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32화
4대 명가의 가주들은 천천히 자신들의 무기에 손을 가져다댔다.
“어째서 이런 짓을 벌인 거지?”
신성일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단탈리온을 노려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단탈리온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네 아들 때문에. 내 일을 방해한 탓에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거든. 결과적으로는 이 방법이 더 나은 것 같군.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야.”
“뭐? 그럼 설마?”
단탈리온의 말에 신성일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가 말한 아들은 분명 신유현일 터.
그리고 지금까지 신유현이 해 온 일들은 게티아를 숭배하는 비밀 단체 잿빛 교단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인물이 자신의 아들에게 방해를 받아왔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네놈이 게티아였나!”
게티아.
신유현이 위험한 인물이라고 경고하던 존재.
잿빛 교단의 뒤에서 마수들을 조종하는 크리스탈 장치를 개발하고, 뒷세계의 초인들까지 조종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신성일 또한 게티아라는 인물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대담한 방법으로 서울을 공격해올 줄은 몰랐다.
“파우스트. 자네가 게티아였었다니…….”
“믿을 수가 없군.”
신성일 뿐만이 아니다.
게티아를 추종하는 단체들인 잿빛 교단이나 그 휘하에 있는 블랙 워치 등등, 이 모든 일 뒤에 게티아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 때문에 게티아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다른 4대 명가를 비롯한 초인 가문들과 헌터 협회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위험인물인 게티아가 설마 세계 초인 랭킹 1위 파우스트 마그누스였을 줄이야.
가주들은 레일라가 그랬던 것처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단탈리온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쾅!
눈에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마나 파장이 가주들에게 터져 나왔다.
7성 마스터가 되면 사용할 수 있는 각성기, 오러 해방을 발동한 것이다.
오러 해방.
비연검(飛連劍) 7식(七式).
검왕, 신성일의 주변을 날아다니기 시작하는 총 일곱 자루의 푸른빛의 오러 블레이드들.
오러 해방.
나선폭렬권(螺旋爆裂拳).
권왕, 이서준의 각성기.
나선폭렬권은 이서준이 사용하는 건틀렛에 폭발 특성을 부여해 준다.
상대를 공격할 때마다 강렬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었다.
오러 해방.
육합단창(六合斷槍).
창왕, 김명환의 각성기.
육합창가의 가주인 김명환은 상당히 까다로운 오러 해방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육합단창을 발동한 채로 찌르면 거리에 상관없이 공간을 뛰어넘어서 상대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러 해방.
만천화우(滿天花雨).
만독왕, 최대현의 각성기.
수없이 많은 독이 묻은 암기들로 공격이 가능하다.
거기다 암기들의 숫자가 워낙 많기에 공간을 제압하는 광역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자네가 게티아라면 여기서 보내 줄 수 없지.”
“각오하라.”
각자 오러 해방을 한 가주들은 단탈리온을 노려봤다.
“레일라가 죽어도 괜찮은가?”
단탈리온은 입가에 비웃음을 흘렸다.
이미 레일라는 단탈리온과 일전을 벌이고 정신을 잃고 있는 상황.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단탈리온 앞에 선 레일라의 모습은 처참했다.
배리어 코트와 같은 성능을 가진 하얀 로브는 찢겨져 있는 탓에 그녀의 하얀 피부가 드러나 있었으니까.
“우리들을 쉽게 보는군.”
“우리들에게 인질이 통할거라 생각하나?”
하지만 지금 단탈리온의 눈앞에 있는 가주들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들이었다.
4대 명가의 가주들은 인질로 내세운 레일라의 모습을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슈아아악!
각자가 발동한 오러 해방을 앞세우며 단탈리온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권왕 이서준이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며 단탈리온을 향해 달려들었다.
4대 명가의 가주들은 전부 7성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한 자들이었다.
그 때문에 마나로 이루어진 발판을 허공에 만들어서 뛰어다닐 수 있었다.
특히 권왕 이서준은 4대 명가 가주들 중에서도 가장 체술이 뛰어났다.
그 덕분에 마치 분신술을 사용한 것처럼 허공에 잔상을 남기면서 단탈리온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태클을 걸 듯 레일라의 몸을 낚아챔과 동시에 건틀렛을 내뻗었다.
콰앙!
