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24화 (224/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24화

어둠을 가르는 한줄기 금빛.

무너져 내리는 파편을 박차며 빛살처럼 움직인 신유현은 눈 깜짝할 사이 칠흑의 신전 입구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탐욕의 신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신전 입구에 도착하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후. 차원 이동을 하자마자 지면이 무너질 줄이야.”

신전 입구에서 신유현 고개를 뒤로 돌려 바라봤다.

처음 도착했을 때 발을 디디고 서 있던 지면과 좁은 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있는 거라고는 끝없이 펼쳐진 어둠 속에서 하얀 별빛들이 반짝이는 우주 같은 공간이 펼쳐져 있을 뿐.

신유현은 다시 신전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신전 입구를 천천히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신전 안에 펼쳐져 있는 모습을 바라본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전 내부에는 1미터 폭의 레드 카펫이 깔려 있었으며, 그 좌우에 휘황찬란하기 그지없는 보석과 황금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보물 창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장소였다.

“어마어마하네.”

신유현은 넋을 잃고 보물들을 바라봤다. 이곳에 있는 황금과 보석들을 가지고 돌아간다면 현무전의 자금력을 확 늘릴 수 있을 터.

‘진짜가 아니라는 게 문제지만.’

신유현은 아쉬운 눈으로 보물들을 바라보며 레드 카펫 위에 굴러다니고 있는 금화 하나를 주워 들었다.

신유현의 손에 들린 금화는 영롱한 빛을 내며 유혹해 왔다.

자신을 가지고 가라는 듯이.

하지만 신유현은 알 수 있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금은보화 보물들이 환영이라는 사실을.

마치 실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교한 환영이었지만, 정신이 100인 신유현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

“이런 걸로는 날 속일 수 없지.”

잠시 금화를 살펴보던 신유현은 보물들 속으로 던졌다.

휙! 채앵!

그러자 금화는 보물들과 부딪치며 소리까지 냈다.

환영과 환청까지 컨트롤 하는 정교한 환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레드 카펫의 좌우로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보물들 속에는 하얀 백골들까지 숨겨져 있었다.

분명 다른 차원에서 찾아온 방문자들일 테지.

“…….”

잠시 그들을 말없이 바라보던 신유현은 이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바닥에 깔려 있는 레드 카펫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레드 카펫의 끝에는 거대한 문이 있었다.

그곳에 도착한 신유현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쌔애액!

그 순간 신유현의 S급 고유스킬 기척감지에 무언가가 빠르게 쇄도해 오는 것이 걸렸다.

“화살?”

문을 열자마자 천장에서 신유현의 정수리를 향해 강철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부비트랩인 모양.

하지만,

티티팅!

신유현을 노리고 기습적으로 떨어져 내린 강철 화살들은 DF 코트 마트2의 공간 왜곡에 의해 비껴갔다.

“과연 이번에는 함정 지대인가?”

신유현은 입 꼬리를 치켜올렸다.

문 너머에는 다양한 장식들이 있는 긴 복도가 이어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후우웅. 후우웅.

복도 천장에 달려 있는 긴 쇠사슬에 초승달 모양의 거대한 칼이 붙어서 앞뒤로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닌가?

마치 올 테면 와 봐라, 라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속이 시커멓긴 하네.”

차원 이동으로 도착하자마자 바닥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시스템 스킬을 금지 당했다.

거기에 신전 안에는 금은보화가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아마 레드 카펫을 벗어나서 좌우에 있는 보물들을 향해 뛰어들었다면 숨겨져 있던 함정들이 발동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보물들 속에 있던 백골들은 금은보화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갑작스럽게 발동한 함정에 당한 존재들일 터.

그리고 지금 눈앞에서 도발하듯이 복도 중심에서 앞뒤로 흔들리며 움직이는 초승달 모양의 거대한 칼도 마찬가지였다.

초승달 모양의 거대한 칼을 피하려면 복도 벽에 붙어서 지나가야 했다.

하지만 당연히 복도 벽에도 무언가 함정이 숨겨져 있을 터였다.

