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34화
4성이 되면서 각성한 불사왕의 고유 특성 중 하나, 사령술(SSS).
무려 트리플 S급 특성이며, 사령술의 하위에는 세 가지 S급 고유스킬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퍼스트 스킬, 사령안이었다. 특히 고유특성 아라크니아를 얻으면서 각성한 마안에 의해 한층 더 강화되어 있는 상황.
신유현은 사령안으로 단탈리온을 바라봤다.
“크윽!”
순간 정신이 나갈 것 같은 현기증이 몰려왔다.
하얀 정장의 단탈리온을 새까만 무언가가 들러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들러붙어 있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단탈리온이 있는 반경 수백 미터의 공간을 새까만 무언가가 가득 채우고 있었으니까.
마치 어두운 심해 속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이, 이건 대체…….’
신유현은 날아갈 것 같은 의식을 간신히 붙잡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새까만 기운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단탈리온에게 살해당한 원혼들이었다.
마치 유령 같은 모습의 그들은 단탈리온의 주위를 배회하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또한 그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대부분 언데드 같은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인간처럼 보이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다양한 종족의 수많은 지성체가 원혼이 되어 단탈로인에게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숫자는 어마어마했다.
리빙 파워드 아머를 장착하고 단탈리온을 향해 떨어져 내리던 신유현이 잠시 빈틈을 보였을 정도로.
“어디서 한눈을 파느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단탈리온은 신유현을 향해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우우웅!
얼마 지나지 않아 지팡이 끝에서 충격파가 발생하면서 신유현을 향해 쏘아 올려졌다.
“큭!”
신유현은 빠르게 양팔을 교차하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리빙 파워드 아머의 내장된 배리어가 발동하면서 신유현을 감쌌다.
콰콰콰콰콰!
이윽고 신유현을 덮쳐드는 충격파!
단탈리온이 발생시킨 충격파동은 리빙 파워드 아머의 배리어를 뒤흔들며 분자결합력을 약화시키기 시작했다.
쩌적!
그 말은 즉, 조금씩 배리어에 금이 가면서 파괴되기 시작했다는 소리였다.
이대로 가면 배리어를 파괴한 충격파동은 리빙 파워드 아머의 중장갑을 내부에서부터 파괴할 터.
‘조금만 더 놈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면…….’
신유현은 이를 악물며 단탈리온을 노려봤다.
사령안의 능력은 상대에게 붙어 있는 원혼들을 볼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원혼들을 통해 상대의 약점까지 알아낼 수 있었다.
실제로 지금 신유현은 단탈리온의 약점으로 보이는 포인트를 확인했다.
하지만 단탈리온에게 붙어 있는 원혼들의 숫자에 놀라 틈을 보이는 바람에 다가가기 힘들었다.
아니, 오히려 단탈리온의 충격파 때문에 위험한 상황.
‘어쩔 수 없지.’
신유현은 다음 수단을 사용했다.
[고유특성 사령술(SSS)의 세컨드 스킬, 원혼 소환(S)을 시전 합니다.]
후웅!
순간 신유현을 중심으로 마나 파동이 퍼져 나갔다.
스스스스스!
“뭐지?”
단탈리온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단탈리온을 중심으로 검은 물결 같은 기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끼아아아아!
이윽고 검은 기운들은 점점 형체를 가지기 시작했다.
단탈리온을 감싸고 있던 심해와도 같던 원혼들이 사령술의 세컨드 스킬에 의해 구현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뭐, 뭐냐!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점점 더 늘어나는 원혼들의 숫자를 바라보며 단탈리온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검은 원혼들이 그를 감싸며 옥죄어 들고 있었으니까.
“아무것도. 네놈의 업보일 뿐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아직도 모르겠나?”
신유현은 원혼들에게 삼켜져 가는 단탈리온을 경멸하듯 노려봤다.
“네놈을 옥죄고 있는 게 무엇인지 자세히 봐 봐라. 그러면 알게 될 테니.”
“하등한 놈이 무슨 헛소리를…….”
