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27화
바다 위를 달려오고 있는 정체불명의 베테랑 초인들.
그들이 누구인지는 모르나 목적은 유추할 수 있었다.
현장 관리 감독관인 최영호는 바보가 아니었다.
상황을 파악한 그는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대피! 일반 직원들은 물러나라!”
강릉은 노다지와 다름없는 장소.
당연히 이곳을 노리는 자들이 있을 터.
실제로 잿빛 교단인지 뭔지 하는 정체불명의 조직이 강릉의 희귀 광물들과 영약들을 노린 사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받았고, 경호원까지 배치했다.
“경호원 앞으로. 여기서 놈들을 맞받아친다.”
최영호 감독관의 명령에 배리어 코트와 각각 무기를 장비한 경호원들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부감독관 김현진이 있었다.
그들은 사실 4성 최상급에서 상급 정도의 실력을 가진 초인들이었다.
해안가 쪽 현장을 관리 담당하며 유사시에는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경호원들을 지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경호원들 또한 최소 4성 최하급 이상의 베테랑이었다.
다만 문제는 숫자였다.
해안가 쪽에 배치된 경호원들의 숫자는 대략 열 명 정도.
강릉 전역에 배치된 경호원들 숫자까지 합하면 백 명은 된다.
“지원이 올 때까지 버텨라.”
“네!”
최영호 감독관의 명령에 해안가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던 경호원들이 대답했다.
침입자들을 상대로 시간을 벌면 강릉 전역에 있는 경호원들이 달려올 테니까.
그리고 남두그룹에서 파견한 경호원뿐만이 아니라, 파천검가의 현무전에서도 3검대와 4검대 대원들을 파견했다.
그들이 올 때까지 버틴다면 침입자들을 격퇴할 수 있을 터.
‘올 테면 와 봐라!’
최영호 감독관은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감을 가졌다.
정체불명의 침입자들과 맞붙기 전까지는.
잠시 후 바다 위를 달려온 검은 옷의 침입자들이 경호원들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건방진 조센징들!”
“모두 죽여라!”
침입자들은 일본어로 소리쳤다.
“일본인?”
그들의 말에 정체를 알게 된 최영호 감독관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일본에서 공격을 해 올 줄은 몰랐으니까.
스르릉! 챙!
하지만 생각도 잠시.
일본 초인들은 일본도를 뽑으며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호원들 또한 검과 창 등등 각자 무기를 들고 반격했다.
깡! 까강!
형형색색의 오러가 흘러나오는 병장기들이 서로 맞부딪치며 불꽃이 튀어 오르고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최영호 감독관과 김현진 부감독관도 경호원들과 함께 맞서 싸웠다.
‘큭!’
최영호 감독관은 이를 악물었다.
바다 위를 달리는 모습을 보고 베테랑 초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검을 맞대자 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침입자들이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을.
‘나라도 최대한 버텨야겠군.’
최영호 감독관은 앞으로 나서며 침입자들을 상대했다.
최영호 감독관은 4성 최상급의 실력자였다. 침입자들보다 실력이 몇 단계는 더 위였다.
까가강!
정면에서 두 놈이 내려치는 일본도를 최영호 감독관은 장검으로 막아 냈다.
하지만,
스아악!
“컥!”
최영호 감독관은 신음을 흘리며 피를 토했다.
정면에서 두 명의 공격을 막아 내고, 오른쪽 옆구리를 향해 찔러 들어오는 기습까지 막아 냈지만, 왼쪽에서 기척도 없이 휘둘러진 일본도까지는 막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영호 감독관님!”
그 모습을 본 김현진 부감독관이 깜짝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하지만 그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김현진 부감독관에게도 서너 명의 침입자들이 달라붙어 있었으니까.
“크윽…….”
최영호 감독관은 검을 크게 휘두르며 침입자들을 견제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망할 놈들이.”
비록 배리어 코트로 방어하긴 했지만, 기습을 가한 놈의 실력이 범상치 않았다. 코트가 발동한 배리어를 가르고 상처를 입혔으니까.
