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31화
언제나 하얀 정장을 입고 다니는 중년 신사, 파우스트 마그누스.
세계 초인 랭킹 1위이자 하얀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존재는 얼마 되지 않았다.
대중적으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고, 혼자 조용히 연구를 하고 있다고만 알려져 있었으니까.
헌터 협회의 고위 간부들이거나 세계 초인 랭커들 정도밖에 알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파우스트가 대한민국 서울 상공 위에서 무차별 광역 공격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거기다 수많은 마수까지 조종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사실에 레일라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을…….”
거대한 대검을 발판 삼아 공중에 떠올라 있는 그녀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지상을 내려다봤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익룡처럼 생긴 마수들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살해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 각지에서 헌터들과 초인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며 대항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인 상황.
균열 속에서 뛰쳐나오고 있는 마수의 숫자는 범상치 않았으니까.
“신에게 저항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교육을 해 주고 있는 중이지.”
“뭐라고요? 파우스트! 신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를…….”
“시끄럽군.”
파우스트는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파우스트를 향해 따지듯 말하던 레일라의 입이 닫혔다. 압도적인 마력으로 입을 막아 버린 것이다.
“나는 파우스트가 아니다. 내 이름은 단탈리온. 너희들의 신이다.”
파우스트, 아니 단탈리온은 레일라를 향해 비웃음을 흘리며 정체를 드러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숨길 필요가 없었으니까.
스스슥!
그리고 단탈리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일라의 주위로 수많은 칼날이 소환되었다.
무영창으로 그녀의 고유마법을 발동한 것이다.
슈아악!
마력으로 이루어진 칼날들이 단탈리온을 향해 쇄도했다.
“이게 검의 마법인가. 하찮군.”
단탈리온은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단탈리온을 향해 날아들던 수많은 칼날이 부서져 나가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레알라의 얼굴에 놀람이 깃들었다.
아무리 단탈리온이 초인 랭킹 1위라고 해도 8위인 레일라와 그리 큰 차이는 없어야 했다.
세계 초인 랭킹 1위인 파우스트와 8위인 레일라는 같은 7성 마스터의 존재.
10위권 내의 랭커들은 비슷한 등급의 7성 초인들이었다.
그 때문에 그들의 실력은 거의 종이 한 장 차이로 비슷비슷했다.
그러나 방금 전 단탈리온이 보여 준 능력은 확실히 랭커들보다 강했다.
레일라가 소환한 마나로 이루어진 칼날이 손짓 한 번으로 파괴됐으니까.
“실력을 숨기고 있었나요.”
레일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조금 전 공격으로 침묵에서 벗어날 수는 있었지만, 너무나도 간단히 자신의 마법이 파괴되었다는 사실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
그녀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여기서 단탈리온을 막지 못한다면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할 거라고.
분명 피해는 서울을 넘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갈 테지.
‘여기서 끝내야 돼.’
레일라는 심장에 만든 7개의 마나 서클을 돌리며 마나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허리까진 길게 내려온 그녀의 백은색 머리카락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7성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 사용할 수 있는 고유 능력이 있었다.
7성 경지의 무술가들이라면 오러 해방을.
그리고 마법을 사용하는 7서클 마법사들은…….
“마력 해방.”
순간 레일라에게서 어마어마한 마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녀의 고유 능력이 발동되었다.
마력 해방,
인피니티 블레이드.
어마어마한 기세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엄청난 숫자의 빛의 칼날이 그녀의 주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하얀 빛으로 보이는 블레이드들.
그녀 또한 양손에 마나로 이루어진 빛의 칼날을 쥐고 있었다.
이 모습 덕분에 레일라는 검의 마녀, 블레이드 위치라고 불렸다.
“여기서 당신을 막겠어요.”
레일라는 손에 쥐고 있는 하얀 빛의 검을 단탈리온에게로 향했다.
슈슈슉!
그 직후 어마어마한 숫자의 빛의 칼날들이 단탈리온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단탈리온이 강하다고 해도 마력 해방을 발동한 레일라의 무한의 검을 막는 건 어려운 일일 터!
하지만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빛의 칼날들을 바라보며 단탈리온은 비웃음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쓰레기 같은 너희 인간이 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 보나?”
단탈리온은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를 살짝 위로 들더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강하게 아래로 내려쳤다.
쿠웅!
그러자 마치 지면을 내려친 것처럼 지팡이가 멈춰 섰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콰창! 콰장창!
지팡이 끝에서 발생한 충격파는 단탈리온을 쇄도하는 빛의 칼날들을 유리처럼 깨뜨렸다.
“큭!”
그 모습을 본 레일라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레일라의 마나를 검으로 변환해서 공격할 수 있는 그녀만의 7성 고유 마법이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비록 단탈리온의 충격파 공격에 절반이나 되는 빛의 칼날들이 파괴되었지만 아직 수백 개가 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빛의 칼날들이 생성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알고 있나? 해방 능력 위에 존재하고 있는 힘을.”
단탈리온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7성이 되면 각성하게 되는 해방 능력.
당연한 소리지만 게티아들 또한 각자 해방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최소 7성 중급 이상이며 사실상 상급 이상의 존재들이었으니까.
그에 반해 레일라를 비롯한 지구의 7성 초인들은 대부분이 최하급과 하급 사이였다.
레일라는 7성 최하급보다는 높았지만 하급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게티아들의 선발대로 지구에 먼저 온 단탈리온의 경지는…….
