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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222화 (222/258)

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22화

“염정성의 집행자이자 흑의 재상 레이븐과 무곡성의 수호자이자 데몬 팔라딘 그리프, 그리고 파군성의 심판자이자 백은룡인 오르페가 남았네요.”

“……만만치 않은 존재들인 것 같군.”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만약 그들이 마스터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듣도록 해 드릴 테니까요.”

걱정스러운 신유현의 말에 슈브는 검은 공막을 배경으로 금색 눈을 위험하게 빛내며 말했다.

그 후 언제나 그렇듯 신유현을 향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위험한 존재였다.

인간이 아닌 악마였으니까.

그리고 거문성의 지배자라는 세븐 아크스로서의 칭호뿐만이 아니라 어둠의 뒤를 걷는 자나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어둠의 화신이라는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칭호들 또한 가지고 있었다.

세븐 아크스 중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에게서 받은 비밀 열쇠가 있었지.’

슈브의 칭호를 떠올린 신유현은 4성 유니크 보스 이자르를 쓰러트리고 난 후 치명적인 에러가 발생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시스템이 정지했다.

그리고 그녀의 메시지를 받았다.

차원의 저편에서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이 보낸 메시지를.

그뿐만이 아니라 비밀 열쇠도 함께 받았었다.

비밀 열쇠는 디아가 가진 아공간에 엄중 보관시켜 놓은 상태였다.

‘6성이 되면 사용할 수 있다고 했었지.’

현재 신유현은 6성 최하급.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비밀 열쇠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너무 위험해.’

비밀 열쇠를 사용하면 차원을 넘어서 어둠의 여신이 있는 방으로 갈 수 있었다.

문제는 여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과거 신유현은 시련의 탑에서 얻은 보상품들이 신들이 사용하던 물건으로 보였기에 슈브에게 한번 물어본 적이 있었다.

신들에 대해서 알고 있냐고.

하지만 그때 슈브는 신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하면서 말을 얼버무렸었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신들에 대해 파고드는 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슈브가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 건 무언가 이유가 있을 테니까.

거기다 그때는 힘도, 장비도 부족하던 4성 초인에 지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설급 장비만 4개였고, 무엇보다 6성이 된 상황.

그럼에도 다른 차원의 신들에 대해 물어보는 건 위험할지는 모르나 한 명의 여신에 대해 물어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 터였다.

“슈브.”

“네.”

“혹시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에 대해 알고 있어?”

“…….”

신유현의 질문에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던 슈브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

그리고 드물게 당황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분에 대해서 어떻게?”

‘그분?’

예상치 못한 대답에 신유현은 흠칫 놀랐다.

슈브가 그분이라고 불렀다는 말은 단순히 정보로써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직접적으로 무슨 연관 관계가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분에게서 선물을 받은 게 있거든. 지금은 디아가 가지고 있지.”

“선물이요? 그리고 그걸 디아가 가지고 있다고요?”

슈브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디아, 이 아이는 왜 그런 중요한 사실을 말하지 않은 건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탄식하듯 중얼거리는 슈브.

그리고 다시 신유현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여신님에게서 무슨 선물을 받으셨나요?”

“여신을 만날 수 있는 비밀 열쇠야. 6성이 되면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던데.”

“비, 비밀 열쇠!?”

순간 슈브의 표정에 금이 갔다.

신유현의 말이 꽤나 충격적이었던 모양이었다.

“절대로 사용하지 마세요!”

“역시 위험한 존재인건가?”

“네. 아주 위험해요.”

“그럼 어둠의 여신을 만나는 건 보류해야겠군.”

신유현은 슈브의 반응을 보고 바로 결정을 내렸다.

언제나 상냥한 미소와 느긋한 표정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하던 슈브가 굉장히 위험하다면서 반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만큼 ‘형용할 수 없는 어둠의 여신’은 위험한 존재일 터.

‘절대로 만나게 해서는 안 돼.’

슈브는 어둠의 여신과 신유현이 만나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어둠의 여신은 불사왕의 계승자를 노리고 있었으니까.

