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21화
격멸의 충격파가 글라스 와이번의 머리를 강타했다.
하지만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충격파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었다.
다만, 충격파에 튕겨서 빠른 속도로 지면을 향해 떨어져 내릴 뿐.
콰아앙!
이윽고 글라스 와이번이 지면과 격돌하자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흙먼지와 돌무더기들이 치솟아 올라왔다.
그때 신유현이 소리쳤다.
“공격해!”
신유현의 외침에 공격 준비에 들어가 있던 보스급 소환수들이 글라스 와이번을 향해 스킬을 날리기 시작했다.
헤카톤 하이퍼 비틀.
고유스킬, 초진동파!
키이잉! 파아앙!
가장 먼저 상공에서 케이론이 글라스 와이번을 향해 공간을 가르며 푸른 파장을 날렸다.
스켈레톤 드래곤.
고유스킬, 블레이저 브레스.
슈아아아악!
뒤이어 스켈레톤 드래곤이 푸른 광선 같은 브레스를 토해 냈다.
레드 제너럴 앤트.
고유스킬, 인페르노 버스터!
푸화아아악!
이어서 레드 제너럴 앤트가 손에서 진홍의 화염을 쏘아 냈다.
헤비 아머 앤트.
고유스킬, 매그넘 블래스터!
번쩍! 슈아아아아악!
다음은 지상에서 헤비 아머 앤트가 등에 달고 있는 두 개의 포신에서 푸른 마나포를 발사했다.
데스스토커.
고유스킬, 스콜피온 데스 브레이커!
쌔애애액!
헤비 아머 앤트에 이어 데스스토커가 꼬리 끝에서 푸른 마나포를 글라스 와이번을 향해 날렸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지면과 격돌한 글라스 와이번을 향해 보스급 소환수들의 고유스킬이 쇄도했다.
콰콰콰콰쾅!
직후 글라스 와이번이 있는 장소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붉은 폭염 속에서 터져나간 지면의 파편들이 튀어나왔다.
거기다 어마어마한 폭발에 보스룸 안의 공기가 진동하고 지면이 뒤흔들렸다.
‘이건 좀 심했나?’
상공을 날고 있는 케이론의 등 위에서 지면을 내려다보던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붉은 화염과 검은 폭연이 가라앉으면서 글라스 와이번이 있던 장소가 처참하게 파괴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보스급 소환수들의 일점 집중 공격에 글라스 와이번이 있던 장소는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무려 직경이 1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었으니까.
“흔적도 없이 사라졌네.”
신유현의 마안들에 의해 앞을 보지 못하고 움직일 수도 없었던 글라스 와이번.
5성 보스급 소환수들의 공격에 글라스 와이번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상공에서 주변을 살피던 신유현은 케이론과 함께 지면에 착륙했다.
[축하합니다! 6성 보스 글라스 와이번을 격파하셨습니다!]
그때 신유현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역시 아무리 물리 공격에 강하고 6성 보스라고 해도 5성 보스급 다섯 마리의 집중 공격에는 버틸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축하합니다! 시련의 탑 4층 기계장치의 공장을 공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목걸이, 트와일라잇 아울을 지급합니다!]
“목걸이라고?”
신유현은 메시지와 함께 손 안에서 푸른빛을 내며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목걸이를 바라봤다.
황금빛 줄에 날카롭고 강인한 인상을 가진 수리부엉이 장식이 달려 있는 여신의 목걸이.
전체적으로 공들여 세공한 고급스러워 보이는 목걸이였다.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목걸이, 트와일라잇 아울.]
타입: 목걸이.
등급: 전설(SSS).
상태: 귀속.
패시브 스킬: 마나 재생(SS).
액티브 스킬: 부엉이 소환(S).
“역시 시련의 탑을 공략하는 게 맞았군.”
시련의 탑 4층을 공략하고 받은 목걸이를 확인한 신유현은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미네르바의 목걸이는 신유현에게 딱 필요한 보상품이었기 때문이다.
‘마나 재생이라.’
