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29화
목덜미 쪽에 뾰족이 솟아나 있는 정체불명의 돌기.
아니, 그건 단순한 돌기가 아니었다.
“크리스탈 조각?”
놀랍게도 월야회의 특공대원들의 목에는 작고 붉은 크리스탈 조각이 박혀 있었다.
신유현은 여전히 레이븐의 흑뢰에 마비되어 쓰러져 있는 특공대원 중 한 명의 목덜미를 살펴봤다.
“내 몸을 건드리면 죽여 버리겠다!”
광기에 찬 얼굴로 소리치는 특공대원.
하지만 신유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크리스탈 조각을 붙잡고 잡아당겨 봤다.
“아아악!”
그러자 특공대원은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를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그 모습을 본 레이븐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신경과 연결되어 있는 모양이군요.”
“그런 것 같군. 그리고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그놈들밖에 없겠지.”
자칭 신이라고 주장하는 게티아들.
지금까지 신유현은 게티아가 만든 크리스탈 장치로 마수들이 조종당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크리스탈 조각 또한 게티아가 만들었을 터.
“이 세계의 과학력으로는 만들 수 없는 물건이니까요.”
“그럼 이놈들은 게티아에게 이용당한 건가?”
“네. 하지만 조종당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단지, 인간이 가진 욕망을 해방시키고 신체 능력을 좀 더 강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 같군요.”
“뭐?”
레이븐의 말에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특공대원들을 내려다봤다.
눈앞에 있는 놈들이 게티아에게 조종당한 게 아니라 그저 욕망을 드러낸 상태였을 뿐이라니?
“그럼 이놈들이 강릉에서 벌인 모든 일은 이놈들의 본성이라는 말이야?”
“네. 이성의 제어가 느슨해진 상태라고 생각하면 되겠군요.”
“느슨해져 있다고?”
“네. 크리스탈 조각 때문에 흥분 상태이긴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조절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놈들은 그러질 않았죠.”
레이븐은 싸늘한 살기가 깃든 눈으로 특공대원들을 노려봤다.
크리스탈 조각은 마치 마약을 한 것처럼 뇌에서 엔돌핀을 뿜어져 나오게 만든다.
그로 인해 기분 좋은 흥분 상태가 되며 본능과 욕망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벗어날 수 있는 모양.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크리스탈 조각이 주는 달콤한 광기에 빠진 채 남두그룹에서 파견한 직원들을 학살하고 파괴하는 행동을 일삼았다.
“역시 용서할 수 없는 놈들이군.”
레이븐의 말에 신유현 또한 싸늘한 눈으로 특공대원들을 내려다봤다.
“네놈을 불태워 죽여 주마!”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마라!”
특공대원들은 여전히 흥분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고 되는대로 막말을 내뱉었다.
크리스탈 조각이 주는 마약과도 같은 달콤한 광기 속에 빠져 있었으니까.
“쓰고 버리는 말 취급인가.”
그들의 상태를 본 신유현은 혀를 찼다.
게티아의 의도를 알아차린 것이다.
만약 크리스탈 조각이 없었다면 특공대원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을 터.
방금 전처럼 도발이나 다름없는 말을 소리치면 자신들의 입장이 불리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크리스탈 조각에 의해 광기에 물든 그들은 욕망을 드러내며 핏발이 선 눈으로 신유현과 레이븐을 노려보고 있었다.
촤악!
신유현은 특공대원의 목덜미에 꽂혀 있던 크리스탈 조각을 무자비하게 뽑아냈다.
“끄아아아아악!”
그러자 특공대원은 눈을 뒤집으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크리스탈 조각은 목덜미를 통해서 뇌와 연결되어 있으니까.
놀랍게도 크리스탈 조각에는 가느다란 혈관 같은 단백질 촉수가 솟아나 있었다.
지구에서 볼 수 없는 우수한 생체공학이 아닐 수 없었다. 단백질 촉수를 통해서 무기물인 크리스탈 조각과 인간의 두뇌를 연결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흐으으.”
크리스탈 조각이 뽑힌 특공대원은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기분을 맛봤다.