순간 단탈리온은 말을 멈췄다.
검은 기운 같던 형체가 뚜렷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흐어어어.
으워어어.
“네, 네놈들은…….”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달라붙어 오고 있는 검은 존재들.
그제야 단탈리온은 자신을 옥죄는 존재들에 대해 눈치 챘다.
단탈리온을 비롯한 게티아들은 여러 세계를 전전하며 수많은 문명을 멸망시켜 왔다.
그 과정에서 단탈리온은 수없이 많은 지성 생명체를 죽여 왔다.
그것도 재미로 죽이거나, 혹은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모습을 즐거워하며 지켜봤다.
그들의 고통은 단탈리온에게는 힘이 되었으니까.
그 대문에 단탈리온은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그들을 죽이며 반응을 즐겼다.
신유현이 회귀를 하기 전, 지구의 인류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 열등한 쓰레기 놈들이 감히!”
단탈리온은 화가 난 듯 소리치며 충격파를 터트렸다.
자신을 방해하고 있는 검은 기운의 정체가 자신이 죽여 왔던 존재들의 원혼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콰앙!
단탈리온을 중심으로 터져 나간 충격파들이 원혼들을 사방으로 날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단탈리온은 원혼들을 향해 충격파를 터트렸다.
쾅! 쾅! 쾅!
그 때문에 원혼들은 괴성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단지 그뿐.
사령술의 세컨드 스킬에 의해 실체화된 원혼들은 공간을 가득 채울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단탈리온의 충격파로는 원혼들을 없앨 수 없었다. 원혼들의 숫자는 무려 수천만에 달했으니까.
“끝이다.”
슈아아아악!
다시 한번 공중으로 도약한 신유현은 단탈리온을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단탈리온은 대응하기 위해 움직이려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원혼들이 달라붙으며 방해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 쓰레기 놈들이!”
단탈리온은 몸부림을 치며 떨쳐내려고 했으나 해일처럼 밀려드는 원혼들을 막아낼 수 없었다.
그사이 신유현의 발이 단탈리온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콰앙!
리빙 파워드 아머의 발이 단탈리온의 머리에 떨어지며 충격파가 발생했다.
“끈질긴 놈.”
츠츠츠!
리빙 파워드 아머의 육중한 발은 단탈리온의 바로 앞에서 멈춰 있었다.
단탈리온이 마나방벽을 전개한 것이다.
하지만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스러스터 전개.]
덜컹!
순간 리빙 파워드 아머의 어깨 부분이 살짝 들려지면서 스러스터(thruster)가 모습을 드러냈다.
콰아아아아!
이윽고 스러스터에서 푸른 불꽃이 피어오르면서 단탈리온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이 망할 벌레 같은 놈들이!”
이에 단탈리온 또한 저항했지만, 사방에서 몰려드는 원혼들 때문에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단탈리온은 신유현과 함께 지면을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슈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앙!
얼마 지나지 않아 단탈리온은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며 도로 한복판에 떨어져 내렸다.
쿠웅!
신유현은 지면과 격돌하기 직전 리빙 파워드 아머에 붙어 있는 스러스터와 탈라리아의 스카이 스텝을 적절히 병행하며 지면과의 충돌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단탈리온은 원혼들의 방해로 인해 수백 미터 상공에서 그대로 떨어져 내리고 말았다.
그 결과 도로 한복판에는 반경 수십 미터가 넘는 크레이터가 발생했으며, 그 주변 또한 박살이 났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단탈리온이 풀어놓은 마수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도망을 쳤기 피해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크헉!”
지면과 격돌한 단탈리온은 크레이터 속에서 붉은 피를 토해 냈다.
아무리 게티아라고 해도 거의 무방비하게 수백 미터 높이에서 떨어졌으니 피해를 입은 모양.
거기에 신유현이 리빙 파워드 아머로 짓밟은데다가 실체화된 원혼들까지 들러붙어서 떨어진 탓에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 썩을 놈들이! 내 손으로 전부 죽여주마!”