그녀와 만난다면 신유현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더욱이 그녀의 방으로 갈 수 있는 비밀 열쇠라니.

그녀의 방에 신유현이 가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신유현이 가진 정기가 전부 빨려 나가게 될 것이다.

“앞으로 비밀 열쇠는 제가 관리하도록 할게요. 그리고 디아에게도 한 소리 해야겠네요. 지금까지 이런 중요한 걸 가지고 있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니.”

“그 정도로 위험해?”

“네.”

신유현의 물음에 슈브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신유현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비밀 열쇠는 좀 더 강해진 다음에 사용하던가 해야겠군.’

“알았어. 그럼 비밀 열쇠는 당분간 맡겨둘게.”

신유현은 순순히 슈브의 말에 따랐다.

신유현이 신용할 수 있는 인물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럼 이제 난 좀 쉬었다가 티르달을 만나봐야겠군.”

신유현은 오늘 중으로 다음 세븐 아크스를 회수하러 갈 생각이었다.

슈브를 만나러 갈 때는 4성이 되어야 갈 수 있었지만, 루베르 때부터는 제약이 없었다.

다만, 슈브가 봉인에서 풀려 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루베르가 있는 차원의 문을 여는데 시간이 좀 걸렸을 뿐.

당시 신유현이 약하다는 사실도 한몫했다.

신유현의 강함에 따라 세븐 아크스들 또한 제한된 능력이 풀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유현이 6성이 된 덕분에 다른 세븐 아크스들 또한 6성급이 되었다.

당장 티르달만 해도 능력 제한을 받고 있는 중이었지만 6성이었다.

그 덕분에 티르달의 경우 봉인이 풀린 지 아직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다음 세븐 아크스가 있는 차원으로 갈 수 있는 문을 열어 줄 수 있었다.

“네. 그럼 중간까지 동행할게요.”

평상시 모습으로 돌아온 슈브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신유현의 팔에 팔짱을 꼈다.

그렇게 신유현은 슈브와 함께 지하 연무장을 나섰다.

* * *

일본 시민 단체, 월야회.

극우파 중심인 단체로 일본 제국주의와 엘리트주의를 가지고 있으며 자국민 우월주의 또한 가지고 있는 초인집단이다.

겉으로는 시민 단체이나 실질적으로는 헌터들의 대형 길드에 가까웠다.

길드에 소속된 헌터들과 마찬가지로 던전이 발생하면 마수들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공략을 해 오고 있었으니까.

월야회는 던전 공략을 통해 발생한 수입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리고 극단적인 우파 성향으로 인해 월야회는 한국을 일본보다 못한 국가로 보고 혐한 발언을 쏟아 내고 있는 단체이기도 했다.

거기다 도를 넘은 막말성 망언들로 인해 일본 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월야회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여전히 제국주의의 향수에 젖어 한국 초인들을 일본이 지배해야한다는 소리를 하며 꾸준하게 선동 중이었다.

“멍청한 정치가 놈들 같으니!”

월야회의 장원 별채.

다다미가 깔려 있는 일본식 큰 방에서 대낮부터 혼자 일본주를 마시고 있는 인물들이 있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내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였다.

그들은 다름 아닌 월야회의 회장과 부회장이었다.

“한국이 커가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건가? 한국 놈들은 야생동물이나 같지. 대화로는 해결을 볼 수 없는 민족이라고!”

월야회의 회장, 이시하라 마코토는 술이 조금 취했는지 격앙된 어조로 소리쳤다.

“그럼요. 그럼요. 한국 놈들이 어디 보통 독한 놈들입니까?”

그리고 이시하라 마코토에게 일본주를 따라주며 맞장구를 치는 40대 초반의 사내가 있었다.

그는 월야회의 부회장인 사쿠라이 신타로였다.

“당장 한국을 견제해도 모자를 판에 감히 나를 무시해?”

이시하라 마코토는 혼자 씩씩 대며 일본주를 한잔 들이켰다.