신유현에게는 초재생이라는 A급 스킬이 있었다.
초재생의 효과는 빠른 체력 회복과 마나 회복이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초재생 덕분에 위기의 순간을 몇 번이나 넘겼는지 모른다.
거기다 마나 회복 효과도 붙어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도움이 컸다.
하지만 등급이 상승할수록 마나 소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당장 시련의 탑 4층을 공략할 때도 신유현은 마나 부족 현상을 겪었다.
아무리 마나소모가 큰 마법을 사용했다고 해도 말이다.
‘마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신유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스킬들과 파천검법의 초식을 펼치는 데만 해도 상당한 마나가 소모된다.
또한 흑염이나 오러의 마나 소모가 크지 않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발동시켜야하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마나 부족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언데드를 소환하거나 유지하는데 필요한 마나의 소모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
그런데 이번 시련의 탑 4층 공략 보상으로 마나를 재생시켜 주는 스킬이 붙은 목걸이를 얻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초재생보다 등급이 높아.’
초재생 또한 사기적인 스킬이긴 했지만 A등급이었다.
그에 반해 미네르바 여신의 목걸이, 트와일라잇 아울에 붙은 마나회복 스킬은 무려 SS급으로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제 앞으로 마나가 부족해질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나가 급속도로 차오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부엉이 소환은 뭘까?’
신유현은 트와일라잇 아울에 붙어 있는 액티브 스킬, 부엉이 소환을 발동시켜봤다.
번쩍!
순간 목걸이의 수리부엉이 장식에서 금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반투명한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부엉! 부엉!
여신의 목걸이 속에서 튀어나온 수리부엉이는 신유현의 머리 위를 맴돌며 날아다녔다.
“이건…….”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머리 위를 날고 있는 수리부엉이의 시야가 눈앞에 펼쳐졌으니까.
즉, 수리부엉이가 보는 장면을 신유현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박이네.”
신유현은 자신의 어깨 위로 날아와서 앉은 수리부엉이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수리부엉이는 고작해야 신유현의 머리정도 크기로 상당히 작은 편이었다.
일반적인 수리부엉이보다도 작았다.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정찰용으로 쓰기 좋겠군.’
여신의 목걸이에서 나온 수리부엉이는 크기도 작은데다가 놀랍게도 은신 스킬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적 진영 정찰이나 언데드 군단을 운영할 때 전황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보는 게 가능했다.
시야 공유 스킬도 가지고 있었으니까.
‘역시 시련의 탑 보상품들은 사기적이란 말이야.’
신유현은 물끄러미 미네르바 여신의 목걸이, 트와일라잇 아울을 바라봤다.
이 목걸이 또한 분명 전대 불사왕이 구해 온 것일 터.
‘대체 어떻게 구한 걸까?’
지금까지 시련의 탑 공략 보상으로 얻은 물품들은 전설 등급으로 9성급이었으며 실제 성능 또한 9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보통 던전 보상품은 제한이 걸려 있어서 유니크 이상의 아이템은 착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련의 탑에서 얻은 보상품들은 전설 등급으로 9성급이며, 성능 또한 9성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물건을 아무 제한도 없이 사용할 수 있을 줄이야.
정말 신들이 사용하던 물건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설마 신들에게 삥 뜯은 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한 신유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세븐 아크스를 이끌던 전대 불사왕이라면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신들의 장비를 강탈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어쨌든 이제 다음 세븐 아크스를 회수하러 가 봐야겠군.’
남연아에게 받은 DF 코트 마크2의 방어 성능이 좋다는 사실을 검증했고, 미네르바 여신의 목걸이에 붙어 있는 마나 재생 스킬은 굉장히 좋았다.
이 두 개라면 다음 세븐 아크스가 있는 신전을 공략하는데 큰 도움이 될 터.
‘게티아를 상대하기 전에 최대한 전력을 늘려야지.’
그러기는 위해서 일주일마다 바로바로 시련의 탑을 공략하고, 세븐 아크스들이 봉인되어 있는 신전들을 찾아서 회수할 생각이었다.