크리스탈 조각이 꽂혀 있었을 때는 마치 마약을 한 것처럼 엔돌핀이 뿜어져 나오면서 흥분 상태로 빠져드니까.
하지만 크리스탈 조각이 뽑히면서 금단 증상과 함께 격심한 두통이 덮쳐들었다.
“어때? 이제 좀 정신이 드나? 아니지. 이게 꽂혀 있었을 때도 맨 정신이었지?”
신유현은 특공대원의 머리채를 잡아 올리며 말했다.
크리스탈 조각으로 인해 흥분 상태에 빠져 욕망대로 행동하고 있었지만 정신이 나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를 온전히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크으윽.”
특공대원은 머리털이 뽑힐 것 같은 통증에 신음을 흘렸다.
“그래서 아까 뭐라고?”
신유현은 특공대원을 내려다봤다.
조금 전 자신에게 안면을 토치로 구워버리겠다고 호언장담한 놈이었다.
“그, 그건…….”
특공대원은 낯빛이 창백해졌다.
크리스탈 조각이 주는 흥분감에 텐션이 높아져 있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자 현재 상황을 인지한 것이다.
“그, 그때는 심신미약 상태라…….”
빠악!
특공대원이 변명을 하려고 하자 신유현은 머리를 후려쳤다.
“크악!”
“심신미약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네놈들이 말하고 행동한 일들은 크리스탈 조각 때문이 아니잖아? 강릉에서 벌어진 일들은 전부 처음부터 네놈들이 하려고 한 일들이었으니까.”
“저, 저희는 이용당했을 뿐…….”
퍼억!
“컥!”
특공대원이 되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으려고 하자 신유현은 머리를 지면에 쳐 박았다.
“날 기만하는 거냐?”
신유현은 다시 특공대원의 머리를 치켜 올리며 가만히 눈을 응시했다.
“네놈이 이용을 당했든, 심신미약 상태든 그게 무슨 상관이지?”
“헉.”
싸늘하게 빛나는 신유현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제야 특공대원은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상대에게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애초에 이유 따위는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눈앞의 상대는 이유가 있든 없든 자신들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으니까.
“네놈들은 내 일을 방해하고, 내 사람들을 건드렸다. 그렇다면 각오는 되어 있겠지?”
월야회 놈들의 습격으로 인해 신유현의 계획은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남두그룹의 회장인 남현철과 협상하면서 파견한 직원들과, 그들을 호위하기 위해 신유현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현무전의 검사들 또한 살해 당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신유현은 강릉을 습격한 범인들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화르륵!
순간 특공대원의 머리에서 검은 화염이 피어올랐다.
신유현이 불사왕의 가호 스킬, 흑염을 발동한 것이다.
“끄아아아아악!”
그러자 특공대원은 지면을 뒹굴며 비명을 내질렀다.
신유현의 안면을 토치로 태워 주겠다고 말했다가 오히려 흑염에 의해 머리가 불타오른 것이다.
한동안 특공대원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땅바닥을 뒹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흑염이 꺼졌다.
“흐으으으.”
특공대원은 죽지 않았다.
신유현이 절묘하게 흑염을 조절해서 죽지 않을 정도로만 머리를 태웠으니까.
그 때문에 특공대원의 머리카락은 불타 사라졌고 눈썹도 마찬가지였다.
머리가 민둥산이 되어 버리고 얼굴에 화상을 입은 특공대원은 그대로 기절했다.
‘이놈들이 누구인지, 게티아와 어떤 관계인지 알아내야지.’
아직 신유현은 눈앞에 있는 놈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단지 일본에서 온 초인들이고 게티아와 뭔가 연관이 있다는 사실만 유추할 수 있을 뿐.
‘저쪽도 거의 다 끝났군.’
신유현은 레이븐을 바라봤다.
레이븐 또한 한 놈 한 놈 건방진 소리를 했던 특공대원들을 응징하고 있었다.
그렇게 특공대원들은 신유현과 레이븐에게 손도 한번 제대로 못 쓰고 제압당했다.