방금 전 천장에서 머리를 노리고 쏘아진 강철화살들처럼 말이다.

“이걸 만든 건 레이븐이겠지.”

세븐 아크스들은 스스로 신전에 자신들을 봉인했다.

그리고 초대 불사왕이 계승자에게 시련의 탑을 공략하도록 준비했듯이 세븐 아크스들도 자신들의 봉인을 풀기 위한 안배를 해 둔 것이다.

다만 슈브가 있던 신전은 카오스 신에게 점령당해 있었던 모양이지만.

신유현은 복도 중간쯤에서 움직이고 있는 초승달 모양의 거대한 칼을 노려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슈슈슉!

그 순간 신유현이 한걸음 발을 내딛었을 뿐인데, 복도 벽 좌우에서 작은 독침들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독침들은 신유현의 몸에 닿지 못했다.

DF 코트 마크2의 공간 왜곡장을 뚫지 못하고 궤도가 휘어졌으니까.

‘역시 성능이 엄청 좋네.’

신유현은 자신의 코트를 내려다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지간한 원거리 기습 공격은 디스토션 필드 코트 마크2의 공간 왜곡장에 의해 튕겨 나갔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확실히 성격이 좋다고는 할 수 없겠군. 복도에 숨겨져 있는 함정도 많은 것 같고.’

복도 중심에서 움직이고 있는 거대한 초승달 칼은 미끼였다.

복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초승달 칼에 시선과 신경을 쓰고 있다간 숨겨져 있는 함정에 당하도록 교묘하게 설계되어 있었으니까.

‘그럼.’

잠시 다리를 구부린 신유현은 그대로 지면을 박차며 도약했다.

슈슈슉!

그러자 신유현의 움직임에 맞춰서 복도 벽 좌우에서 숨겨져 있던 화살들과 독침들이 쏘아졌다.

하지만 그보다 신유현의 도약 속도가 더 빨랐다.

신유현이 지나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화살들과 독침들이 지나쳐갈 뿐이었다.

그나마 신유현의 좌우를 노리고 날아든 화살들과 독침들은 DF 코트 마크2의 공간 왜곡장에 궤도가 휘어졌다.

‘초승달 칼 옆을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위를 뛰어넘으면 되지.’

신유현은 공중을 도약한 후 스카이스텝을 사용하면서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복도는 폭이 약 3미터 정도, 높이는 약 6~7미터 정도 되었기 때문에 움직이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그리고 복도의 함정은 초승달 칼 옆을 빠져나가는 걸 전제로 설치되어 있을 터.

보통 일반적으로 초승달 칼을 뛰어 넘어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역시 3미터 위로는 함정이 없군.’

실제로 신유현이 도약하고 3미터 이상 공중에서 스카이 스텝을 밟으며 앞으로 나가고 있었지만 함정이 발동되지 않고 있었다.

즉, 3미터 이상 높이에는 함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이대로 넘어간다면…….’

함정 복도를 빠르게 돌파할 수 있었다.

철컥철컥!

앞뒤로 움직이고 있는 초승달 칼 위를 넘어가려는 순간, 신유현의 귀에 기계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좌우 복도 벽 일부가 열리면서 가로로 눕혀진 반경 2미터 정도 크기의 원형 톱날이 절반 정도 모습을 드러내면서 튀어 나오는 게 아닌가?

“아니, 이게 여기서 나온다고?”

초승달 칼을 뛰어넘기 직전이었던 신유현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원형 톱날을 바라보며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

문제는 원형 톱날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위아래 50센티 간격으로 복도 좌우 벽에서 지그재그로 4개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키이이잉!

이윽고 격렬하게 회전하면서 신유현을 맞이하는 원형 톱날들.

원거리 공격이 아니었기에 DF 코트 마크2로 흘려 낼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피해 갈 수도 없는 상황.

신유현은 재빨리 원형톱날들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그러자 신유현의 손바닥에서 마나로 이루어진 하얀 실이 구현화되며 원형 톱날들을 향해 달라붙기 시작했다.

