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219화
남연아로부터 디스토션 필드 코트 마크2를 전달 받은 신유현은 현무전 지하 연무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머지않아 잿빛 교단을 뒤에서 조종하는 게티아와 싸우게 될 터.
그때 유리하게 싸우기 위해서는 좋은 장비가 필요했다.
그리고 시련의 탑을 공략하면 전설급 장비를 얻을 수 있었다.
‘시련의 탑 장비가 사기적인 건 착용제한이 없다는 사실이지.’
SSS 전설급 장비의 등급은 무려 9성급.
본래라면 신유현의 등급에서는 착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시련의 탑에서 공략 보상으로 받은 전설 장비들은 제한 없이 착용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신유현은 시련의 탑 3층을 공략하고 일주일이 지나면 바로 4층을 공략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잿빛 교단의 대규모 습격 사건 때문에 뒤처리로 할 일이 많아서 잠시 미뤄 둘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시련의 탑 4층을 공략하려면 6성급 방어구가 있는 게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하여 남연아가 DF 코트 마크2를 완성하기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까망아.”
뀨!
신유현의 부름에 그림자 속에서 귀여운 소리를 내며 까망이가 튀어 올랐다.
신유현의 몸을 타고 열심히 기어오른 까망이는 어깨 위에 올라탔다.
“그럼.”
신유현은 시련의 탑으로 갈 수 있는 전이반지를 발동시켰다.
[시련의 탑 4층으로 이동합니다.]
그러자 전이반지에서 은빛이 터져 나오며 신유현은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과 함께 공간이동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지하 연무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 착지한 신유현은 전이반지에서 터져 나온 은빛이 사라지자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가 4층인가? 이번에도 참 알 수 없는 장소로 왔군.”
지난 번 3층은 안개가 자욱한 평원이었으나, 이번 4층은 어마어마하게 큰 대형 창고 같았다.
아니, 창고는 아니었다.
[시련의 탑 4층 기계장치의 공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대형 자동화 공장이라니…….”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시끄러운 소리와 공장 특유의 냄새가 가득한 공간.
좌우에는 제작기나 조립기 같은 여러 공장 자동화 기계 설비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기계설비에서 제작되어 나온 알 수 없는 기계 부품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공장 안으로 이동 중이었다.
[시련의 탑 4층 공장을 공략하십시오. 단 기계장치의 공장에서는 물리공격이 통하지 않습니다.]
“뭐?”
뒤이어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신유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리공격이 통하지 않다니?
“재미있군.”
신유현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신유현의 전투 스타일은 검사로 물리 공격 전문이었으니까.
과연 자신의 검이 통할지 궁금했던 것이다.
끼릭! 끼리릭!
그때 정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신유현은 가늘게 눈을 뜨며 전방을 주시했다.
잠시 후 이상한 소음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5성 글라스 울프>
“이건 또 무슨? 대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 거지?”
신유현은 눈앞에 나타난 몬스터를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전반적인 모습만 본다면 몸길이 2미터짜리 늑대처럼 생겼다.
다만, 몸을 구성하는 요소가 특이했다. 놀랍게도 글라스 울프의 몸은 투명한 유리였던 것이다.
그 덕분에 글라스 울프의 내부를 볼 수 있었다.
재질을 알 수 없는 은빛 금속으로 이루어진 톱니바퀴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크르르르!
이윽고 글라스 울프는 기계음이 섞인 울음소리를 내며 신유현을 노려봤다.
끼릭! 키리리릭!
그리고 이내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를 내며 신유현을 향해 입을 벌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글라스 울프의 입과 코가 좌우로 갈라졌다.
키이잉!
그러자 벌려진 글라스 울프의 머릿속에서 상어 톱니와 같은 금속 이빨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징그럽네.”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순간 글라스 울프가 신유현을 향해 정면에서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신유현 또한 자세를 낮추며 허리에 차고 있던 레바테인을 꽉 움켜쥐었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영식(零式) 개(改),
발검(拔劍) 무명베기(無明斬)!
슈아악!
그 직후 레바테인이 뽑혀 나오면서 글라스 울프를 후려쳤다.
까가가가강!