일본도가 스치고 지나간 옆구리에서는 꾸역꾸역 피가 흘러나왔다.
‘이대로는 좋지 않아.’
예상보다도 시간을 벌 수 없을 것 같았다.
침입자들의 숫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수만 해도 20에서 30명 정도.
한두 명의 공격을 막아 내거나 쳐 내도 그 이상의 공격을 받는다면 당할 수밖에 없었다.
“크아악!”
“크윽!”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들의 배리어 코트가 공격을 버텨 내지 못하고 과부하 상태가 되었다.
그 결과 침입자들의 공격 앞에 치명상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모조리 죽여 버려라!”
“쓰레기 같은 조센징 놈들!”
침입자들은 일본어로 떠들며 경호원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경호원들뿐만이 아니었다.
“히, 히익!”
“오, 오지 마!”
어느 틈엔가 경호원들을 뚫고 해안가 안쪽까지 침투한 침입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무방비 상태인 영약을 채취하던 직원들을 공격했다.
일반 직원들 또한 초인들이긴 하지만 1~2성 수준의 비전투원들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명의 일반 직원이 일본 초인들에게 학살당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사, 살려 줘!”
일본 초인들의 일본도에 팔다리가 날아가고 목이 날아가는 일반 직원들.
그들 뒤에서 침입자들은 광기로 물든 붉은 눈을 빛내며 소리쳤다.
“죽여라! 모조리 죽여라!”
“쓰레기 같은 조센징들에게 일본의 위대함을 보여 줘라!”
일본에서 온 침입자들의 상태는 정상적이지 않아 보였다.
동공이 풀려 있는 눈동자가 붉게 빛나며 피에 굶주려 있었으니까.
“아, 안…….”
“죽어!”
스아악!
눈앞에서 학살당하기 시작하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소리치려던 최영호 감독관의 머리가 허공을 날았다.
등 뒤에서 휘둘러진 일본도가 그의 목을 가르고 지나간 것이다.
“이제부터 이 해안은 우리가 가진다! 내륙으로 진격해라!”
최영호 감독관의 머리를 날려 버린 일본인, 월야회의 특공대장인 이시무라 다로는 호기롭게 소리쳤다.
그의 명령에 의해 월야회에서 파견한 대 한국전 특공대원들이 해안가를 지나 강릉 내부로 침투를 시작했다.
그들의 목적은 파괴 공작을 비롯한 강릉의 탈취였다.
그리고 그들이 타고 온 유람선에서는 끊임없이 검은색 특공복을 입은 월야회의 초인들이 쏟아져 내렸다.
“전쟁이다. 한국 애송이 놈들.”
월야회의 회장 이시하라 마코토와 부회장 사쿠라이 신타로의 명령을 받고 한국을 침략한 이시무라 다로는 입 꼬리를 추켜올리며 비웃음을 지었다.
* * *
월야회의 침략에 강릉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해안가에서 영약을 채굴하던 약 30명 정도 되는 직원들과 경호원들은 전부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쾅! 쾅!
“모두 부셔라!”
강릉에 침투한 월야회의 특공대원들은 희귀 광물을 캐기 위해 설치해 놓은 장비들까지 파괴했다.
수억에서 수십억까지 하는 거대한 장비들이 펑펑 터져 나가며 남두그룹은 어마어마한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그 때문에 신유현도 금전적인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신유현 또한 남두그룹을 통해서 강릉에 꽤 큰 투자를 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아, 안 돼!”
“사, 살려…….”
스아아악!
월야회 특공대원들의 일본도가 빛을 발하며 휘둘러지자 남두그룹 직원들의 머리가 갈려 나갔다.
“히익!”
“왜, 왜…….”
월야회의 특공대원들은 광기로 붉게 빛나는 눈으로 남두그룹의 직원들을 학살했다.
돈은 잃어도 다시 벌면 되지만 생명은 아니었다. 한 번 잃은 생명은 다시 살아나지 못하니까.
월야회의 특공대원들은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일본도 앞에서 남두그룹 직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이미 직원들을 지켜주기 위해 파견한 남두그룹의 경호원들과 파천검가의 호위 검사들은 전멸해 있었기 때문이다.