고유 특성, 아라크니아에 붙어 있는 고유스킬 중 하나인 거미줄이었다.

콰가가가가각!

하얀 실은 회전하는 원형 톱날에게 갈려 나갔다.

하지만 하얀 실은 무수히 많았다.

거기다 마나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강도가 높았고 끈끈하기까지 했기에 원형 톱날들의 회전을 서서히 멈춰 갔다.

끼긱! 끼기긱!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실로 뒤덮인 원형 톱날들은 거친 소음을 내며 멈춰버렸다.

쌔애액!

이윽고 신유현은 회전을 하기 위해 힘을 쓰고 있는 원형 톱날들을 향해 불꽃의 마검 레바테인을 휘둘렀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이식(二式), 파쇄(破碎).

콰창!

검은 오러와 흑염이 피어오르는 레바테인으로 파천검법 두 번째 초식을 펼치자 원형 톱날들은 마치 유리처럼 깨져 나갔다.

파쇄는 장비를 파괴하는데 특화된 초식이었으니까.

그렇게 모든 원형 톱날들을 부순 신유현은 빠르게 초승달 칼을 뛰어넘으며 복도 바닥에 착지했다.

[경고! 침입자의 위험 레벨을 재측정 합니다. 위험 레벨 MAX. 자동 방어 시스템을 발동합니다.]

그 순간 복도 전체에 기계음이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촤라라라락!

복도의 천장과 벽, 바닥이 반전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신유현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불과 조금 전까진 다양한 함정들이 숨겨져 있는 고대 유적의 복도 같은 고전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대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철컥철컥!

이윽고 복도 천장이 열리면서 자동 방어 무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총처럼 생긴 무기였다.

키리릭!

모습을 드러낸 무기들은 곧바로 신유현을 조준했다.

지이잉!

그 직후 신유현을 향해 푸른 열선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자동 포탑이라고?”

신유현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푸른 레이저를 피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동 방어 무기들에게서 마나가 느껴졌기에 마도 공학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 신유현에게 날아든 열선도 마나포였다.

“이런 것까지 있을 줄이야.”

예상치 못한 공격에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동 포탑들의 열선 공격은 꽤 성가셨으니까.

‘그나마 얼마 남지 않아서 다행인가?’

이제 복도 끝에 있는 문과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복도를 벗어날 수 있었다.

신유현은 숨을 길게 내쉬며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이잉!

그 순간을 노리고 푸른 열선이 신유현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신유현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푸른 열선을 피해냈다.

S급 고유스킬 기척감지 덕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분할 사고 스킬까지 사용하면서 집중하기 시작하자 주변 상황이 눈에 잡힐 듯 느껴졌다.

지잉! 지이잉!

이윽고 앞으로 나아가는 신유현을 향해 날아드는 푸른 열선들.

하지만 신유현은 몸을 슬쩍슬쩍 움직이며 종이 한 장 차이로 열선들을 피했다.

그 때문에 열선에 의한 화상을 입어야 했지만, DF 코트 마크2의 공간 왜곡장 덕분에 푸른 열선들은 궤도가 휘어지면서 멀리 나가떨어졌다.

그렇게 신유현은 푸른 열선들을 살짝살짝 피해내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전진해 내갔다.

스스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본 스피어를 시전했다.

신유현의 머리 위에 생성되기 시작하는 하얀 뼈창들.

쌔애액!

이윽고 하얀 본 스피어들은 자동 방어 포탑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쾅! 콰쾅!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에 자동 방어 포탑들의 열선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 스피어들은 날아가 박혔다.

그 때문에 자동 방어 포탑들이 부서지기 시작하면서 열선들의 공격도 줄어들었다.

잠시 후, 신유현은 복도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후.”

자동 방어 포탑들의 열선을 피하면서 반격까지 한 신유현은 살짝 긴장을 풀며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남은 건, 복도 끝에 있는 거대한 강철 문뿐.

이 너머에 염정성의 집행자이자 흑의 재상인 레이븐이 있을 테지.

“그럼 가 볼까.”

끼이익.

신유현은 천천히 강철 문을 밀어내며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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