검은 불꽃이 글라스 울프의 옆구리에서 터져 나왔다.
레바테인이 글라스 울프의 옆구리를 긁고 지나간 것이다.
그렇게 신유현과 글라스 울프는 서로를 지나쳤다.
크아아아앙!
그리고 신유현을 지나 바닥에 착지한 글라스 울프는 사나운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과연 이래서 물리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는 건가?”
신유현은 레바테인을 어깨에 걸치며 글라스 울프를 돌아봤다.
조금 전 파천검법을 펼칠 때 신유현은 오러로 레바테인을 감싸며 휘둘렀다.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고 해도 오러라면 통할 터.
하지만 유리로 이루어진 글라스 울프의 몸에 기스조차 내지 못했다.
“오러를 입히는 정도로는 통하지 않나 보군.”
오러, 즉 검기(劍氣)를 입힌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그 말은 스켈레톤 솔져들 또한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스켈레톤 솔져들은 희미하게 빛나는 오러를 무기에 입혀서 싸우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근력이나 민첩, 체력은 높은 편이었지만.
“그럼 이건 어떨까?”
우우웅!
신유현이 5문까지 개방한 차크라에서 마나를 끌어올리며 레바테인에 주입하자 선명하게 빛나는 압축된 검은 오러의 실이 유형화 되면서 나타났다.
6성이 되면서 사용할 수 있게 된 검사(劍絲)였다.
검기, 오러는 속성에 따라 다양한 색의 빛이 흘러나오며 무기를 강화시켜준다.
그에 반해 선명하게 빛나는 오러의 실로 이루어진 검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화르륵!
거기에 흑염까지 피어올린 상황.
키리릭!
크아아앙!
이윽고 글라스 울프가 기계음이 섞인 소리로 포효하며 신유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신유현 또한 파천신법을 펼치며 돌진했다.
크르르륵!
그때 네 조각으로 갈라진 글라스 울프의 머릿속에서 날카로운 표창과도 같은 톱니바퀴가 쏘아졌다.
깡! 깡!
정면에서 쏘아지는 날카로운 톱니바퀴를 신유현은 레바테인을 휘둘러 튕겨냈다.
하지만 완전히 다 막아 내지 못했다.
일부가 신유현의 곁을 스친 것이다.
후우우웅!
그러나 그마저도 DF 코트 마크2에서 공간왜곡장이 빠르게 반응하면서 흘려냈다.
‘확실히 성능이 더 좋아졌군.’
이전보다 빠르게 반응해서 발동한 공간왜곡장은 위력 또한 올라가 있었다.
신유현의 피부를 스치고 지나갔어야 할 톱니바퀴들이 공간왜곡에 의해 급격하게 방향을 꺾으며 바깥으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신유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직후 신유현과 글라스 울프가 서로 맞부딪쳤다.
그 순간 신유현은 파천신법 두 번째 걸음, 전광석화로 빠르게 글라스 울프를 피해 옆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글라스 울프를 향해 레바테인을 내려쳤다.
파천검법(破天劍法).
이식(二式), 파쇄(破碎)!
콰가가가각!
선명하게 빛나는 검은 오러의 실에 감겨서 흑염이 피어오르는 레바테인이 글라스 울프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쩍!
그러자 글라스 울프의 옆구리에 작은 금이 생겨났다.
이번에는 공격이 먹혔던 것이다.
특히 파쇄는 상대의 장비를 파괴시키는데 특화된 초식이기도 했다.
아마 검기보다 더 강한 검사와 파쇄의 효과 덕분인 모양.
쌔애액!
그때 글라스 울프의 유리로 된 꼬리가 믿을 수 없게도 쭉 늘어나면서 신유현의 오른쪽 옆구리를 향해 쇄도했다.
글라스 울프 또한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는지 마지막 발악을 한 것이다.
‘이런!’
글라스 울프의 옆구리에 레바테인을 내려친 직후 꼬리가 날아왔기에, 막기는커녕 피할 수도 없었다.
우우웅!
순간 DF 코트 마크2가 공간왜곡장을 발동했다.
콰직!
하지만 거기다 글라스 울프의 꼬리는 창과도 같아서 관통력이 높았다.