강릉 각지에서 월야회의 공격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는 어마어마했다.
“역시 조센징들은 쓰레기들이군.”
월야회의 특공대를 이끌고 있는 대장, 이시무라 다로는 강릉의 5층 건물 옥상에서 일본도를 어깨 위에 걸치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직원들을 지키는 경호원들과 파천검가에서 파견한 호위 검사들의 실력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과 월야회 특공대와는 큰 차이가 하나 있었다.
경호원들과 호위 검사들은 강릉에 각기 따로따로 배치되어 직원들을 지켜야 했지만, 월야회의 특공대원들은 한 지역씩 집중적으로 파괴 활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경호원들과 호위 검사들은 각개 격파를 당했다.
이제 남두그룹에서 파견한 직원들이 희귀 광물들과 영약들을 채취하는 지역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
“강릉은 우리 월야회의 것이다.”
이번 침투 작전으로 투입된 특공 대원들은 약 100여 명.
본래 기존에 있던 월야회의 대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수였다.
월야회의 회장과 부회장이 뒤에서 손을 써서 지지자들로부터 지원을 좀 더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시작일 뿐이지.”
강릉 침투 작전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작전이 시작되기 전, 월야회의 회장인 이시하라 마코토는 말했다.
자신들의 최종 목적을 이루기 위해 도와주는 인물이 있다고.
그 인물이 도와준다면,
“다시 한번 한국을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어 주마.”
이시무라 다로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순간,
“응?”
이시무라 다로는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존재를 눈치 챈 후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 직후 이시무라 다로가 있던 위치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콰콰쾅!
순식간에 옥상에서부터 건물 절반이 박살이 났다.
쿠구구구궁!
뒤이어 5층 건물이 허물어지면서 무너져 내려버리는 게 아닌가?
그 때문에 이시무라 다로는 무너져 내리는 콘크리트 더미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지면에 착지했다.
그리고 쏟아져 내리는 건물 잔해들 너머로 보이는 인물을 향해 소리쳤다.
“누구냐!”
그 순간,
콰앙!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쏟아지는 건물 잔해들이 터져 나가며 무언가가 이시무라 다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네놈이냐!”
콰앙!
“커억!”
이시무라 다로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으니까.
“크아아악!”
이시무라 다로는 몸을 회전하며 수 미터 이상 허공을 날았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기습을 당했기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얼굴을 한 대 맞은 것이다.
그리고 이시무라 다로를 공격한 정체불명의 인물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감히 내가 하는 일을 방해를 해?”
칠흑의 코트와 붉은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장검을 차고 있는 스무 살 정도로 보이는 청년.
다름 아닌 신유현이었다.
신유현은 이를 갈며 멀리 나가떨어진 이시무라 다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강릉이 공격 받고 있던 소식을 듣고 소환수들을 그림자에 보관하고 빠르게 준비를 마친 후 케이론을 타고 강릉에 왔다.
그리고 상공에서 모든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순조롭게 희귀 광물들을 채취하던 장비들이 박살 나 있는 모습과, 남두그룹과 현무전에서 파견한 직원들과 호위 검사들이 살해당한 모습을.
“이 쓰레기 같은 놈이!”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분노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시무라 다로를 걷어차 올렸다.
“커억!”
그러자 이시무라 다로의 거구가 신유현의 눈앞에 튀어 올랐다.
그 상황에서 신유현은 레바테인을 검집 채로 이시무라 다로의 턱을 향해 휘둘렀다.
빠악!
“케흑!”
이시무라 다로의 턱이 돌아가면서 박살이 났다.
그리고 이시무라의 몸 또한 빙글 돌더니 그대로 바닥에 쳐 박혔다.
그런 그를 향해 신유현은 입을 열었다.
“네놈들은 누구냐?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차가운 살기가 흐르는 신유현의 말에 이시무라 다로는 몸을 살짝 떨더니 입을 열었다.
“워, 워랴회으으.”
하지만 이미 신유현에 의해 턱이 박살 난 이시무라 다로는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말 똑바로 하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