그는 겉으로는 일단 극우시민단체인 월야회의 회장이나 일본의 정치가이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의 위험성을 설명하며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그가 한국뿐만이 아니라 일본에 대해서도 도를 넘은 망언을 계속 해 왔다는 사실이었다.

‘부락민 출신 같은 자가 덴노를 보좌한다면 일본은 그대로 망할 것이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서 전두엽이 퇴화해 있기 때문에 정치를 맡겨서는 안 된다!’

‘노인은 어서 죽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여성이 생식능력을 잃고 살아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아내를 혼내라!’

‘자식을 때리는데 겁내지 마라!’

이렇듯 이시하라 마코토는 자국 정치가들을 무시하고, 성차별적인 발언과 육아에 대해서도 도를 넘은 망언들로 인해 일본 내에서 외면 받거나 무시 받고 있었다.

일본의 다른 정치가들도 마찬가지.

정신이 나간 것 같은 헛소리들을 계속 하고 있었으니까.

“한국 초인들은 던전을 공략해서는 안 돼. 우리 일본이 해야지! 그걸 일본 정치가 놈들이나 다른 초인들은 모르고 있단 말이야.”

이시하라 마코토는 대표적인 혐한 인물이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한국의 초인들을 일본의 이름 아래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거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을 때처럼.

그리고 그는 여전히 한국을 일본의 식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용서할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한국 놈들이 철화단을 괴멸시키다니…….”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일본 빌런 조직, 철화단.

이시하라 마코토는 철화단을 활동을 남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월야회는 그래도 명색이 시민 단체였다.

그 때문에 철화단처럼 대놓고 범죄를 저지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이시하라 마코토가 아무 생각 없이 막말을 내뱉어도 최소한 사리분별을 할 정도의 머리는 있었으니까.

“빌어먹을 파천검가 놈들. 철화단을 통해서 한국을 견제하려 했었는데.”

이시하라 마코토는 철화단과 접촉해서 한국을 견제하려 했었다.

한국의 초인들이 던전을 공략하기 전에 먼저 움직여서 던전의 부산물을 얻는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 전에 먼저 철화단이 괴멸한 게 아닌가?

그것도 한국의 초인 가문인 파천검가에 의해서.

“자자. 회장님. 그렇게 화내지 말고 한 잔 더 마세요.”

“에잉.”

이시하라 마코토는 일본주를 한잔 또 쭉 들이켰다.

술기운이 올라오자 그래도 화가 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하등한 조센징 놈들이 마수들을 점령한 지역을 우리보다 먼저 탈환하다니. 파천검가는 장차 일본의 큰 위협이 될 테지.”

이시하라 마코토는 혀를 찼다.

그는 7성 마스터이자 검왕이 존재하는 파천검가는 큰 위협이 될 거라고 일본 정치가들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동안 이시하라 마코토가 해 온 말들이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이시하라 마코토 또한 과격하게 한국과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우리 월야회를 빌런 조직으로 낙인찍겠다고?”

점점 더 과격해지는 월야회의 발언과 행동에 일본 정치가들도 칼을 빼들었다.

시민단체인 월야회를 빌런 조직으로 취급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그 때문에 울화통이 터진 이시하라 마코토는 대낮부터 월야회의 장원 별채에서 술을 퍼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정치가들이란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자신들의 안위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리석은 짓이라고 해도 마다하지 않지요.”

“그렇지. 그래서 그 놈들은 안 되는 거야.”

사쿠라이 신타로의 말에 이시하라 마코토는 맞장구를 치며 서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그렇게 서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시하라 마코토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데 여자는 왜 안 오는 거야? 부른 지 좀 지난 거 같은데.”

“그렇네요. 벌써 왔어야 하는 시간인데…….”

서로 술을 퍼마시며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순간,

“여자는 오지 않는다.”

방안에서 갑작스럽게 울려 퍼진 중저음의 목소리에 이시하라 마코토와 사쿠라이 신타로는 몸이 굳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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