특공대원들도 나름 강자들이긴 했으나 신유현과 레이븐은 이미 6성급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신유현은 놈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강릉을 바라봤다.
현재 강릉 전역은 여전히 일본에서 온 초인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신유현이 제압한 특공대원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모두 나와.”
스스슥.
신유현의 말에 그림자 속에서 나머지 세븐 아크스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신유현의 등 뒤로 그림자가 넓게 퍼져 나가면서 보스급 소환수들과 불사 군단의 주력 스켈레톤 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유현은 자신의 소환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곳을 공격하고 있는 자들이 있다. 전부 붙잡아서 내 앞에 꿇려라.”
“마스터의 명령대로.”
신유현의 명령에 소환수 대표격인 슈브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잠시 후 신유현의 언데드 소환수들은 월야회의 특공대원들을 포획하기 위해 움직였다.
* * *
강릉을 공격하고 있던 월야회의 특공대원들은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 때문에 스켈레톤들의 피해가 꽤 나왔다.
특공대원들은 대부분이 4성이었고 5성급 강자들도 섞여 있었으니까.
하지만 세븐 아크스나 보스급 소환수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이놈들이 전부인가?”
신유현은 눈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바닥에 붙이고 있는 일본의 초인들을 내려다봤다.
숫자는 약 50명 정도.
월야회에서 투입한 특공대원들은 약 100명 정도였으나 워낙 격렬하게 저항한 탓에 절반이 사망한 것이다.
“네. 사망한 자들은 대부분 자폭 공격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스켈레톤의 피해가 좀 있었지만 전원 제압 완료했습니다.”
“피해가 커지기 전에 제압해서 다행이군. 잘했어.”
슈브의 보고에 신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유현이 빠르게 달려와서 소환수로 특공대원들을 저지하지 못했다면 강릉에서의 피해는 더욱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신유현 덕분에 그나마 빠르게 월야회 놈들을 막을 수 있었으며 많은 수의 남두그룹의 직원들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파천검가에서 달려온 현무전의 전력이 뒷수습을 하고 있는 상황.
눈앞에 있는 놈들 때문에 다친 자들을 병원으로 운송하고, 피해를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네놈들이 누구라고?”
신유현은 자신의 눈앞에서 머리를 지면에 쳐 박고 있는 인물을 내려다봤다.
강릉 상륙 작전을 실행한 특공대의 부대장 타치바나 나오키였다.
특공대를 주도적으로 이끌던 인물은 대장인 이시무라 다로도 옆에서 머리를 박고 있었지만 신유현이 턱을 박살 냈기 때문에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워, 월야회입니다.”
타치바나 나오키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몸을 떨며 말했다.
신유현의 수하인 언데드가 얼마나 강대한 존재들인지 몸으로 체감했으니까.
특히 다섯 명이 모인 세븐 아크스의 위압감은 엄청났다.
그 때문에 타치바나 나오키는 감히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월야회라.”
타치바나 나오키의 말에 신유현은 생각에 잠겼다.
역시 강릉을 공격한 초인들은 일본인들이었다.
그리고 월야회에 대해서라면 조금 알고 있었다.
“일본의 한 줌밖에 안 되는 극우 세력이 왜 강릉을 노린 거지? 네놈들에게는 강릉을 노릴 만한 힘이 없을 텐데?”
신유현은 날카로운 눈으로 월야회 놈들을 노려봤다.
마수들이 세계를 노리고 있는 위기의 상황.
각국 정부들은 어지간하면 서로 협력하는 관계였다.
그 때문에 속으로는 으르렁거려도 겉으로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일본의 극우 시민단체에 가까운 조직인 월야회가 이런 식으로 공격을 해올 줄이야.
“네놈들의 행동은 일본 정부의 의도인가?”
“아, 아닙니다. 회장님과 부회장님의 명령으로 왔습니다.”
“월야회의 단독 행동이라고?”
“그렇습니다.”
타치바나 나오키는 고분고분하게 물음에 답했다. 세븐아크스들의 압도적인 힘과 슈브가 은연중에 매혹의 힘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타치바나 나오키의 대답을 들은 신유현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건 완전 미친놈들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