“고유 영역 전개.”
다름 아닌 8성이었다.
그리고 8성 경지에 오른 절대자들만이 발동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고유 영역 전개였다.
7성 경지에서는 지금까지 사용해 온 검술이나 마법의 특징적인 능력을 각성한다. 그리고 8성 경지에서는 자신이 가진 심상을 현실에 구현할 수 있었다.
자신을 중심으로 고유 결계를 쳐서 아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이건…….”
레일라는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렀다.
단탈리온이 고유 영역을 전개하자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이 어두워졌으니까.
마치 갑작스럽게 우주 공간에 내동댕이쳐진 느낌이었다.
“너희 같은 하등 생물들은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지.”
그 앞에서 단탈리온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인간들과 같은 수명이 짧은 단생종들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경지.
하지만 게티아들은 수명의 한계를 초월한 존재들로 수천 년의 시간을 살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부의 감정 에너지를 약탈할수록 더 강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으며 그만큼 수명도 늘어난다.
그 때문에 게티아들이 수많은 세계를 전전하며 생명체들로부터 부의 감정 에너지들을 추출해온 것이다.
“이 안에서는 결코 도망칠 수 없다.”
단탈리온은 자신의 고유 영역을 전개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고유 영역, 텐타클 가든.
고유 영역은 시전자의 심상을 구현하는 공간.
그리고 지금 단탈리온의 심상을 구현한 고유 영역 텐타클 가든은 무수히 많은 촉수가 존재하는 기괴한 공간이었다.
그 때문에 단탈리온이 전개한 공간 내부에는 촉수처럼 생긴 검은 부정형의 생명체들이 꿈틀 거리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을 쓰러트리면 되겠죠.”
“나를 쓰러트리겠다고? 역시 인간은 어리석군.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조차 모르다니.”
단탈리온은 비웃음을 흘렸다.
이곳은 자신의 심상을 구현한 세계.
이 공간 안에서 만큼은 전지전능한 존재에 가까웠다.
그야말로 신이라고 해도 좋을 테지.
“일단 먼저 너의 자신감을 없애 주마.”
자신의 공간 안에 삼켜졌음에도 레일라의 의지가 살아 있는 건 분명 실력에 대한 자신감일 것이다.
그녀는 이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마스터 경지의 강자였으니까.
그리고 마스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해방 능력까지.
스아아악!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뱀처럼 빠르게 공간을 누비며 움직였다.
콰직! 콰장창!
그러자 레일라의 주변을 밝히고 있던 빛의 칼날들이 하나둘씩 깨지면서 사라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빠른 속도로 빛을 잃고 부서져 가는 칼날들.
그 모습에 레일라는 식은땀을 흘렸다.
마력 해방의 능력으로 빛의 칼날을 소환하는 속도보다 파괴되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단탈리온이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기이익. 기에에엑.
그뿐만이 아니라 사방에서 조금씩 기분 나쁜 괴성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두려움의 냄새가 나는군.”
단탈리온은 미소를 지으며 레일라를 바라봤다.
예상대로 빛의 칼날들을 부수기 시작하자 레일라가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
단탈리온의 말에 레일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슈아아악!
다만 사방으로 빛의 칼날들을 날렸다.
그리고 온 사방에 기괴하게 생긴 생명체들이 다가오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본 레일라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의미 없는 짓을 하는군. 이미 내 공간 안에 들어온 이상 끝이다.”
단탈리온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소환한 생명체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잠시 후, 수도 없이 많은 촉수를 가진 괴생명체들이 레일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핏빛 마법진 위에 생겨나 있는 칠흑의 구체.
단탈리온이 발동한 고유 영역, 텐타클 가든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고유 영역이 해제되면서 검은 구체가 사라졌다.
그러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단탈리온과 레일라.
고유 영역 안에서 단탈리온에게 온갖 고초를 겪은 레일라는 초췌한 모습으로 정신을 잃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입고 있던 하얀 로브는 절반 이상 찢겨나간 탓에 눈처럼 하얀 피부가 드러나 보였다.
“이제야 나왔나.”
“대체 어떤 빌어먹을 놈인지 낯짝 좀 보자.”
“각오는 하고 왔겠지.”
고유 영역을 해제하고 밖으로 나온 단탈리온을 맞이하고 있는 세 명의 인물.
50대 중년인 세 명과 6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그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 4대 명가의 정점에 있는 인물들이었다.
파천검가의 가주이자 검왕, 신성일.
나선권가의 가주이자 권왕, 이서준.
육합창가의 가주이자 창왕, 김명환.
만독가문의 가주이자 만독왕, 최대현.
놀랍게도 7성 마스터 네 명이 고유 영역 밖에서 단탈리온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참, 4대 명가의 가주들이 마중을 나와 줘서 몸 둘 바를 모르겠군.”
고유 영역을 해제하고 나온 단탈리온은 4대 명가의 가주들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
그리고 서울을 공격한 인물을 확인한 가주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파우스트 마그누스?”
“집 안에서 연구만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째서 네놈이?”
“네놈이 서울을 공격한 것이냐!”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가주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날카로운 눈으로 단탈리온을 노려봤다.
지금 눈앞에 있는 디바인 알케미스트, 파우스트 마그누스가 서울을 공격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그 때문에 단탈리온을 노려보고 있는 가주들의 눈빛에 조금씩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