“그럼 이제 돌아가 볼…….”
부엉부엉!
뀨뀨!
그때 신유현이 전이반지를 발동해서 돌아가려는 찰나, 수리부엉이와 까망이가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수리부엉이와 까망이는 신유현의 얼굴을 중앙에 둔 채 서로 고개를 내밀고 노려보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서로 신유현의 어깨 위치를 바꿔가면서 난리법석을 피웠다.
아무래도 신유현의 어깨를 두고 쟁탈전을 벌려서 독점하려고 하는 모양.
“뭐하냐, 너희들?”
부엉!
뀨뀨!
수리부엉이와 까망이는 서로를 노려보며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차지하고 있는 신유현의 어깨 위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녀석들 사이좋게 지내야지.”
신유현은 수리부엉이와 까망이의 목덜미 부분을 붙잡아 올리며 입을 열었다.
“서로 자꾸 싸우면 오늘 저녁은 없다. 마정석 안 줄 거야.”
뀨?!
그 말에 까망이는 마치 총 맞은 비둘기와 같은 표정으로 화들짝 놀라면서 몸을 바르르 떨었다.
“너도.”
신유현은 수리부엉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수리부엉이 또한 일종의 소환수로 마정석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데 마정석을 주지 않겠다니?
부엉.
신유현의 말에 수리부엉이는 고개를 숙였다.
‘이거 참. 소환수 친목회라도 한번 해야 하나?’
수리부엉이와 까망이가 귀엽게 반성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신유현은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 * *
시련의 탑 4층을 공략한 신유현은 전이반지를 발동해서 다시 지하 연무장으로 돌아왔다.
시련의 탑에서는 시간이 굉장히 느리게 흐르기 때문에 별반 달라진 건 없었다.
“4층 공략 축하드려요.”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언제 왔지?”
신유현은 속으로는 놀랐으나 겉으로 내색하지 않은 채 몸을 돌리며 말했다.
시련의 탑에 가기 전, 지하 연무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시련의 탑을 공략하고 오는 동안 지구에서는 고작 몇 초 정도로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았다.
그런데 슈브가 지하 연무장에 있을 줄이야.
“조금 전에 왔어요. 이제 4층까지 공략하셨군요.”
“그래. 이제 3층이 남았군.”
“마스터라면 시련의 탑을 전부 공략할 수 있으실 거예요.”
슈브는 신유현을 바라보며 언제나처럼 상냥한 얼굴로 말했다.
“그전에 게티아가 가만히 있어 줬으면 좋겠지만 말이야.”
시련의 탑은 총 7층까지 있었다.
그리고 각 층을 공략하고 지구 시간 기준으로 일주일은 지나야 다음 층에 입장이 가능했다.
만약 시련의 탑 공략에 실패한다면 또 다시 일주일이 지나야 재입장 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층수는 3층.
적어도 3주는 지나야 시련의 탑을 공략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 동안 게티아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알 수 없었다.
게티아가 뒤에서 암약하고 있던 잿빛 교단의 핵심 간부들과 정예 신도들을 박살내버렸으니까.
그 때문에 게티아 쪽에서 움직임을 보일 수 있었다.
그 전에 먼저 총대장인 알렉산더를 비롯한 간부들에게서 정보를 얻어낸 후, 게티아를 기습할 계획이었다.
“오늘은 이제 무엇을 하실 건가요?”
“좀 쉬었다가 다음 세븐 아크스를 만나러 갈 거야.”
“다음 세븐 아크스인가요?”
“응. 그러고 보니 이제 남아 있는 세븐 아크스들은 어떤 존재들이지? 그리고 티르달 다음에 만날 수 있는 세븐 아크스는 누구야?”
신유현은 슈브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사실 세븐 아크스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듣지 못했다.
차례대로 만나러 갈 세븐 아크스에 대한 이야기만 조금 들었을 뿐이었으니까.
특히 티르달 다음으로 만나러 갈 세븐 아크스가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다.
신유현의 질문에 슈브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네요. 이제 남아 있는 세븐 아크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