단탈리온의 목적은 동료인 게티아들이 하루라도 빨리 지구로 오기 위해 마나를 모으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서울을 침략한 것이다.
마수들의 공격을 받는 인간들의 공포와 두려움, 절망과 같은 감정 에너지를 흡수해서 문을 열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상황은 단탈리온이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다름 아닌 신유현 때문에.
스스스스슥!
끼아아아아!
단탈리온을 중심으로 형체를 가지지 못한 검은 괴생명체들이 괴성을 지르며 흘러나왔다.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검은 괴생명체들.
푸슉! 푸슉!
그리고 검은 괴생명체에서 촉수들이 날카롭게 솟아 나오며 원혼들을 공격했다. 촉수들은 원혼들을 꼬챙이처럼 꿰뚫었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원혼들이 꼬챙이에 꿰뚫리며 몸부림쳤다.
“쓸모없는 발버둥은 그만둬라. 이미 네놈은 졌으니까.”
“뭐라고?”
그 말에 단탈리온은 눈살을 찌푸리며 신유현을 노려봤다.
그리고 신유현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존재들을 볼 수 있었다.
“나쁜 놈아!”
가장 먼저 귀엽고 착한 디아가 드물게 화가 난 표정으로 단탈리온을 향해 소리쳤다.
단탈리온이 신유현에게 폭언을 하는 소리를 들었었으니까.
“아무래도 교육을 좀 받아야겠네요. 후후훗.”
디아의 뒤를 이어 신유현에게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하며 단탈리온을 향해 싸늘한 살기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슈브.
“모성을 잃고 차원을 도망 다니는 쓰레기가.”
그에 반해 대놓고 단탈리온을 비웃고 있는 루베르.
“감히 마스터 앞에서 망발을 하다니 당장 무릎을 꿇려야겠군.
그리고 단탈리온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는 티르달.
“이런 곳에서 설마 네놈을 만날 줄이야.”
마지막으로 단탈리온을 바라보며 광기에 찬 웃음을 흘리고 있는 레이븐.
신유현의 직속 소환수들이자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인 불사왕의 세븐 아크스가 강대한 기운을 흘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네놈들은…….”
단탈리온은 살짝 당황했다.
세븐 아크스들의 기세는 그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비록 현재 세븐 아크스들의 능력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였지만, 전성기 시절에는 게티아들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나타난 건 세븐 아크스뿐만이 아니었다.
그 뒤를 이어 거대한 크기를 가진 보스급 소환수들도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감히 나를 상대하겠다고?”
단탈리온은 코웃음을 치며 신유현과 세븐아크스를 노려봤다.
전성기 시절의 세븐 아크스였다면 단탈리온도 긴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능력에 제한이 있는 상태였다. 초인들 기준으로 본다면 기껏해야 6성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8성급 힘을 가진 단탈리온을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물량 앞에는 장사가 없거든.”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올렸다.
이전 삶에서 사냥의 신 바르바토스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고 회귀를 하기 직전, 신유현은 비전을 보았다.
수많은 언데드 군단과 세븐 아크스를 이끌고 마수들과 싸우고 있는 불사왕의 모습을.
어마어마한 숫자의 마수들을, 불사왕은 그보다 더 많은 언데드 군단들로 쓸어버리고 있었다.
바로 그 때문에 신유현은 불사왕의 힘을 원했다.
압도적인 물량 군세 앞에서는 아무리 게티아라고 해도 버틸 수 없을 테니까.
스스슥.
이윽고 신유현의 주위로 불사왕 직속 부대, 예니체리들과 레어급 이상의 무기를 무장한 특수 스켈레톤들과 등 뒤에서는 1천이 넘는 스켈레톤 솔져 군단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흐워어어어어어!
여전히 단탈리온에게 살해당한 수많은 원혼이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공에서 놀란 표정으로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4대 명가의 가주들인 7성 마스터들까지.
잠시 후 신유현은 자신의 언데드 군단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저놈을 내 앞에 데려와 꿇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