이어서 나선폭렬권의 특성이 발동하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서준은 폭발의 반동을 이용하며 빠르게 단탈리온에게서 벗어났다.
그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신성일과 김명환, 최대현의 공격이 단탈리온을 향해 쇄도했다.
나선폭렬권의 폭발로 인해 피어오른 붉은 화염과 검은 폭연이 아직 사라지지도 않은 상황.
그 중심에 있는 단탈리온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공격들을 인지할 수 없었다.
슈아아아악!
이윽고 선명하게 빛나는 일곱 자루의 오러 블레이드가 단탈리온을 가르고 지나갔다.
파앙!
그 뒤를 이어 창왕 김명환의 죽장창이 공기를 찢으며 내질러졌다.
하지만 단탈리온과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는 상황.
도저히 단탈리온에게 창이 닿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스스슥!
파공성을 내며 내질러진 죽장창의 끝이 돌연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아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단탈리온의 뒤쪽에서 죽장창이 튀어나왔다.
공간을 뛰어넘어서 단탈리온을 공격한 것이다.
슈슈슈슉!
그뿐만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만독왕 최대현이 만천화우로 소환한 수많은 암기를 단탈리온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하늘을 빼곡히 채우며 날아드는 검은 암기들.
독이 묻은 암기들은 사방에서 날아들며 단탈리온을 향해 꽂혀 들어갔다.
단탈리온은 네 명의 마스터들이 발동한 오러 해방 공격을 고스란히 맞았다.
콰콰콰콰쾅!
그 때문에 단탈리온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공기가 진동하고 폭음이 울려 퍼졌다.
오러 해방을 한 7성 마스터들의 공격에는 어마어마한 마나가 집결되어 있었으니까.
그 마나들이 한곳에 모이자 반발력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쿠웅!
단탈리온이 있던 장소에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그 때문에 폭발로 인해 생긴 화염과 연기가 순식간에 걷혀 들었다.
그리고 단탈리온을 향해 집중되어 있던 가주들의 마나도 날려졌다.
잠시 후 하얀 정장을 입고 있는 단탈리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하찮은 벌레 놈들이.”
모습을 드러낸 단탈리온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감히 내 옷을 더럽히다니!”
항상 단탈리온이 입고 다니던 하얀 정장에 그을음이 묻어 있었다.
“뭣?!”
“허허…….”
그 모습을 본 4대 가주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오러 해방을 한 공격을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단탈리온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괴물이로군.”
최대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다른 가주들도 말은 하진 않았지만 최대현과 같은 심정이었다.
설마 자신들의 공격이 통하지 않을 줄이야.
조금 전 공격은 아무리 세계 랭킹 1위인 초인이라고 해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위력적이었으니까.
“네놈들의 위치를 가르쳐 주마.”
조금 전 가주들의 공격 때문에 기분이 나빠진 것일까.
눈살을 찌푸린 단탈리온은 지팡이를 내려쳤다.
쿠웅! 콰콰콰콰!
그러자 단달리온의 전방으로 부채꼴 형태의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그것을 본 가주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빠르게 물러나며 피했다.
하지만 충격파는 미끼에 불과했다.
크아아아아아!
사방으로 퍼지며 충격파를 피하는 가주들의 머리 위로 기형적으로 생긴 괴물이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전체적인 모습은 검은 피부를 가진 인간의 상체를 닮아 있었다.
하지만 상체 곳곳에 섬뜩하게 빛나는 눈알과 거대한 입이 불규칙적으로 생겨나 있었으며, 무엇보다 상체뿐임에도 크기가 무려 3미터는 되어 보였다.
그리고 상체에 붙어 있는 입을 벌리면서 가주들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고 있는 상황!
슈아아악!
콰콰쾅!
하지만 가주들 또한 현대 초인들의 정점인 7성 마스터들이었다.
신성일은 총 일곱 자루의 비연검을 조종하며 정체불명의 괴물들을 베어 냈고, 이서준은 나선폭렬권으로 폭발을 일으키며 튕겨냈다.
김명환과 최대현 또한 공간을 빠르게 박차며 괴물들의 공격을 피해 냈다.
“흠. 그래도 벌레 중에서는 강한 편이라는 건가. 해부해서 연구를 하고 싶을 정도군.”
