈이 과거의 기억 속에서 무슨 짓을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반응을 보니 즐겁군.”

신유현은 단탈리온이 정확히 무슨 짓을 당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단탈리온의 반응을 보자니 즐겁지 않을 수 없었다.

자칭 신이라고 하는 게티아가 악에 받친 표정으로 소리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

“똑같이 당해 본 소감은 어때? 불과 조금 전까지 네놈이 경험한 건, 다름 아닌 네놈이 타인에게 행한 짓이니까.”

“역시 네놈 짓이었나! 감히 신인 나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마라. 아니, 죽음은 최대의 자비이니! 죽여 달라고 빌어도 죽지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서 영겁에 걸쳐 고통 받게 해 주마!”

단탈리온은 독기가 서린 표정으로 신유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실제로 게티아에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여러 세계에서 게티아에게 큰 피해를 주고 방해한 다른 세계의 영웅들을 죽지 못하는 몸으로 만들어 조롱하면서 고문하고 있었으니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군. 그보다 네놈부터 먼저 걱정해야 할 거다.”

하지만 신유현은 단탈리온을 향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조금 전 단탈리온이 경험한 건, 서드 스킬, 원혼의 복수 덕분이었다.

원혼의 복수는, 복수 대상자에게 원혼이 죽어 가는 순간을 추체험시켜 준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경험시켜 주는 것이다.

“네놈도 이제 깨달았겠지. 네놈은 이제부터 네가 죽인 희생자들의 죽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 고작 한 명의 죽음을 경험했을 뿐이지.”

“뭐?”

그 말에 순간 단탈리온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불과 조금 전 경험한 죽음만 해도 진저리가 날 정도였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체감상 수십 일 넘게 끔찍한 고문을 당하다가 죽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이제 시작일 뿐이라니?

“뭘 그렇게 놀라지? 지금까지 네놈이 해온 짓들을 생각해 봐라. 그리고 지금까지 네놈이 죽인 지성을 가진 존재들은 얼마나 될까?”

“뭐?”

신유현의 말에 단탈리온은 멍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지금까지 단탈리온이 죽여온 지성을 가진 생명체들.

그 숫자는,

“이제 89,115,412명 남았다.”

마치 사형선고와도 같은 신유현의 목소리.

그리고 그 말은 곧 단탈리온이 앞으로 끔찍한 고통과 함께 경험해야 할 죽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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