공간왜곡장을 깨뜨린 글라스 울프의 꼬리가 신유현의 옆구리까지 꿰뚫으려는 찰나,
까앙!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웅! 우웅!
놀랍게도 신유현의 옆구리에 육각형 모양의 반투명한 막이 생겨나 글라스 울프의 꼬리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마나 실드구나.’
신유현은 남연아가 새롭게 추가한 기능이라고 설명했던 마나 실드를 바라봤다.
‘남연아에게 감사해야겠군.’
마나 실드 덕분에 글라스 울프의 꼬리를 막을 수 있었던 신유현은 재차 레바테인을 휘둘렀다.
깡깡깡!
한 순간에 흑염이 피어오르는 레바테인은 글라스 울프의 옆구리와 등, 머리를 후려쳤다.
깨갱!
그러자 글라스 울프는 꼬리를 말며 빠르게 물러났다.
짧은 사이 공격을 받은 글라스 울프의 투명한 몸에는 금이 꽤 생겨나 있었다.
“흠.”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치명타가 아니라는 사실을 신유현은 알 수 있었다.
‘오러에 의한 공격도 그리 피해를 줄 수 없는 건가.’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글라스 울프의 등급은 5성이었고 신유현은 6성이었으니까.
6성 초인의 오러가 담긴 검격은 5성 마수정도는 일도양단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지 못했다는 건 기계장치의 공장에서는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일 터.
아우---!
그때 글라스 울프가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더니 자리에서 풀썩 쓰러졌다.
[축하합니다. 5성 몬스터 글라스 울프를 쓰러트렸습니다.]
“흑염 때문인가.”
신유현은 검은 화염에 휩싸여 불타오르고 있는 글라스 울프를 바라봤다.
오러로 직접 공격한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흑염이 불타오르자 글라스 울프의 투명한 유리 몸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던 것이다.
아무래도 속성 공격에 약한 모양.
“즉 직접 공격은 그냥 하지 말라는 소리군.”
그렇다면 스켈레톤 솔져들은 사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스급 소환수 정도는 되어야 도움이 될 터.
하지만 그보다 더 효율적인 공격이 있다면,
‘흑염과 흑마법이겠지.’
신유현은 기계장치의 공장 내부를 바라봤다.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어두운 공장 내부.
좌우로 늘어서 있는 기계 설비들 때문에 지금 신유현이 서 있는 곳은 일방통행이 가능한 긴 복도 같았다.
마치 이 통로를 따라 내부로 들어오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일단 안으로 가 볼까?”
신유현은 긴 복도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 * *
어두운 공장의 높은 천장에서 하얀 전등이 은은하게 빛나며 내부를 비췄다.
그 덕분에 완전히 어둡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환하게 밝지도 않았다.
그저 주변 사물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밝기였으니까.
그리고 공장 내부로 발걸음을 옮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유현은 새로운 공장 몬스터와 마주쳤다.
크허어엉!
<6성 글라스 베어>
“늑대에 이어 이번에는 곰인가?”
신유현은 눈앞에 나타난 글라스 베어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아무래도 처음 5성 글라스 늑대는 맛보기였던 모양이었다.
공장 내부로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투명한 유리 몸을 가진 곰 열 마리가 나타났으니까.
그것도 5성이 아닌 6성이.
신유현의 능력치를 스캔해서 난이도를 조절한다는 메시지가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난이도를 조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치 게임에서 잠수 패치를 한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저것들을 쓰러트려야겠지.”
신유현은 눈앞에 있는 글라스 베어들을 노려봤다.
글라스 베어 또한 몸 구조는 늑대와 다르지 않았다.
투명한 몸 안에 크고 작은 금빛 금속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기계식 무브먼트를 사용한 시계와 흡사했다.
다만 생김새는 늑대가 아니라 그리즐리 베어 같은 모습이었고 덩치도 3미터는 되어 보였다.
“그럼.”
신유현은 열 마리의 글라스 베어 앞에서 양손을 펼치며 입 꼬리를 치켜 올렸다.
“빠르게 끝내야겠군.”
잠시 후, 글라스 베어들을 향해 불사왕의 흑마법이 날아들기 시작했다.