그 모습을 단탈리온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단탈리온은 게티아 중에서 71번째였다.
하지만 게티아들의 순번은 서열 순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게티아들은 대등한 존재들이니까.
다만, 그들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첫 번째 게티아 바알의 명령에는 충실히 따른다.
그리고 71번째 게티아 단탈리온의 고유 능력은 자신의 육체에서 조금 전 가주들을 공격한 기괴하게 생긴 괴물들을 소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소환한 괴물들의 능력은 7성급으로 가주들과 비슷한 수준의 힘을 가졌다.
그런데 저렇게 간단히 피해 낼 줄이야.
“네놈들은 살려서 연구해 주마. 인간들의 내구력 테스트에 적합할 것 같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단탈리온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가주들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생긴 모양.
이대로 단탈리온에게 생포된다면 기다리는 건 지옥이었다.
내구력 테스트라는 실험 하에 죽음보다도 끔찍한 고문을 받게 될 테니까.
“웃기는군.”
“우리가 만만해 보이나?”
도발과도 같은 단탈리온의 말에 신성일과 이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김명환과 최대현 또한 날카로운 눈으로 단탈리온을 노려봤다.
하지만 단탈리온은 입 꼬리를 치켜 올리며 자신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콰지지직!
갑자기 자신의 팔을 뜯어내는 게 아닌가?
촤아악!
그 때문에 단탈리온의 팔에서는 붉은 피 분수가 솟구쳐 나왔다.
“미친 건가? 자신의 팔을 뜯어내다니…….”
갑작스러운 단탈리온의 돌발 행동에 신성일은 눈살을 찌푸렸다.
게티아가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은 신유현으로부터 누누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설마 저런 미친 짓까지 할 줄이야.
스스슥.
그리고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났다.
단탈리온이 뜯어낸 팔에서 조금 전 자신들을 공격한 괴물들이 꾸역꾸역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미친…….”
그 광기와도 같은 모습에 신성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라.”
하지만 단탈리온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팔에서 태어난 괴물들에게 명령을 내릴 뿐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꾸득! 콰드득!
어느 틈엔가 단탈리온이 뜯어냈던 팔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자라 나왔기 때문이다.
“확실히 인간이라고 할 수 없군.”
신성일을 비롯한 가주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단탈리온을 바라봤다.
설마 뜯어낸 팔이 다시 자라날 줄이야.
하지만 신성일은 단탈리온을 계속 볼 수 없었다.
단탈리온에게 명령을 받은 검은 괴물들이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신성일을 비롯한 가주들은 단탈리온과 전투를 시작했다.
* * *
전투는 치열했다.
7성 마스터인 가주들은 만신창이가 되어가며 단탈리온과 싸웠다.
‘설마 이 정도로 강하다니…….’
신성일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자신들의 오러 해방을 한 공격을 막아 내는 것을 보고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수는 없었다.
눈앞에 있는 존재는 서울을 공격하고 있는 원흉이었으니까.
단탈리온을 막아 내고 상공에 떠올라 있는 핏빛 마법진을 파괴하지 못하면 서울은 괴멸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어떻게든 단탈리온을 쓰러트려야 했다.
거기다 다행히 단탈리온을 상대하는 건 신성일 혼자가 아니었다.
4대 명가의 가주들도 함께였으니까.
하지만…….
“인간 중에서 강하다고 해도 내 상대는 아니군.”
단탈리온은 입가에 비웃음을 띄우며 레일라를 포함한 다섯 명의 마스터를 바라봤다.
단탈리온과의 전투 중에서 정신을 차린 레일라까지 합류했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그들은 가까스로 단탈리온의 앞에 서 있을 뿐이었으니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지금 단탈리온의 머리 위에는 직경 10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구체가 떠올라 있었다.
그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단탈리온이 소환한 기괴한 괴생명체였다.
징그러운 눈과 입이 곳곳에 달려 있고, 표면에는 촉수가 돋아나 있는 괴생명체.
이 생명체로 눈앞에 있는 마스터들을 생포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럼 선언한대로 네놈들은 내 실험체로 만들어 주마.”
그렇게 단탈리온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고 했다.
그 순간,
슈아아아아아악!
단탈리온의 머리 위에 있는 괴생명체를 향해 무언가가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